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074. 팔념경(八念經)

실론섬 2015. 7. 26. 11:31

074. 팔념경(八念經) 제 3 [제2 소토성송]

(이 경의 이역경으로는 후한(後漢)시대 지요(支曜)가 한역한 『불설아나율팔념경(佛說阿那律八念經) 』이 있으며, 참고 경문으로는 『증일아함경 』 제37권 「팔난품(八難品)」의 여섯 번째 소경이 있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바기수(婆奇瘦)에 유행하실 적에 타산(?山)2) 포림(怖林)에 있는 녹야원(鹿野園)에 계셨다. 

그 무렵 존자 아나율타(阿那律陀)는 지제수(枝提瘦)의 수저림(水渚林)에 있었다. 


존자 아나율타는 고요한 곳에 앉아 정진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도는 욕심이 없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욕심이 있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만족할 줄 아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만족할 줄 모르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멀리 여의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모임을 좋아하거나 모임에 머무르거나 모임에 어울리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정근(精勤)을 함으로써 생겨나는 것이지 게으름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바른 생각[正念]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삿된 생각에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도는 안정된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혼란스러운 마음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지혜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어리석음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존께서는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로써 아나율타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헤아리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에 대하여 아셨다. 세존께서 그렇게 다 아시고 나서 곧 여기상정(如其像定)에 드셨다. 여기상정으로써 마치 역사(力士)가 팔 한번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짧은 시간에, 세존께서는 바기수의 타산 포림에 있는 녹야원에서 갑자기 사라지더니 지제수의 수저림에 있는 아나율타 앞에 나타나셨다. 


세존께서는 곧 선정에서 깨어나 존자 아나율타를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아나율타야, 너는 고요한 곳에 앉아 정진하다가 이렇게 생각하구나.

'도는 욕심이 없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욕심이 있는 데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족함을 아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만족할 줄 모르는 데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멀리 여의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모임을 좋아하거나, 모임에 머무르거나, 모임에 어울리는 데에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도는 정근을 함으로써 생겨나는 것이지 게으름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바른 생각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삿된 생각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안정된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혼란스러운 마음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지혜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어리석음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나율타야, 너는 여래로 부터 다시 여덟 번째 대인(大人)의 생각을 받고, 그 생각을 받은 뒤에 곧 이렇게 사유하라.

'도는 희론(戱論)하지 않고, 희론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며, 희론하지 않음을 희론하는 것도 아니고, 희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며, 희론하여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아나율타야, 만일 네가 이 대인의 8념(念)을 성취한다면 너는 반드시 탐욕[欲]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며 나아가 제 4 선을 성취하여 노닐게 될 것이다.

  

아나율타야, 만일 네가 대인의 8념(念)을 성취하고 다시 이 네 가지 증상심(增上心)을 얻어 현재세계에서 안락한 경지에 머물기가 어렵지 않다면, 마치 왕이나 왕의 신하가 좋은 옷상자에 여러 가지 옷을 가득 채워 두고, 뜻에 따라 자유자재로 오전에 입고 싶으면 곧 꺼내 입고, 낮이나 오후에 옷을 입고싶으면 바로 꺼내 입는 것과 같을 것이다. 


아나율타야, 너도 또한 이와 같아서 분소의(糞掃衣)를 얻어 제일 좋은 옷으로 삼고, 네 마음에 욕심이 없이 이렇게 행하면서 가고 머무르고 해야 할 것이다.

  

아나율타야, 만일 네가 대인의 8념(念)을 성취하고 다시 이 네 가지 증상심을 얻어 현재 세계에서 안락한 경지에 머물기가 어렵지 않다면, 이는 마치 왕이나 왕의 신하가 좋은 찬장에 여러 가지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가진 것과 같을 것이다. 


아나율타야, 너도 또한 이와 같이 항상 걸식하는 것으로 제일 좋은 음식을 삼고, 네 마음에 욕심이 없이 이렇게 행하면서 가고 머무르고 해야 할 것이다.

  

아나율타야, 만일 네가 대인의 8념을 성취하고 다시 네 가지 증상심을 얻어 현재세계에서 안락한 경지에 머물기가 어렵지 않다면, 마치 왕이나 왕의 신하가 좋은 집이나 혹은 누각(樓閣)과 궁전을 가진 것과 같을 것이다. 


아나율타야, 너도 또한 이와 같이 나무 밑에 머무는 것으로 제일 좋은 집을 삼고, 네 마음에 욕심이 없이 이렇게 행하면서 가고 머무르고 해야 할 것이다.

  

아나율타야, 만일 네가 대인의 8념을 성취하고 다시 네 가지 증상심을 얻어 현재세계에서 안락한 경지에 머물기를 쉽게 얻으면, 이는 마치 왕이나 왕의 신하가 털 담요와 털 자리가 깔리고 금기(錦綺)와 나곡(羅?) 이불이 덮인 좋은 평상과 몸에 걸치는 속옷과 가릉가파화라(加陵伽波邏)나 파자실화라나(波遮悉?羅那)로 만든 양두안 베개를 가진 것과 같을 것이다. 


아나율타야, 너도 또한 이와 같이 풀자리와 나뭇잎을 제일 좋은 자리로 삼고, 네 마음에 욕심이 없이 이렇게 행하면서 가고 머무르고 해야 할 것이다.

  

아나율타야, 만일 네가 대인의 8념을 성취하고 또 네 가지 증상심을 얻고 현재세계에서 안락한 경지에 머물기가 어렵지 않다면, 이와 같이 너는 동방에서 노닐더라도 반드시 안락을 얻어 온갖 괴로움과 근심이 없을 것이요, 설사 남방 서방 북방에서 노닐더라도 반드시 안락을 얻어 온갖 괴로움과 근심이 없을 것이다.

  

아나율타야, 만일 네가 대인의 8념을 얻고 다시 이 네 가지 증상심을 얻어 현재세계에서 안락한 경지에 머물기가 어렵지 않다면, 나는 오히려 네가 선법(善法)에 머무른다고도 말하지 않겠거늘 하물며 쇠퇴시킨다고 말하겠느냐? 다만 밤낮으로 선법을 증장(增長)시킬 뿐 쇠퇴시키지는 않을 것이니라.

  

아나율타야, 만일 네가 대인의 8념을 성취하고 또 이 네 가지 증상심까지 얻어 현재세계에서 안락한 경지에 머물기가 어렵지 않다면, 너는 2과(果) 중에 틀림없이 어느 하나를 얻을 것이니, 현세에서 최상의 지혜를 얻거나, 혹은 다시 남은 것이 있으면 아나함(阿那含)을 얻을 것이다. 


아나율타야, 너는 마땅히 이 대인의 8념을 성취하고 또한 마땅히 이 네 가지 증상심까지 성취하여 현재세계에서 안락한 경지에 머물기가 어렵지 않게 되어야 한다. 그런 뒤에 지제수 수저림에서 여름 안거(安居)를 보내거라."

  

세존께서는 존자 아나율타를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신 뒤에, 여기상정(如其像定)에 들어 여기상정으로써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짧은 시간에, 세존께서는 지제수 수저림에서 갑자기 사라져 보이지 않으시더니, 바기수 타산 포림에 있는 녹야원에 나타나셨다. 


존자 아난(阿難)은 불자(拂子)를 잡고 세존을 모시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선정[定]에서 깨어 돌아보시며 말씀하셨다.

"아난아, 만일 타산 포림의 녹야원에서 노니는 비구들이 있거든 그들을 모두 강당에 모이게 하고, 강당에 다 모이거든 돌아와서 내게 알려라."

  

존자 아난은 분부를 받은 뒤에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곧 가서 타산 포림의 녹야원에 노니는 비구들은 모두들 다 강당에 모이라고 당부하였다. 비구들이 강당에 모인 뒤 세존께 나아가 이마를 부처님 발에 대어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타산 포림의 녹야원에서 노닐고 있던 비구들은 이미 다 강당에 모이게 하였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마땅히 때인 줄 아소서."

  

세존께서는 존자 아난을 데리고 강당으로 나아가 비구들 앞에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앉으신 뒤에 말씀하셨다.

"여러 비구들아, 나는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대인의 8념(念)에 대하여 설명하리라.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도록 하라."  

그러자 비구들은 분부를 받들어 경청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인의 8념이란 다음과 같다. 


도는 욕심이 없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욕심이 있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도는 만족할 줄 아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만족할 줄 모르는 데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멀리 여의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모임을 좋아하거나 모임에 머무르거나 모임에 어울리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정근하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게으름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바른 생각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삿된 생각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안정된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혼란스러운 마음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지혜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어리석음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도는 희론(戱論)하지 않고, 희론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며, 희론하지 않음을 실천하는 것에서 생기는 것이지, 희론하는 것도 아니고, 희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며, 희론하여 얻어지는 것도 아니니라.

  

'도는 욕심이 없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욕심이 있는 데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욕심이 없게 되면 욕심이 없어진 줄을 스스로 알 뿐, 남들이 자신에게서 욕심이 없어진 줄을 알게 하지는 않는다. 만족할 줄 알고, 멀리 여의고, 정근하고, 바른 생각을 가지고, 고요한 마음을 가지고, 지혜를 얻고 희론하지 않게 되면 희론하지 않게 된 것을 스스로 알 뿐, 남들이 자신에게서 욕심이 없게 된 것을 알게 하지는 않나니, 이것이 '도는 욕심이 없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욕심이 있는 데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니라.

  

'도는 만족할 줄 아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만족할 줄 모르는 데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만족할 줄 알아서 옷은 몸을 가리기 위하여 입고, 밥은 배를 채우기 위하여 먹을 뿐이다. 이것이 '도는 만족할 줄 아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만족할 줄 모르는 데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니라.

  

'도는 멀리 여의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모임을 좋아하거나 모임에 머무르거나, 모임에 어울리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멀리 여의기를 행하되, 두 가지 멀리 여읨을 성취하나니, 즉 몸과 마음을 멀리 여읜다. 이것이 '도는 멀리 여의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모임을 좋아하거나 모임에 머무르거나, 모임에 어울리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니라.

 

'도는 정진하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게으름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늘 정진을 실천하여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끊고, 모든 착한 법을 닦으며, 항상 스스로 마음을 일으켜 오로지하고 견고히 하며, 모든 선의 근본을 위해 방편을 버리지 않는다. 이것이 '도는 정근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게으름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니라.

  

'도는 바른 생각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삿된 생각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자신의 몸을 몸 그대로 관찰하고, 안의 느낌과 마음과 법을 법 그대로 관찰한다. 이것이 '도는 바른 생각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삿된 생각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니라.

 

'도는 안정된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혼란한 마음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며 나아가 제 4 선을 성취하여 노닌다. 이것이 '도는 안정된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혼란한 마음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니라.

  

'도는 지혜에서 생겨나느 것이지, 어리석음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가 지혜를 닦아 흥하고 쇠하는 법을 관찰하여 사실 그대로 아는 지혜를 얻고, 거룩한 지혜로써 밝게 통달하여 분별하고 환히 알아 바로 괴로움을 다한다. 이것이 '도는 지혜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어리석음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니라.

  

'도는 희론하지 않고 희론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며 희론하지 않음을 실천하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희론하는 것도 아니고, 희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며, 희론하여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뜻에서 항상 희론을 없애고 무여열반(無餘涅槃)에 즐거이 머무르며,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뜻의 해탈을 기뻐한다. 이것이 '도는 희론하지 않고, 희론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며, 희론하지 않음을 실천하는 데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희론하는 것도 아니고, 희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며, 희론하여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아나율타 비구는 이 대인의 8념(念)을 성취한 뒤에 지제수 수저림에서 여름 안거를 보내고 있다. 나는 이것을 그에게 가르쳤고, 그는 멀리 떠나 혼자 살면서 마음에 방일함이 없이 수행하고 정근하고 있다. 그는 멀리 떠나 혼자 살면서 마음에 방일함이 없이 수행하고 정근한 뒤에는, 족성자(族姓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까닭인 오직 위없는 범행을 마쳤고, 현생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으며 스스로 증득하고 성취하여 노닐 것이다,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 것이다."

  

이 때 존자 아나율타는 아라하(阿羅訶 : 阿羅漢)를 증득하여 마음이 바르게 해탈하고 높은 장로가 되었다. 그리하여 게송을 설하였다.


  멀리서 나의 생각 아신

  위없는 세간의 스승님께서는

  곧 몸과 마음이 선정[定]에 드시어

  허공을 타고 홀연히 오셨네.


  내가 마음으로 생각한 그대로를

  날 위해 말씀하시고 그 다음 일러주시니

  모든 부처님 희론하지 않음을 좋아하시어

  일체의 희론을 멀리 여읜다 하셨네.


  그분으로 인해 법을 알았고

  바른 법 가운데 즐거이 머물렀네.

  삼매(三昧)를 체득하여 깨달았고

  불법에서 할 일을 이미 마쳤네.


  나는 죽음도 즐거워하지 않고

  또 사는 것도 원하지 않네.

  때를 따르고 가는 대로 맡겨둔 채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 세웠네.


  비야리( 耶離)의 대숲[竹林]

  내 목숨 그곳에서 마치리.

  마땅히 그 대숲 밑에서

  남음이 없는 반열반에 들리라.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아나율타와 비구들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