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

321칙 단하소불 丹霞燒佛

실론섬 2016. 12. 5. 19:32

321칙 단하소불 丹霞燒佛 1)
1) 목불을 태웠거나 태우지 않았거나 그 외형에는 이 공안을 타파할 단서가 없고,
   이 두 길을 떠나서 새롭게 펼쳐진 길도 없다. 이것이 단하가 목불을 태우고 남긴
   공안의 요체이다. 단하가 목불을 태운 것만 주목하고, 원주가 불법을 비방한 결
   과로 눈썹이 빠졌다는 이야기의 진실을 외면해도 안 된다. 원주는 단하의 뜻을
   오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하의 행위가 진실한 것인지 점검하면서 이 공안
   을 완결하는 역할로 등장한 것이다. 보령인용(保寧仁勇)의 상당 법문과 백운지
   병(白雲知昺)의 염은 이러한 원주의 진실을 부각하는 측면에서 제시된다.

 

[본칙]

단하가 혜림사(慧林寺)를 거쳐서 갈 때 혹독한 추위를 만나 땔감을 찾

던 중 불전(佛殿)에서 목불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가져다 불을 피웠다. 원

주2)가 우연히 이 광경을 보고 “어째서 우리 목불을 태우시오!”라고 화를

내며 나무랐다. 단하가 주장자로 재를 파 뒤지면서 말했다. “태워서 사리

를 얻으려 합니다.” “목불에 무슨 사리가 있겠습니까!” “사리가 없다면

나머지 두 불상도 가져와 태워버립시다.” 원주는 그 뒤에 눈썹과 수염이

모두 떨어졌다.3)
丹霞, 因過慧林寺, 値凝寒, 遂於殿中見木佛, 乃取燒火. 院
主偶見呵責曰,“ 何得燒我木佛!” 師以杖子撥灰云,“ 吾燒
取舍利.” 主曰,“ 木佛何有舍利!” 師云,“ 旣無舍利, 更請兩
尊再取燒之.” 主自後眉鬚墮落.
2) 院主. 절의 모든 사무를 총괄하여 주재(主宰)하는 직책. 원재(院宰)·사주(寺
   主)·감원(監院)·감사(監寺)라고도 한다.『禪林象器箋』권7 禪藏 p.478 참조.
3) 눈썹과 수염이 떨어지는 것은 불법에 대하여 잘못 말하거나 비방한 죄의 결과
   라 한다. 이 자체가 여기서는 하나의 관문이다. 원주가 단하를 칭찬했다고 하더
   라도 눈썹과 수염은 남아 있지 않다. 이것이 이 공안을 구성하는 전체적인 연출
   의 핵심이다. 무명혜성(無明慧性)이 단하의 행위와 원주의 질책에 대하여 모두
   구멍 없는 쇠망치[無孔鐵鎚]라 평가한 말이 그 뜻이다. “단하는 목불을 태웠고
   원주는 눈썹과 수염이 떨어졌으니, 구멍 없는 두 개의 쇠망치요 서로가 착각을
   가지고 착각을 대한 것이다.”(『無明慧性語錄』 卍121 p.636b12. 丹霞燒木佛, 
   院主眉鬚落, 兩箇無孔鐵鎚, 彼此將錯就錯.)

 

[설화]

목불을 태웠다:높고 뛰어난 안목을 나타낸다.

원주가 우연히 이 광경을 보고“ 어째서 우리 목불을 태우시오”라고 화를 내며 나무랐

다 ~ 눈썹과 수염이 모두 떨어졌다:대반야(大般若)4)를 비방했으므로 눈썹과

수염이 떨어진 것이다.

4) 불교의 궁극적 진리를 대표하는 말로 쓰였다.

 

백운지병(白雲知昺)이 “믿을 만하고 의지할 만하구나, 이류(異類)의 길

을 가는 원주여!”라고 한 말은 ‘비록 죽은 뱀일지라도 가지고 놀 줄 안다

면 다시 살아난다’5)라는 뜻이다.

5) 단하의 견해를 저급한 것(죽은 뱀)으로 보는 편견을 백운지병이 역전시켜 그 본
   질을 회복시켰다는 뜻으로 인용한 말이다.『雪竇語錄』권3 大47 p.686b25,『大
   慧語錄』권18 大47 p.889a1,『碧巖錄』67則「評唱」大48 p.197b20,『從容錄』
   59則「著語」大48 p.264b1 등에 나온다.

 

燒木佛者, 高勝眼目也. 院主偶見呵責曰, 何得燒我木佛云云
者, 謗大般若故, 眉鬚墮落也. 白雲昺云, 可信可憑, 院主却行
異類者, 雖是死蛇, 解弄却活.

 

투자의청(投子義靑)의 송

 

오래된 바위에 이끼 끼고 냉기는 문으로 침범하는데,

새들은 놀라고 들짐승은 길을 잃었도다.

깊은 밤 추위에 모래섬에선 불을 살랐는데,

늦잠 잔 어부는 허둥대며 까닭 몰라 헤아리네.

投子靑頌, “古嵓苔閉冷侵扉, 飛者驚危走者迷. 夜深寒爇汀洲
火, 失曉漁家忙自疑.”

 

[설화]

늦잠 잔 어부:원주를 말한다.

投子云云, 失曉漁家者, 院主也.

 

곤산찬원(崑山贊元)의 송

 

화신불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 수가 티끌과 같이 무수하구나.

진실한 때의 거짓 알기 이전에는,

한갓 과지6)에 이르는 원인만 닦네.

비록 보배 탁자에 올려놓을 줄 알더라도,

또한 꽃 두건 벗기는 법까지 깨우쳤다면,

단하스님과 더불어,

이웃이 될 만하리라.

崑山元頌,“ 諦觀化佛身, 其數若微塵. 未了眞時僞, 徒修果地
因. 雖知凭寶机, 更悟解花巾, 堪與丹霞老, 依俙作近隣.”
6) 果地. 수행하여 성취하는 궁극적인 지위. 과위(果位)·과극(果極)이라고도 한다.
   이 과지는 성문(聲聞)·연각(緣覺)·보살(菩薩) 등 삼승(三乘)이 각각 다르며, 삼
   승 안에서도 각각 차등이 있다. 상대적으로, 수행하는 단계는 인위(因位) 또는
   인지(因地)라 한다.

 

[설화]

1구와 2구:화신불이 이와 같이 많거늘 목불이야 말할 여지가 있겠는가!

3구와 4구:진실한 때의 거짓을 아직 모르기 때문에 한갓 과지에 이르는

원인만 닦는다.

5구와 6구:보배 탁자와 꽃 두건은 모두 보신불(報身佛)과 화신불을 장

엄하는 물건이다. 비록 보신이 존귀한 줄 알아 보배 탁자에 올려놓고 꽃

두건[花冠]을 씌우더라도 또한 보배 탁자를 치우고 꽃 두건을 벗기는 법

을 깨우쳐 모름지기 법신이 있다는 진실도 알아야만 한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렀을 때 단하와 더불어 이웃이 될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崑山:上二句, 化佛如此, 況木佛乎! 次二句, 未了眞時之僞故,
徒修果地因也. 次二句, 寶机花巾, 皆報化之莊嚴也. 雖知報身
尊貴, 凭寶机著花冠, 更悟去寶机解花冠, 須知有法身, 始得.
到伊麽時, 堪與丹霞作隣也.

 

숭승원공(崇勝院珙)의 송

 

단하가 목불에 불을 사르기 시작하자,

원주는 아교단지에 머리를 들이밀었네.7)

동쪽 집이 갑자기 상을 당했는데 서쪽 집에서 곡을 하고,

남산에서 비가 몰아치는데 도리어 북산이 어두침침하구나.

안개와 구름이 흩어지자 집집마다 달이 비추고,

서리와 눈이 녹으면서 곳곳에 봄기운이 들었다.

만나보면 아무 일도 없다고 모두들 말하지만,

보이지 않으면 다시 임 생각나는 줄 누가 알까?

崇勝珙頌, “丹霞木佛火初焚, 院主刺頭入膠盆. 東舍暴喪西舍
哭, 南山驟雨北山昏. 煙雲散去家家月, 霜雪消來處處春. 盡道
相見猶無事, 誰知不來還憶君?”
7) 아교단지에 머리를 들이밀어 끈적한 그곳에 달라붙어 꼼짝 못하듯이 단지 목불
   을 태운 죄과만 따지고 단하의 본래 의중을 몰랐다고 비판한 것이다.

 

육왕개심(育王介諶)의 송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 광명을 비추시는데,

원주의 눈썹과 수염 하나도 남아 있지 않네.

평등하게 집어 들어 누구에게 주려 하는가?

납자들이 앞다투는 그대로 맡겨 두리라.

育王諶頌, “十方諸佛放光明, 院主眉鬚無一莖. 平等拈來欲誰
與? 從敎衲子競頭爭.”

 

심문담분(心聞曇賁)의 송

 

시골 절에 땔나무 없어 목불 쪼개어 태울 뿐인데,

까닭도 없이 그대의 눈썹이 저절로 떨어지는구나.

깊은 밤 혹독한 추위 면하게 되었으니,

평상시의 뛰어난 수단 모조리 드러났다네.

心聞賁頌, “村院無柴劈佛燒, 無端汝自落眉毛. 夜深免得遭寒
凍, 已見平生作略高.”

 

자항요박(慈航了朴)의 송

 

서풍8)이 위수9)로 불어오니,

낙엽이 장안에 가득 하다네.

그 뜻을 아는 자 아니라면,

부질없이 춥다고만 하리라.

慈航朴頌,“ 西風吹渭水, 落葉滿長安. 不是知音者, 徒勞話
歲寒.”
8) 西風. 가을바람.
9) 渭水. 황하(黃河) 최대의 지류(支流).

 

무진거사의 송10)
10) 단하의 뜻을 긍정하고 원주를 부정하는 관점에서 읊은 게송.

 

눈은 절 문을 감싸고 얼음은 녹지 않았기에,

일존11)의 목불을 쪼개어 땔감으로 삼았도다.

가엾게도 원주의 눈썹은 모두 떨어지고,

그의 집 안에 살던 사람12)은 불타버렸구나.

無盡居士頌, “雪擁巖扉凍不春, 一尊木佛劈爲薪. 可憐院主眉
毛落, 燒殺儂家屋裏人.”
11) 一尊. 법당에 봉안한 삼존불(三尊佛)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12) 옥리인(屋裏人). 본래인(本來人)·본래면목(本來面目)과 같은 말이다.

 

보령수의 염

 

“참으로 터득한 이치가 있다면 소리 높여 주장할 필요도 없으니, 자세하

게 살펴보면 애는 썼으나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것13)과 아주 흡사하다. 알겠

는가? 원통한 일에는 그것을 초래한 우두머리가 있고, 남에게 빚을 졌으

면 갚아야 할 주인이 있는 법이다.14)”
保寧秀拈, “然則有理不在高聲, 若也子細點撿將來, 大似勞而
無功. 還會麽? 寃有頭債有主.”
13) 노이무공(勞而無功).『莊子』「天運」에 나오는 말. “공자께서 주나라 때 시행
    하던 도를 노나라에서도 똑같이 펼치려고 하니, 이는 육지에서 배를 미는 것과 
    같아서 애만 쓰고 아무런 효과도 없어 반드시 재앙을 당할 것이다.”(今蘄行周於
    魯, 是猶推舟於陸也! 勞而無功, 身必有殃.)
14) 일반적으로 모든 일에는 책임져야 할 중심인물이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구절이
    다. 여기서는 원주의 눈썹이 떨어진 근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설화]

참으로 터득한 이치가 있다면 소리 높여 주장할 필요도 없다:원주가 ‘어째서 우

리 목불을 태웁니까’라고 따진 말을 가리킨다.

애는 썼으나 아무런 효과도 없다:눈썹과 수염이 떨어진 것을 말한다.

원통한 일에는 ~ 있는 법이다:원주가 지녔던 확고한 입장을 나타낸다.

保寧:有理不在高聲者, 院主云, 何得燒我木佛也. 勞而無功
者, 眉鬚墮落也. 寃有頭云云者, 院主有立處也.

 

천동정각(天童正覺)의 개로상당(開爐上堂)15)
15) 난로를 처음 피우기 시작하는 음력 10월 1일을 개로일(開爐日) 또는 개로절(開
    爐節)이라 하고, 이날 행하는 상당법문을 개로상당이라 한다. 난로를 철거하는
    다음 해 음력 2월 1일은 폐로일(廢爐日)이라 한다.『禪院淸規』권4「聖僧侍者爐
    頭直堂」卍111 p.898b16 참조.

 

개로일을 기념하여 법좌에 오르자, 어떤 학인이 물었다. “단하가 목불을

태운 뜻은 어떤 것입니까?” “날이 추우면 화로 주변으로 가 솜이불을 끌어

안고 꼼짝 없이 그대로 앉아 있어야 한다.” “밤기운이 차고 더욱 깊어지니

다시 불상 한 구를 살라야겠군요.” “그래도 눈썹은 잘 보살펴야 한다.” “온

몸이 붉게 타서 문드러져야 비로소 속마음을 아는 벗입니다.” “그 쓸모없

는 일 때문에 무명을 기르는구나.” “그렇다면 원주는 무슨 이유로 눈썹과

수염이 떨어졌습니까?” “그대의 병통과 똑같기 때문이다.” “손님 노릇을

할 줄 몰라서 주인을 번거롭게 만들었군요.”16) “저 본색한17)의 수단을 돌려

주어야 한다.” 천동이 이어서 말했다. “시월의 찬 비바람이 추워지리라는

하늘의 뜻을 알고, 총림의 화로[地爐]를 만들어 오늘부터 지피니, 알아차

릴 여지도 없이 목불을 태우는 일은 없게 되었다. 대중들이여, 단하가 알

아차릴 여지도 없이 해치운 것이 원주가 알아차릴 여지도 없이 당한 것과

비교하여 어떤가?” 천동이 다시 말했다. “본래 이렇게 말하는 선에서 그만

두어야 마땅하지만, 나는 속내를 참지 못하여 여러분에게 하나의 해설을

달아주겠다. 단하는 착각을 가지고 착각을 대했을 뿐인데,18) 원주는 눈썹

과 수염이 모두 떨어졌으니 귀머거리와 같고 소경과 같았다. 뛰어난 선사

께서 그대들의 마음을 요란하게 흔들어 놓았지만 악한 마음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다.”

天童覺, 開爐上堂, 僧問,“ 丹霞燒木佛, 意旨如何?” 師云,“ 天
寒冝向火, 擁毳任堆堆.” 僧云,“ 夜冷更深, 更爇一軀去也.”
師云,“ 也須照管眉毛, 始得.” 僧云,“ 通身紅爛去, 方始是知
音.” 師云, “爲他閑事長無明.” 僧云, “只如院主, 爲什麽眉鬚
墮落?” 師云, “也與上座病痛一般.” 僧云, “不解作客, 煩勞主
人.” 師云,“ 還他本色漢手段, 始得.” 乃云,“ 十月朔風雨, 肇
寒天意, 作叢席地爐, 今日開, 免燒木佛無斟酌. 大衆, 丹霞無
斟酌, 何似院主無斟酌?” 師復云,“ 本合便恁麽休却, 天童忍
俊不禁, 爲你諸人, 下个注脚. 丹霞將錯就錯, 院主眉鬚墮落,
如䏊如盲. 大家翁, 攪擾殺你, 不要惡.”
16) 학인이 스승이 전하는 뜻을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스승으로 하여금 여러
    말을 하도록 하여 힘들게 만든다는 뜻이다.
17) 本色漢. 본색을 갖춘 사람 곧 본분을 철저하게 고수하는 수행자. 본색인(本色人)
    과 같은 말이다.
18) 단하는 스스로 목불을 태우면서도 그것이 착각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고, 그것
    으로 ‘왜 목불을 태우는가?’라고 따지는 상대의 착각을 받아들였다는 말이다.
    주석3) 인용문 참조.

 

[설화]

날이 추우면 ~ 앉아 있어야 한다:보통의 일이며 남달리 특출난 점은 없다는

뜻이다.

밤기운이 차고 더욱 깊어지다:만약 이렇게 되면 자신의 한 몸도 태워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눈썹은 잘 보살펴야 한다:한결같이 이렇게만 한다면 눈썹과 수염이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온몸이 붉게 타서 문드러져야 ~ 벗입니다:반드시 온몸이 붉게 타서 문드러져

야 한다. 곧 색신의 파괴는 반드시 이와 같이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쓸모없는 일 때문에 무명을 기르는구나:다시 그렇게 한다는 뜻이다.

그대의 병통과 똑같기 때문이다:색신이 붉게 타 문드러지는 것만 알았을 뿐,

색신의 견고한 측면은 몰랐다는 뜻이다.

손님 노릇을 할 줄 몰라서 주인을 번거롭게 만들었군요:원주까지 연루시켜 눈썹

과 수염이 떨어지게 만들었다.

저 본색한의 수단을 돌려주어야 한다:주인과 손님이 모두 본색한이라야

된다.

단하가 알아차릴 여지도 없이 해치운 것:목불을 태워버린 바로 그 행위가 알

아차릴 여지도 없었다는 뜻이다.

원주가 알아차릴 여지도 없이 당한 것:‘어째서 우리의 목불을 태우십니까’라

고 따졌지만 알아차릴 여지가 없었다는 뜻이다.

단하는 착각을 가지고 착각을 대했을 뿐인데 ~ 모두 떨어졌으니:단하나 원주나

모두 알아차릴 여지가 없는 언행이었거늘 귀머거리와 같고 소경과 같았

으니 어찌하랴!

뛰어난 선사께서 ~ 필요는 없다:단하가 마음을 요란하게 흔들어 놓은 것을

악한 마음이라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天童:天寒至堆堆者, 也是常事, 別無特地也. 夜冷云云者, 若
伊麽, 一軀亦燒却也. 也須照管云云者, 一向伊麽, 又未免眉鬚
墮落也. 通身紅爛云云者, 也須通身紅爛, 謂色身破壞, 須是伊
麽, 始得. 爲他云云者, 又向伊麽去也. 也與至一般者, 只知色
身紅爛, 不知色身堅固也. 不解至主人者, 累他院主眉鬚墮落
也. 還他本色云云者, 主客俱是本色, 始得. 丹霞無斟酌者, 只
燒木佛無斟酌也. 院主無斟酌者, 何得燒我木佛, 無斟酌也. 丹
霞將錯至墮落者, 俱是無酙酌故, 爭似如䏊如盲! 大家翁云云
者, 不要丹霞攪擾作惡也.

 

보령인용(保寧仁勇)의 상당

 

이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다. “대중이여, 원주의 눈썹과 수염이 떨어진

것은 문제 삼지 않겠다. 말해 보라! 단하의 눈썹은 남아 있는가?19) 만약 안

다면 고불(古佛)들과 함께 그 경지에 동참하겠지만, 만일 모르더라도 결

코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마라.20) 훗날 어떤 학인이 천

축(天笁)화상에게 ‘단하가 목불을 태운 뜻은 어떤 것입니까?’라고 묻자 천

축은 ‘추우면 화로를 둘러싸고 따뜻한 불을 쪼이고, 더우면 대나무 숲 속

시냇가에 앉는다’라고 대답했다. 나에게는 지금 여러분과 함께 태울 목불

은 없고, 방안에 연기 나지 않는 불이 있을 뿐이다. 쪼이고 싶으면 쪼이고

걷어치우고 싶으면 걷어치워라. 말해 보라! 옛사람의 견해와 같은가, 다른

가?” 이어서 말했다. “옛날에는 본분사를 마친 수행자들이 많았는데, 오늘

날에는 본분사를 마친 수행자들이 드물다.”

保寧勇, 上堂, 擧此話云,“ 大衆, 院主眉鬚墮落, 卽且置. 且
道! 丹霞眉毛在也無? 若也見得, 與古佛同叅;若也不見, 切
忌撥無因果. 後有僧問天笁和尙,‘ 丹霞燒木佛意旨, 如何?’
笁云, ‘寒卽圍爐向煖火, 熱卽竹林溪畔坐.’ 保寧, 如今, 也無
木佛, 與諸人燒, 堂中自有無煙火. 要向卽向, 要撥卽撥. 且
道! 與古人, 是同是別?” 乃云,“ 上閒僧多, 下閒僧少.”
19) 눈썹이 떨어진 것으로 말하자면 원주뿐만 아니라 단하도 벗어날 수 없다는 뜻
    이다.
20) 발무인과(撥無因果). 인과의 도리를 부정하는 삿된 견해. 모든 것은 단멸(斷滅)
    하여 이어지지 않는다는 견해 곧 단견(斷見)에 속한다. “어떤 삿된 견해 때문에
    선한 뿌리가 끊어지는가? 인과의 도리를 결정적으로 부정하는 삿된 견해가 그
    것이다. 원인을 부정한다는 것은 미묘한 수행과 악한 수행의 차이를 결정적으
    로 부정하는 견해를 가리키며, 결과를 부정한다는 것은 수행의 결과인 이숙(異
    熟)을 결정적으로 부정하는 견해를 말한다.”(『俱舍論』권17 大29 p.89a2. 緣
    何邪見, 能斷善根? 謂定撥無因果邪見. 撥無因者, 謂定撥無妙行惡行;撥無果者, 
    謂定撥無彼果異熟.)

 

[설화]

단하의 눈썹은 남아 있는가:단하 또한 그 꼴을 당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

이다.

추우면 화로를 둘러싸고 따뜻한 불을 쪼이고 ~ 시냇가에 앉는다:단하가 목불을

태운 것도 평범한 행위일 뿐 남달리 특별한 구석은 없다는 뜻이다.

나에게는 지금 ~ 같은가, 다른가:단하와 천축의 견해가 다르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본분사를 마친 수행자들이 많았는데 ~ 드물다:단하와 천축의 견해가

그렇다는 말이다.

保寧:丹霞眉毛在也無者, 丹霞亦未免也. 寒則圍爐向火云云
者, 丹霞燒木佛, 也是常事, 別無特地也. 保寧如今云云者, 丹
霞與天笁不同也. 上間僧多云云者, 丹霞天笁地卽是也.

 

진정극문(眞淨克文)의 상당 1

 

“단하는 목불을 태웠고, 원주는 눈썹과 수염이 떨어졌다. 또한 경전에

는 ‘자신이 지은 업을 남이 받거나 남이 지은 업을 자신이 받는 경우는 보

지 못했다’21)라고 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선문과 경전의 교설은 각자 평등

한 입장에서 서로 어긋난다. 그러므로 단하 스스로 목불을 태웠음에도 옆

에 있던 원주가 재앙을 받았던 것이다. 이 도리는 어떤 것인가? 이것을 밝

힐 사람 있는가?”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아무도 없다면, 오로지 징공수

좌(澄公首座)만이 이 도리를 깊이 알고 있으니 모든 고덕(高德)은 아침저

녁으로 가까이하여 묻고, 그 가르침에 따라 밝혀 보기 바란다.”

眞淨文, 上堂云, “丹霞燒木佛, 院主眉鬚落. 又敎中云, ‘未見
自作他受, 他作自受.’ 若爾則禪門與敎乘, 敵體相違. 故丹霞
自燒木佛, 傍僧受殃. 未審此理如何? 莫有人明得麽?” 良久
云,“ 若無人, 唯澄公首座, 深明此理, 希諸高德, 旦暮親而扣
之, 就而明之.”
21) 다음과 같은 경전의 구절을 가리킨다. “여래께서는 자신의 업을 자신이 받고 자
    신이 지은 업에 대하여 남이 그 결과를 받는 일은 없다고 아신다.”(『如來無上依
    經』권하 大16 p.476a6. 如來知見自業自受, 無有自作他受果者.);“스스로 지은 
    업은 반드시 그 과보를 받는다. 남이 지은 업에 대하여 내가 그 과보를 받는 일은 
    없고, 자신이 지은 업에 대하여 남이 그 과보를 받는 일도 없으니, 모든 법은 결정
    코 이와 같다.”(『正法念處經』권33 大17 p.190c17. 自作之業, 決定受報. 無有他
    作我受其果, 無有自作他受其報. 一切諸法, 決定如是.)

 

[설화]

원주는 단하가 부처님을 헐뜯는다고 잘못 생각했으니 이 어찌 자신이

지은 업을 자신이 받은 것이 아니겠냐마는 반드시 단하의 의중을 알아야

된다는 뜻이다.

眞淨:院主謂丹霞謗佛, 豈不是自作自受, 直須會取丹霞意,
始得.

 

진정극문의 상당 2

 

단하가 목불을 태우고 원주의 눈썹과 수염이 떨어졌다는 공안을 다시

제기하고, 불현듯 주장자를 집어서 “이것이 목불 아닌가!”라 한 다음 주장

자를 던지고 말했다. “누가 태워보겠는가? 그대들이 분별하며 머뭇거리면

눈썹과 수염이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분별하지 않는다면 달리 어떻게 하

겠는가?”22) 마침내 소리 높여 “행자야!” 하고 부른 다음 주장자를 집어 들

고 법좌에서 내려왔다.

又上堂, 擧丹霞燒木佛, 院主眉鬚落, 師驀拈拄杖云,“ 不是木
佛!” 便擲下云, “誰敢燒? 你擬卽眉鬚墮落, 不擬又且如何?”
遂高聲呌行者, 拈起拄杖, 下座.
22) 양단을 모두 막아 재차 화두를 설정하는 이중공안(二重公案)의 형식이다.

 

[설화]

주장자를 집어서 ‘이것이 목불 아닌가!’라고 한 말:잡고서 곧바로 활용한 것

이다.

누가 태워 보겠는가:태우려 해도 그것을 태우지 못한다는 뜻이다.

‘분별하며 머뭇거리면 눈썹과 수염이 떨어진다’는 말은 ‘생각으로 헤아

리려 든다면 어느 세월에 깨닫겠느냐’라는 뜻이며, ‘분별하지 않는다면 달

리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말은 ‘생각으로 헤아리지 않는다면 결국 경망스

럽게 된다’라는 뜻이다.23) 반드시 완전히 등지거나[背] 빠져서 물들어버리

는[觸] 양단을 벗어나야 한다.24)

주장자를 집어 든 것:다만 주장자라 부를 뿐이라는 뜻이다.

又上:拈柱杖云云者, 把得便用也. 誰敢燒者, 燒也燒伊不著
也. 擬則眉鬚墮落者, 擬思量何劫悟. 不擬又且如何者, 不思
量終莽鹵. 須是離却背觸. 拈起柱杖者, 但喚作柱杖也.
23) 해설로 인용한 두 구절은 불안청원(佛眼淸遠)의 말이다.『佛眼語錄』古尊宿語錄
    28 卍118 p.513b2 참조.
24) 생각으로 헤아리는 것[觸]과 헤아리지 않는 것[背]을 모두 벗어나서 이 공안을 궁
    구해야 한다는 해설이다. 배촉관(背觸關)에 관해서는 본서 1331則 주석1) 참조.

 

장로종색(長蘆宗賾)의 소참

 

어느 관인과 조주 사이의 다음 문답을 제기했다.25) 관인이 ‘단하가 목불

을 불태웠는데, 어째서 원주의 눈썹과 수염이 떨어졌습니까?’라고 묻자

조주가 ‘관인의 집에서 날것을 익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라고 되물었다. ‘하인들이 합니다.’ ‘바로 그가 알겠군요.’26) 장로가 말했다.

“여러분, 단하가 목불을 태웠다고 하니 날씨가 추웠기 때문이고, 원주의

눈썹과 수염이 떨어졌다고 하니 마음이 거친 자는 핵심을 잃을 것이다.27)

조주가 이 공안을 본 입장은 철저하게 노파와 같이 간절한 마음에 입각해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산승에게 ‘단하가 목불을 태웠는데, 어째서 원주

의 눈썹과 수염이 떨어졌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다만 그에게 ‘결코 까닭

도 없이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대답해 주리라. 안목을 갖춘 납승들

은 자세하게 점검해 보라.”

長蘆賾, 小叅, 擧, 官人問趙州,‘ 丹霞燒木佛, 院主爲甚眉鬚
墮落?’ 州云, ‘官人宅中, 甚麽人變生造熟?’ 官人云, ‘所使.’
州云,‘ 是他却會.’“ 諸仁者, 丹霞燒木佛, 蓋爲天寒, 院主眉鬚
墮落, 心麤者失. 趙州見處, 徹底老婆心. 忽有人問山僧,‘ 丹
霞燒木佛, 爲什麽院主眉鬚墮落?’ 只向他道, ‘必不空然.’ 具
眼衲僧, 子細點檢.”
25)『趙州語錄』古尊宿語錄13 卍118 p.308a18에 나온다.
26)『趙州語錄』에는 “바로 그가 좋은 솜씨를 가졌군요(却是他好手)”라고 되어 있다.
27) 이 부분은 이 공안의 주된 두 구절에 대한 착어(著語) 형식의 풀이이다. 곧 단하
    의 행위는 날씨가 추울 때 일상적으로 하는 그대로 시행한 것이고, 원주의 눈썹
    과 수염이 떨어졌다는 말에 대해서 대충 생각나는 대로[麤] 판단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가리키는 숨은 핵심을 놓칠 것이라는 착어이다.

 

[설화]

조주가 ‘바로 그가 알겠군요’라고 한 대답:별도로 특출난 것은 없고 나날이 쓰

는 작용이 이와 같다는 말이다. 노파와 같이 간절한 조주의 마음에 대해

별도로 다른 견해를 일으키면 마음이 거친 자는 핵심을 잃고 말 것이다.

결코 까닭도 없이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만약 인과의 법칙을 잡고 판단한다

면 인과는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長蘆:州云是他却會者, 別無特地, 日用如是. 趙州老婆心切,
別生異解, 心麤者失也. 必不空然者, 若執因果, 因果不空也.

 

백운지병(白雲知昺)의 염 28)
28) 단하는 분별과 언어로 통하지 않는 본분의 경계를 고고하게 지키는 입장이고,
    원주는 현상의 경계로 내려와 본분을 전개하는 입장이라는 취지의 염이다. 두
    입장을 이 공안에서 불가결한 두 가지 축으로 보는 안목이다.

 

“생각하여 알 수도 없고 말로 나타낼 수도 없구나, 우뚝하게 높은 단하

의 입장이여! 믿을 만하고 의지할 만하구나, 이류29)의길을 가는 원주여!30)

어떤 사람들은 그림자와 메아리31)도 넘어서지 못한 견해와 동서도 구분하

지 못하는 안목으로 ‘원주가 「목불에 어찌 사리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하

여 도리어 부처님을 비방한 결과가 되었기에 눈썹과 수염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목숨이 이미 다른 사람의 손아

귀에 들어가 버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자세히 알겠는가? 손님

노릇을 제대로 할 줄 모르면 주인을 번거롭게 만드는 법이다.”

白雲昺拈,“ 難思難議, 丹霞立處孤危!;可信可憑, 院主却行
異類! 有般漢, 見解未超影響, 眼目不辨東西, 便道, ‘院主云,
「木佛豈有舍利!」 却成謗佛, 所以眉鬚墮落.’ 殊不知, 自己性
命, 已在別人手裏了也. 還委悉麽? 不會作客, 勞煩主人.”
29) 異類. 궁극적 경지에 머물지 않고 생사윤회의 고통에 시달리는 중생의 세계로
    내려온 보살. 또는 인간과는 다른 축생을 가리킨다. 선종에서는 ‘한 마리 물소가
    되어 신도의 집에서 보시한 값을 치르겠다’라고 한 남전보원(南泉普願)의 이류
    중행(異類中行)이 대표적이다. 본서 1368則 주석17) 참조.
30) 주석5) 참조.
31) 영향(影響). 부질없고 근거가 없는 것을 비유하는 말.

 

[설화]

우뚝하게 높은 단하의 입장:실제이지(實際理地)에서는 티끌 하나도 용납하

지 않는다는 뜻이다.

믿을 만하고 의지할 만하구나:불사문(佛事門)에서는 하나의 법도 버리지 않

는다는 뜻이다.32) 만약 한편이 이겼고[得] 반대편은 졌다[失]는 관점에 따

라 헤아린다면 자신의 목숨이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이다.33)

손님 노릇을 제대로 할 줄 모르면 주인을 번거롭게 만드는 법이다:단하가 원주에

게 누를 끼쳐 도리어 부처님을 비방한 결과가 되어 그 재앙을 당했다는

뜻이다.

白雲:立處孤危者, 實際理地, 不受一塵也. 可信可憑者, 佛事
門中, 不舍一法也. 若也得失商量, 自己性命在別人手裏也. 不
會作客云云者, 丹霞累他院主, 反成謗佛, 以受其殃也.
32) 어떤 분별도 허용하지 않는 무차별의 궁극적 경지는 실제이지(實際理地)라 하
    고, 불법을 펼치기 위하여 다양한 차별의 방편을 베푸는 입장은 불사문(佛事門)
    또는 건화문(建化門)이라 한다.『景德傳燈錄』권20「鄧州中度傳」大51 p.369b17
    등에 나오는 말에서 빌려온 것이다. “실제이지에서는 하나의 티끌도 용납하지
    않지만, 불사문에서는 하나의 법도 버리지 않는다.”(『天聖廣燈錄』권19「廬山護
    國章」卍135 p.788b3. 實際理地, 不受一塵;佛事門中, 不捨一法.)
33) 단하가 불법을 더 잘 알아 이겼고, 원주가 졌다고 생각한다면 이 공안의 본질적
    뜻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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