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 논문및 평론/율장

율장 건도부 분석에 의한 승가의 지도자상 정립/이 자랑

실론섬 2015. 5. 7. 12:39

율장 건도부 분석에 의한 승가의 지도자상 정립

(본 논문은 2010년 4월 30일(금), 대구 불광사에서 불교교단사연구소와 법륜교수불자회 주최로 열린 ‘승가의 지도자상과

한국불교의 전통’ 세미나에서 구두 발표한 원고를 일부 수정․보완한 것임.)

이자랑/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Ⅰ 서론. 

Ⅱ 갈마 진행자의 덕목. 

Ⅲ 교육 지도자 화상의 덕목.

 Ⅳ 결론.

 

요약문 

본 논문은 쟁사갈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사인과 행주인, 그리고 교육 지도자인 화상이라는 직위를 중심으로 승가의 이상적 지도자상에 대해 고찰한 것이다. 단사인과 행주인은 승가에 쟁사가 발생했을 경우, 붓다가 설한 법과 율에 근거하여 여법한 판단을 내리고 이를 근거로 대중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은 비구들이다. 또한 화상은 신참 출가자들을 교육시켜 여법한 수행자를 길러내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비구들이다.

 

빨리율 및 한역율에 나타나는 이들의 자격 요건을 살펴본 결과, 단사인과 행주인, 그리고 화상 간에는 그 소임의 특징 상, 전자의 경우에는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하여 대립하는 두 파를 이해시키고 설득시켜 사태를 가라앉힐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마음이나 분노, 어리석음, 두려움과 같은 삿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판단을 그르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 후자의 경우에는 제자를 세심하게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이 각각 강조되고 있다.

 

율장 건도부 에서 거론하는 이 조건들로부터 승가의 지도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올바른 행과 여법한 가르침으로 사람들을 감화시켜 진리로 인도할 수 있는 능력’이다.

 

Ⅰ. 서론

 

빨리『마하빠리닙바나숫딴따(Mahāparinibbānasuttanta)』1)에 전해지는 붓다의 말로부터 알 수 있듯이, 붓다에게는 자신이 승가를 이끌고 있다는 통솔자 내지 지도자로서의 의식은 없었다. 자신의 입멸로 인해 제자들이 스승을 잃어버렸다 여기며 방황할 것을 우려하는 아난다의 마음을 안 붓다가 남긴 마지막 유언은 '자신이 설하고 제정한 법과 율을 스승으로 삼고 정진하라'는 당부였다.

 

붓다는 승가를 통치하는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자신에게 두지 않았으며, 자신의 뒤를 이어 승가를 이끌어갈 특정 후계자를 지명하는 것도 거부했다.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특정한 제자에 의해 공동체가 운영되는, 말하자면 중앙집권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붓다가 원했던 것은 자신이 설한 법과 율에 근거하여 구성원 모두가 합의해서 도출해낸 결정에 따라 승가가 운영되는 것이었다.

1)『디가니까야』 「마하빠리닙바나숫딴따」 에 의하면, 붓다는 당시 왓지족이 실천하고 
   있던 7不衰退法을 승가에도 그대로 적용시켜 실천을 권하고 있다. 이를 보면, 승가는 
   각 구성원의 의사가 존중되는 민주적인 집단임과 동시에, 승가를 이끌어가는 장로 내
   지 지도자격의 비구들에 대한 존경이 강조되는 공동체임을 알 수 있다. DN Ⅱ pp.73-77.

 

붓다의 이러한 생각은 現前僧伽(sammukhībhūtasaṃgha)라는 한정된 단위의 승가 안에서 효율적 승가란 원래 붓다 당시에 상공업자의 조합이나 정치상의 단체, 종교 단체등, 다양한 성격의 단체를 가리키는 말로 폭 넓게 사용되고 있었다.2) 현전승가란 동서남북으로 표식을 정해 경계(sīmā)를 설정하고, 그 경계에 속한 비구들을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보는 것이다. 사실상 율장의 모든 규정은 현전승가를 기준으로 제정되고 있다. 하나의 현전승가에 속한 비구들은 갈마라는 회의 형식을 통해 모든 사안을 만장일치로 함께 결정하고 이 결정에 절대적으로 따라야 한다.

2) 승가란 원래 붓다 당시에 상공업자의 조합이나 정치상의 단체, 종교 단체 등, 다양한 
   성격의 단체를 가리키는 말로 폭 넓게 사용되고 있었다. 불교에서는 이전부터 사용되
   고 있던 승가라는 말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이 단체들의 운영 방법이나 의사 결정 방
   법도 채용하여 불교 승가 운영에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승가의 원어인 상가
   (saṃgha)는 ‘함께’라는 의미를 지니는 saṃ이라는 접두어와 ‘운반하다, 가지고 오다’
   라는 의미의 √hṛ라는 동사로 이루어진 말로, 그 의미는 ‘함께 운영하는 집단’이다. 
   이로부터 승가는 자연히 형성된 단순한 집단이 아닌, 공통된 목적을 지니는 조직체
   로서의 집단임을 엿볼 수 있다. 平川彰(1964) pp.3-10.

 

이는 곧 현전승가라는 하나의 공동체가 그 승가의 구성원을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되는 것으로, 이런 점에서 본다면 승가의 지도자는 현전승가라는 하나의 단위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 모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상 승가 역시 이끌어 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고 승가에 군림하려는 자는 필요 없지만, 붓다와 그 직제자들이 그랬듯이 법과 율에 근거하여 올바른 판단력과 지도력으로 구성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해 나갈 수 있는 존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3)

3) 율장에는 ‘붓다를 우두머리로 하는 비구 승가’라는 표현이 종종 보이는데, 이때 우두머리
   라고 번역한 빠무카(pamukha)는 단지 첫 번째라는 순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nāyaka나 
   vināyaka와 같은 말의 동의어로서, ‘이끌다, 지도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사용된다. 주석서
   에서는 이 ‘붓다를 우두머리로 하는’이라는 말을 ‘붓다를 지도자로 하고, 붓다를 승가의 
   상좌로 해서 앉아 있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buddhapamukhaṃ bhikkhusaṃghaṃ/’
   (Vin Ⅰ p.38, 213; Ⅱ p.28, 147; Ⅲ p.11; Ⅳ p.74 등); ‘buddhapamukhan ti 
   Buddhapariṇāyakaṃ Buddhaṃ saṃghattheraṃ  katvā nissinnan ti vuttaṃ hoti.’ (Smp
  Ⅰ p.200.) 율장에는 보통 500명의 비구로 이루어진 대비구승가, 1,000명, 1,250명, 그리
   고 숫자는 보이지 않지만 대비구승가 등 붓다가 직접 지도했을 것으로 보이는 승가가 등
   장하는데, 이는 붓다의 대제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불제자를 우두머리로 하는 승
   가가 있어, 예를 들어 ‘사리뿟따와 목갈라나를 우두머리로 하는 승가'처럼 붓다 대신 불
   제자의 이름을 넣어 사용한다. Sāriputtamoggallānapamukho bhikkhusaṃgho’(Vin Ⅱ 
   p.14; Ⅲ p.183 등). 붓다 재세 당시부터 이미 각 지역을 중심으로 성립한 현전승가가
    하나의 단위로 기능하면서 뛰어난 불제자들을 중심으로 개개의 승가가 운영되고 있
   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森章司(2008) p.11.

 

승가의 지도자상은 누구보다 붓다와 그의 대제자들을 중심으로 고찰하는 것이 正道이겠지만, 율장에서는 이들이 지도자로서 갖추고 있던 덕목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기술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이들이 지도자로서 보여준 모습을 찾아내고 이를 근거로 지도자상을 논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상당히 자의적인 해석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좀 더 명확하게 그 덕목이 거론되는 직위를 중심으로 승가의 지도자상을 논해 보고자 한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붓다와 그 대제자들의 입멸 후 승가는 붓다가 의도했던 대로 현전승가 단위로 철저하게 운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현전승가의 운영상 최대 특징은 갈마이다. 동일한 경계 안의 모든 비구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항에 의해 승가는 운영되었던 것이다. 단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만장일치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결론은 여법한 만장일치로 맺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갈마가 만장일치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들어 ‘승가는 민주주의적으로 운영되었다’고들 하지만, 이는 한 단면만을 본 것이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갈마는 반드시 여법한 결론으로 매듭 지어져야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붓다가 남긴 법과 율에 근거하여 대중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줄 지도자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갈마의 결과를 여법한 쪽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며, 이 지도자는 당연히 갈마와 깊은 관련을 지닐 것으로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시각에서 본 논문에서는 승가에 다툼이 일어났을 때 붓다의 법과 율에 근거하여 이를 가라히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斷事人(ubbāhika)과 行籌人(salāgahāpaka)을 중심으로 승가의 지도자상에 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한편 갈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구 외에,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지도자로 和尙(upajjhāya)이 있다. 화상은 일정 기간 비구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자인데, 한번 화상과 제자로 인연을 맺으면 그 관계는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그 과정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단사인이나 행주인과는 달리, 대중 전체를 대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도자는 아니지만, 신참 출가자를 교육시켜 여법한 수행자로 길러낸다는 점에서 지도자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본 논문에서는 갈마 진행자와 교육 지도자라는 이 두 가지 소임을 맡은 비구들을 중심으로 승가의 지도자상을 고찰해 보고자 한다. 단, 율장 가운데서도 건도부 를 중심으로 논하게 되는데 이는 출가자 개인의 행동을 규정한 조문 모음집인 바라제목차 나 경분별 에 비해, 승가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할 조문을 담고 있는 건도부 가 승가라는 공동체의 운영 실태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이 점에서 지도자상을 찾고자 하는 본고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Ⅱ. 갈마 진행자의 덕목 -쟁사갈마를 중심으로

 

갈마4) 란 승가에서 행하는 각종 의식의 작법을 일컫는 말로, 율에 의하면 승가에서는 모든 사안을 반드시 갈마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갈마는 그 내용에 따라 諍事갈마와 非諍事갈마의 2종으로 분류된다. 쟁사갈마란 비구들 간에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리는 갈마이며, 비쟁사갈마란 포살이나 자자와 같은 일상적인 행사나 소임을 맡을 비구의 선출, 계의 설정 등과 같은 일상적인 사안에 대해 승가 구성원의 동의를 얻기 위해 열리는 갈마이다. 쟁사갈마이든 비쟁사갈마이든 갈마를 이끌어갈 사회자 역할의 비구가 필요한데, 이 비구가 바로 羯磨師이다. 갈마사의 선발은 갈마 형식 가운데 비교적 간단한 白二갈마(ñattidutiyakamma)를 통해 이루어진다.

4) 갈마는 안건의 고지와 이에 대한 찬부 확인이라는 두 가지 절차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
   인데, 그 구체적 실행 방법을 둘러싸고 4종으로 나뉜다. 즉, 구청갈마(求聽羯磨, 
   apalokanakamma), 백갈마(白羯磨, ñattikamma), 백이갈마, 백사갈마이다. 이 가운
   데 구청갈마와 백갈마는 찬부를 확인하는 절차 없이 이루어진다. 즉, 구청갈마는 이
   미 결정된 내용에 대해 허락 내지 승인을 받기 위해 승가에 의무적으로 알리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안건의 고지도 안건에 대한 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필요 없다. 백
   갈마는 회의의 안건, 즉 백(白, ñatti)만을 읊는 것으로 찬반을 확인하는 갈마설은 
   읊지 않는 것으로, 집회의 통지 등에 사용된다. 따라서 정식갈마는 백이갈마와 백
   사갈마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백이갈마는 안건의 고지 후, 1회 찬부를 묻는 
   방법으로 실행되는 갈마로 결계(結界)등에 사용된다. 백사갈마는 갈마의 형식 중
   에서 가장 복잡한 것으로, 안건의 고지 후, 3회에 걸쳐 반복하여 찬부를 묻는 방
   법이다. 구족계 수여 등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일상적인 내용의 갈마의 경우에는 갈마사의 자격 조건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빨리율에서는 갈마를 진행하는 비구를 나타낼 때 특별한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총명 유능한 비구(vyatta bhikkhu paṭibala)’라고만 표현하며,9) 그 자격 조건에 관해 특기하고 있지 않다. 회의를 이끌어갈 정도의 능력과 총명함을 갖추고 있는 자이면 되는 것이다. 이는 『사분율』의 다음 기술을 통해서도 추측해 볼 수 있는 바이다.

 

그때 한 비구가 수계자를 데리고 계 밖으로 나가서 상좌에게 ‘안건을 고지하시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상좌는 ‘내가 이전에는 고지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못 하겠소’라고 대답했다. 다시 중좌와 하좌에게 ‘안건을 고지하시오’라고 말했다. 그들 역시 ‘내가 이전에는 고지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못 하겠소’라고 대답했고, [결국] 계를 받지 못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가서 이 일을 상세히 고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이후, 법랍 5세가 된 비구는 안건의 고지와 갈마설을 외우되 막힘이 없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자는 법대로 다스려라.’ 

5)『사분율』(TD 22) p.805a.

 

이 기술은 적어도 법랍 5세가 되면 누구라도 갈마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갈마 가운데서도 쉽게 의견 수렴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신중하고도 까다롭게 사회자를 선발하게 된다. 구성원이 민감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현명하게 일을 처리하여 결과를 승가 구성원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훌륭한 비구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중대한 소임을 맡게 되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斷事人(ubbāhika)과 行籌人(salāgahāpaka)이다. 단사인은 법과 율에 근거하여 여법한 판단을 내리고, 이에 근거하여 승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으며, 행주인 역시 쟁사의 결과를 자신들이 여법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이끌어 가야 할 의무를 안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갈마를 주재하는 비구들이야말로 승가의 실질적인 지도자라 할 수 있다. 이하, 이 두 가지 역할을 하게 되는 비구의 자격 요건에 관해 살펴보자.

 

1. 단사인의 덕목

율에 의하면, 승가에서 쟁사가 발생한 경우, 쟁사의 내용에 따라 적당한 해결법을 적용해서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 그 해결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7滅諍法(satta adhikaraṇasamathā dhammā)이라 불리는 7가지 분쟁 해결법이다. 쟁사는 보통 4종으로 분류되며 쟁사의 내용에 따라 적용하는 멸쟁법도 달라진다. 7멸쟁법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은 現前毘尼(sammukhāvinaya)이다. 현전(sammukha)이란 눈앞에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빨리율에 의하면, 현전비니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이 현전하고 있어야 한다. 즉 僧伽현전(saṃghasammukhatā)․ 法현전(dhammasammukhatā)․律현전(vinayasammukhatā)․人현전(puggalasammukhatā)의 네 가지이다. 이 중에서 승가현전이란 쟁사 판정을 위한 갈마를 하는 곳에 현전승가의 비구 전원이 참석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법현전이란 교법이, 율현전이란 율이 현전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법과 율이 현전하고 있다는 것은 이 두가지에 근거하여 쟁사가 해결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교법에 반하는 판정은 무효이며, 근거한 율의 조문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人현전이란 쟁사를 일으킨 원고측 비구와 피고측 비구가 모두 출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라도 결석한 자리에서는 쟁사 판정이 이루어질 수 없다. 반드시 양쪽 비구의 의견을 듣고 판단을 해야 하며, 쟁사를 일으킨 당사자들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갈마나 그 판정 결과는 무효임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현전비니는 쟁사 판정을 위한 법정의 성립에 반드시 필요한 네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이 법정에서 쟁사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정이 갖추어지면 회의를 진행하는 총명 유능한 비구, 즉 갈마사는 쟁사를 일으킨 양쪽 비구의 의견을 모두 듣고 승가의 비구들과 함께 법과 율에 근거하여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그 결정에 대해 문제의 당사자들이 납득하지 못할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또 다른 방법들을 적용해서 해결을 도모하게 되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단사인을 선발하여 위원회를 구성하고 쟁사를 검토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는 주로 교의․교리에 관한 쟁사일 경우에 적용되는 방법으로, 대립하는 양쪽으로부터 각각 대표비구를 선출하여 위원회를 구성하고, 거기서 문제가 되는 주장을 검토한 후 옳고 그름을 가려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단사인의 임명은 백이갈마로 이루어져 선발 과정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그 대상이 되는 비구들은 이미 모든 사람들이 이의 없이 동의할 정도로 당시 존경받는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단사인회에 의해 쟁사의 해결이 시도된 가장 대표적인 예는, 불멸 후 100년 경 웨살리에서 열린 제2결집이다. 왓지국 출신의 비구들이 실천하고 있던 10가지 행동이 과연 율에 맞는 것인가 아닌가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합법이라 주장하는 쪽에서 4명, 그리고 위법이라 주장하는 쪽에서 각각 4명의 장로 비구가 선발되어 단사인 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들이 10사 하나하나를 율장에 비추어 본 후 결론적으로 거의 대부분 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빨리율 칠백건도 에 의하면, 누구를 단사인으로 모시면 이길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던 비구들이, 당시 최대의 존경을 받고 있던 레와따존자에 대해 거론하며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레와따존자는 소레야라는 곳에 머물고 계시는데, 多聞이고, 阿含에 정통하며, 持法者이고, 持律者이며, 持母者이다. 또한, 현명하고, 총명하며, 지혜가 있고, [내외로]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며, 후회하는 마음을 낼 줄 알고, 學處에 대한 욕구가 있는 분이다.” 이 기술을 통해, 경․율․론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지혜를 지닌,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부끄러워하며, 참회할 줄 아는 마음을 지녔으며, 항상 율 학처를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욕을 지닌 자가 당시 최고의 지도자로서 존경받는 인물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는 단사인의 자격 조건에 관한 율장의 기술을 통해서도 그대로 나타난다.6)

6) sikkhākāmo의 sikkhā는 學, 훈련, 규칙 등의 의미를 지니는 말로, 빨리율에서는 
   ‘sikkhaṃ paccakkhātaka’라는 표현으로 곧잘 발견된다. 이 말은 ‘학처를 버린 
   자’라는 의미로, 다시 말하자면, 比丘性을 버린 자이다. Vin Ⅲ p.24에 의하면, 
   비구를 그만 두고 싶을 때는 이제 더 이상 수행할 의지가 없음을 다른 사람 앞
   에서 고백함으로써 捨戒, 즉 sikkhaṃ paccakkhātā가 성립된다고 한다. 이로써 
   비구는 비구 생활을 그만 두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율장에서 사용되는 sikkhā는 
   비구로서 배워야 할 것, 즉, 율 학처를 의미하며, sikkhakāmo는 율 학처를 배우고 
   실천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빨리율 멸쟁건도 에 의하면, 단사인의 자격 조건은 다음 10가지이다.

 

① 계를 구족한 자

② 바라제목차의 律儀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자

③ 行을 구족하여 사소한 죄에도 두려움을 보고, 학처를 지니고 배우는 자

④ 다문으로, 들은 바를 지니고, 들은 바를 축적하는 자

⑤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으며, 의미를 갖추고, 字句를 갖추며, 완전히 원만하고 청정      한 범행을 찬탄하는 것과 같은, 그러한 諸法을 많이 듣고 지니며, 말로 능숙하게 [표현하고], 마    음으로 숙고하고, 견해가 통달한 자

⑥ 양부(비구․비구니)의 바라제목차를 규칙과 그 의미로부터 상세히 잘 이해하고, 잘 분별하며, 철    저히 구사하고, 잘 결정하는 자

⑦ 율에 있어 능숙하고, 확고한 자

⑧ 자타 두 파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관찰하게 하고, 보게 하고, 믿게 할 수 있는 자

⑨ 쟁사의 발생과 지멸에 있어 능숙한 자

⑩ 쟁사를 알고, 쟁사의 발생을 알고, 쟁사의 滅盡을 알고, 쟁사의 멸진에 이르는 길을 아는 자

 

먼저, ①~③은 율을 잘 지키는가 아닌가를 문제시하고 있다. ‘② 바라제목차의 律儀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자’란, ‘바라제목차(pātimokkha)를 잘 지킴으로써 자신의 행동이 올바르게 유지되고, 이로 인해 스스로가 보호받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바라제목차란 비구 250계 학처를 모아놓은 조문집을 말하며, 율의(saṃvara)는 학처에 의해 자신의 행위가 규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④와 ⑤는 평소 들은 바가 많아 훌륭한 가르침을 많이 축적하고 있어, 그에 걸 맞는 말을 하고 마음이나 견해를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⑥과 ⑦은 율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에 근거한 올바른 판단력을 거론하고 있다. ⑧, ⑨, ⑩은 쟁사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대립하는 양측 비구들을 설득하고 납득시켜 쟁사를 가라앉힐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말한다.

 

한역 제 율에서도 거의 유사한 덕목을 들고 있다. 사분율에서는 ① 계를 구족한 자, ② 들은 것이 많은 자, ③ 二部의 계율을 잘 외우는 자, ④ 그 의미를 널리 이해하는 자, ⑤ 말을 잘 하며 말씨가 분명하여 능히 문답할 수 있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자, ⑥ 쟁사가 일어나면 능히 해결할 수 있는 자, ⑦ 정에 끌 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자, ⑧ 성내지 않는 자, ⑨ 두려워하 지 않는 자, ⑩ 어리석지 않은 자라는 10가지 조건을 들고 있 다.29) 한편, 『오분율』에서는 5가지 조건씩 2종을 들어, 전부 10가 지 조건을 제시한다. ① 다른 이의 말을 받아 화내지 않는 자, ② 다른 이의 말을 받아 잃지 않는 자, ③ 말의 뜻을 잘 살피는 자, ④ 말을 물을 때에 말하지 않는 것을 묻지 않는 자, ⑤ 말할 때 웃지 않는 자이다. 또 하나의 5가지 조건은 ⑥ 정에 끌려 한 쪽으 로 치우치지 않는 자, ⑧ 어리석지 않은 자, ⑨ 두려워하지 않는 자, ⑩ 몰래 속삭이지 않는 자이다. 『십송률』에서는 ① 정에 끌 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자, ② 성내지 않는 자, ③ 두려워하 지 않는 자, ④ 어리석지 않은 자, ⑤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경우와 판결을 내리지 말아야 할 경우를 아는 자, 이 5가지 조건을 든다. 

 

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단사인은 계율 을 잘 지켜 행이 올바르고, 율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판단력을 지 니고 있으며,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고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 며, 언어 표현이 명확하고, 쟁사 해결에 있어 삿된 감정을 넣지 않 고 현명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법랍이 전혀 문제시되고 있지 않 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승가는 법랍 순으로 대부분의 일들이 이 루어지며 연장자에 대한 존경과 예우를 강조하지만, 승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경우에는 법랍의 많고 적음을 떠나 위와 같은 구체적인 조건을 만족시키는 비구가 선발되었던 것이다. 이는 승가가 붓다의 법과 율에 근거하여 如法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기본 방침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점은 이하 언급할 행주인의 예에서 더욱 더 명확하게 확인해 볼 수 있다.

 

2. 행주인의 덕목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의․교리에 관한 쟁사의 경우, 현전비니로 해결이 안 될 경우 단사인회를 구성해서 해결하게 되어 있는데, 이 단사인회에 의해서도 쟁사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多人語(yebhuyyasikā)이다. 다인어란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쟁사를 해결하는 방법인데, 이때 투표를 실행하는 사회자가 바로 행주인이다. 行籌(salākagāha)란 투표를 실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승가에서는 투표를 할 때 사람 수를 헤아리기 위해 나무나 대나무, 금속 등으로 크기나 색깔 등을 달리해서 만든 籌(salāka)를 가지고 투표한다.33) 빨리율에 의하면 단사 위원회에 의해서도 쟁사가 해결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승가가 투표 관리자인 행주인을 선발하여 다수결에 의해 쟁사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다인어가 현대의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다수결의 방법과는 본질적으로 의도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이다. 즉, 다인어는 결론을 내기 어려울 때 투표 결과에 따라 무조건 다수의 의견을 채택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다수결은 다수결로 하되 반드시 여법설자에 의한 다수결로 쟁사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실행된다. 그리고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법설자와 비법설자의 구별은 절대적으로 행주인으로 선발된 비구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행주인은 자신이 여법설자로 판단한 비구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도록 투표의 결과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다. 결국 승가는 가장 여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행주인을 선발해야 하고, 행주인은 자신의 임무를 완성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종의 행주 방법 가운데 秘密행주(gūḷhaka-salākagāha)라는 것을 보면, 행주인으로 선발된 비구는 유색․무색의 주를 만들어 비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서 각 주가 어떤 주장을 하는 비구의 주인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비구가 주를 집으면 아무에게도 보이지 말라고 당부한다. 만약 행주의 결과, 비법설자의 것이 많다고 판단되면 그 결과는 무효로 돌리고, 여법설자의 것이 많다고 판단되면 결과를 승가에 고한다.7)

7)『사분율』에서는 이를 覆藏行舍羅라고 하며, 예를 들어 如法의 비구가 많지만, 
   화상이나 아사리가 不如法者일 때에 화상이나 아사리가 주를 집는 것을 보고 
   일반 비구도 이를 따라할 수 있으므로, 누가 어떤 주를 집었는가를 모르게 하기 
   위한 투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사분율(TD 22) p.919b

 

이와 같이 다수결이라고는 해도 쟁사는 반드시 여법설자의 의견에 따라 해결되어야 하며, 만약 투표 결과 비법설자가 많은 경우에는 그 결과를 채용하지 않고 파기한 후 다시 행주하여야 한다. 이것은 한역 제 율의 입장도 동일하다. 특히, 『마하승기율』에서는 행주의 결과 비법설자가 많으면 해산시켜야 하는데, 만약 비법설자들이 그것을 눈치 채고 해산하지 않으려고 하면 정사 근처의 빈집에 불을 놓아 모두 흩어지게 한 후에, 그 틈을 타서 다시 근처에 사는 여법설자들을 불러 모아 행주를 해야 한다고 한다고까지 기술하고 있어, 다수의 여법설자에 의해 해결된 쟁사의 결과만을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강력한 입장을 엿볼수 있다.8)

8)『사분율』(TD 22) p.919a.『사분율』에서는 행주가 끝나면 행주인이 주를 다른 
   곳에서 헤아린 후, 여법설자의 표가 많은 경우에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예를 갖추고 즉시 그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한다.

 

일견 공정하지 못하게 느껴지는 이 규정으로부터, 승가의 쟁사 해결의 기준은 오로지 붓다가 남긴 법과 율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비법비율의 설은 아무리 다수의 설이라도 채용해서는 안 되며, 오로지 붓다가 남긴 법과 율에 근거하여 如法如律하게 이루어진 판정만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이것은 한역 제 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설사 다수가 원하는 의견이 아닐지라도 교법이나 율에서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과 율에 근거하여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려 줄 수 있는 총명 유능한 비구야말로 승가를 올바르게 이끌어 가는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빨리율 멸쟁건도 에 의하면, 행주인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다음 5가지이다.

 

① [올바르지 못한] 의도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 자(yo na chandāgatiṃ gaccheyya)

② 성냄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 자(yo na dosāgatiṃ gaccheyya)

③ 어리석음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 자(yo na mohāgatiṃ gaccheyya)

④ 두려움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는 자(yo na bhayāgatiṃ gaccheyya)

⑤ 투표를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할 줄 아는 자(yo gahitāgahitañ ca jāneyya)

 

정확하고도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해서 여법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므로, 행주인의 자격으로는 무엇보다 [올바르지 못한] 의도(chanda), 분노(dosa), 어리석음(moha), 두려움(bhaya)과 같은 잘못된 감정의 배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올바르지 못한] 의도라고 번역한 chanda는 초기경전에서 ‘행위를 하기 위한 의지’나 ‘행위를 하기 위한 욕구’ 등 대상을 향하여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는 심리적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며, 부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 등장하는 chanda는 한쪽으로 치우친 애정으로 인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잘못된 결과에 대한 의도, 다시 말해, 여법하지 못한 측이이기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갈마를 진행시키는 심리적 욕구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한편, 『사분율』에서는 이 말을 ‘愛’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한 쪽으로 치우친 판단을 내리게끔 만드는 情과 같은 감정을 의미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투표를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할 줄 아는 자’란, 다인어를 실행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할 줄아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비법설자가 많다고 알고 있거나 추측될 때, 승가가 분열할 것을 알고 있거나 추측될 때, 혹은 비법이나 不和合으로 투표할 때 등의 10가지 경우에는 다인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분율』등, 한역율의 기술도 거의 일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인어라는 쟁사 해결법은 행주인의 판단 아래 여법설자 쪽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원칙하에 실행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기에 불리한 조건이거나, 혹은 무리한 조정으로 인해 승가가 분열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피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 승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승가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승가의 가장 대표적 지도자인 단사인과 행주인이 갖추어야 할 자격 요건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역할에 따라 양자의 자격 요건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율에 대한 이해와 실천을 기반으로 삿된 감정 없이 현명하게 승가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만은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Ⅲ. 교육 지도자 화상의 덕목

 

승가 운영과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지도자는 출가자의 교육을 담당하는 인물인 和尙(혹은 和上, upajjhāya)으로, 이는 승가 생활 전반에 걸쳐 출가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비구이다. 화상은 사미의 출가 의식이나 비구의 수계 의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이후 출가자가 승가 생활에 잘 적응해 갈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지도를 맡는 스승이다. 빨리율 대건도 에 의하면, 사리불과 목건련의 귀의 등, 불교 승가에 입단하는 자들이 많아져 승가의 규모가 커질 무렵, 스승의 지도를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비구들은 가사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방법도 모르고 위의도 없어, 걸식에 나가 출가수행자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여 사람들의 비난을 산 것을 계기로 화상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일은 전해들은 붓다는 화상을 둘 것을 제정하고, 화상은 제자 돌보기를 자식처럼, 제자는 화상 돌보기를 아버지처럼 생각하라고 했다.

 

그런데, 어리석은 자, 혹은 법랍 1년 밖에 안 된 비구들이 화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구족계를 주거나, 의지(nissaya)를 삼거나9), 사미를 돌보기 위해서는 ‘총명 유능한 법랍 10세 이상’의 비구라야 한다는 규정이 확정된다. 따라서 모든 비구가 다 화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화상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처음에는 단지 법랍(法臘) 10년 이상, 즉 비구가 된 지 10년 이상 지난 자로서 제자를 교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라면 화상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점차 화상이 맡은 역할의 중대성을 자각해인지, 화상의 덕목으로 상당히 많은 조건이 붙게 된다.

9) 의지를 삼는다는 것은, 화상은 사미가 된 자에게는 사미 기간 내내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이나 교리, 수행방법 등을 지도하며, 비구가 된 자에게는 최저 
   5년 동안 이와 같은 지도를 하게 되는데, 이것을 依止( nissaya)라고 한다. 만약 
   화상의 지도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의지아사리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이 의지
   기간 동안 화상이나 의지아사리는 제자와 함께 거주하며 제자의 모든 행동을 세심
   하게 지도해야 한다.

 

화상의 조건에 관한 각 율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여기서는 빨리율의 기술을 중심으로 보고자 한다. 빨리율에서는 5가지 덕목씩 8종의 타입, 6가지 덕목씩 7종의 타입으로 묶어 제시한다. 우선 8종의 5가지 덕목은 다음과 같다.

 

1)

① 無學의 戒蘊을 구족하고 asekhena sīlakkhandhena samannāgato hoti.  
② 무학의 定蘊을 구족하고 asekhena samādhikkhandhena samannāgato hoti.
③ 무학의 慧蘊을 구족하고 asekhena paññākkhandhena samannāgato hoti. 
④ 무학의 解脫蘊을 구족하고 asekhena vimuttikkhandhena samannāgato hoti.
⑤ 무학의 解脫知見蘊을 구족한 자 asekhena vimuttiñāṇadassanakkhandhena samannāgato hoti

 

2)

① 스스로 무학의 계온을 구족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무학의 계온을 구족하게 하며
   attanā asekhena sīlakkhandhena samannāgato hoti, paraṃ asekhe sīlakkhandhe samādapetā
② 스스로 무학의 정온을 구족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무학의 정온을 구족하게 하며
   attanā asekhena samādhikkhandhena samannāgato hoti, paraṃ asekhe samādhikkhandhe 
   samādapetā
③ 스스로 무학의 혜온을 구족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무학의 혜온을 구족하게 하며
   attanā asekhena paññākkhandhena samannāgato hoti, paraṃ asekhe paññākkhandhe samādapetā
④ 스스로 무학의 해탈온을 구족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무학의 해탈온을 구족하게 하며
   attanā asekhena vimuttikkhandhena samannāgato hoti, paraṃ asekhe vimuttikkhandhe samādapetā
⑤ 스스로 해탈지견온을 구족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무학의 해탈지견온을 구족하게 하는 자
   attanā asekhena vimuttiñāṇadassanakkhandhena samannāgato hoti, paraṃ asekhe vimuttiñāṇadassa    
   nakkhandhe samādapetā

 

3)

① 신심이 있으며 saddho hoti

② [마음속으로]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며 hirimā hoti. 

   (hiri란 악을 싫어함을 특징으로 하는 것으로 마음속으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ottappa는 악을 두려워함      

   을 특징으로 하는 것으로 외부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Sv Ⅱ p.529)

③ [외부에 대해] 창피함을 느낄 줄 알며 ottappī hoti

④ 부지런히 정진하며 āraddhaviriyo hoti

⑤ 念을 확립하고 있는 자 upaṭṭhitasati hoti

 

4)

① 增上戒에 있어 파계하지 않으며 na adhisīle sīlavipanno hoti. 

   (주석에 의하면, 바라이죄와 승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을 말한다. (Smp Ⅴ p.989)

② 增上行에 있어 파행하지 않으며 na ajjhācāre ācāravipanno hoti. 

   (바라이죄와 승잔죄 외의 5종의 죄, 즉, 바일제죄, 바라제제사니죄, 투란차죄(미수죄), 악설죄, 악작죄를 저    지르지 않는 것을 말한다. (Smp Ⅴ p.989)

③ 增上見에 있어 파견하지 않으며 na atidiṭṭhiyā diṭṭhivipanno hoti. 

   (삿된 견해에 사로잡히지 않고 정견을 지니는 것을 말한다. (Smp Ⅴ p.989)

④ 들은 것이 많으며 bahussuto hoti

⑤ 지혜를 갖춘 자 paññavā hoti

 

5)

① 依止제자74)나 共住제자75)가 아픈 것을 [스스로] 돌보거나, 혹은 [다른 이로 하여금] 돌보게      

    할 수 있으며paṭibalo hoti antevāsiṃ vā saddhivihāriṃ vā gilānaṃ upaṭṭhātuṃ vā upaṭṭhāpetuṃ vā

② 불쾌한 일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제거하거나, 혹은 [다른 이로 하여금] 제거하게 할 수 있으며

   uppannaṃ anabhiratiṃ vūpakāsetuṃ vā vūpakāsāpetuṃ vā

③ 양심의 가책이 발생했을 때 여법하게 [스스로] 멸하거나, 혹은 [다른 이로 하여금] 멸하게 할    

    수 있으며 uppannaṃ kukkuccaṃ dhammato vinodetuṃ vā vinodāpetuṃ

④ 범계를 알고 āpattiṃ jānāti

⑤ 죄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아는 자 āpattiyā vuṭṭhānaṃ jānati

 

6)

① 의지제자나 공주제자로 하여금 增上行儀의 학처에 있어 배우게 할 수 있으며 paṭibalo hoti 

    antevāsiṃ vā saddhivihāriṃ vā abhisamācārikāya sikkhāya sikkhāpetuṃ. 증상행의의 학처

   (abhisamācārikāya sikkhāya)란, 건도부에 규정된 임무를 가리킨다. (Smp Ⅴ pp.989-990)

② 初梵行의 학처에 있어 지도할 수 있으며 ādibrahmacāriyikāya sikkhāya vinetuṃ. 초범행의 

    학처(ādibrahmacāriyikā)란, sekhapaJJatti, 즉, 有學이 배워야 할 여러 가지 규정을 가리키는 듯하다. 

   (Smp Ⅴ p.990)

③ 增上法에 있어 지도할 수 있으며 abhidhamme vinetuṃ. 증상법(abhidhamma)이란, 名色의 구분을 

   가리키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논장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Smp Ⅴ p.990)

④ 增上律에 있어 지도할 수 있으며 abhivinaye vinetuṃ. 증상율(abhivinaya)이란, 모든 율장을 말한다. 

   (Smp Ⅴ p.990)

⑤ 잘못된 견해가 발생했을 때 여법하게 [스스로] 제거하거나, 혹은 [다른 이로 하여금] 제거하게    할 수 있는 자 uppannaṃ diṭṭhigataṃ dhammato vivecetuṃ vivecāpetuṃ

 

7)

① 범한 바를 알고

② 범하지 않은 바를 알고 anāpattiṃ jānāti

③ 가벼운 죄를 알고 lahukaṃ āpattiṃ jānāti

④ 무거운 죄를 알고 garukaṃ āpattiṃ jānāti

⑤ 양부(비구․비구니)의 바라제목차를 규칙과 그 의미로부터 상세히 잘 이해하고, 잘 분별하며,

    철저히 구사하고, 잘 결정하는 자 ubhayāni kho pan'assa pātimokkhāni vitthārena svāgatāni honti

    suvibhattāni suppavattīni suvinicchitāni suttato anuvyañjanaso

 

8)

① 범한 바를 알고

② 범하지 않은 바를 알고

③ 가벼운 죄를 알고

④ 무거운 죄를 알고

⑤ 10세 혹은 10세를 넘었다 dasavasso vā hoti atirekadasavasso vā

 

이 8종의 5가지 덕목을 열거한 후, 이어 7종의 6가지 덕목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위의 1)~7)의 7종의 5가지 덕목에 10세혹은 10세를 넘은 자라는 조건을 더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1)의 조건인 ① 무학의 계온을 갖춘 자, ② 무학의 정온을 구족하고, ③ 무학의 혜온을 구족하고, ④ 무학의 해탈온을 구족하고, ⑤무학의 해탈지견온을 구족한 자에, ⑥ 10세 혹은 10세가 넘은 자를 하나 덧붙이는 식이다. 이로 보건대, 이 15종의 유형 가운데 어느 하나에만 속하면 화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똑 같은 덕목을 재차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8종의 분류를 보면, 빨리율에서는 화상이 될 수 있는 자의 자격을 여러 가지 기준에서 다양하게 설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던 갈마 관련 지도자들과는 달리, 법랍 10년 이상이라는 조건 위에 여러 가지 덕목들이 부가되고 있다.10) 1)과 2)의 경우에는, 완벽한 상태에 이른 수행자의 모습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3)에서는 發勤하여 항상 열심히 정진 수행하며,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내외로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양심적인 수행자, 그리고 4)에서는 율을 철저히 지켜 범계하는 일이 없으며, 正見을 지니고, 평소 들은 것이 많고, 지혜 있는, 그런 모범적인 모습의 수행자를 들고 있다. 5)에서는 스스로나 다른 이로 하여금 제자를 보살피게 하는 따뜻한 품성을 지녔으며, 불쾌한 상황이나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이를 제거할 수 있고, 또한 어떤 것이 범계이며, 그로부터 벗어나는 길이 무엇인가를 아는 자를 들고 있다. 6)에서는 제자에게 법과 율을 잘 지도하고 올바른 견해를 지니도록 할 수 있는 자를, 7)에서는 바라제목차에 대한 이해가 깊어 범계 여부에 대한 판단력이 있는 자를, 8)에서는 범계 여부에 대한 판단력과 더불어 법랍 10세 이상인 자를 거론하고 있다. 적어도 이 5가지 조건들은 갖추고 있어야 화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0) 단, 법랍 10년 이상이라는 점은 빨리율과 한역율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조건인데, 
    빨리율에서는 다섯 덕목씩 8종에서 제시한 내용에, 무슨 이유로 법랍 10년 혹은 그 이상이
    라는 조건을 하나 더 붙여 다시 제시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1)∼
    7)의 경우, 법랍 10년이 아니라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좀 더 검토해 볼 필요가 있으나, 빨리율과 한역율 모두 법랍 10년을 기본 전제 조건
    으로 삼고 있다는 점만은 부정하기 어렵다.

 

한편,『마하승기율』에서는 10종의 덕목을 화상의 조건으로 제시하며,『오분율』에서는 10가지 덕목으로 2종, 5가지 덕목으로 5종으로 모두 7가지 타입을 제시한다. 『십송률』에서는 5가지 덕목을 6종으로 하여 전 30종의 덕목을 든다. 율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화상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으로 법랍 10년 이상인 자일 것, 계정혜 삼학나, 화상이일 것, 다문인 자, 율에 정통한 자, 율을 잘 지키는 자, 제자의 질문에 대답하여 그 의문을 제거해 줄 수 있는 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참회할 줄 아는 자, 제자를 잘 돌볼 수 있는 자일 것, 제자의 행동이 율을 어긴 것인지 아닌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자 등을 들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러한 덕목으로 보아 화상의 자격 조건은 비교적 까다로운 것으로, 소수의 존경받는 비구만이 오를수 있는 지위였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이를 지도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자에 비해 학고나 언행, 인품 등이 훌륭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수 있것이므로, 화상의 자격 조건이 이렇게 까다롭게 제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조건을 한꺼번에 제시하면 사실상 그 모든 조건을 채울수 있는 비구는 찾기 어려울 것이고, 이렇게 되면 화상한 자하는 일이 너무 어려워지거나, 혹은 한 명의 화상이 많은 출가자를 담당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되어, 사실상 화상 제도를 도입한 의도는 살리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빨리율 등에서는 5가지 덕목 등으로 줄여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화상의 지도 기간은 보통 5년이지만, 그 이후에도 스승과 제자로서의 양자의 관계는 소멸하지 않는다. 한번 화상과 제자로서 인연을 맺은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다. 단, 화상이 사라지거나, 환속해 버리거나, 죽거나, 다른 종교로 개종하거나, 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지도를 받을 수 없게 되는데, 이때는 다른 스승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조차 화상을 바꾸거나 새로운 화상을 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때 필요해지는 것이 바로 아사리(阿闍梨, ācariya)라는 또하나의 교육 지도자이다. 아사리에는 4종 혹은 5종이 거론되는데, 그 가운데 교육을 주로 담당하는 것은 依止아사리(nissayācariya)이다. 의지아사리는 위에서 언급한 5가지 이유로 화상의 지도를 받을 수 없을 때, 대신 교육을 맡아주는 비구인데, 의지아사리의 경우, 총명 유능한 법랍 10세의 비구 등, 화상과 거의 유사한 자격 요건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Ⅳ. 결론

본 논문에서는 단사인과 행주인, 그리고 화상을 중심으로 승가의 이상적 지도자상에 대해 고찰했다. 붓다의 유언처럼 불멸후 승가를 이끌어가는 최고의 지도자는 붓다가 남긴 법과 율이지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생활하는 승가에 있어 사람들의 근기는 다양하다. 결국 각자의 근기에 따라 법과 율에 대한 이해나 판단력 역시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명한 판단과 지도력으로 공동체를 여법한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지도자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본 논문의 고찰 결과, 각각 구체적으로 담당하게 되는 역할에 따라 단사인․행주인과 화상 사이에는 지녀야 할 덕목 간에 약간의 차이가 보인다. 예를 들면, 쟁사갈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되는 단사인이나 행주인에게는 승가에 다툼이 발생했을 때,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하여 대립하는 두 파를 이해시키고 설득시켜 사태를 가라앉힐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마음이나 분노, 어리석음, 두려움과 같은 삿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판단을 그르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 등이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었으며, 제자를 지도해야 할 화상의 경우에는 제자를 세심하게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외에는 대부분 공통된 덕목이 제시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율․론 전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이 요구되는데, 특히 율장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강조되고 있다. 율을 어기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잘 구별할 줄 알아 스스로도 올바르게 행동하고, 다른 사람도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시된다. 둘째, 악행을 멀리하고, 사소한 죄라도 범하는 것을 꺼리며, 악행을 저질렀을 때는 이를 내외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지니고, 또한 참회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 평소 여법한 가르침을 많이 접하여 이를 잘 지니는 한편, 명확하게 이를 표현하여 다른 이에게도 전달하여 진리로 이끌 수 있는 지혜로움이 있어야한다.

 

율장 건도부 에서 거론하는 이 조건들로부터 승가의 지도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올바른 행과 여법한 가르침으로 사람들을 감화시켜 진리로 인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청정한 행을 유지하는 지도자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귀감이 된다. 존경심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스스로도 본받고 싶어 한다. 또한, 항상 악행을 멀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그마한 죄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 참회할 줄 아는 용기에 사람들은 신뢰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좋은 가르침을 많이 배워 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종교적으로 감화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조건들을 갖춘 지도자는 애써 달리 노력하지 않아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그 존재만으로도 빛이 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