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함경 제 40 권
2. 범지품 ⑤
157. 황로원경(黃蘆園經) 제16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비란야( 蘭若)를 유행하실 적에 황로원(黃蘆園)에 계셨다.
그 당시 비란야의 범지는 나이가 너무 많아 목숨을 마칠 때에 이르렀는데 그의 나이는 120세였다.
오후에 지팡이를 의지하고 천천히 걸어 세존께 나아가 문안드리고 세존 앞에서 지팡이에 의지한 채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들으니 사문 고따마께서는 나이도 너무 젊고, 출가하여 공부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건만, 이름 있고 덕망 높은 사문 범지가 친히 오는데도 경례도 하지 않고, 존중하지도 않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자리에 앉으라고 청하지도 않는다 합니다. 구담이시여, 그것은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여, 나는 애당초 하늘이나 악마 범(梵) 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부터 하늘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와서 여래로 하여금 경례하고 존중하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기를 청하게 하는 이를 보지 못하였소. 범지여, 만일 어떤 이가 와서 여래로 하여금 경례하고 존중하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기를 청하게 하고자 한다면, 그는 반드시 머리가 부서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범지는 다시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맛이 없군요[瞿曇無味]."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여, 나로 하여금 맛이 없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만일 빛깔의 맛 소리의 맛 냄새의 맛 감촉의 맛이 있으면 여래는 그것들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는 나지 않게 한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맛이 없게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범지가 다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두려움이 없군요."
"범지여, 나로 하여금 두려움이 없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만일 빛깔의 두려움과 소리 냄새 맛 감촉의 두려움이 있으면, 여래는 그것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는 나지 않게 한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두려움이 없게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범지가 다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태(胎)에 들지 않겠군요."
"범지여, 나로 하여금 태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미래의 태상(胎床)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 나지 않게 한다면, 나는 그는 태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래는 미래의 태상에 대해서 지혜를 끊어 없애고, 뿌리째 뽑아 다시는 나지 않게 한다. 그러므로 나로 하여금 태에 들어가지 않게 한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태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대의 말과는 같지 않다.
범지여, 나는 이 중생들이 무명으로 태어나고, 무명으로 즐거워하며, 무명에 덮이고, 무명의 알[卵]에 싸여 있을 때, 나는 먼저 법을 관찰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중생 중에서 가장 제일이다.
마치 닭이 알을 깔 때, 혹은 10개, 혹은 12개를 때때로 생각하고, 때때로 덮어 주며, 때때로 따뜻하게 하고, 때때로 옹호하는데, 그 뒤에 닭이 설사 방일하더라도 그 중에 어떤 병아리는 혹은 부리로, 혹은 발톱으로 그 알을 쪼아 부수고 편안하게 스스로 나온다. 그러면 그 병아리는 병아리 중에서 가장 제일이 된다.
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이 중생들이 무명으로 태어나고, 무명으로 즐거워하며, 무명에 덮이고, 무명의 알에 싸여 있을 때, 내가 먼저 법을 관찰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중생들 중에서 제일이니라.
범지여, 나는 다북풀을 가지고 각수(覺樹) 밑으로 가서, 나무 밑에 풀을 깔고 그 위에 니사단을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아 바른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반드시 누(漏)가 다한 경지에 이르고자 하였다. 나는 바른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반드시 누가 다한 경지에 이르고자 하였고, 나는 바르게 앉은 뒤에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을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1 증상심(增上心)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각과 관을 이미 쉬고, 안이 고요하여 한마음이 되어, 각도 없고 관도 없으며, 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제 2 선을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 2 증상심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기쁨의 욕심을 여의고, 평정하여 구함 없이 노닐며, 바른 생각과 바른 지혜로 몸에 즐거움을 깨닫는다. 이른바 성인께서 말씀하신 성인의 평정[捨] 기억[念] 즐거움에 머묾[樂住] 공(空)이 있는 제 3선에 이르러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3 증삼심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즐거움이 멸하고 괴로움도 멸했는데, 기쁨과 걱정의 뿌리는 이미 멸한 상태였으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不苦不樂] 평정[捨] 기억[念] 청청(淸淨)이 있는 제 4 선을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제4 증상심을 얻어 곧 현세에서 안락한 삶을 어렵지 않게 얻었고, 즐거이 머물러 두려움이 없었으며, 안온하고 쾌락하였고, 열반을 향해 오르게 되었다.
범지여, 나는 그 때 이미 이러한 선정의 마음[定心]이 청정하게 되어, 더러움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부드럽게 잘 머물며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었고, 과거를 기억하는 지혜의 신통[宿命之通]을 공부하여3) 증득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모양을 가졌었는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옛날에 겪은 일을 기억하였다. 곧 1생 2생 백 생 천 생 성겁 패겁과 헤아릴 수 없는 성패겁 동안, 저 중생의 이름은 무엇이었고, 그는 옛날에 무슨 일을 했으며, 나는 일찍이 저기 태어나, 어떤 성(姓)과 어떤 이름이었고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고락을 받았고, 얼마나 오래 살았으며, 얼마나 오래 머물렀고, 어떻게 목숨을 마쳤는지를 기억하였다. 여기서 죽어 저기에 태어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에 태어났는데, 나는 그곳에 태어나 어떤 성과 어떤 이름이었으며, 어떻게 태어났고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어떤 고락을 받았고 얼마나 오래 살았으며, 얼마나 오래 머물렀고 어떻게 목숨을 마쳤는지 등을 다 기억하였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초야에 제1의 명달(明達)을 얻었고, 본래 방일함이 없음으로써 즐겁게 멀리 떠나 머물면서, 수행하고 정근하였다. 이른바 무지가 멸하고 지혜가 생겨났으며, 어둠이 무너지고 밝게 되었으며 무명이 멸하고 밝음이 생겼으니, 이른바 과거를 기억하는 지혜를 증득하고, 밝게 통달한 것이다.
범지여, 나는 이미 이러한 선정의 마음이 청정하게 되어, 더러움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부드럽게 잘 머물며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었고, 생사를 아는 지혜의 신통[宿命智通]을 공부하여 증득하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天眼)으로써 이 중생들의 죽을 때와 태어날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저 중생들이 지은 업대로 된다는 것을 사실대로 보았다. 곧 만일 이 중생들이 몸으로 짓는 악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악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비방하고, 삿된 소견으로써 삿된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이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나쁜 곳으로 가서 지옥에 태어났다. 만일 이 중생들이 몸으로 짓는 묘행과 입과 뜻으로 짓는 묘행을 성취하여 성인을 비방하지 않고, 바른 소견으로써 바른 소견의 업을 성취하면, 그는 이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났다. 이른바 나는 그 때 중야(中夜)에 이 제2의 명달(明達)을 얻었고, 본래 방일함이 없음으로써 즐거운 마음으로 멀리 떠나 머무르면서 수행하고 정근하였다. 그리하여 무지가 멸하고 지혜가 생겼으며, 어둠이 무너지고 밝게 되었으며 무명이 멸하고 밝음이 생겼으니, 이른바 번뇌가 다한 지혜[漏書智]를 증득하고 밝게 통달한 것이니라.
범지여, 나는 이미 이러한 선정의 마음이 청정하게 되어, 더러움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부드럽게 잘 머물며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얻었고, 누가 다한 지혜의 신통[漏盡智通]을 공부하여 밝게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괴로움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이 괴로움의 발생을 알며, 이 괴로움의 소멸을 알고, 이 괴로움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았다. 또 이 누(漏 : 煩惱)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고, 이 누의 발생을 알며, 이 누의 소멸을 알고, 이 누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사실 그대로 알았다. 나는 이렇게 알고 이렇게 보아 욕루(欲漏)에서 마음이 해탈하고, 유루와 무명루(無明漏)에서 마음이 해탈하였으며, 해탈한 뒤에는 곧 해탈한 줄을 알아, 생(生)이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도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세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하여 나는 그 때 새벽[後夜]에 이 제 3 의 명달(明達)을 얻었고, 본래 방일함이 없음으로써 즐거운 마음으로 멀리 떠나 머무르면서 수행하고 정근하였다. 그리하여 무지(無智)가 멸하고 지혜가 생겼으며, 어둠이 무너지고 밝게 되었으며, 무명이 멸하고 밝음이 생겼으니, 이른바 번뇌가 다한 지혜를 증득하고 밝게 통달한 것이니라.
범지여, 만일 바른 말이 있어 어리석지 않은 법을 설한다면, 그는 중생의 세상에 나되 일체 중생들 가운데서 가장 훌륭하며 괴로움과 즐거움에 덮이지 않나니, 마땅히 알라. 저 바른 말을 한 사람은 바로 나였었다. 왜냐하면 나는 어리석지 않은 법을 연설하였고, 중생의 세상에 나서 일체 중생 가운데서 가장 훌륭하며 괴로움과 즐거움에 덮이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이에 비란야 범지는 곧 지팡이를 버리고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제일이요 세존께서는 위대하시며, 세존께서는 최고이시고 세존께서는 수승하시며, 세존께서는 정등각과 같으시고 세존께서는 사람과 같지 않으시며, 세존께서는 짝할 이 없으시고, 세존께서는 장애가 없고, 세존께서는 장애할 사람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세존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비란야 범지와 비구들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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