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156. 범파라연경(梵波羅延經)

실론섬 2015. 9. 15. 22:11

156. 범파라연경(梵波羅延經) 제 15 [제4 분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구사라국(拘娑羅國)의 많은 범지들은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범지들은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쭙고 싶은 것이 있는데 제가 여쭙는 것을 허락하시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 마음대로 물으라."

  

여러 범지들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혹 지금도 옛날 범지법을 배우는 범지가 있습니까? 아니면 옛날 범지법에서 벗어났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지금은 옛날 범지법을 배우는 범지가 없고, 범지들은 오래 전부터 이미 옛날의 범지법을 벗어났느니라."

  

여러 범지들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왜 지금은 옛날의 범지법을 배우는 범지가 없으며, 모든 범지들이 옛날의 범지법을 벗어난 지는 얼마나 오래되었습니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이른바 옛날 범지들

  제 자신을 다스리고 열심으로 행하여

  저 5욕의 공덕을 버리고

  청정한 범행 행하였네.


  깨끗한 행과 계행을 행하고

  부드럽고 온순한 성품 이루어

  용서하고 이해하며 해칠 마음 없애고

  욕됨을 참고 그 뜻을 지켰네.


  옛날에는 이런 법 있어

  범지들은 이런 것 보호하지 않았으니

  그들이 가졌던 재물과 곡식

  범지들 이런 것 지키지 않고

  외워 익히는 것을 재물과 곡식 삼아

  범지들은 이것을 지키고 간직했네.


  갖가지 색깔과 옷과

  집과 평상, 와구를 갖춘

  풍성한 성과 모든 나라들

  범지에게 배우기 이와 같았네.


  이 범지 남을 해칠 마음이 없고

  모든 법을 잘 지키고 보호하기에

  남의 집에 이르더라도

  아무도 그를 제어하는 이 없었고

  문을 열고 밥을 빌 때에도

  밥 때를 맞추어 찾아갔었네.


  범지가 집에 머물러 있으면

  보는 사람 모두 다 보시하고자 하였고

  48년이 꽉 차는 동안

  청정한 범행을 닦아 행했네.


  명행성(明行成)을 찾아 구하는 것

  이것이 옛날 범지의 행이었지.

  그들은 남의 재물 도둑질하지 않고

  또한 두려워하는 것도 없었네.


  사랑과 사랑으로 서로 호응하며

  서로 화합하고 어울렸지만

  번뇌를 일으키지 않으려 했기에

  음욕과 상응하는 것 싫어하였네.


  지금의 모든 범지들은

  능히 이렇게 행하지 못하지만

  저들은 만일 어떤 제일행(第一行) 있다 하면

  범지는 그것을 기어코 구했네.


  저들은 어떠한 음욕의 법도

  생시에도 꿈에도 행하지 않았으니

  저들의 이러한 범행으로 인하여

  나는 범(梵)이라고 스스로 일컬었네.


  그들에게 이런 행 있는 줄 알았으면

  슬기로운 사람은 꼭 그들을 알아야 하네.

  평상은 허술하고 옷은 보잘것없으며

  소(?)와 우유 먹으며 목숨을 부지했고


  남에게 비는 것은 모두 법대로 하여

  재(齋)를 베풀고 보시까지 행했으며

  재를 베풀 때도 남의 힘 빌지 않고

  스스로 빈 것으로 충당하였네.


  재를 베풀고 보시 행할 때에도

  그는 소를 잡는 일이 없었으니

  부모나 형제처럼 여기고

  다른 친족처럼 친근히 했네.


  사람이나 소나 마찬가지로

  이로 인해 그들에게 즐거움 생겼나니

  먹고 마심에 몸에선 힘이 솟고

  그것을 타는 자는 안온하고 즐거웠네.


  이러한 이치 있는 줄 알았으면

  소를 죽이는 일 즐기지 말라.

  부드럽고 연한 몸 지극히 크고

  정색(精色)에 칭찬 따르리.


  옛날 범지의 행.

  은근히 스스로의 이익 구했으니

  범지는 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할 일과 안할 일을 터득하였네.


  그는 장차 이 세상에 와서

  반드시 이 세상을 제도하리니

  저 달[月]이 이 달보다 뛰어나

  그것보고 마음이 그에게 쏠리네.


  한밤중 유희할 적엔

  모든 부녀자들 장엄하게 꾸몄고

  길(吉)한 소 그 앞을 둘러쌌는데

  아름다운 부녀자들 지극히 단정했네.


  인간의 미묘한 욕심

  범지는 항상 소원하였네.

  수레나 탈 것을 두루 갖추고

  잘 만든 옷에 좋은 치장을.


  살 집 장만하고 혼인하는 것

  범지는 항상 소원하였네.

  그들이 이런 결박 지음으로써

  우리들이 저기에서 여기로 왔네.


  풍성하고 흡족한 재물과 미곡(米穀)

  그리고 그 밖에 남는 재물 있으시면

  대왕이여 재와 보시 행하여

  그 재물의 이익 잃지 마소서.


  대왕은 여기에 호응하였고

  범지와 대왕[車乘]은

  상재(象齋)와 마재(馬齋)를 행하되

  마재 때엔 문을 막지 않았네.


  한데 모여 보시와 재를 행하고

  그 재물은 범지에게 보시하였네.

  그들은 이를 따라 이익을 얻고

  사랑하고 즐거워하며 재물을 아꼈네.


  그들은 그로써 욕심을 일으켜

  갈수록 애착만 늘어났으니

  마치 넓은 못의 물처럼

  한량없는 재물을 탐했네.


  이렇게 사람에겐 소들이 있어

  살아가는 생활의 도구 삼았네.

  그들이 이런 결박 지음으로써

  우리들이 저기에서 여기로 왔네.


  풍성하고 흡족한 재물과 미곡

  또 당신께 소가 많다면.

  대왕이여 재를 행하고 보시 행하여

  그 재물의 이익 잃지 마소서.


  대왕은 여기에 호응하였고

  범지와 대왕은

  한량없는 백천 마리 소

  재 행함으로 말미암아 죽였네.


  머리의 뿔이 예쁘지 않건

  소건 돼지건, 그 땐 가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쇠뿔을 잡고

  날카로운 칼로 소를 죽였네.


  울부짖는 소 아비에게 달려갔으니

  그 나찰(羅刹) 이름은 향(香)이라 하네.

  칼로 소를 찔러 죽일 때

  그는 '법이 아니다' 소리질렀네.


  이 법으로써 재를 행하니

  그 큰 허물 코앞에 닥치리.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이는 것

  근본에서 멀어지고 쇠퇴하는 법이네.


  옛날에는 세 가지 병만 있었으니

  욕망과 굶주림과 늙음

  그러나 소를 미워한 까닭에

  98종의 질병이 생겨났다네.


  이와 같이 갈수록 다투게 되므로

  지혜로운 사람이 미워하나니

  만일 사람들이 이러한 것 본다면

  어느 누가 미워하지 않으리.


  이와 같은 이 세상의 행(行)

  지혜도 없고 가장 하천하네.

  제각기 욕심내고 미워하나니

  마치 아내가 남편을 비방하듯


  찰리와 범지의 딸들

  그리고 타고난 성바지를 수호하려는 이들

  만약 생(生)의 법을 범한다면

  그것은 끝없는 욕심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범지여, 지금은 옛날의 범지법을 배우는 범지가 없고, 범지들은 오래 전부터 이미 범지법에서 벗어났느니라."


이에 구사라국의 많은 범지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저희들은 이미 이해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구사라국(拘娑羅國)의 많은 범지들과 비구들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