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제13권 - 왕상응품 - 065. 오조유경(烏鳥喩經)

실론섬 2015. 7. 19. 19:35

중아함경 제 13 권

6. 왕상응품 ③

  [이 소토성송(小土城誦)에는 모두 4품 반이 들어 있으며, 총 52개의 소경이 수록되어 있다.]


  오조유경(烏鳥喩經) 설본경(說本經)과 대천내림경(大天林經) 대선견왕경(大善見王經)과

  삼십유경(三十喩經) 전륜왕경(轉輪王經)이며 최후에 비사경(肆經)이 수록되었다.


 

065. 오조유경(烏鳥喩經) 제 1 [제 2 소토성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왕사성에 유행하실 적에 죽림 가란타(加蘭) 동산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전륜왕이 주보(珠寶)를 시험해 보려고 하였을 때, 네 종류의 군사인 곧 상군(象軍) 마군(馬軍) 차군(車軍) 보군(步軍)을 모았다. 네 종류의 군대를 모은 다음 깜깜한 밤에 높은 깃대를 세우고 그 위에 구슬을 장식해 가지고 동산으로 나가니, 그 구슬의 찬란한 광명이 네 종류의 군대를 비추었는데, 그 광명은 사방 반 유연(由延 : 由旬)이나 비추었다. 


그 때에 어떤 범지가 생각하기를 '이제 차라리 내가 가서 전륜왕과 네 종류의 군대도 구경하고 유리구슬도 구경해야겠다'고 하였다. 그 때에 범지는 또 '전륜성왕과 네 종류의 군대를 구경하고 유리구슬을 구경하는 것은 우선 놔두고 나는 차라리 저 숲 속으로 가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생각한 범지는 곧 숲 속으로 들어가 한 나무 밑에 이르러 앉았다. 그런지 오래지 않아 수달 한 마리가 왔다. 범지는 수달에게 물었다.

'잘 왔다. 수달아,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범지시여, 이 못은 본래는 맑은 물이 가득차 넘쳤었고, 연뿌리도 많았었으며 꽃도 많았었습니다. 게다가 물 속에는 고기와 거북이도 많아서 내가 옛날에 의지하고 살던 곳인데, 지금은 모두 말라 버렸습니다. 범지시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나는 이 곳을 버리고 큰 강으로 떠나려고 합니다. 나는 이제 떠나려고 하지만 다만 사람들이 두렵습니다.'

  

그 수달은 범지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가버리고 범지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다시 구모조(究暮鳥)가 왔다. 범지는 구모조에게 물었다.

'잘 왔다. 구모조야,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범지시여, 이 못은 본래는 맑은 물이 가득 차서 넘쳐 흘렀었고, 연뿌리도 많았었으며 연꽃도 많았었습니다. 이 못에는 고기와 거북이도 많아 내가 옛날에 의지해 살던 곳인데, 지금은 말라 버렸습니다. 범지시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나는 이 곳을 버리고 저 죽은 소의 시체 더미를 의지하여 거기서 살거나, 혹은 죽은 나귀를 의지하거나 혹은 죽은 사람 시체 더미를 의지하여 깃들어 살고자 합니다. 나는 지금 떠나고자 하지만 다만 사람들이 두렵습니다.'

  

저 구모조도 이 범지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떠나버리고 범지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다시 독수리가 왔다. 범지는 독수리에게 물었다.

'잘 왔다. 독수리야,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범지시여, 나는 큰 무덤에서 큰 무덤으로 옮겨 다니면서 생명을 해칩니다. 나는 지금 죽은 코끼리 고기나 죽은 말, 죽은 소, 죽은 사람의 고기를 먹으려고 합니다. 나는 지금 떠나고자 하지만 다만 사람들이 두렵습니다.'

  

그 독수리는 이 범지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가버리고 범지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또 식토조(食吐鳥)가 왔다. 범지는 식토조를 보고 물었다.

'잘 왔다. 식토조야, 너는 어디서 왔으며 다시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범지시여, 당신은 아까 독수리가 가는 것을 보았습니까? 나는 그 독수리가 토한 것만 먹고 삽니다. 나는 지금 떠나려고 하는데 다만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저 식토조도 이 범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가버리고 범지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다시 승냥이가 왔다. 범지는 승냥이를 보고 물었다.

'잘 왔다. 승냥이야,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범지시여, 나는 깊은 골짜기에서 깊은 골짜기로, 풀덤불에서 풀덤불로, 구석지고 조용한 곳에서 구석지고 조용한 곳으로 다니다가 왔습니다. 나는 이제 죽은 코끼리 고기와 죽은 말 죽은 소 죽은 사람의 고기를 먹고자 합니다. 나는 지금 떠나가고 싶으나 오직 사람들이 두렵습니다.'

  

그 승냥이는 이 범지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가버리고 범지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다시 까마귀가 왔다. 범지는 까마귀를 보고 물었다.

'잘 왔다. 까마귀야,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범지시여, 당신은 얼굴이 두껍고 미련하고 미친 사람입니다. 어떻게 내게 너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려느냐고 묻습니까?'

  

까마귀는 면전에서 범지를 꾸짖고 나서 떠나버렸고, 범지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다시 성성()이가 왔다. 범지는 성성이를 보고 곧 물었다.

'잘 왔다. 성성아,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범지시여, 나는 동산에서 동산으로, 집에서 집으로, 숲에서 숲으로 다니면서 맑은 샘물을 마시고 좋은 과실을 따먹으며 왔습니다. 나는 이제 어디든지 상관하지 않고 가려고 하며 또 사람들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 성성이는 이 범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떠나갔느니라."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런 비유들을 들어 그 이치를 깨닫게 하려고 한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이 말에는 뜻이 담겨져 있느니라.

 

'이 때에 저 수달은 이 범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떠나갔다'고 했는데,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한 데에는 무슨 뜻이 있는가 하면, 어떤 비구가 마을을 의지하여 다니는 것과 같다. 그 비구는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 걸식할 때에, 몸을 보호하지 않고 모든 감각기관을 단속하지 않으며, 바른 생각을 세우지도 않고서 법을 설하되 혹은 세존의 말씀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은 성문의 말씀이라고 하기도 하여, 그것으로 인해 의복 음식 침구 탕약 등 온갖 생활 도구를 구한다. 그는 그런 것들을 얻은 뒤에는 거기에 물들고 집착하며 접촉하고 의지하여 재앙이 되고 걱정이 되는 것인 줄 모르고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서 마음에 편안하게 수용한다. 


그 비구는 나쁜 계를 행하고 나쁜 법을 성취하여, 맨 나중에는 부패(腐敗)의 폐단이 생긴다. 범행이 아닌 것을 범행이라 일컫고,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으니, 마치 범지가 수달을 보고 '잘 왔다. 수달아,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하고 물었을 때에 '범지시여, 이 못은 본래는 맑은 물이 차서 넘쳤었고, 게다가 연뿌리와 연꽃도 많았었으며, 고기와 거북이도 그 안에 가득 있었으므로 내가 옛날에 의지하고 살던 곳인데 지금은 말라 버렸습니다. 범지시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나는 이 곳을 떠나 저 큰 하수로 가려고 합니다. 내가 지금 떠나고자 하지만 다만 사람들이 두렵습니다'라고 대답했던 것처럼, 내가 말하는 저 비구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더러운 법에 들어가는 것은, 미래 세계에 존재하게 되는 근본과 번열(煩熱)의 괴로운 과보와 생 노 병 사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비구는 수달과 같이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법이 아닌 것을 의지하여 스스로 목숨을 보존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마땅히 몸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하고 입과 뜻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일이 없는 가운데 머물러 분소의(糞掃衣)를 입고 항상 걸식을 하되 차례로 걸식하여 조금도 욕심을 부리지 말고 늘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속세를 멀리 떠나 머무르기를 즐겨하고, 정근(精勤)을 익히고 바른 생각[正念] 바른 지식[正智] 바른 선정[正定] 바른 지혜[正慧]를 세워 항상 속세를 멀리 떠나야 한다고 이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저 구모조는 이 범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떠났다'고 말했는데, 내가 이 비유를 말한 데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면, 어떤 비구가 마을을 의지하여 다니는 것과 같다. 비구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 걸식할 때에, 몸을 보호하지 않고 모든 감각기관을 단속하지 않으며, 바른 생각을 세우지도 못했으면서 남의 집에 들어가 교화하고 설법하기를 혹은 세존의 말씀이라 하기도 하고, 혹은 성문의 말씀이라고 하기도 하여, 그것으로 인하여 의복 음식 침구 탕약 따위의 모든 생활 도구를 얻는다. 그는 그런 이익을 얻은 뒤에는 거기에 물들고 집착하고 접촉하고 의지하여 재앙이 되고 걱정이 되는 것인 줄 알지 못하고, 그것을 버리지 못하여 마음 편하게 수용한다. 


그 비구는 나쁜 계를 행하고 나쁜 법을 성취하여, 맨 나중에는 부패하는 폐단이 생긴다. 범행이 아닌 것을 범행이라 일컫고,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으니, 마치 범지가 구모조를 보고 '잘 왔다. 구모조야,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하고 물었을 때에 '범지시여, 이 못은 본래는 맑은 물이 찰랑찰랑 넘쳐흘렀었고 연뿌리와 연꽃도 많았었으며, 고기와 거북이도 그 안에 많이 있어 내가 옛날에 의지하고 살던 곳인데 지금은 말라 버렸습니다. 범지시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 저 죽은 소의 시체 더미를 의지하여 깃들거나, 혹은 죽은 나귀를 의지하거나, 혹은 죽은 사람의 시체 더미를 의지하여 살고자 합니다. 내가 지금 떠나가고자 하지만 다만 사람들이 두렵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처럼, 내가 말하는 비구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더러운 법을 의지하는 것은 미래세계에 존재하게 되는 근본과 번열의 괴로운 과보와 생 노 병 사의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비구는 구모조와 같이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법이 아닌 것을 의지하여 스스로 생명을 보존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 마땅히 몸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하고 입과 뜻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일이 없는 가운데 머물러, 분소의를 입고 항상 걸식을 행하되 차례로 걸식하여 조그만 욕심도 부리지 말고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 속세를 멀리 떠나 머무르기를 즐겨하고 정근을 익히고 바른 생각 바른 지식 바른 선정 바른 지혜를 세워 항상 속세를 멀리 떠나야 한다고 그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그 때 저 독수리는 이 범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떠나갔다'고 했는데, 내가 이런 비유를 들어 말한 데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면, 어떤 비구가 마을을 의지하여 다니는 것과 같다. 비구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 걸식할 때에, 몸을 보호하지 않고 모든 감각기관도 지키지 못하며, 바른 생각을 세우지도 않고서 남의 집에 들어가 교화하고 설법하기를, 혹은 부처님의 말씀이라 하기도 하고, 혹은 성문의 말씀이라고 하기도 하면서 그것으로 인하여 의복 음식 침구 탕약 등 온갖 생활 도구의 이익을 챙긴다. 그는 이런 이익을 얻은 뒤에는 거기에 물들고 집착하고 접촉하고 의지하여 재앙이 되고 걱정이 되는 것인 줄 알지 못하고, 그것을 버리지 못하여 마음 편하게 수용한다. 


그 비구는 나쁜 계를 행하고 나쁜 법을 성취하여 맨 나중에는 부패가 생긴다. 범행이 아닌 것을 범행이라 일컫고,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으니, 마치 범지가 독수리를 보고 '잘 왔다. 독수리야,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라고 물었을 때에 '범지시여, 나는 큰 무덤에서 큰 무덤으로 옮겨다니면서 생명을 해치다가 왔습니다. 나는 이제 죽은 코끼리의 고기 죽은 말 죽은 소 죽은 사람의 고기를 먹으려 합니다. 내가 지금 떠나고자 하지만 다만 사람들이 두렵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처럼, 내가 말하는 비구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는 독수리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법이 아닌 것을 의지하여 스스로 생명을 보존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 마땅히 몸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하고 입과 뜻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하라. 일이 없는 가운데 머물러, 분소의를 입고 항상 걸식을 행하되 차례로 걸식하며, 조그만 욕심도 부리지 말고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 속세를 멀리 떠나 머무는 일을 즐겨하며 정근을 익히고, 바른 생각 바른 지식 바른 선정 바른 지혜를 세워 항상 속세를 멀리 떠나야 한다고 그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저 식토조가 이 범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버리고 갔다'고 말했는데, 내가 그 비유를 들어 말한 데에는 무슨 뜻이 있는가 하면, 어떤 비구가 마을을 의지하여 나다니는 것과 같다. 비구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 걸식할 때에, 몸을 보호하지 않고 모든 감각기관도 잘 지키지 못하며, 바른 생각을 세우지도 않고서 그는 비구니의 방에 들어가 교화하고 설법하기를, 혹은 세존의 말씀이라 하기도 하고, 혹은 성문의 말씀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면 저 비구니는 몇몇 집에 들어가 어떻게 해야 좋고 어떻게 하면 나쁘다는 것을 말하여 신시물(信施物)을 받아다가 비구에게 가져다 준다. 이것으로 인하여 의복 음식 침구 탕약 등 온갖 생활 도구의 이익을 챙긴다. 그는 이런 이익을 얻은 뒤에는 물들고 집착하고 접촉하고 의지하여 재앙이 되고 걱정이 되는 것임을 알지 못하고, 그것을 버리지 못하여 마음 편하게 수용한다. 


저 비구는 나쁜 계를 행하고 나쁜 법을 성취하여, 맨 나중에는 부패의 폐단이 생긴다. 범행이 아닌 것을 범행이라 일컫고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으니, 마치 범지가 식토조를 보고 '잘 왔다. 식토조야,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하고 물었을 때에 '범지시여, 당신은 아까 독수리가 떠나간 것을 보았습니까? 나는 독수리가 토해낸 것을 먹고 삽니다. 내가 떠나고자 하지만 다만 사람들이 두렵습니다'라고 대답한 것과 같이, 내가 말하는 비구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는 식토조처럼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법이 아닌 것을 의지하여 스스로 생명을 보존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 마땅히 몸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하고 입과 뜻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하라. 일이 없는 가운데 머물러, 분소의를 입고 항상 걸식을 행하되 차례로 걸식하여 조그만 욕심도 부리지 말고 만족할 줄을 알라. 속세를 멀리 떠나 머무르기를 좋아하고 정근을 익히고, 바른 생각 바른 지식 바른 선정 바른 지혜를 세워 항상 속세를 멀리 떠나야 한다고 그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이 때에 저 승냥이는 이 범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떠나갔다'고 말했는데,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한 데에는 어떤 뜻이 있는가 하면, 어떤 비구가 가난한 마을을 의지하여 머무르는 것과 같다. 그가 만일 마을이나 성 안에 지혜 있고 정진하는 범행자가 많이 있는 줄을 알면 곧 피해 가고, 만일 마을이나 성 안에 지혜 있고 정진하는 범행자가 없는 줄을 알면 곧 와서 9개월이나 10개월 동안 그 안에서 머문다. 모든 비구들이 그것을 보고 곧 묻는다.

'현자여, 어디로 유행하는가?'

그는 곧 대답한다.

'여러분, 나는 어느 가난한 마을을 의지하여 다닙니다.'


비구들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이렇게 생각한다.

(이 현자는 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한다. 왜냐 하면 이 현자는 어느 가난한 마을을 의지하여 다니기 때문이다.)  

모든 비구들은 다 그를 공경하고 예로 섬기며 공양한다. 이것으로 인하여 의복 음식 침구 탕약 등 온갖 생활 도구의 이익을 챙긴다. 그는 그런 이익을 얻은 뒤에는 물들고 집착하고 접촉하고 의지하여 재앙이 되고 걱정이 되는 것임을 알지 못하고, 그것을 버리지 못하여 마음 편하게 수용한다. 


저 비구는 나쁜 계를 행하고 나쁜 법을 성취하여, 맨 나중에는 부패하는 폐단이 생긴다. 범행이 아닌 것을 범행이라 일컫고,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으니, 마치 범지가 승냥이를 보고 '잘 왔다. 승냥아,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하고 물었을 때 '범지시여, 나는 깊은 골짜기에서 깊은 골짜기로, 풀덤불에서 풀덤불로, 구석진 곳에서 구석진 곳으로 다니다가 왔습니다. 나는 지금 죽은 코끼리 고기 죽은 말 죽은 소 죽은 사람의 고기를 먹으려고 합니다. 내가 지금 떠나가려 하지만 다만 사람들이 두렵습니다' 하고 대답한 것처럼, 내가 말하는 비구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는 승냥이와 같이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법이 아닌 것을 의지하여 스스로 목숨을 보존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 마땅히 몸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하고 입과 뜻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일이 없는 가운데 머물러, 분소의를 입고 항상 걸식을 행하되 차례로 걸식하여 조그만 욕심도 부리지 말고 만족할 줄을 알라. 속세를 멀리 떠나 머물기를 즐겨하고 정근을 익히고, 바른 생각 바른 지식 바른 선정 바른 지혜를 세워 항상 마땅히 속세를 멀리 떠나야 한다고, 그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그 때 까마귀가 바라문을 꾸짖은 뒤에 곧 버리고 갔다'고 말했는데,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한 데에는 어떤 뜻이 있는가 하면, 어떤 비구가 가난하여 아무 일이 없는 곳에서 여름 안거(安居)를 받은 것과 같다. 그는 만일 마을이나 성 안에 지혜 있고 정진하는 범행자가 많이 있는 줄을 알면 곧 피해 가고, 만일 마을이나 성 안에 지혜 있고 정진하는 범행자가 없는 줄을 알면 곧 와서 2개월이나 3개월 정도 그 안에서 머무른다. 모든 비구들이 그를 보고는 묻는다.

'현자여, 어디서 여름 안거를 지내십니까?'

그는 대답한다.

'여러분, 나는 지금 가난하고 일이 없는 아무 곳에서 여름 안거를 받고 있습니다. 나는 저 모든 어리석은 무리들과 달라서 평상을 만들고 5사(事)1)를 두루 갖추어 그 안에 머무르는데, 오전이나 오후나 입은 그 맛을 따르고 맛은 그 입을 따르며, 구하고 또 구하며 찾고 또 찾고 있습니다.'

  

이 때에 모든 비구가 그 말을 듣고 곧 이렇게 생각한다.

(이 현자는 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하는구나. 왜냐 하면 이 현자는 어느 가난하고 일이 없는 곳에서 여름 안거를 받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 모든 비구들은 다함께 그를 공경하고 예로 섬기며 공양한다. 이것으로 인하여 의복 음식 침구 탕약 등 모든 생활 도구의 이익을 챙긴다. 그는 그런 이익을 얻은 뒤에는 물들고 집착하며 접촉하고 의지하여 재앙이 되고 걱정이 되는 것인 줄 알지 못하고, 그것을 버리지 못하여 마음 편하게 수용한다.

  

그 비구는 나쁜 계를 행하고 나쁜 법을 성취하여, 맨 나중에는 부패해지는 폐단이 생긴다. 범행이 아닌 것을 범행이라 일컫고,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으니, 마치 범지가 까마귀를 보고 '잘 왔다. 까마귀야,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하고 물었을 때 '범지시여, 당신은 얼굴이 두껍고 미련하고 미친 사람입니다. 어떻게 나에게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 하느냐고 묻습니까?'라고 대답한 것처럼, 내가 말하는 비구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는 까마귀와 같이 행동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법이 아닌 것을 의지하여 스스로 목숨을 보존하려 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마땅히 몸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하고 입과 뜻으로 행하는 것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 일이 없는 가운데 머물러, 분소의를 입고 항상 걸식을 행하되 차례로 걸식하여 조그만 욕심도 부리지 말고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 속세를 멀리 떠나 머물기를 좋아하고 정근을 익히고, 바른 생각 바른 지식 바른 선정 바른 지혜를 세워 항상 마땅히 속세를 멀리 떠나야 한다고 그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저 성성이는 이 범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곧 떠나갔다'고 말했는데, 내가 이 비유를 들어 말한 데에는 어떤 뜻이 있는가 하면, 어떤 비구가 마을을 의지하여 다니는 것과 같다. 비구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 걸식할 때에, 몸을 잘 보호하고 모든 감각기관을 단속하여 지키며, 바른 생각을 세운다. 그는 마을을 따라 걸식하기를 마치고 밥을 먹은 뒤에, 오후가 되면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손과 발을 씻고, 니사단을 어깨에 걸치고는 일 없는 곳으로 가거나 나무 밑으로 가거나, 혹은 빈 집으로 가서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가부좌를 맺고 앉는다. 몸을 바루고 올바른 서원을 세우며 비뚤어진 생각으로 향하지 않고, 탐욕을 끊고 마음에 다툼이 없으며, 남의 재물과 모든 생활 도구를 보아도 탐욕을 일으켜 내 것으로 만들려 하지 않으니, 그는 탐욕하는 그 마음에 대하여 깨끗이 하였다. 이렇게 성냄과 잠과 들뜸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의심을 끊고 의혹을 벗어나 선법(善法)에서 망설임이 없으니, 그는 의혹하는 그 마음에 대하여 깨끗이 하였느니라.

  

그는 이미 이 5개(蓋)와 마음의 더러움과 지혜가 박약함을 끊고,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나아가 제 4 선(禪)을 성취하여 노닌다. 그는 이러한 선정의 마음[定心]이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번거로움이 없어져서, 향누진지통(向漏盡智通)으로 나아가 증득한다. 그는 곧 이 괴로움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을 알며, 괴로움의 소멸을 알며,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안다. 이 누(漏 : 煩惱)를 알고, 이 누의 발생을 알며, 이 누의 소멸을 알고, 이 누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안다. 그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본 뒤에는 곧 욕루(欲漏)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유루와 무명루에서 마음이 해탈하며,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는 진실 그대로를 아느니라. 


마치 범지가 성성이를 보고 '잘 왔다. 성성아, 너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에, '범지시여, 나는 집에서 집으로, 동산에서 동산으로, 숲에서 숲으로 다니면서 맑은 샘물을 마시고 좋은 열매를 먹다가 왔습니다. 나는 이제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지 가려고 하며, 사람들을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처럼, 내가 말하는 비구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비구는 수달과 같이 행동하지 말고 구모조와 같이 행동하지도 말며, 독수리 식토조 승냥이 까마귀와 같이 행동하지도 말고, 마땅히 성성이처럼 행동하여야 한다. 왜냐 하면 이 세상에 집착이 없는 참다운 사람은 성성이와 같기 때문이니라."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구들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1) 오결(五結)과 같은 의미로 『증일아함경 』 제49권 「비상품(非常品)」의 네 번째 소경(小經)에 의하면, 첫째 게을러서 방편을 구하지 않는 것[懈怠不求方便], 둘째 허망한 것을 많이 좋아하고 잠자기를 탐하는 것[喜多妄貪在眠寐], 셋째 마음이 혼란하여 안정되지 않는 것[心已亂不定], 넷째 감각기관의 문이 안정되지 못한 것[根門不定], 다섯째 늘 시장바닥을 좋아하며 고요한 곳에 있지 않는 것[恒喜在市不在靜處]라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