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법에 머무는 지혜
1-1. [연(緣)을 받아들이는 데서의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서인가?
무명은 형성력(行)의 일어남(生)이 의존하는 것이며, 이어짐이 의존하는 것이며, 드러난 모습(因相)이 의존하는 것이며, 지속하는 힘이 의존하는 것이며, 결합이 의존하는 것이며, 장애가 의존하는 것이며, 모여 일어남(集)이 의존하는 것이며, 원인이 의존하는 것이며, 연(緣)이 의존하는 것이다. 이들 아홉의 모습으로 '무명은 연이며, 형성력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과거세에도 미래세에도 무명은 형성력의 일어남이 의존하는 것이며, 이어짐이 의존하는 것이며, 드러난 모습이 의존하는 것이며, 지속하는 힘이 의존하는 것이며, 결합이 의존하는 것이며, 장애가 의존하는 것이며, 모여 일어남이 의존하는 것이며, 원인이 의존하는 것이며, 연이 의존하는 것이다. 이들 아홉의 모습으로 '무명은 연이며, 형성력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주) 연의 받아들임(paccayapariggahe)란 '연(緣. paccaya)'과 '받아들임(섭수.攝受 pariggahe)'이라는 두 단어를 소유복합어로 번역한 것이다. 'pariggahe'라는 말은 '받아들이다, 껴안다, 의미를 파악하다'라는 뜻이다. 이어지는 본문의 내용에 따르면 본 문장에서 이를 받는 말인 '법에 머무는 지혜(dhammatthitinana)'는 12연기의 각 지분이 순차적으로 앞의 지분에 의존하고 있음을 아는 지혜, 즉 교리체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기법에 대한 지혜를 말한다.
1-2. 형성력은 의식(識)의 ··· 의식은 정신적.물질적 요인(명색)의, 정신적.물질적 요인은 여섯 터전(육입처)의, 여섯 터전은 닿음(촉)의, 닿음은 느낌의, 느낌은 갈애의, 갈애는 집착의, 집착은 있음(有)의, 있음은 태어남의, 태어남은 늙음과 죽음의 일어남이 의존하는 것이며, 이어짐이 의존하는 것이며, 드러난 모습이 의존하는 것이며, 지속하는 힘이 의존하는 것이며, 결합이 의존하는 것이며, 장애가 의존하는 것이며, 모여 일어남이 의존하는 것이며, 원인이 의존하는 것이며, 연이 의존하는 것이다. 이들 아홉의 모습으로 '태어남은 연이며, 늙음과 죽음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과거세에도 미래세에도 태어남은 늙음과 죽음의 일어남이 의존하는 것이며, 이어짐이 의존하는 것이며, 드러난 모습이 의존하는 것이며, 지속하는 힘이 의존하는 것이며, 결합이 의존하는 것이며, 장애가 의존하는 것이며, 모여 일어남이 의존하는 것이며, 원인이 의존하는 것이며, 연이 의존하는 것이다. 이들 아홉의 모습으로 '태어남은 연이며, 늙음과 죽음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주) 여기에서 말하는 '의식'이란 '12연기'의 세 번째 지분에 속한 'vinnana'의 번역어이다. 한역에서 'vinnana'는 통상 '식'이라고 하는 단일한 용어로 번역되고 있지만, 본 연구자는 그 쓰임에 따라 이를 달리 번역애 주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vinnana'의 사전적 정의는 '외부의 대상을 식별.요벌.인식하는 작용'이다. 이와 같은 'vinnana'는 초기불교에서 여섯가지 종류로 나누어지는 바 '눈(cakkhu)'. '귀(sota)'. '코(ghana)'. 혀(jivha)'. 몸(kayo)'. '마음(mano)'. 이라고 하는 여섯 가지 '감각요인(photthabba)'에 의해 '시각대상(rupa)'. '소리(sadda)'. '냄새(gandha)'. '맛(rasa)'. '감촉(photthabba)'. '마음현상(dhamma)''등의 여섯 가지 '대상적 요인(visaya)'을 식별하고 요벌하는 '눈에 의한 식별(cakkhuvinnana)'. '귀에 의한 식별(sotavinnana)'. '코에 의한 식별(ghanavinnana)'. '혀에 의한 식별(jivhavinnana)'. '몸에 의한 식별(kayavinnana)'. '마음에 의한 식별(monovinnana)' 등의 여섯 가지를 말한다.
이들 여섯 가지의 'vinnana'눈 위에 언급된 여섯 가지의 '감각요인' 그리고 여섯 가지의 '대상적 요인'과 더불어 세계를 성립시키는 구성원인 '18계(attharasa dhatuyo)'의 세부적 구성요소가 된다. 즉 이때의 'vinnana'는 '계(dhatu)'라고 하는 18가지의 '원리(priciple)'를 이루는 것으로서 '요소(element)'의 의미로 사용된다. 본 텍스트에서는 이 경우의 'vinnana'를 '식별'이라는 말로 번역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던 바 I.마하박가 I.제1장4-1절 등에 나오는 'vinnana'는 '인간을 이루를 다섯 가지 구성요소' 즉 '다섯 온(pancakkhandha)'중의 하나로서, '감각요인'및 '대상적 요인'의 다양성에서 기인하는 '여섯 가지 종류의 것'이라는 면을 탈피한 개념이다. 또한 이때의 'vinnana'는 '물질적 요소(rupa)'에 대비되는 '정신적 요소(nama)'로 분류되어, '마음의 작용9operation of mind)'이라고 하는 성격이 부각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원리로서의 18계에서와는 달리 인간 삶의 실존적 측면이 부가된 개념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의 'vinnana'에 대해서는 '식별작용'이라는 술어로써 달리 구분하여 번역한다.
그런데 본 대목에서의 'vinnana'는 '12연기'의 지분을 이루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12연기란 고통스러운 범부중생들의 삶이 성립되고 와해되는 과정을 12가지 순차적인 지분에 의한 연기의 이법을 통해 밝히는 법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그것에 앞선 지분인 '형성력(행. sankhara)'과, 다시 그것을 조건으로 하여 발생하는 '정신적.물질적 요인(namarupa)'등과의 연관성을 고려해야만 하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이때의 'vinnana'는 '정신적.물질적 요인'의 의지처로서, '식별' 혹은 '식별작용'보다 더욱 포괄적인 내용을 지닌다 할 수 있는 '의식(consciousness)'이라는 용어로써 이를 번역한다.
2. '무명은 원인(因)이며, 형성력(行)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과거세에도 미래세에도 무명은 원인이며, 형성력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형성력은 원인이며, 의식(識)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 의식은 원인이며, 정신적.물질적 요인(명색)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정신적.물질적 요인은 원인이며, 여섯 터전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여섯 터전은 원인이며, 닿음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닿음은 원인이며, 갈애는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갈애는 원인이며, 집착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집착은 원인이며, 있음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있음은 원인이며, 태어남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태어남은 원인이며, 늙음과 죽음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또한 이들 두 법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과거세에도 미래세에도 태어남은 원인이며, 늙음과 죽음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도한 이들 두 법은 원인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3. '무명은 연(緣)하는 것이며, 형성력(行)은 연하여 생겨난 것(연기생. 緣起生)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과거세에도 미래세에도 무명은 연하는 것이며, 형성력은 연하여 생각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형성력은 연하는 것이며, 의식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며 ··· 의식는 연하는 것이며, 정신적.물질적 요인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며, 정신적.물질적 요인은 연하는 것이며, 여섯 터전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며, 여섯 터전은 연하는 것이며, 닿음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며, 닿음은 연하는 것이며, 느낌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며, 느낌은 연하는 것이며, 갈애는 연하여 생겨난 것이며, 갈애는 연하는 것이며, 집착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며, 집착은 연하는 것이며, 있음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며, 있음은 연하는 것이며, 늙음과 죽음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緣)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과거세에도 미래세에도 태어남은 연하는 것이며, 늙음과 죽음은 연하여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연하여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4. '무명(無明)은 연이며, 형성력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과거세에도 미래세에도 무명은 연이며, 형성력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형성력은 연이며, 의식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 의식은 연이며, 정신적.물질적 요인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정신적.물질적 요인은 연이며, 여섯 터전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여섯 터전은 연이며, 닿음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닿음은 연이며, 느낌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느낌은 연이며, 갈애는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갈애는 연이며, 집착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집착은 연이며, 있음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있음은 연이며, 태어남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태어남은 연이며, 늙음과 죽음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과거세에도 미래세에도 태어남은 연이며, 늙음과 죽음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또한 이들 두 법은 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라고 연을 받아들이는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
5. 무명은 어리석음으로서 이전의 존재가 지은 업에 관련된다. 형성력은 이전의 존재가 지은 업의 지속하는 힘이다. 갈애는 지속하는 힘에 의한 갈망이다. 집착은 갈망에 의한 다가감이다. 있음은 다가감에 수반된 의도이다. 이들 다섯 법은 이전의 존재가 지은 업에 속하며, 이 세상에서의 생명의 맺음을 위한 연이다. 의식은 이 세상에서의 생명의 맺음이다. 정신적.물질적 요인(명색)은 생명의 맺음에 의한 나타남이다. 터전은 나타남에 의한 맑게 드러남이다. 닿음은 맑게 드러난 것에 의한 접촉이다. 느낌은 접촉에 의해 느끼는 것(感修.감수)이다. 이들 다섯 법은 이 세상에 생겨난 존재에 속하며, 과거에행해진 업을 연으로 한다. 이 세상에서의 숙성됨은 무명으로서 어리석음이며 터전(處)에 관련된다. 형성력은 지속하는 힘이다. 갈애는 갈망이다. 집착은 다가감이다. 있음은 의도이다. 이들 다섯 법은 이 세상에서의 업에 의한 존재에 속하며, 미래의 생명의 맺음을 위한 연이다. 의식은 미래의 생명의 맺음이다. 정신적.물질적 요인은 나타남이다. 터전은 맑게 드러남이다. 닿음은 접촉이다. 느낌은 느끼는 것이다. 이들 다섯 법은 미래에 생겨날 존재에 관련되며, 이 세상에서 행해진 업을 연으로 한다. 이들 네 겹의 삼세에 대해 20가지 모습으로 셋이 결합된 연기를 알고, 보고, 알아치라고, 꿰뚫는다. 그와 같이 알고 있는 의미에서 지혜(智)이며, 알아차린다는 의미에서 혜(慧)이다. 그러므로 말한다. [연을 받아 들이는 데서의 혜로서 법에 머무는 지혜가 있다]고.
주) '맑게 드러남(pasado)'이라는 말의 원어인 'pasada'는 산스끄리뜨어의 'prasada'와 동의어로, 원래는 '물이 맑다' 혹은 '소리가 청량하다'라고 할 때의 '맑음'이라든가 '청량함'을 나타낼 때 사용된 말이다. '눈과 시각대상'.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감촉'. '마음과 마음현상'등의 '여섯 터전'의 속성을 이와 같이 '맑게 드러남'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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