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

44칙 열반도독 涅槃塗毒

실론섬 2016. 11. 23. 19:18

44칙 열반도독 涅槃塗毒1)
1) 『涅槃經』의 내용을 공안으로 제기했다. 경전에서 독을 바른 북 곧 도독고(塗毒
    鼓)는 번뇌를 죽이는『涅槃經』교설의 방편을 가리킨다.

 

[본칙]

『열반경』에 “나의 교의는 독 바른 북[塗毒鼓]을 한 번 울릴 때마다 먼

곳이건 가까운 곳이건 그 소리를 듣는 자들은 모두 죽는 것과 같다”2)라고

하였다. 암두가 이 공안을 제기했을 때, 소엄상좌가 “도독고란 어떤 것입

니까?”라고 묻자 암두는 두 손으로 무릎을 어루만지고 몸을 구부리면서

말했다. “한신이 조정에 임하여 정사를 처리하는 격이다.” 〈암두가 이 공안
을 제기했을 때 소엄상좌가 “도독고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암두는 양손으로 무릎을
어루만지고 몸을 굽히며 말했다. “한신이 조정에 임하여 정사를 처리하는 격이다.”〉

涅槃經云,“ 吾敎意, 如塗毒鼓擊一聲, 遠近聞者皆喪.” 嵓
頭, 擧此話時, 有小嚴上座問, “如何是塗毒鼓?” 師以兩手,
按膝亞身云, “韓信臨朝底.” <嵓頭擧此話時, 有小嚴上座問, “如何是
塗毒鼓?” 師以兩手, 按膝亞身云,“ 韓信臨朝底.”>
2) 경전의 본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잡다한 독약을 큰
   북에 발라두고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 북을 쳐서 소리를 내면 비록 들을
   마음이 없이 듣더라도 듣기만 하면 모두 죽는 것과 같다. 그러나 횡사하지 않는
   한 부류의 사람은 제외한다. 대승경전인 이 『대반열반경』도 이와 같다. 어느 곳
   에서나 수행하는 대중들 중에서 이 경전 읽는 소리를 듣는 자는 그 마음에 있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소멸하여 남김없이 사라진다. 그들 중에 비록 그 뜻
   을 생각하고 기억해 둘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경전의 인연력 때문에 번뇌
   를 소멸시켜 번뇌의 결박이 저절로 사라지고 4중금(重禁)이나 5무간(無間)에 떨
   어질 죄를 범했을지라도 이 경을 다 듣고 나면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성취할 인
   연을 지어 점차로 번뇌를 끊을 것이다. 그러나 횡사하지 않는 일천제의 무리는
   제외된다.”(『涅槃經』권9 大12 p.661a20. 譬如有人, 以雜毒藥, 用塗大鼓, 於衆
   人中, 擊令發聲, 雖無心欲聞, 聞之皆死. 唯除一人, 不橫死者. 是大乘典大涅槃經, 
   亦復如是. 在在處處, 諸行衆中, 有聞聲者, 所有貪欲瞋恚愚癡, 悉皆滅盡. 其中雖
   有無心思念, 是大涅槃因緣力故, 能滅煩惱, 而結自滅, 犯四重禁, 及五無間, 聞是
   經已, 亦作無上菩提因緣, 漸斷煩惱. 除不橫死一闡提輩.)

 

[설화]

이 공안은 삼승이나 일승으로 아우르지 못하니 반드시 향상하는 길을

알아야 한다는 뜻일까?

 

소엄상좌가 ~ 처리하는 격이다:한신이 조정에 임하자 광무3)가 한신에게 물

었다. “장군이라면 어디로 가야 공을 이루겠습니까?” “장군이 조정의 정

사에 임하여 천하를 호령하며 우렁차게 한 소리 부르짖으면 그 기개는 대

적할 상대가 없는 듯이 대단할 것이니, 제나라로 가도 되고 노나라로 가

도 되거늘 어디로 간들 안 될 것이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곧 동방에

한 점을 찍어도 되고, 서방에 한 점을 찍어도 되며, 상방에 한 점을 찍어도

되고, 마혜수라4)의 제3의 눈이라도 되니, 그 하나하나가 도독고와 같다5)

는 뜻이다.열반경』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치 훌륭한 의사와 같

아서 여러 가지 약을 섞어서 큰 북에 발라두고 중생이 전투를 할 때 한 번

울리는 순간 먼 곳이건 가까운 곳이건 그 소리를 듣는 자들은 모두 죽는

것과 같다’라고 하셨다”6)라고 하였다.

此話, 三一不相攝, 須知向上路耶? 小嚴上座問云云, 韓信臨
朝地, 廣武問韓信,“ 將軍何往而有功?” 韓信曰,“ 將軍臨朝,
號令天下, 長嘯一聲, 志若無人焉, 適齊也得, 適魯也得, 何往
而不可?” 則東方下一點也得, 西方下一點也得, 上方下一點
也得, 摩醴首羅一隻眼也得, 一一是塗毒鼓. 涅槃經云, “佛言,
比如良醫, 和合諸藥, 塗其大鼓, 若有衆生, 鬪戰之時, 才擊一
聲, 遠近聞者, 皆喪云云.”
3) 廣武. 초(楚)나라와 한(漢)나라가 싸울 때 조(趙)나라의 모신(謀臣) 이좌거(李左
   車)를 가리킨다. 그가 광무군(廣武君)이라는 벼슬을 받았으므로 이렇게 부른다.
   한신과 장이(張耳)가 조나라를 공격할 때 조나라 권신(權臣) 성안군(成安君) 진
   여(陳餘)가 광무군의 충고를 듣지 않은 결과 패했다. 한신은 광무군을 잡아 사
   사를 받았고, 광무군은 마침내 그에게 책략을 지도하여 연(燕)과 제(齊)의 땅을
   차지했다.『史記』「淮陰侯列傳」 참조.
4) 摩醯首羅. Maheśvara, Mahissara. 대자재천(大自在天)이라 한역한다. 색구경
   천(色究竟天)에 거처하며 만물을 자유자재로 주재하는 자이다. 최상품의 사선
   자(四禪者)가 이 색구경천에 태어나는데, 이곳이 색계(色界)에서 가장 뛰어난
   과보(果報)이다.
5) 본칙의 문답 바로 앞에서 암두전활이 말한 다음의 내용에 기초한 <설화>이다.
   “암두가 말했다. ‘나의 교의는 마치 범어 이자(伊字 : )의 세 점과 같다. 첫 번
   째는 동방에 한 점을 찍어 모든 보살의 눈을 밝게 뜨도록 하고, 두 번째는 서방
   에 한 점을 찍어 모든 보살의 목숨의 근원을 밝혀 주며, 세 번째는 상방에 한 점
   을 찍어 모든 보살의 정수리를 밝게 한다. 이것이 제1단의 뜻이다.’ 다시 말했다.
   ‘나의 교의는 마치 마혜수라가 얼굴을 활짝 열고 제3의 눈을 치켜뜨는 것과 같
   다. 이는 제2단의 뜻이다.’ 또 말했다. ‘나의 교의는 마치 도독고와 같아서 한 번
   울릴 때마다 먼 곳이건 가까운 곳이건 그 소리를 듣는 자는 모두 죽는다. 또는
   함께 죽는다고 한다. 이는 제3단의 뜻이다.’”(『景德傳燈錄』권16「巖頭全豁傳」 
   大51 p.326b20. 師曰, ‘吾敎意如伊字三點. 第一向東方下一點, 點開諸菩薩眼;
   第二向西方下一點, 點諸菩薩命根;第三向上方下一點, 點諸菩薩頂. 此是第一段義.’ 
   又曰, ‘吾敎意, 如摩醯首羅, 劈開面門, 竪亞一隻眼. 此是第二段義.’ 又曰, ‘吾敎意, 
   猶如塗毒鼓, 擊一聲, 遠近聞者皆喪. 亦云俱死. 此是第三段義.’)
6) 정확히 일치하는 경전의 구절은 없다. 다만『涅槃經』권5 大12 p.394b13에
    따르면, “비유하자면 훌륭한 의사는 여러 가지 약을 화합하여 온갖 병을 잘 
   치료하는 것과 같다. 해탈 또한 그러하니 그것은 번뇌를 제거할 수 있다. 번
   뇌를 제거하는 것이 바로 참된 해탈이다.”(譬如良醫, 和合諸藥, 善療衆病. 解
   脫亦爾, 能除煩惱. 除煩惱者, 卽眞解脫.)라고 하는 단락과 주석2)의 내용을 결
   합하여 변형시킨 것으로 보인다.

 

원오극근(圜悟克勤)의 송 7)

 

하늘은 높고 땅은 두터우며,

물은 드넓고 산은 아득하네.

소하8)는 법률을 제정하였고,

한신은 조정의 정사 보았네.

도독고여,

울리기 이전에 알아야 하리.

圜悟勤頌,“ 天高地厚, 水闊山遙. 蕭何制律, 韓信臨朝. 塗毒
鼓, 未擊已前冝薦取.”
7) 현상의 차별 그대로 옳기 때문에 번뇌를 없애는 도독고와 같은 방편이 나타나
   기 이전에 그 진실을 포착해야 한다는 취지의 게송.
8) 蕭何(?~B.C.193). 장량(張良)·한신(韓信)과 함께 한(漢)나라의 삼걸(三傑) 중 하
   나. 고조(高祖)를 도와 천하를 다스리고, 진나라의 법을 취사하여 『九章律』을 편
   찬하였다.

 

[설화]

하늘은 높고 ~ 정사 보았네:‘이 법이 법의 위치에 머무니 세간의 차별상도

변함없이 머문다’9)라는 뜻과 같다. 그렇다면 도독고를 울리는 것과 같은

작용은 도리어 쓸모없는 법이 된다. 그러므로 “도독고가 울리기 이전에 알

아야 한다”라고 한 것이다.

圜悟:天高至臨朝者, 是法住法位, 世間相常住也. 然則如擊
塗毒鼓, 反是剩法. 故云,“ 末擊已前宜薦取.”
9)『法華經』「方便品」大9 p.9b10에 나오는 구절. 하늘과 땅, 물과 산, 소하와 한신
   이 각각 자신의 차별성을 가지고 서로 다르게 발휘하는 작용 자체에서 법을 실
   현하고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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