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028. 교화병경(敎化病經)

실론섬 2015. 6. 20. 21:23

028. 교화병경(敎化病經) 제 8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마침 장자 급고독(給孤獨)이 병이 들어 위독하였다. 


장자 급고독이 한 심부름꾼[使者]에게 말했다.

"너는 부처님께 나아가 나를 위하여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거룩한 몸은 건강하시고 편안하시며, 병도 없으시고 기거하시기에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하고 문안드리거라. 또 '장자 급고독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세존께 문안드리나이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시고 편안하시며, 병도 없으시고 기거하시기에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하고 나 대신 말씀드려라.

  

너는 나를 대신하여 부처님께 문안을 드린 뒤에 존자 사리자에게 가서 나를 위하여 그의 발에 절하고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질병이나 없으신지, 또 기거하는 데에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하고 문안드리거라. 그리고 다시 이렇게 말씀드려라.

'장자 급고독은 존자 사리자 발에 머리를 조아려 문안드립니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질병이나 없으신지, 또 기거하는 데에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존자 사리자여, 장자 급고독은 병을 앓아 지극히 피곤하며 지금은 위독하게 되었습니다. 장자 급고독은 지극한 마음으로 존자 사리자를 뵙고자 합니다. 그러나 몸이 몹시 쇠약하여 존자 사리자를 찾아뵐 힘이 없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부디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시어, 장자 급고독의 집으로 와 주십시오.' "

  

이에 심부름꾼은 장자 급고독의 분부를 받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장자 급고독께서는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리옵니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시고 편안하시며, 질병이 없으시고 기거하시는 데에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심부름꾼에게 말씀하셨다.

"장자 급고독을 안온하고 쾌락하게 하며, 하늘과 사람 아수라(阿修羅) 건탑화(?塔) 나찰(羅刹)과 다른 온갖 중생들의 몸까지도 안온하고 쾌락하게 해 주리라."

  

이에 심부름꾼은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니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떠나갔다. 


다시 존자 사리자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존자 사리자여, 장자 급고독께서는 존자 사리자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문안드립니다. 거룩한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며, 질병이 없으시고, 기거하시기 불편한 점은 없으시며, 기력도 여전하십니까? 존자 사리자님이여, 장자 급고독께서는 병을 심하게 앓아 지금은 위독한 지경이 되었습니다. 장자 급고독께서는 지극한 마음으로 존자 사리자님을 뵙고자 합니다. 그러나 몸이 몹시 쇠약하여 존자 사리자를 찾아뵐 힘이 없습니다. 존자 사리자님이여, 부디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시어 장자 급고독의 집으로 와 주십시오."

  

존자 사리자는 곧 그를 위하여 잠자코 받아들였다. 심부름꾼은 존자 사리자가 잠자코 받아들인 것을 알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그 주위를 세 번 돌고 떠나갔다. 사리자는 그 밤을 지내고 이른 새벽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장자 급고독의 집으로 갔다. 장자 급고독은 멀리서 존자 사리자가 오는 것을 보고 곧 평상에서 일어나려 하였다. 사리자는 그것을 보고 곧 그를 만류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일어나지 마시오. 장자여, 일어나지 마시오. 다른 평상이 있으니 나는 거기에 따로 앉으리다."

사리자는 곧 그 평상에 앉은 뒤에 물었다.

"장자의 병은 지금은 어떠하오? 음식은 얼마나 먹습니까? 앓는 고통이 더하지는 않습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질병에 지극히 시달리고 음식도 잘 먹지 못하며, 앓는 고통이 날로 더할 뿐, 덜해짐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불신(不信)을 성취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태어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는 불신이 없고 오직 훌륭한 믿음만 있으니, 장자는 훌륭한 믿음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혹은 사다함과(斯  含果)를 증득하거나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須  洹)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악한 계율로 인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악한 계율은 없고 오직 선한 계율만 있으니, 장자는 그 선한 계율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혹은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많이 듣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는 많이 들었으니, 장자는 많이 들음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많이 들었기 때문에 혹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간탐(?貪)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간탐이 없고 오직 은혜로 보시한 일만 있으니, 장자는 은혜로써 베풀어 보시한 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은혜로써 보시한 일로 말미암아 혹은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악한 지혜[惡慧]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악한 지혜는 없고 선한 지혜만 있으니, 장자는 선한 지혜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좋은 지혜로 말미암아 혹은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소견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는 삿된 소견이 없고 바른 소견만이 있으니, 장자는 바른 소견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바른 소견으로 인하여 혹은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뜻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는 삿된 뜻이 없고 오직 바른 뜻만이 있으니, 장자는 바른 뜻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바른 뜻으로 인하여 혹은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깨침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삿된 깨침이 없고 바른 깨침만이 있으니, 장자는 바른 깨침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바른 이해로 말미암아 혹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왜냐 하면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해탈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삿된 해탈이 없고 바른 해탈만이 있으니, 장자는 바른 해탈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마시오. 만일 어리석은 범부라면, 삿된 지혜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악한 곳에 이르리니, 틀림없이 지옥에 날 것이오. 그러나 장자에겐 삿된 지혜가 없고 바른 지혜만이 있으니, 장자는 바른 지혜로 말미암아 고통이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기며, 바른 지혜 때문에 혹 사다함과를 증득하거나 아니면 아나함과를 증득할 것이오. 장자는 옛날에 이미 수다원을 증득하였소."

  

이와 같이 말하자 장자는 병이 곧 나아 옛날처럼 회복되었다. 그는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존자 사리자를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병든 사람을 위하여 설법하시는 것이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합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병든 사람을 교화하는 법을 듣고 고통이 곧 없어지고 지극한 쾌락만 생겼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이제 병이 나아 옛날처럼 회복되었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지난날 언젠가 일이 조금 있어 왕사성에 갔다가 어떤 장자 집에서 묵었었습니다. 그때 그 장자는 다음날 부처님과 비구 스님에게 공양하기로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그 장자는 그 밤이 지나고 이튿날 새벽이 되자 아이들과 종들과 권속들에게 '너희들은 일찍 일어나 다 같이 준비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분부를 받고 주방을 만들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장자는 몸소 높은 자리를 만들고 한량없이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그것을 보고는 '이제 저 장자가 무슨 혼인 잔치를 하려는가, 신부를 맞이하려는가, 국왕을 청하려는가, 대신을 부르려는가, 재회(齋會)를 열어 큰 보시를 행하려는가'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 장자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혼인 잔치를 하려는가, 신부를 맞이하는 잔치를 하려는가, 국왕을 초대하려는가, 대신을 부르려는가, 재회를 열어 큰 보시를 행하려는가?'

그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혼인 잔치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신부를 맞이하려는 것도 아니며, 국왕을 초대하거나 대신을 부르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재회를 열어 큰 보시를 행하려고 하는데, 내일은 부처님과 비구 스님에게 공양하려 한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일찍이 부처라는 이름을 듣지 못했었는데, 그 말을 듣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장자는 부처라 말했는데, 어떤 것을 부처라 하는가?'

장자는 저에게 답했습니다.

'그대는 듣지도 못했는가? 어떤 석가(釋迦) 종족의 아들이 석가 종족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가정 없는 곳에서 도를 배워 위없는 등정각을 얻으셨다. 이 분을 부처님이라 한다.'

  

나는 다시 물었습니다.

'장자는 비구 스님이라 말했는데, 어떤 것을 스님이라 하는가?'

그때 장자가 저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특별한 성명(姓名)을 지닌 여러 종족 출신으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가정 없이 부처님을 따라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을 스님이라 한다. 이 부처님과 스님을 오늘 내가 초대하는 것이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다시 그 장자에게 물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어디 계신가? 내가 가서 뵙고자 한다.'

그 장자가 다시 저에게 대답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이 왕사성 죽림가란다원에 계신다. 가려거든 가보라.'

  

존자 사리자여,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서 날이 새어라. 빨리 가서 부처님을 뵈리라.'

  

존자 사리자여, 저는 그 때 부처님을 찾아가 뵙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곧 날이 밝았다는 생각을 하고는 곧바로 장자의 집을 나와 성식문(城息門)으로 갔습니다. 그 때에 성식문에는 두 문지기가 있었습니다. 한 문지기는 초야(初夜)로서 바깥 손님을 걸림 없이 들게 하고, 한 문지기는 후야(後夜)로서 만일 손님이 있으면 또한 걸림 없이 나가게 하였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직 날이 새지 않았구나. 성식문에는 두 문지기가 있다. 한 문지기는 초야로서 바깥 손님을 걸림 없이 들게 하고, 한 문지기는 후야로서 만일 손님이 있으면 걸림 없이 나가게 한다.'

  

존자 사리자여, 성식문을 벗어나, 밖으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밝음은 없어지고 도로 어두워졌습니다. 저는 갑자기 두려워져 온몸의 털이 곤두섰습니다.

'사람인 듯 사람 아닌 것[人非人 : 긴나라]들이 저를 해치지 못하게 하소서.'

  

그때 성식문에 있던 한 천인(天人)이 왕사성에서 죽림가란다원까지 광명을 널리 비추면서 제게 와서 말했습니다.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장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전생에 너의 친구로서 이름을 밀기(密器)라 하며, 어릴 때부터 서로 아끼는 마음이 지극했다. 

장자여, 나는 옛날 마하 목건련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었다. 존자 대목건련은 나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나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한 뒤에, 세 가지 자귀(自歸)를 주고 다섯 가지 계를 주었다. 

장자여, 나는 3귀의와 5계를 받아 가짐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사천왕천에 나서 이 성식문 안에 살게 되었다. 장자여, 빨리 가라. 장자여, 빨리 가라. 가는 것이 진실로 여기 있는 것보다 낫다.'

  

그 하늘[天]은 이렇게 저를 권하고, 또 게송을 설하였습니다.


  말과 온갖 신하와 여자를 얻고

  수레 백 대에 보배 가득 채웠어도

  부처님께 나아가는 걸음, 한걸음

  그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네.


  최고로 좋은 백 마리 흰 코끼리에

  금 은의 안장 굴레 장식하여도

  부처님께 나아가는 걸음, 한걸음

  그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네.


  백 명의 여자 얼굴이 단정하고

  영락과 꽃으로 몸을 꾸며도

  부처님께 나아가는 걸음, 한걸음

  그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네.


  전륜성왕이 공경하는 바

  제일가는 옥녀보(玉女寶)도

  부처님께 나아가는 걸음, 한걸음

  그 1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네.


하늘은 게송을 마치고 다시 저에게 권했습니다.

'장자여, 빨리 가라. 장자여, 빨리 가라. 가는 것이 진실로 여기 있는 것보다 낫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에게는 존우(尊祐)의 덕이 있으시다. 법과 비구 스님에게도 존우의 덕이 있다. 왜냐 하면 하늘 신들까지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이 광명으로 인하여 죽림가란다원으로 갔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자, 선실에서 나와 바깥을 거니시면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저는 멀리서 부처님을 뵈었는데, 단정하고 아름다워 마치 뭇별 가운데 달과 같았고, 빛나고 환하여 그 밝기는 금산(金山)과 같았습니다. 좋은 상호 두루 다 갖추셨고 위의는 당당하셨으며, 모든 감각기관은 고요하고 안정되어 아무런 장애가 없으며, 조어(調御)를 성취하셨으며 마음이 쉬어 고요하고 잠잠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기뻐하며 부처님께 나아가 발에 예배한 뒤에, 부처님을 따라 거닐면서 장자의 법대로 게송으로 문안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지극히 안온하고

  또 유쾌하게 주무셨나이까?

  멸도에 든 바라문처럼

  모든 욕심에 물들지 않으시네.


  온갖 바람을 여의어 버리고

  지극한 편안함을 체득하시어

  마음을 없애고 번열도 없이

  스스로 즐거이 주무셨나이까?


세존께서는 곧 거니시던 길가에 니사단(尼師檀)을 깔고 가부좌하고 앉으셨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제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자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셨으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셨습니다. 그러신 뒤에 모든 부처님의 법과 같이 먼저 단정법(端正法)을 말씀하시자, 듣는 사람은 다 즐거워하고 기뻐하였습니다. 말하자면 보시를 말씀하시고, 계율을 말씀하시며, 하늘에 나는 법을 말씀하셨습니다. 욕심을 꾸짖어 재앙과 걱정거리가 된다 하셨고, 나고 죽음을 더러움[穢]이라 하셨으며, 욕심 없음이 묘도품(妙道品)의 백정(白淨)이라고 칭찬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이러한 법을 말씀하신 뒤에, 저에게 기뻐하는 마음[歡喜心] 두루 갖춘 마음[具足心] 부드러운 마음[柔軟心] 참아내는 마음[堪耐心] 위로 오르는 마음[昇上心] 한결같이 향하는 마음[一向心] 의심 없는 마음[無疑心] 덮임이 없는 마음[無蓋心]이 있고, 또 재능이 있고 힘이 있어, 바른 법을 감당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이른바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른 법칙과 같았습니다.

  

세존께서는 곧 나를 위해 또 괴로움[苦] 괴로움의 발생[習] 괴로움의 소멸[滅]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을 말씀하셨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곧 그 자리에서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에 대하여 깨달았습니다. 마치 흰 천은 물들기 쉬운 것처럼, 저도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에 대하여 깨달았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이미 법을 깨달았고 그 법을 증득하였습니다. 백정법(白  法)을 깨달아 의심을 끊고 의혹을 건너니, 이보다 더 높은 다른 것이 없었고, 다시는 남을 따르지 않으며, 망설임 없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러, 세존의 법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다음과 같이 아뢰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합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들여 우바새가 되게 하여 주소서. 지금부터 시작하여 이 몸이 마치도록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또 합장하고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제 청을 들어 주셔서, 사위국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시고 비구 스님들도 그렇게 하도록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저에게 물었습니다.

'네 이름은 무엇이며, 사위국 사람들은 너를 어떻게 부르는가?'

저는 곧 대답했습니다.

'제 이름은 수달다(須達?)이며, 저는 모든 고독한 사람들에게 베푼다고 해서 사위국 사람들은 저를 급고독이라고 부릅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사위국에는 방사(房舍)가 있는가?'

'사위국에는 방사가 없습니다.'


세존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장자여, 마땅히 알라. 만일 방사가 있으면 비구들이 오고 갈 수가 있고 머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렇게 하기 위하여 방사를 짓겠습니다. 비구들이 오고 갈 수가 있을 것이며, 사위국에서 머물 수 있게 하겠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곁에서 저를 도와줄 사람을 한 명 임명해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존자 사리자님을 보내어 일을 돕게 하셨습니다. 저는 그 때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니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떠나갔습니다. 왕사성에서 볼 일을 마치고, 존자 사리자님과 함께 사위국으로 가서는 사위성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또한 집에도 돌아가지 않고 성 밖에서 두루 땅을 살펴보았습니다.

'어느 곳이 오고 가는데 가장 편리할까? 낮에도 시끄럽지 않고 밤이면 고요하며, 모기나 등에도 없고 파리나 벼룩도 없으며, 또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방사를 세워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드릴 만할까?'

  

존자 사리자여, 저는 그 때에 오직 동자(童子) 승(勝)1)의 동산이 오고 가는데 가장 편리하며, 낮에도 시끄럽지 않고 밤이면 고요하며, 모기나 등에도 없고 파리나 벼룩도 없으며,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안 뒤에 곧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 바로 이 곳이 좋겠다. 이 곳이라면 방사를 세워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에게 드릴 만하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그 때 사위국에는 들어갔으나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먼저 동자 승(勝)을 찾아가 말했습니다.

'동자여, 이 동산을 저에게 팔 수 있겠습니까?'

동자는 곧 저에게 말했습니다.

'장자여, 마땅히 아십시오. 나는 이 동산을 팔지 않겠습니다.'

'동자여, 이 동산을 저에게 파십시오.'

이렇게 두세 번 말했습니다. 그 때 동자도 또한 두세 번 제게 말했습니다.

'억억금을 가져다 이 동산에 쫙 깔아 놓기 전까진 나는 동산을 팔지 않겠소.'

저는 곧 그에게 말했습니다.

'동자여, 이제 이미 값은 결정되었으니 그저 돈만 받으시면 됩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와 동자는 값을 결정했다느니 결정하지 않았다느니 하여 크게 승강이가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곧 사위국의 재판소로 같이 가서 이 일에 대하여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때 사위국의 심판관은 동자 승에게 말했습니다.

"동자여, 이미 당신 스스로 값을 결정했으니, 그저 돈만 받으시면 됩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곧 사위국으로 들어가 집으로 달려가 코끼리와 말과 수레에 억억금을 실어 내어 땅에 깔았습니다. 그런데 돈이 조금 모자랐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느 창고의 것을 가져 와야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게 이 남은 곳에 깔아 채울 수 있을까?'

이때 동자 승은 내게 말했습니다.

'장자여, 만일 후회되거든 그만 돈을 거두어 돌아가고 이 동산을 내게 돌려 주시오.'

내가 동자에게 말하였습니다.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 창고의 것을 가져 와야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게 이 남은 곳을 깔아 채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 중일 뿐입니다.'

  

이때 동자 승은 문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반드시 크고 높으신 어른으로 큰 덕과 복이 있는 분일 것이다. 그 법과 비구들도 또한 반드시 크고 높으며 큰 덕과 복이 있을 것이다. 왜냐 하면 저 장자가 저토록 재물을 아끼지 않고 큰 보시를 행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차라리 여기에 큰 집을 세워 부처님과 대중에게 보시해야겠다.'

동자 승은 곧 저에게 말했습니다.

'장자여, 잠시 멈추시오. 그리고 돈을 내어 여기 깔지 마시오. 내가 여기에 큰 집을 세워 부처님과 대중에게 보시할 것이오.'

  

존자 사리자여, 저는 그를 대견스럽게 여겨, 곧 그 곳을 동자 승에게 돌려주었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그 해 여름에 열여섯 개의 큰 집과 60개의 방사[拘? : 庫舍]를 세우게 하였는데, 존자 사리자께서 그것을 감독하셨습니다. 그런 존자 사리자께서 병을 다스리는 법을 말씀해 주시니 너무도 기이하고 특별한 일입니다. 저는 병을 다스리는 이 법을 듣고는 그토록 심하던 고통이 곧 사라지고 지극한 쾌락을 얻었습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이제 병이 없고 지극히 편안하게 되었습니다. 원컨대 존자 사리자께선 이 곳에서 공양하소서."

 

존자 사리자는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었다. 그러자 장자는 존자 사리자가 잠자코 청을 받아 준 것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몸소 손 씻을 물을 돌리고, 지극히 맛있고 깨끗하고 미묘한 갖가지 단단한 음식과 부드러운 음식을 손수 집어드리고 권하며 한껏 공양하게 하였다. 공양을 마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린 뒤에 작은 자리를 깔고 따로 앉아 법을 들었다. 


장자가 앉자, 존자 사리자는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무렵 세존께서는 한량없이 많은 대중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설법하고 계셨다. 세존께서는 멀리서 존자 사리자가 오는 것을 보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리자 비구는 총명한 지혜 신속한 지혜 민첩한 지혜 예리한 지혜 넓은 지혜 깊은 지혜 도(道)로 나아가는 지혜 환히 아는 지혜 변재의 지혜가 있다. 사리자 비구는 진실한 지혜를 성취하였다. 내가 간략하게 말한 네 종류의 수다원에 대하여, 그는 장자 급고독을 위하여 열 종류로 늘여 설명하였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1) 원래 기원(祇園)을 소유하고 있던 바사닉왕(波斯匿王)의 아들인 기타태자(祇陀太子)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