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밀린다 팡하

3. 해탈하면 지식은 없어지는가

실론섬 2015. 3. 13. 17:36




3. 해탈하면 지식은 없어지는가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지식을 갖는 자는 지혜도 갖습니까. 

[존자] 그러합니다. 대왕이여. 

[대왕] 지식과 지혜는 둘 다 같은 것입니까. 

[존자] 그러합니다. 

[대왕] 그렇다면, 지식과 함께 지혜를 갖는 사람은 당혹(當惑)되는 일이 있습니까. 또는, 없습니까. 

[존자] 어떤 일에 대해서는 당혹되고 어떤 일에 대해서는 미혹되지 않습니다. 

[대왕] 어떤 일에 대해서 당혹되고 어떤 일에 대해서 당혹되지 않습니까. 

[존자] 아직 배우지 않은 기술의 영역이나,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지방이나, 아직 들어보지 못한 명칭과 술어 등에 대해서는 당혹될 것입니다. 

[대왕] 어떤 일에 대하여 당혹되지 않습니까. 

[존자] 통찰(智慧)에 의하여 달관(達觀)한 것 즉, (무상이다)(고다)(무아다) 하는 데 대해서는 당혹되지 않을 것입니다. 

[대왕] 그렇다면, 깨친 사람의 미망(痴)은 어디로 갑니까. 

[존자] 지혜가 생기자마자 곧 미망은 사라져 버립니다. 


[대왕] 비유를 하나 들어주십시오. 

[존자] 사람이 어둔 방 안으로 등불을 가져 왔을 때 어둠이 사라지고 밝음이 나타나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렇다면 지혜는 어디로 갑니까. 

[존자] 지혜는 자신의 해야할 일을 성취하자마자 곧 사라집니다. 그러나, 지혜에 의하여 성취된, (무상이다) (고다) (무아다)라고 하는 깨침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대왕] 존자여, 방금 말씀에 대하여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어떤 사람이 밤중에 서기에서 등불을 밝혀 편지를 쓴 다음, 등불을 끄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 경우 등불은 꺼져도 편지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지혜는 사라지지만 지혜에 의하여 성취된 (무상) (고),(무아)의 깨침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대왕] 다시 한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동쪽 어떤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5개의 물병을 준비해 두었다가 화재가 일어나면 끄는 풍속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집에 불이 나면 그 5개의 물병을 집에 내 던져 불을 끈다고 합니다. 불이 꺼진 다음에도 그 사람들은 물병을 계속 사용하려고 생각하겠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존자여. 물병들은 이젠 소용없습니다. 불을 끈 다음에 물병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5개의 물병은 5개의 뛰어난 수행력, 즉 신앙,정진,전념,정신 통일,지혜와 같고 시골 사람들은 수행자와 같으며, 불은 번뇌와 같습니다. 5개의 물병으로 불을 끄는 것과 같이 5개의 뛰어난 수행력에 의하여 모든 번뇌불을 끕니다. 이리하여 이미 없어진 번뇌는 두 번 다시 일어나는 일이 없습니다. 


[대왕] 또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이를테면 의사가 약초로 만든 다섯 가지 약을 환자에게 먹여 병을 낫게 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 경우 병이 나은 다음에도 의사는 다시 그에게 약의 효과를 보이려고 생각하겠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약은 이제 할 일을 다했습니다. 병이 나은 사람에게 약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꼭 그와 같습니다. 다섯 가지 약은 5개의 뛰어난 수행력과, 의사는 수행자와 병은 번뇌와 환자는 범부(凡夫)와 같습니다. 다섯 가지 약에 의하여 병이 낫는 것처럼 5개의 뛰어난 수행력에 의하여 모든 번뇌는 없어지며, 지혜는 사라지지만 성취된 깨달음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대왕] 또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전쟁에 용감한 병사가 싸움터에 나가 5개의 화살을 쏘아 적을 격파했다고 합시다. 용사는 그 이상 계속 화살을 쏠 필요가 있겠습니까. 

[대왕] 아닙니다. 화살에 의한 일은 이미 다했습니다. 무엇때문에 더 필요가 있겠습니까. 

[존자] 대왕이여, 꼭 그와 같습니다. 5개의 화살에 의하여 적군이 격파되는 것처럼, 5개의 뛰어난 수행력에 의하여 모든 번뇌가 타파되고, 타파된 번뇌는 두 번 다시 일어나는 일이 없습니다. 이같이, 지혜는 할 일을 마치자마자 곧 없어지지만 그 지혜에 의하여 성취된, (무상이다), (고다), (무아다)라고 하는 깨침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