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渚堂大師集 월저당대사집(道安 도안)
村齋夜吟 시골 집 깊은 밤에 읊다
半囱明月夜 창 가운데 밝은 달 걸린 깊은 밤
孤卧草堂閒 한가로운 초가집에 홀로 누웠네.
忽破歸山夢 문득 산으로 돌아가는 꿈을 깨고 보니
雞鳴曉氣寒 새벽 닭 우는 소리에 새벽 공기가 차구나.
偶吟 우연히
古今幾晝夜 고금의 세월 밤낮이 몇 번이나 바뀌었을지?
天地一虛廳 천지란 하나의 텅 빈 집에 불과한 것.
日月燈明下 해와 달이 등불처럼 밝을 때
流觀普眼經 『보안경(普眼經)』1)을 훑어 보노라.
1)『보안경(普眼經)』: 열가지 종류의『화엄경』가운데 하나이다. 해운(海雲)비구가
지닌 것이라 하는데, 수미산을 모은 붓과 네 개의 큰 바닷물을 먹으로 하여도 한
품(品)의 경을 쓸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곧, 우주 자연 자체가 하나의 경전임을
말한 듯하다.
寓意 마음 속의 뜻을 맡겨
宇內百年客 우주 속에 백 년의 나그네
枕邊千里僧 베개 머리의 천 리 수행자.
天山與地水 하늘에 솟은 산과 땅 위로 흐르는 물
隨意任騰騰 어디든 마음대로 자유롭게 다닌다네.
空門建陽 공문(空門)2)에 봄이 되어
2) 공문(空門) : 공(空)의 이치를 탐구하는 문. 곧 불교, 혹은 사찰을 의미한다.
日月光天德 해와 달은 하늘의 덕을 빛내고
山河壯帝居 산과 강은 제왕의 거처를 장엄한다.
金輪萬萬歲 금륜(金輪)3)은 만만세 이어지고
四海一車書 사해(四海)4)는 한 수레의 책이다.
3) 금륜(金輪) :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서 허공 위에 풍륜(風輪)이 있고, 풍륜 위에
수륜(水輪)이 있고, 수륜 위에 금륜이 있으며, 금륜에 산이나 강과 같이 인간이
사는 땅이 있다고 한다.
4) 사해(四海) : 사방 바다의 안에 있는 육지 전체. 인간이 사는 땅 전체를 의미한다.
春雪 춘설
三月年年花滿山 삼월이면 해마다 꽃이 산에 가득하니
紅紅白白間斑斑 붉은 색과 흰 색이 사이 사이 섞이었네.
如何此日非前日 오늘은 어이하여 전과 달리
雪滿千峯萬壑間 천 봉우리 만 골짜기에 눈이 가득 쌓였나.
有濫號竊形 汨於利欲 至於獷俗成習. 瞋目發毒 揚揚難禁
竟至亂倫故 思歸言志.
함부로 호칭을 쓰고 형상을 훔치며 이익과 욕망에 골몰하여 사나
운 풍속이 관습을 이루기에 이르렀다. 성난 눈으로 독기를 내뿜
으며 날뛰는 것을 금하기 어려워 마침내 질서가 엉망이 되기에
이른 까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뜻을 적는다
同途異轍固紛如 같은 곳으로 가면서도 길을 달리하여 어지러우니
引導何人設鹿車 누가 사슴 수레5) 마련하여 인도할 것인가?
擧世乖張猿裂服 온 세상이 원숭이가 옷을 찢듯이 갈라지고
一身飄落鳥栖蘆 새가 갈대숲에서 살듯이 한 몸이 영락하였네.
桀庭決不陳堯語 걸왕6)의 뜰에 요임금7)의 말을 쓸 리 없고
魔穴猶難闡佛書 마귀의 굴에 불교의 경전이 펼쳐질 리 없으리.
鸞鳳本非雞伴侶 난새와 봉황은 본래 닭의 반려가 될 수 없으니
五雲深處欲凌虛 오색 구름 깊은 곳에서 허공을 타고 오르리.
5) 사슴 수레 :『법화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집에 불이 났는데도 아이들이 그것을
모르고 피하지 않자 사슴수레가 있으니 타고 놀라고 하며 유인하여 불을 피할
수 있게 하였다.
6) 걸왕(桀王) : 중국 고대 하(夏)나라의 왕. 포악하기로 유명하였다.
7) 요(堯)임금 : 중국 신화에 나오는 임금으로, 인품이 어질기로 유명하였다
名藍自是鳳龍居 이름난 사찰이란 봉황과 용이 사는 곳인데
法地今成鳥鼠墟 진리의 땅이 이제는 새와 쥐새끼의 터가 되었구나.
萬里飄颻天外鶴 하늘 멀리 학은 만 리 먼 길을 날아가고
一年栖止樂中魚 즐거움 속의 물고기는 일년 내내 편안히 지내는구나.
栴檀樹下誰揮攉 전단수 아래에서 누가 손짓하고 있건만
豺虎羣中尙趦趄 승냥이와 호랑이가 우글거리는 속에 아직도 머뭇 거리네.
何處深山離世地 깊은 산 어디가 세상을 벗어날 곳인가?
秋風遠去錫飛徐 가을 바람 속에 지팡이 짚고 멀리 떠나가노라.
臨終偈 임종게
浮雲自體本來空 뜬 구름은 그 자체가 본래 공한 것이요
本來空是太虛空 본래 공한 것은 바로 저 허공이로다.
太虛空中雲起滅 허공에 구름이 생겼다가 사라지니
起滅無從本來空 생겼다 사라짐이란 온 데 없는 본래의 공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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