351칙 천황쾌활 天皇快活 1)
1) 한평생 ‘쾌활하다’고 외치다가 입적하기 직전에는 ‘괴롭다’고 반전시킴으로써
이전의 쾌활함이 하나의 관문(關門)으로 드러났고, 괴롭다는 말 자체도 또 다시
뒤집어질 수 있는 화두가 되었다. 본서 677則「德山啊」와 707則「洞山不病」
도 공안의 소재가 비슷하다.
[본칙]
천황도오는 한평생 언제나 “쾌활하다, 쾌활해!”라고 외쳤으나 입적하
려는 순간에 병을 앓으면서 “괴롭다, 괴로워! 원주야, 술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먹여다오. 고기를 가지고 와서 나에게 먹여다오. 염라대왕이 나
를 잡으려 왔구나”라고 부르짖었다. 원주가 “화상께서는 한평생 쾌활하
다고 외치시다가 지금은 어째서 괴롭다고 부르짖으십니까?”라고 물었
다. 도오가 “말해 보라! 그때가 옳은가, 아니면 지금이 옳은가?”2)라고 되
물었으나 원주는 아무 말도 없었고, 도오는 목침을 밀어치우고 곧바로
입적했다.
天皇一生, 常呌快活快活, 欲入滅臥疾中呌云, “苦, 苦! 院
主, 把酒來我與我喫, 將肉來與我喫. 閻老子來取我也.” 院
主云,“ 和尙一生呌快活, 如今爲什麽呌苦?” 師云,“ 且道!
當時是, 如今是?” 院主無語, 師推出枕子, 便告寂.
2) 어느 편이 옳지도 않고 어느 편이 그르지도 않아서 쾌활과 괴로움이 모두 의지
할 버팀목이 되지 않는 관문이 제시되었다. 이 물음에 대한 원주의 침묵이 그것
을 상징한다.
[설화]
‘쾌활하다’고 외친 것은 철저한 즐거움을 나타내고, ‘괴롭다’고 부르짖
은 것은 철저한 괴로움을 나타낸다.3)
3) 쾌활하다면 오로지 쾌활할 뿐이고 괴롭다면 오로지 괴로울 뿐 다른 어떤 것의
보조도 필요가 없다. 따라서 각각 그 자체로 철저하게 본분의 관문을 나타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때가 옳은가, 지금이 옳은가:괴로움을 벗어나서 즐거움이 따로 없고, 즐거
움을 벗어나서 괴로움이 따로 없다는 뜻이다.4)
4) 교학적인 관념을 화두에 적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목침을 밀어치웠다:괴로움과 즐거움이 하나의 근원인 경지를 나타낸다.
快活云云者, 樂到底也;苦苦者, 苦到底也. 當時是如今是云
云者, 苦外無樂, 樂外無苦也. 推出枕子者, 苦樂一源處也.
자운원조(慈雲圓照)의 송
달고도 다니 철저하게 달고,
쓰고도 쓰니 뿌리까지 쓰다.5)
목침 치우고 일어나는 아침,
신라에서는 밤 북6)을 치네.7)
〈이 공안은 백마담조(白馬曇照)의 이야기로 기록되어 있다.8)〉
圓照頌, “甛甛徹底甛, 苦苦連根苦. 拈起枕頭時, 新羅夜打
鼓.”〈 此錄白馬.〉
5)『頌古聯珠通集』권16 卍115 p.195b11,『宗鑑法林』권19 卍116 p.278b5 등의
공안집에는 1구와 2구가 “단 오이는 꼭지까지 달고, 쓴 박은 뿌리까지 쓰다(甜瓜
徹蒂甜, 苦瓠連根苦)”라고 되어 있다. 그 취지는 본칙의 <설화>와 같다. 주석3)
참조.
6) 야고(夜鼓). 옛날에 야간 순찰을 돌며 치던 북.
7) 아침과 밤이 동시에 한 장소에 일어날 수 없듯이 중국의 아침과 신라의 밤은 그
자체로 온전하고 철저하다는 말. 곧 제1구, 제2구의 뜻이 제3구, 제4구에서 다른
비유로 반복되고 있다. 차별된 현상이지만 지향하는 뜻에서 일치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다. <설화>의 해설과 같이 밤과 아침의 연기론(緣起論) 또는 존재론
적 관계를 나타내는 말은 아니다.
8)『建中靖國續燈錄』권28 卍136 p.384b6에는 이 공안의 주인공이 천황도오가 아
니라 백마담조로 되어 있고, 자운원조의 게송도 주석5)에 제시한 문헌의 1~2구
와 차별된다.
[설화]
괴롭다면 철저하게 괴롭고 즐겁다면 철저하게 즐거워야 한다는 뜻이다.
신라는 중국으로부터 바다 동쪽에 있어 (중국의 아침에) 밤 북을 치는 것
이니, 어두움 속에 밝음이 있다는 뜻이다.
圓照:苦到底, 樂到底也. 新羅在海東, 夜打鼓, 則暗中有明也.
보령수의 염
“옳기는 옳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사람은 살아 있을 때는 대단히 애
매모호했고 죽은 다음에는 대단히 흐리멍덩했다. 만일 콧대가 하늘에 닿
을 정도가 되려면9) 그릇과 수저 그리고 남은 국과 쉰밥은 집어서 한 구
석에 던져 놓고, 뜨거운 난로 위의 호떡을 먹고 싶으면 바로 먹었을 것이
다. 알겠는가? 사람은 뿌리와 줄기가 없으므로 음식을 생명의 수단으로
삼는다.”
保寧秀拈,“ 得卽得, 點撿將來, 這漢, 生前顢顢頇頇, 死後莽
莽鹵鹵. 若要鼻孔撩天, 瓦椀竹筯, 殘羹餿飯, 拈放一邊, 熱爐
餬餠, 要請便請. 還會麽? 人無根株, 以食爲命.”
9) 비공요천(鼻孔撩天). 코는 얼굴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본래면목의 핵심을 상징
한다. 모든 사람이 누구에게도 의존할 필요가 없는 자기만의 독립적 기개를 가
지고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설화]
천황의 남은 국과 쉰밥은 열기가 없는 난로 위의 호떡과 같다. 호떡은
생명을 이어가는 뿌리이지만 남은 국과 쉰밥 역시 생명을 이어가는 뿌리
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느냐는 뜻이다.10)
保寧:天皇殘羹餿飯, 似無熱爐胡餠. 胡餠乃命之根株, 又焉
知殘羹餿飯, 亦是命之根株.
10) 남은 국과 쉰밥은 생전에 늘 써먹던 오래된 ‘쾌활’을 가리키며, 뜨거운 난로 위
의 호떡은 입적하기 전에 ‘괴롭다’고 제시한 말을 가리킨다. 이 두 가지가 모두
본분의 식량이므로 어느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취할 것이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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