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033. 시자경(侍者經)

실론섬 2015. 6. 21. 21:42

033. 시자경(侍者經) 제 2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을 유행하고 계셨다. 

학식이 많고 명망이 높은 장로 비구로서 부처님의 큰 제자들인 존자 구린야(拘隣若 : ?陳如) 존자 아섭패(阿攝貝 :? )1) 존자 발제석가왕(跋提釋迦王)2) 존자 마하남구례(摩訶男拘隷)3) 존자 화파(破) 존자 야사(耶舍) 존자 빈누(?? : 富樓那) 존자 유마라(維摩羅) 존자 가화파제(伽波提) 존자 수타야(須  耶) 존자 사리자(舍梨子) 존자 아나율타(阿那律 ) 존자 난제(難提) 존자 금비라(金毘羅) 존자 례바다(隷婆?) 존자 대목건련(大目乾連) 존자 대가섭(大迦葉) 존자 대구치라(大拘?羅) 존자 대주나(大周那) 존자 대가전연(大迦?延) 존자 빈누가누사(??加寫) 장로 존자 야사행주(耶舍行籌) 장로 등, 이러한 무리들과 그 밖에 학식이 많고 명성과 덕망이 높은 장로 비구 큰 제자들도 또한 왕사성을 유행하시면서 모두들 부처님의 엽옥(葉屋)4) 가까이에 있었다.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늙어 몸은 갈수록 쇠약해지고 목숨은 끝나려 한다. 그러므로 시자가 필요하다. 너희들은 나를 위해 시자 한 사람을 천거하여, 내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보살피고, 내가 말하는 바를 받아 그 뜻을 잃지않게 하라."

  

그러자 존자 구린야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 자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을 모시고 하셔야 할 일과 하시지 않아야 할 일을 보살피고, 또 말씀하시는 것을 받아 그 뜻을 잃지 않게 하고자 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구린야야, 네 자신도 늙어 몸은 갈수록 쇠하고 목숨도 끝나려 하니, 너도 또한 보살펴 줄 사람을 써야 할 것이다. 구린야야, 너는 제 자리에 들어가 앉으라."

그러자 존자 구린야는 곧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제 자리에 앉았다. 


이와 같이 존자 아섭패 존자 발제석가왕 존자 마하남구례 존자 화파 존자 야사 존자 빈누 존자 유마라 존자 가화파제 존자 수타야 존자 사리자 존자 아나율타 존자 난제 존자 금비라 존자 례바다 존자 대목건련 존자 대가섭 존자 대구치라 존자 대주나 존자 대가전연 존자 빈누가누사 장로 존자 야사행주 장로들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 한 자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을 모시고 하셔야 할 일과 하시지 않아야 할 일을 보살피고 또 말씀하시는 것을 받아 그 뜻을 잃지 않게 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야사에게 말씀하셨다.

"야사야, 네 자신도 늙어 몸이 갈수록 쇠해지고 목숨도 끝나려 하니, 너도 또한 보살피는 사람을 써야 할 것이다. 야사야, 너도 제 자리로 돌아가 앉으라."

  그러자 존자 야사는 곧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제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대목건련이 대중 가운데 있으면서 곧 이렇게 생각했다.

'세존께서는 누구를 시자로 삼으려고 저러시는가? 하셔야 할 일과 하시지 않아야 할 일을 보살피고, 또 말씀하시는 것을 받아 그 뜻을 잃지 않게 할 비구로 누구를 마음에 두고 계신 걸까? 나는 이제 여기상정(如其像定)에 들어 여러 비구의 마음을 관찰해 보리라.'

  

이렇게 생각한 존자 대목건련은 곧 여기상정에 들어 여러 비구들의 마음을 관찰했다. 그는 곧 세존께서 존자 아난(阿難)을 시자로 삼고자 하신다는 것과 하셔야 할 일과 하시지 않아야 할 일을 보살피고 또 말씀하시는 것을 받아 그 뜻을 잃지 않게 할 자로 아난을 마음에 두고 계신다는 것을 알았다. 


존자 대목건련은 곧 선정에서 일어나 여러 비구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아십니까? 세존께서는 아난을 시자로 삼고자 하십니다. 세존께서는 하셔야 할 일과 하시지 않아야 할 일을 보살피고, 또 말씀하시는 것을 받아 그 뜻을 잃지 않게 할 자로 아난을 마음에 두고 계십니다. 여러 현자들이여, 우리들은 이제 현자(賢者) 아난의 처소로 가서 그를 권해 세존의 시자가 되게 합시다."

  

존자 대목건련과 여러 비구들은 존자 아난에게 가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존자 대목건련이 자리에 앉은 다음 말했다.

"현자 아난이여, 그대는 아는가? 부처님께서는 그대를 시자로 삼으려 하십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을 아난에 두시고 '내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보살피고, 내가 말한 것을 받아 그 뜻을 잃지 않게 하리라'고 생각하십니다. 아난이여, 마치 마을 밖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락집이 있어, 동쪽을 향해 창을 열면 햇빛이 서쪽 벽에 비치는 것과 같습니다. 현자 아난이여, 세존께서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현자 아난을 시자로 삼으려 하십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을 아난에게 두시고 '내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보살피고, 내가 말한 것을 받아 그 뜻을 잃지 않게 하리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현자 아난이여, 그대는 이제 세존의 시자가 되어야 합니다."

  

존자 아난이 아뢰었다.

"존자 대목건련이시여, 저는 세존을 시봉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불세존의 시자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기도 어렵고 또 모시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치 나이 60이 되어 교만하고 힘이 왕성하며 어금니와 발과 몸이 갖추어진 커다란 수코끼리를 보살핀다는 것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기도 어렵고 가까이하기도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존자 대목건련이시여,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 분의 시자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기도 어렵고 가까이하기도 어렵습니다. 존자 대목건련이시여, 저는 이런 까닭으로 시자의 역할을 감당해내지 못하겠습니다."

  

존자 대목건련이 또 말하였다.

"현자 아난이여,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할 테니 잘 들어보십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으면 곧 그 뜻을 이해합니다. 현자 아난이여, 비유하면 우담발화(優曇鉢華)는 어쩌다 한 번씩 세상에 피어나는 것과 같이 현자 아난이여,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도 또한 그와 같아서 어쩌다 한 번 세상에 나오십니다. 현자 아난이여, 그대는 빨리 세존의 시자가 되는 것이 올바른 일일 것입니다. 구담(瞿曇)7)은 반드시 큰 성과를 얻을 것입니다."

  

"존자 대목건련이시여, 만일 세존께서 저의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주신다면 저는 곧 부처님의 시자가 될 것입니다. 그 세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 저는 부처님께서 입으시던 새 옷이나 헌 옷을 입지 않기를 바라며, 둘째 따로 초청하여 대접하는 부처님의 공양은 먹지 않기를 바라며, 셋째 때가 아니면 부처님을 뵙지 않기를 바랍니다. 존자 대목건련이시여, 만일 세존께서 저의 이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주신다면 저는 곧 부처님의 시자가 되겠습니다."

  

이에 존자 대목건련은 아난을 권해 시자로 삼은 다음 곧 자리에서 일어나 존자 아난을 돌고 난 다음 돌아갔다. 


그는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현자 아난에게 부처님의 시자가 되기를 권하였습니다. 그랬더니 현자 아난은 부처님께 세 가지 소원을 요구하였습니다. 그 세 가지란 부처님께서 입으시던 새 옷이나 헌 옷을 입지 않는 것, 따로 초청하여 대접하는 부처님의 공양을 받지 않는 것 , 때가 아니면 부처님을 뵙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주신다면 그는 곧 부처님의 시자가 되겠다고 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목건련아, 아난 비구는 총명하고 지혜로워 반드시 비방할 사람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있구나. 혹 여러 범행자들은 '아난 비구가 옷을 위하여 세존을 모신다'고 말할 것이다. 만일 아난이 총명하고 지혜로워 혹 여러 범행자들이 '아난은 옷을 위하여 세존을 모신다'고 비방할 것을 미리 알고 있다면, 이것은 아난 비구의 미증유법(未曾有法)이니라.

  

대목건련아, 아난은 총명하고 지혜로워 반드시 비방할 사람이 있을 것을 미리 알고 있구나. 즉 여러 범행자들은 '아난 비구는 밥을 위하여 세존을 모신다'고 말하리라. 만일 아난이 총명하고 지혜로워 혹 여러 범행자들이 '아난은 밥을 위하여 세존을 모신다'고 비방할 것을 미리 알고 있다면, 이것은 아난 비구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아난은 때를 잘 알고 때를 잘 분별하는구나. 곧 '지금은 내가 여래를 찾아 뵐 때이고, 지금은 내가 여래를 찾아 뵐 때가 아니다. 지금은 비구 비구니가 여래를 찾아 뵐 때이고, 지금은 비구 비구니가 여래를 찾아 뵐 때가 아니다. 지금은 우바새 우바이들이 여래를 찾아 뵐 때이고, 지금은 우바새 우바이들이 여래를 찾아 뵐 때가 아니다. 지금은 많은 이학(異學)의 사문 바라문이 여래를 찾아 뵐 때이고, 지금은 많은 이학의 사문 바라문이 여래를 찾아 뵐 때가 아니다. 이 많은 이학의 사문 바라문들은 여래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며, 이 많은 이학의 사문 바라문들은 여래와 함께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음식을 먹고 마시면 여래는 안온하고 요익하게 되며, 이 음식을 먹고 마시면 여래는 안온하고 요익하게 될 수 없다. 이 음식을 먹고 마시면 여래는 변재(辯才)로 설법하실 수 있고, 이 음식을 먹고 마시면 여래는 변재로 설법하실 수 없다'는 것 등을 다 안다. 이것은 아난 비구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아난 비구는 비록 타심지(他心智)5)는 없으나, 여래가 해질 무렵에 연좌에서 일어나 미리 다른 이들을 위하여 설법하고, 오늘 여래의 행은 이러이러하며, 어떻게 현재에 안락하게 기거하시며, 말씀하신 대로 살펴 알되 진리와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아난 비구의 미증유법이니라.

  

아난은 이렇게 말한다.

'여러 현자들이여, 나는 부처님을 모셔 온 지 25년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뽐낼 생각은 전혀 없다.'

 만일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한다면, 이것은 존자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아난은 또 이렇게 말한다.

'여러 현자들이여, 나는 부처님을 모셔 온 지 25년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제 때가 아닌 때에는 부처님을 뵙지 않았다.'

만일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한다면, 이것은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아난은 또 이렇게 말한다.

'여러 현자들이여, 나는 부처님을 모셔 온 지 25년이다. 그러나 일찍이 부처님께 한 가지 허물을 제외하고는 꾸지람을 들은 일이 없다. 그것도 또한 다른 사람 때문이었다.'

  

만일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한다면, 이것은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아난은 또 다시 이렇게 말한다.

'여러 현자들이여, 나는 여래에게서 8만 법문을 받아 잊지 않고 기억한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뽐낼 생각은 전혀 없다.'

만일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한다면, 이것은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아난은 또 이렇게 말한다.

'여러 현자들이여, 나는 여래에게서 8만 법문을 받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 한 구절을 제외하고는 두 번 묻지 않았다. 그것도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하였다면, 이것은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존자 아난은 또 이렇게 말한다.

'여러 현자들이여, 나는 여래에게서 8만 법문을 받아 가졌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남에게 법을 받은 일이 없다.'

만일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하였다면, 이것은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아난은 또 이렇게 말한다.

'여러 현자들이여, 나는 여래에게서 8만 법문을 받아 가졌지만 처음부터 (내가 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은 다른 이에게 말해 주기 위해서이다)라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여러 현자들이여, 다만 내 자신을 다스리고 내 자신이 쉬며, 내 자신이 반열반을 얻고자 함이었다.'

만일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하였다면 이것은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아난은 또 이렇게 말한다.

'여러 현자들이여, 이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며 매우 특별한 일이다. 곧 사부대중이 내게 와서 법을 듣는다. 그러나 나는 그것으로 인하여 뽐내야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또한 만일 누가 와서 물으면, 나는 마땅히 이러이러하게 대답하리라고 미리 준비한 일도 없다. 여러 현자들이여, 나는 다만 그 자리에서 현실에 맞게 이치대로 대답할 뿐이다.'

만일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한다면, 이것은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아난은 또 이렇게 말한다.

'여러 현자들이여, 이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며, 매우 특별한 일이다. 곧 많은 이학(異學)의 사문 범지들은 내게 와서 일을 묻는다. 그러나 나는 그로 인해 두려워하고 놀라거나, 무서워서 털이 곤두서는 일이 전혀 없었다. 또한 누가 와서 물으면 나는 이러이러하게 대답하리라고 미리 준비한 적도 없다. 여러 현자들이여, 나는 다만 그 자리에서 이치를 따라 대답할 뿐이다.'

만일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한다면, 이것은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어느 때에 존자 사리자 존자 대목건련 존자 아난이 사위국 바라라산(婆羅邏山)에 있었다. 이때 존자 사리자가 물었다.

'현자 아난이여, 그대는 부처님을 모셔온 25년 동안에 때로는 욕심을 일으킨 기억이 있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학인(學人)이라 욕심을 여의지 못했습니다.'  

존자 사리자가 다시 물었다.

'현자 아난이여, 나는 그대가 유학(有學)인지 무학(無學 : 아라한)인지를 물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대가 부처님을 모셔온 25년 동안에 때로는 욕심을 일으킨 기억이 있느냐고 물었을 뿐입니다.'

이렇게 사리자가 두 번 세 번 물었다.

'현자 아난이여, 그대는 부처님을 모셔온 25년 동안에 때로는 욕심을 일으킨 기억이 있습니까?'

아난도 또한 두 번 세 번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학인이라 욕심을 여의지 못했습니다.'

'현자 아난이여, 나는 그대가 유학인지 무학인지를 물은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다만 그대가 부처님을 모셔온 25년 동안에 때로는 욕심을 일으킨 기억이 있느냐고 물었을 뿐입니다.'  

이때에 존자 대목건련이 말했다.

'현자 아난이여, 빨리 대답하시오. 빨리 대답하시오. 아난이여, 그대는 높은 장로를 희롱하지 마시오.'

그러자 아난이 대답했다.

'존자 사리자여, 저는 부처님을 모셔온 25년 동안에 처음부터 한 번도 욕심을 일으킨 기억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저는 항상 부처님을 향해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또 모든 지혜로운 범행자들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아난이 이런 말을 하였다면, 이것은 존자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다시 어느 때 세존께서 왕사성을 유행하실 때 바위산에 계셨다. 이때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누울 때 마땅히 사자가 눕는 법처럼 그렇게 누우라.'

아난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짐승의 왕인 사자가 눕는 법은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아난아, 짐승의 왕인 사자는 낮에는 먹이를 찾아다니다가 다니기를 마치면 굴로 들어간다. 만일 자려고 할 때에는 발은 포개고 꼬리는 펴서 뒤에 두며, 오른쪽으로 눕는다.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면 제 몸을 돌아본다. 짐승의 왕 사자는 몸이 바르지 못한 것을 보면, 곧 언짢아하고, 그 몸이 모두 바른 것을 보면 곧 기뻐한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굴을 나오는데 굴 밖으로 나와서는 기지개를 켜며 으르렁거리고 기지개를 켜고 으르렁거린 다음에는 제 자신의 몸을 살펴보며, 제 몸을 살펴본 뒤에는 사방을 바라보고, 사방을 바라본 뒤에는 두세 번 포효하며, 두세 번 포효한 뒤에는 먹이를 구하러 간다. 짐승의 왕인 사자가 눕는 법은 이와 같다.'

존자 아난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짐승의 왕 사자가 눕는 법이 그와 같다면, 비구가 눕는 법은 마땅히 어떠해야 합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아난아, 만일 비구가 마을을 의지하고 살면서,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에 들어가 밥을 빌어야 하는데 그 때에 몸을 잘 보호해 가지고 모든 감관[根]을 거두어 지키며, 바른 생각을 지녀야 한다. 그렇게 하여 마을에서 밥을 빌어 식사를 마친 뒤에는 가사와 발우를 거두어 챙기고, 손과 발을 씻고 니사단(尼師檀)을 어깨에 걸치고 일 없는 곳으로 간다. 혹 나무 밑이나 빈집에 들어가 혹은 거닐거나 좌선하기도 하며 마음 속에 온갖 장애 되는 법을 깨끗이 버린다. 낮에도 혹 거닐거나 좌선하여 마음 속의 모든 장애 되는 법을 깨끗이 버리고, 또 초저녁에도 거닐거나 좌선하여 마음 속의 온갖 장애 되는 법을 깨끗이 버린다. 초저녁에 거닐거나 좌선하여 마음 속의 온갖 장애 되는 법을 깨끗이 버린 뒤, 한밤[中夜]에는 방에 들어가 눕는다. 우다라승(優?邏僧 : 울다라승)을 네 겹으로 접어 평상에 펴고, 승가리(僧伽梨)를 접어 베개를 만들고, 오른쪽으로 누워 발을 포개며, 마음은 명상(明相)9) 바른 생각 바른 지혜 항념기상(恒念起想)에 매어 둔다. 그리고 새벽 무렵에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거닐거나 좌선하며 마음 속의 장애 되는 법을 깨끗이 버린다. 이와 같이 하는 것이 비구가 사자처럼 눕는 법이니라.'

존자 아난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런 것이 비구가 사자처럼 눕는 법이옵니다.'

존자 아난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 현자들이여, 세존께서는 내게 사자가 눕는 법에 비유하여 눕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그 뒤로 나는 한 번도 왼쪽으로 누운 적이 없었다.'

만일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하였다면, 이것은 존자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또 어느 때 세존께서는 구시나갈성(拘尸那竭城)을 유행하실 적에 화발단 역사사라림(和跋單力士娑羅林)에 머무셨다. 세존께서는 최후로 반열반에 드시려 하실 즈음에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두 그루의 사라나무 사이로 가서 여래를 위해 북쪽으로 머리를 둘 수 있게 하여 자리를 펴라. 나는 오늘 밤중에 반열반에 들 것이다.'

존자 아난이 여래의 분부대로 곧 두 그루의 사라나무 밑으로 가서 그 사이에다 여래를 위해 북쪽으로 머리를 들 수 있도록 자리를 폈다. 자리를 편 뒤에 다시 부처님께 돌아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미 여래를 위하여 두 그루 나무 사이에다 북쪽으로 머리를 둘 수 있도록 자리를 폈습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적당한 때를 선택하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존자 아난을 데리고 두 그루 나무 사이에 이르러 우다라승(優?邏僧)을 네 겹으로 접어 평상 위에 펴고, 승가리를 접어 베개로 만들고, 오른쪽으로 누워 발을 포개셨다. 최후로 반열반에 드시려 할 때, 존자 아난은 불자(拂子)를 잡고 부처님 곁에 서서 손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까지는 여러 곳의 비구들이 세존께 와서 뵙고 공양하고 예로써 섬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나 언제든지 와서 세존을 뵙고 공양하고 예로써 섬길 수 있었다. 만일 세존께서 반열반하셨다는 말을 들은 뒤에는 다시는 와서 세존을 뵙고 공양하고 예로써 섬길 수 없을 것이다. 나도 또한 언제든지 부처님을 뵙고 공양하고 예로써 섬길 수 없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아난 비구는 지금 어디 있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존자 아난은 불자(拂子)를 잡고 부처님 곁에 서서 손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지금까지는 여러 곳의 비구들이 세존께 와서 뵙고 공양하고 예로써 섬기고자 하면, 언제든지 누구나 와서 세존을 뵙고 공양하고 예로써 섬길 수가 있었다. 만일 세존께서 반열반하셨다는 말을 들은 뒤에는, 다시는 와서 세존을 뵙고 공양하고 예로써 섬길 수 없을 것이다. 나도 또한 언제든지 부처님을 뵙고 공양하고, 예로써 섬길 수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울지 말라. 또한 슬퍼하지도 말라. 왜냐 하면 아난아, 너는 나를 모시면서 몸으로 행한 것도 착하였고 입과 뜻으로 행한 것도 착하였다. 처음부터 두 마음이 없어 안락하기 한량없었다. 아난아, 비록 과거에 모든 여래 무소착 등정각을 모신 사람이 있었더라도 너보다 나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아난아, 만일 미래에 모든 여래 무소착 등정각을 모실 사람이 있다 해도 또한 너보다 낫지 못할 것이다. 아난아, 이제 나 현재의 여래 무소착 등정각을 모시는 사람이 있더라도 또한 너보다 낫지는 못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때를 잘 알고 때를 잘 분별했다.

(지금은 내가 가서 여래를 뵈올 때다. 지금은 내가 가서 여래를 뵈올 때가 아니다. 지금은 비구와 비구니들이 가서 여래를 뵈올 때다. 지금은 비구 비구니들이 가서 여래를 뵈올 때가 아니다. 지금은 우바새 우바사(優婆私)10)들이 가서 여래를 뵈올 때다. 지금은 우바새 우바이들이 가서 여래를 뵈올 때가 아니다. 지금은 많은 이학의 사문 바라문들이 가서 여래를 뵈올 때다. 지금은 많은 이학의 사문 바라문들이 가서 여래를 뵈올 때가 아니다. 이 많은 이학의 사문 바라문들은 여래와 함께 이야기할 수가 있다. 이 많은 이학의 사문 바라문들은 여래와 함께 이야기할 수가 없다. 이 음식을 먹고 마시면 여래께서는 안온하고 요익하실 것이다. 이 음식을 먹고 마시면, 여래께서는 안온하고 요익하게 될 수 없을 것이다. 이 음식을 먹고 마시면 여래께서는 변재로 설법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 음식을 먹고 마시면 여래께서는 변재로 설법하실 수 없을 것이다.)


또 아난아, 너는 비록 타심지(他心智)는 없으나, 여래가 해질 무렵에 연좌(燕坐)에서 일어나 미리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하고, 오늘 여래의 행은 이와 같으며, 이와 같이 현재에 안락하게 기거하시고 말씀하신 그대로를 살펴서 그 이치가 다름이 없는 것을 안다.'


이에 세존께서는 존자 아난을 기쁘게 하려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은 네 가지 미증유법(未曾有法)을 얻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찰리(刹利) 대중이 전륜성왕을 가서 보고, 만일 잠자코 있을 때면 보기만 해도 기뻐하고, 만일 말할 때면 그 말을 듣고서 기뻐한다. 범지 거사 사문들도 전륜성왕을 가서 보고, 만일 잠자코 있을 때면 보기만 해도 기뻐하고, 만일 말할 때면 그 말을 듣고서 기뻐한다. 


아난도 이와 같이 네 가지 미증유법을 얻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비구들이 가서 아난을 보고, 만일 잠자코 있을 때면 보기만 해도 기뻐하고, 말할 때면 그 말을 듣고서 기뻐한다.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들도 아난을 보고, 만일 잠자코 있을 때면 보기만 해도 기뻐하고, 말할 때면 그 말을 듣고서 기뻐한다. 


또 아난은 대중을 위하여 설법함에 있어서 네 가지 미증유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아난 비구는 비구들을 위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설법하고 성의 없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 비구들도 또한 (존자 아난이 항상 설법하여 중지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저 비구들은 존자 아난의 설법을 듣고 끝끝내 싫증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아난 비구는 끝내 잠자코 있다. 그는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들을 위해서도 또한 지극한 마음으로 설법하고 성의 없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 우바사들도 또한 (존자 아난이 항상 설법하여 중지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우바사들도 존자 아난의 설법을 듣고 끝끝내 싫증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아난 비구는 끝내 잠자코 있다.'

  

또 어느 때 부처님께서 반열반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존자 아난은 금강(金剛)을 유행할 적에 금강촌에 머물고 있었다. 이 때에 존자 아난이 한량없는 백천 무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설법하고 있었다. 존자 금강자(金剛子)도 이 때 대중 가운데 있었다. 금강자는 가만히 이렇게 생각했다.

'이 존자 아난은 원래 학인(學人)으로서 아직까지 욕심을 여의지 못했는가? 나는 차라리 여기상정(如其像定)에 들어 여기상정으로써 존자 아난의 마음을 관찰해 보리라.'

이에 존자 금강자는 곧 여기상정에 들어, 여기상정으로써 아난의 마음을 관찰하였다. 존자 금강자는 곧 존자 아난은 원래 학인으로서 아직까지 욕심을 여의지 못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존자 금강자는 삼매에서 일어나 존자 아난을 향하여 게송을 읊었다.


  산림(山林) 속에서 고요히 생각하여

  마음으로 하여금 열반에 들게 해야 하리

  구담(瞿曇)이여, 선정은 어지러움이 없어

  오래지 않아 그 자취를 쉬리라.


존자 아난은 존자 금강자에게서 대중으로부터 떠나 혼자 수행하며 어지러움 없이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가르침을 받고 대중에게서 떠나 부지런히 정진하여 어지러움이 없었다. 그리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신심으로 집을 버려 가정 없이 도를 배우는 족성자들이 해야 할 바인 위없는 범행을 마쳤다. 그는 곧 현재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원만히 노닐었다. 생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는 참뜻을 알았다. 존자 아난은 법을 안 뒤에 결국 아라한이 되었다. 

존자 아난은 말하였다.

'여러 현자들이여, 나는 평상 위에 앉아 머리를 숙여 미처 베개에 닿기 전에, 문득 일체의 번뇌를 끊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만일 존자 아난이 이런 말을 하였다면, 이것은 존자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존자 아난은 또 말하였다.

'여러 현자들이여, 나는 가부좌하고 앉은 채로 반열반에 들리라.'

존자 아난은 곧 가부좌하고 앉아 반열반에 들었다. 만일 존자 아난이 가부좌하고 앉은 채로 반열반에 들었다면, 그것은 존자 아난의 미증유법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1) 아설시(阿說示)라고도 하고 의역하여 말하면 마사(馬師)라고 한다. 이 사람은 특별히 용모가 단정하고 행실이 절제 있어 행보상서(行步庠序)의 제일인자로 불린다.

2) 또는 발제리가(跋提利迦)라 하기도 하는데 출가하기 전의 가계가 석가족 출신인 왕족의 집안이었으므로 석가왕이라 호칭하였다. 호족 출신으로 부귀하고 천성이 부드럽고 온화하기가 제일인 비구이다.

3) 마하나마(摩訶那摩)라고 하기도 하며 구례(拘隸)란 구례다족(拘隸多族) 출신임을 가리킨 말이다.

4) 사라수(沙羅樹) 잎으로 만든 임시 사원(寺院)을 말한다.

5)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셨을 적에 아난은 아직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아난 비구는 타심지가 없다고 말씀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