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칙 문수채약 文殊採藥1)
1) 세상의 모든 풀이 약으로서의 효험이 있지만,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점이 이 공안을 궁구하는 주안점이다. ‘약이 된다’라는 말에 약과 독의
속성을 모두 숨겨 둠으로써 설정된 공안이다.
[본칙]
문수보살(文殊菩薩)이 하루는 선재동자(善財童子)에게 약초를 캐어
오라고 시키면서 “약이 되지 않는 풀을 캐어 오라”고 하자 선재가 “산에
는 약이 되지 않는 풀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문수가 “그렇다면 약이
되는 풀을 캐어 오라”고 하자, 선재가 땅에서 아무 풀이나 한 줄기 주워
서 문수보살에게 주었다. 문수가 받아들고 대중에게 말했다. “이 약은 사
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文殊, 一日, 令善財採藥次云,“ 不是藥者, 採將來.” 善財云,
“山中無不是藥者.” 文殊云, “是藥者, 採將來.” 善財, 於地
上, 拾得一莖草, 度與文殊. 文殊接得, 示衆云, “此藥, 亦能
殺人, 亦能活人.”
[설화]
이 공안의 출처는 미상이다. 선재가 태어나던 날 칠보가 홀연히 방에 가
득 찼으므로 ‘선재’라고 이름을 붙였다. 장경2)에 “옛날에 어떤 사람이 이
름난 명의를 찾아가 여러 해 동안 의술을 배워 원숙해지자 스승을 떠나려
하였다. 그 스승이 ‘그렇다면 그대는 내게 약이 되지 않는 풀을 찾아와보
라’고 하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가 한 해가 다 지나도록 천지를 돌
아다니며 보이는 풀이란 풀은 두루 찾아보았지만 모두 약으로 쓰일 수 있
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록 일을 마치지 못하자 돌아와 스승에
게 그 사실을 아뢰었다. 스승이 말했다. ‘그대의 의술은 완성되었으나 내
가 시험 삼아 점검해 본 것이다. 그대가 진실로 의술에 통달하였다면 약이
되지 않는 것은 없으리라’”라고 하였다.
문수가 ‘약이 되지 않는 풀을 캐어 오라’고 한 말은 다만 약효가 있는 풀
을 요구했던 것일 뿐이다. 그런데 산에는 약이 되지 않는 풀은 없었기 때
문에 ‘약이 되는 풀을 캐어 오라’고 한 것이다. 이는 명의 기바3)가 집어 드
는 풀마다 묘약 아닌 것이 없다4)는 말과 같다.
‘이 약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라 운운한 말은 ‘신령한 칼날을 가진
보검은 항상 눈앞에 드러나 있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
도 있다’5)라는 뜻이다.
此話出處未詳. 善財初生日, 七寶忽然滿室, 故名善財. 藏經
云,“ 昔有一人, 詣良醫所, 學醫多年, 藝成欲去. 其師云,‘ 且
汝與我, 覓非藥之草.’ 乃得休去. 其人經年, 遍求天下所見之
草, 皆堪爲藥. 旣久不遂, 却來白師. 師云, ‘汝醫述成矣, 相試
也. 若實解醫, 無物不藥.’” 文殊云, 不是藥者, 採將來者, 只
要藥得. 山中無不是藥者, 故云, 是藥者採將來, 則耆婆攬草,
無非妙藥. 此藥亦能殺人云云者, 靈鋒寶劒, 常露現前, 亦能殺
人, 亦能活人也.
2)『華嚴經行願品疏鈔』권3 卍7 p.870b18(無量義經, 說喻云, 如有一人, 詣良醫所, 學
醫多年 ……)에 이 일화가 전한다.
3) 耆婆. Jīvaka, Jīvaka-komārabhacca. 기바가(耆婆伽)·기바(祇婆) 등으로도 음
사한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당시의 명의(名醫)이다. 중국 명의의 대명사인 편작
(扁鵲)과 함께 일컬어져 ‘기바편작’이라고 하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를
뜻한다.
4) “육근이 접하는 대상은 어느 것이나 불법 아닌 것이 없고 기바가 집어 드는 풀
은 어느 것이나 약초 아닌 것이 없다.”(『金光明經文句』권3 大39 p.59c12. 六根所
對, 無非佛法, 耆婆攬草, 無非藥者.);“반야의 힘이 이미 눈앞에 드러나 있으니 큰
자비심을 가지고 저잣거리로 들어가 중생과 어울려 그들을 교화하고 이로운
가르침을 베푼다. 종횡으로 자유롭게 응하는 작용과 가지가지로 펼치는 행위가
모두 불사(佛事)이다. 비유하자면 기바가 손 가는 대로 풀을 집어 들어도 그 모
두 약초인 것과 같다.”(『證道歌註』 卍111 p.383b10. 般若之力旣得現前, 以大悲心,
入垂手, 接物利生. 縱橫應用, 種種施爲, 皆爲佛事. 譬如耆婆攬草, 信手拈來, 皆爲
妙藥.)
5)『大慧語錄』권8 大47 p.844b22,『碧巖錄』75則「垂示」大48 p.202b7 등에 나오는
구절이다. ‘모든 풀이 약이 된다’라는 말은 허(虛)한 화두이므로 실(實)로 허용
하여 착각하면 죽음에 이르는 독이 된다. 마치 죽이거나 살리거나 어느 편도 가
능한 보검과 같다. ‘이 약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라고 한 문수
의 말에 대하여 허당지우(虛堂智愚)가 ‘한 사람이 허로 전한 말을 모든 사람이
잘못 알고 실이라 전한다’(『虛堂語錄』권8 大47 p.1041c7. 僧云, ‘善財拈草, 度與文
殊’, 殊云, ‘此藥亦能殺人, 亦能活人. 又作麽生?’ 師云, ‘一人傳虛, 萬人傳實.’)라고 평
가한 말도 이 맥락이다.
대각회련(大覺懷璉)의 송
영묘6)를 캐려고 천지를 다 돌아다녔건만,
길상7)이 사람 살리는 풀을 집어 들었다네.
당시에 만약 독 바른 북8)을 울렸더라면,
그 자리에서 삼천세계9)에 한 소리 울려 퍼졌으리.
大覺璉頌, “欲採靈苗匝地生, 吉祥拈起活人莖. 當時若也翻塗
毒, 直下三千震一聲.”
6) 靈苗. 신선들이 불로장생(不老 長生)을 위해 먹는다는 약초. 독초(毒草)와 대칭하
여 쓰인다.
7) 吉祥. 문수( Mañjuśri)의 한역어 중 하나인 묘길상(妙吉祥)을 줄인 말.
8) 도독고(塗毒鼓). 이 북소리를 듣는 사람은 모두 죽는다고 한다. 북소리를『열반
경』의 교법에 비유한 것으로서 이 가르침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번뇌와
사악함을 사라지게 해 준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살리는 풀’이라는 말에 현혹된
생각을 물리치는 한마디를 나타낸다. “독을 바른 북이란 『대반열반경』에서 ‘비
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독을 북에 발라두고 대중이 모인 가운데 그것을 쳐서 소
리를 내면 그 소리를 듣는 자들은 모두 죽는다’라고 한 말을 가리킨다. ‘북’은 평
등한 법신(法身)을, ‘독’은 조건에 제약되지 않는 자비심을, ‘북을 치는 것’은 중
생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듣는 것’은 그 소리를 듣는 데 합당한 근기를 가진 중
생을, ‘죽는다’는 것은 무명이 사라지는 것을 가리킨다.”(『法華文句記』권4「方
便品」大34 p.231b6. 毒鼓者, 大經云, ‘譬如有人, 以毒塗鼓, 於大衆中, 擊令出聲,
聞者皆死.’ 鼓者, 平等法身, 毒者, 無緣慈悲, 打者, 發起衆也, 聞者, 當機衆也, 死者,
無明破也.)
9) 본서 2則 주석45) 참조.
[설화]
사람을 죽이는 풀과 사람을 살리는 풀에 대하여 말할 것이 어디 있겠는
가? 만일 독 바른 북을 치면 그 자리에서 두 풀 모두 사라질 것이다.
大覺:說什麽殺人莖活人莖? 若也擊塗毒鼓, 當下喪却.
대홍보은(大洪報恩)의 송
약이 되는 풀이 있다느니 없다느니 하며 어찌 허둥대는가!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고 아무렇게나 말하지 마라.
내년에도 다시 새 가지가 돋아나겠지만,
어지럽게 흔드는 봄바람은 단번에 그치지 않으리라.10)
게송을 마치고 불현듯 주장자를 들고 말했다. “어디로 갔느냐?”11)
大洪恩頌,“ 或是或非何草草! 能生能殺謾悠悠. 來年更有新條
在, 惱亂春風卒未休.” 師驀拈起拄杖云,“ 甚麽處去也?”
10) 3구와 4구는 나은(羅隱)의 시「柳」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무리 참신한 견해를
내놓더라도 봄바람에 새순이 흔들리듯이 또 다른 견해로 비판당하게 된다. 이
렇게 어떤 단정적 결말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 화두의 묘미이다. 본서 2則 주석
125) 참조.
11) “어째서 아무 말도 못하느냐?”라고 되묻는 말과 같다. 시비와 살활 등 어떤 인식
의 수단도 들어맞지 않지만, 아무 할 말이 없는 바로 그곳을 떠나서 별도로 해결
책을 찾을 곳도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한 소리 크게 내지르며 ‘조금 전에
그렇게 많이 늘어놓던 말은 어디로 갔느냐?’라 하고, 다시 주장자를 들었다가
한 번 내리치고 말했다. ‘이득이 있건 이득이 없건 (상인은) 시장을 떠나지 않는
다.’”(『大慧語錄』권7 大47 p.838a15. 喝一喝云, ‘適來許多葛藤, 向甚麽處去也?’
又卓一下云, ‘有利無利, 不離行市.’)
[설화]
대각회련의 송과 같은 취지이다.
大洪:上頌一般也.
천복본일(薦福本逸)의 송
손 가는 대로 집은 풀의 약효가 가장 신령하여,
그 한 줄기가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네.
만수실리12)가 한마디 던진 금구13)의 말씀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약의 표본으로 처방된다네.
薦福逸頌, “信手拈來草最靈, 一枝能殺亦能生. 曼殊室利開金
口, 迄至如今藥道行.”
12) 曼殊室利. Mañju-śrī의 음사어. 문수사리(文殊師利) 곧 문수보살이다.
13) 金口. 불보살의 말씀. 견고하고 무엇으로도 파괴되지 않는다는 뜻. 본서 5則 주
석49) 참조.
보령인용(保寧仁勇)의 송
대지의 중생이 앓는 병 삼대같이 무수하니,
문수의 신령한 약도 끝없이 펼쳐져 있다네.
여기서 죽이는 약 살리는 약 가려내지 못하면,
또 다시 눈 안에 꽃 하나 덧붙이는 격이로다.
保寧勇頌, “大地蒼生病似麻, 吉祥靈藥示無涯. 其間殺活難分
辨, 又是重添眼裏花.”
동림상총(東林常總)의 송
약과 독14)이 서로 다투며 깎아내렸다가 또 치켜세우니,
기틀에 당면하여 죽이거나 살리려 취모검을 빼었다네.15)
광활한 비로자나 바다16)의 안개와 파도는 다 잠잠한데,
큰 낚싯대 잡고 거대한 자라17) 낚을 사람은 누구인가?
東林總頌, “藥忌相治貶更褒, 當機生殺按吹毛. 毗盧海闊烟波
靜, 誰把長竿釣巨鼇?”
14) 약기(藥忌). ‘기’는 약효를 없애는 음식. 곧 약을 먹을 때 피해야 할 식품이므로
독과 같다. ‘약기’ 자체로 ‘기’를 나타내기도 한다.
15) 상황과 근기에 따라 죽이는 용도나 살리는 용도로 쓰는 화두를 취모검(吹毛劍)
에 비유했다.
16) 법신(法身)인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의 세계를 드넓은 바다에 비유한 것.
17) 거오(巨鼇). 거별(巨鼈) 또는 영오(靈鼇)와 같은 말. 여기서는 살활의 약초를 제
시한 문수보살의 뜻을 가리킨다. 본서 184則 주석30) 참조.
법진수일(法眞守一)의 송
거친 산에 들어가 애써 고르지 않아도,
손 가는 대로 집는 것마다 약초이리라.
죽이거나 살리거나 모두 사람에 따르니,
기틀에 임하여 잘못 써먹지 말지어다.
法眞一頌,“ 入荒山不擇, 信手拈來藥. 殺活總由人, 臨機莫
敎錯.”
숭승원공(崇勝院珙)의 송
약초 캐던 문수가 선재를 불러 시키자,
선재는 즉시 한 줄기 풀을 집어 들었네.
문수가 대중을 가르침에 진실로 적수가 없거늘,
죽이고 살리고 수없이 응한들 안배를 잘못하랴!
가을 되면 집집마다 밝은 달이 비추고,
봄 되면 어느 곳이나 온갖 꽃이 핀다네.18)
자호19)의 사나운 개도 이빨이 다 빠져버리고,
오대산 노파20)도 어리석다 희롱하길 그만두네.21)
崇勝珙頌, “採藥文殊召善財, 善財枝草便拈來. 文殊示衆誠無
敵, 殺活多應謬翦裁! 秋至家家孤月白, 春來處處百花開. 紫
胡獰狗已無齒, 臺嶠老婆休弄獃.”
18) 꽃이 좋은 봄과 달이 밝게 느껴지는 가을이 각각 자신의 개성적 풍경을 가지면
서 서로를 방해하지 않듯이 문수의 살(活)과 활(活)도 시기적절하게 안배하여
활용되는 수단이며, 살은 살 자체로 온전하고 활은 활 자체로 어떤 흠도 없다는
뜻이다.
19) 紫胡. 자호이종(子湖利蹤)을 가리킨다. 어디든 사정없이 물어버리는 개로써 본
분의 부정적 수단을 나타낸 것으로 유명하다. 본서 417則 주석15) 참조.
20) 오대산 입구에 어떤 노파가 지키고 서 있다가 ‘오대산으로 가는 길이 어느 쪽입
니까?’라고 물으면, ‘가던 길로 곧바로 가시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그대로 받
아들인 자들이 몇 발자국 가면 노파는 ‘훌륭한 스님께서 또 이렇게 말을 따라 가
시는군요’라고 희롱했다. 본서 417則「趙州狗子」참조.
21) 자호의 개와 오대산의 노파가 희롱하는 솜씨도 살활을 자유롭게 운용하는 문수
의 수단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오조사계(五祖師戒)의 평
선재의 말을 집어내어 말했다. “부끄럽다!”
五祖戒, 出善財語云,“ 慙愧!”
[설화]
부끄럽다:그렇게 남들에게 말해주면 부끄러운 결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
는 뜻이다.
五祖:慚傀者, 伊麽爲人, 慚愧不少.
수산성념(首山省念)의 염
“문수는 흡사 자신의 귀를 막고서 방울을 훔치는 사람 같았다.”22)
首山念拈,“ 文殊大似掩耳偸鈴.”
22) 문수보살은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라고 한 말에 숨겨 놓은 활구(活句)
를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수산은 그것을 간파하고 이렇게
말한 것이다.
낭야혜각(瑯慧覺)의 염
“문수의 말은 진실하였다고 할 만하지만, 이마에서는 땀이 배어나오고
입안은 아교가 붙은 듯했으리라.”
瑯琊覺拈,“ 文殊, 可謂誠實之言, 要且額頭汗出, 口裏膠生.”
보령수의 염
“내가 당시에 그 광경을 목격했다면 곧장 풀을 빼앗아 발로 짓밟음으
로써 그가 들어 올리지 못하게 하였을 것이다. 후에 어떤 학인이 북선(北
禪)에게 이 공안을 제기하고 물었다. ‘무엇이 죽이는 것입니까?’ ‘삼평이
석공에게 법을 물으러 갔다.’23) ‘무엇이 살리는 것입니까?’ ‘대전(大顚)은
조주(潮州)에 있다.’” 보령이 이 문답을 평가했다. “비록 일시적인 방편
으로서는 틀리지 않지만, 자세히 점검해 보면 이 모든 것이 풀과 나무
에 더부살이를 하는 대나무 잎의 허깨비24)일 뿐이다. 나라면 그렇게 하
지 않았을 것이다.” 주장자를 꼿꼿이 세우고 “보았는가? 만약 보았다
면 몸을 보전하기 위해 피해를 벗어나 멀리 숨어야 하고, 보지 못했다
면 목숨을 보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25)라고 말한 뒤 주장자로 선상을
쳤다.
保寧秀拈,“ 捿賢當時若見, 便奪來踏在脚下, 敎伊提不起. 後
有僧擧問北禪, ‘如何是殺?’ 禪云, ‘三平到石鞏.’ ‘如何是
活?’ 禪云,‘ 大顚在潮州.’” 師云,“ 雖然如是, 一期方便, 卽無
不可, 若字細撿點, 摠是依草附木竹葉精靈. 捿賢卽不然.” 乃
竪起拄杖云, “還見麽? 若也見得, 全身遠害;若也不見, 性命
難存.” 以拄杖擊禪牀.
23) 삼평의충(三平義忠)이 출가하기 전 사냥꾼이었던 석공혜장(石鞏慧藏)과 문답
을 나눈 다음 대전보통(大顚寶通)에게 재차 그 일에 대하여 물은 인연에 따른다.
“석공은 항상 활에 화살을 걸어 놓고 학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삼평이 그 법
석에 이르자 석공이 외쳤다. ‘화살을 조심하라!’ 삼평이 가슴을 열어젖히고 말
했다. ‘이것은 사람을 죽이는 화살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화살은 어떤 것입니
까?’ 석공이 활시위를 세 번 두드리자 삼평이 절을 올렸다. 이에 석공이 ‘30년 동
안 활 하나에 두 발의 화살을 장전하고 있었지만 이제 겨우 반 개의 성인을 쏘
아 맞혔구나’라 말한 뒤 마침내 활과 화살을 부러뜨렸다. 삼평이 그 후 대전에게
이 인연을 들려주자 대전이 말했다. ‘사람을 살리는 화살이라면 어째서 활시위
에서 그 뜻을 분간하는가?’ 삼평이 대꾸가 없자 대전이 말했다. ‘30년이 지나더
라도 누군가가 이 말의 핵심을 바르게 제기하기를 바라지 못할 것이다.’”(『景
德傳燈錄』권14「三平義忠傳」大51 p.316b21. 石鞏, 常張弓架箭, 以待學徒.
師詣法席, 鞏曰, ‘看箭!’ 師乃撥開胸云, ‘此是殺人箭. 活人箭, 又作麽生?’ 鞏乃扣
弓絃三下, 師便作禮. 鞏云, ‘三十年, 一張弓兩隻箭, 只謝得半箇聖人.’ 遂拗折弓箭.
師後擧似大顚, 顚云, ‘旣是活人箭, 爲什麽, 向弓絃上辨?’ 師無對. 顚云, ‘三十年後,
要人擧此話也難.’) ‘반개의 성인’이란 성인이 되기에 반 정도 완성되었다는 뜻이
지만 역설적으로 큰 역량을 가진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그래서 석공은 자신이
화살을 겨눈 뜻을 알아주는 삼평을 만났으므로 활과 화살을 부러뜨린 것이다.
24)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말에 의지하여 독립성을 가지지 못하는 견해라는 뜻.
25) 꼿꼿이 세운 주장자를 보았거나 그렇지 못했거나 그것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
을 수 없다는 뜻이다. 약이 되는 활(活)의 풀이건 독이 되는 살(殺)의 풀이건 모
두 틀어막는 방법이다.
[설화]
곧장 풀을 빼앗아 발로 짓밟음으로써 ~ 하였을 것이다:죽이거나 살리거나 하는
조짐이 나타나기 이전의 경계이다.
삼평이 석공에게 법을 물으러 ~ 대전은 조주에 있다:죽이는 것과 살리는 것 사
이에 각기 다른 유래가 있으니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만약 보았다면 ~ 어려울 것이다:보았거나 보지 못했거나 이 주장자의 매질26)
을 면할 수 없다는 뜻이다.
保寧:便奪來踏在脚下云云者, 殺活前頭也. 三平到石鞏太顚
在潮州者, 殺活各有來由, 不敢輕忽也. 若也見得云云者, 見不
見未免此棒也.
26) 방(棒). 보았거나 보지 못했거나 모두 잘못이며, 그 잘못에 대하여 벌을 내리는
주장자의 매질을 말한다.
위산모철( 山慕喆)의 염
“선재는 약초를 잘 캐고, 문수는 그것을 잘 사용했다. 비단 비야리성에
서 질병으로 누워 있는 유마거사27)뿐만 아니라 설령 온 세상 사람들이 반
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질병을 안고 있더라도 문수의 처소에 이르면 그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나아서 돌아가도록 할 것이다. 왜 그런가?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데는 서릿발같이 날카로운 칼은 필요 없으며, 수명을 늘이
는 데 어찌 반드시 구환단28)이 필요하겠는가!”
潙山喆拈,“ 善財能採, 文殊善用. 非但寢疾毗耶, 直饒盡大地
人, 抱必死之疾, 到文殊所, 敎佗箇箇脫體而去. 何故? 解用不
須霜刃劒, 延齡何必九還丹!”
27) 침질비야(寢疾毗耶). ‘비야’는 비야리(毘耶離 Vaiśāli)의 약칭으로 유마거사(維
摩居士)가 살던 성 이름이다. 일부러 병들어 있던 유마거사를 병문안하러 가서
불이법(不二法)에 대하여 묻자 유마거사가 묵묵히 대답하지 않았는데 이를 문
수보살이 찬탄했다.
28) 九還丹. 신단(神丹)·구전금단(九轉金丹)·대환단(大還丹) 등이라고도 한다. 도
교에서 불로장생(不老 長生)하기 위하여 먹는 단약(丹藥)을 말한다. 아홉 번 정
련해야 만들어지므로 구환 또는 구전(九轉)이라 한다.
[설화]
잘 캐고 잘 사용했다:사람을 살리는 약초에 철저함을 가리킨다.
비단 비야리성에서 ~ 돌아가도록 할 것이다:이 약이 유마의 병을 잘 치료한다
는 뜻이니, 유마의 침묵은 죽을 수밖에 없는 질병이지만 여기에 이르면 질
병에 걸린 모든 몸이 나아서 돌아간다는 뜻이다.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데는 ~ 필요하겠는가:문수가 이 약을 사용할 줄 알았
기 때문이다.
潙山:能採善用者, 活人莖到底也. 非但寢疾毘耶云云者, 此
藥强療維摩之疾, 黙然則必死之疾, 到此一一脫體而去也. 解
用不須云云者, 盖爲文殊解用此藥故也.
개원자기(開元子琦)의 상당
대중에게 환약을 청하면서 법좌에 올라앉아 이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
다. “내가 오늘 대중에게 청한 환약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
기도 한다. 다만 중생의 모든 병을 치료하여 병이 나으면 약도 제거할 것
이다. 말해 보라! 문수의 약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 안목을 갖춘 자는
가려내어 보라.”
開元琦, 請大衆丸藥, 上堂, 擧此話云,“ 開元今日, 請大衆丸
藥, 亦不殺人, 亦不活人. 但治衆生一切病, 病旣愈, 藥還袪.
且道! 與文殊相去多小? 具眼者, 辨取.”
[설화]
사람을 살릴 필요도 없고 사람을 죽일 필요도 없다. 다만 모든 병을 제
거하면 결국 병도 없고 약도 없다는 뜻이다.
開元:不要活人, 不要殺人. 但除一切病, 畢竟無病, 亦無藥也.
승천회의 상당
“오늘은 단오절이니 약초를 캐기 적절한 때이다.29) 문수보살의 말에
선재가 아주 기특하게 응답한 이야기가 기억나는구나. 눈앞에 약초 아닌
것이 없다고 하며 선재는 한 줄기 풀을 집어 들고 왔다. 비록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지만 그 소식을 누가 알 것인가? 그때부터 고금을 모
두 넘어섰으니 누가 이것을 보고 의심하지 않을 것인가! 오로지 바른 안
목을 갖춘 자라야 비로소 시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니, 지금 바른 안목
을 가진 자 있는가?” 불자를 꼿꼿이 세우고서 말했다. “이에 대하여 한번
말해 보라! 만일 제대로 말한다면 부처에 집착하는 병과 조사에 얽매이
는 병이 모두 나을 것이지만,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면 대대로 가업을 이
은 의사30)도 손쓰지 못하여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이다.”
承天懷, 上堂云,“ 今朝端午節, 正是採藥時. 記得文殊語, 善
財應最奇. 目前無不是, 拈來草一枝. 雖然能殺活, 消息有誰
知? 自後超今古, 何人見不疑! 除是具正眼, 方能決是非, 而今
還有正眼者麽?” 乃竪拂云,“ 試向這裏道看! 若道得, 佛病祖
病皆愈;若道不得, 世醫拱手.”
29) 이 같은 말에서 연유하여 선가에서는 단오절에 이 공안을 적지 않게 제기한다.
『大慧語錄』권4 大47 p.829a3,『虛堂語錄』권8 大47 p.1041c4,『雪巖祖欽
語錄』권1 卍122 p.499a4,『虛舟語錄』卍123 p.174b5 등 참조.
30) 세의(世醫). 고대에는 신뢰할 만한 의사의 기준이 되었다. “삼대를 이어온 의사
가 아니라면 그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禮記』「曲禮」下. 醫不三世, 不服其藥.)
[설화]
단지 사람을 살리는 약의 용도만을 밝혔다.
承天:但明活人藥之用也.
자수회심(慈受懷深)의 상당
이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다. “이러한 종류의 도리는 솜씨가 뛰어난 종사
라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만일 쇠로 된 눈과 구리로 된 눈동자31)가 아니라
면 왕왕 마주치고도 지나쳐버릴 것이다. 비록 이러하지만 선재가 그렇게
약초를 캔 것은 단지 하나만 안 것에 불과하며, 문수가 그렇게 약초를 가
려낸 것도 단지 둘만 안 것에 불과하다.” 마침내 불자를 집어 들고서 말했
다. “이 약에 대하여 아는가? 이것을 얻는 자는 영원히 살 것이며, 먹는 자
는 죽지 않을 것이다. 신농32)일지라도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할 것이며, 기바
(耆婆)일지라도 어디에서도 이것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부처에 속
박된 병과 조사에 얽매인 병을 제거하고 무명과 번뇌를 쓸어 없앤다. 모든
존재 하나하나가 그것을 덮어 감추지 못하여 그 신령한 빛이 밝게 빛나고
있지만, 누가 그것을 알까?”
慈受深, 上堂, 擧此話云,“ 者般道理, 作者方知. 若非鐵眼銅
睛, 往往當面蹉過. 雖然如是, 善財伊麽採藥, 只知其一;文殊
伊麽辨藥, 只知其二.” 遂拈起拂子云,“ 還識者箇藥麽? 得者
長生, 服之不死. 神農不知名, 耆婆無處討. 破除佛病祖病, 掃
蕩無明煩惱. 物物頭頭不覆藏, 靈光洞耀何人曉?”
31) 철안동정(鐵眼銅睛). 본질을 간파하는 비범한 식견 또는 그러한 식견을 가진 사람.
32) 神農. 처음으로 농사의 기술을 전수한 전설상의 제왕. 신농씨(神農氏)라고도 한
다. 모든 풀을 맛보고 약재(藥材)를 밝혀내어 병을 치료하도록 지도했다고 한다.
[설화]
이러한 종류의 도리는 ~ 안 것에 불과하다:문수가 활용한 경지를 깊이 밝힌
것이다.
불자를 집어 들고서 ~ 아는가:한 자루의 불자 자체를 가리킨다.
이것을 얻는 자는 영원히 살 것이며 ~ 찾지 못할 것이다:한 자루의 불자가 지닌
뜻에 대하여 밝힌 것이다.
부처에 속박된 병과 조사에 얽매인 병을 제거한다:인연과 대상으로 삼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니, 한 자루의 불자 자체를 가리킨다.
모든 존재 하나하나가 ~ 감추지 못하여:존재 하나하나에 드러나고 사물 하나
하나에 나타나 본체를 벗어나지 않는 작용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슨
사람을 죽이는 약과 사람을 살리는 약을 굳이 찾을 것인가?
慈受:者般道理云云者, 深明文殊用處也. 拈起拂子至藥麽者,
一條拂子也. 得者長生至無處討者, 明一條拂子也. 破除佛病
祖病者, 無一物爲緣爲對, 卽一條拂子也. 物物至藏者, 頭頭現
物物現, 不離體之用也. 然則討什麽殺人藥活人藥.
백운지병(白雲知昺)의 염
“선재는 손이 가는 대로 집었으니 조금도 기력을 소모하지 않았고, 문수
는 죽이는 약과 살리는 약을 가려내었으니 특별히 신령한 공용이 있었음
을 알아야 한다.”
白雲昺拈, “善財信手拈來, 不費絲毫氣力;文殊能辨殺活, 須
知別有神功.”
[설화]
선재는 손이 가는 대로 ~ 소모하지 않았고:많은 공용을 들이지 않았으니 이
어찌 사람을 죽이는 칼이 아니겠는가!
문수는 죽이는 약과 살리는 약을 ~ 알아야 한다:수많은 신령한 공용이 있었으
니 이 어찌 사람을 살리는 칼이 아니겠는가!
白雲:善財信手云云者, 無許多功用, 豈非殺人刀! 文殊能辨
云云者, 有許多神功, 豈非活人劒!
공수종인(空宗印)의 상당
이 공안과 더불어 위산모철(潙山慕喆)의 염을 함께 제기하고 말했다.
“선재는 대단히 애매모호하게 행동했고, 문수는 설명을 잘못 붙였으며, 위
산은 이 두 가지를 그대로 답습하여 끌어 모았다. 세 사람 모두 깨달음이
모자란 것이다.” 홀연히 주장자를 잡고 높이 세웠다가 내리치면서 “이에
대하여 깨우친 사람이 있는가?”라 말하고, 다시 한 번 높이 세웠다가 내리
치면서 말했다. “뜸을 뜨고 남은 종기에 다시 쑥불을 붙이는구나.”
空叟和尙, 上堂, 擧此話, 連擧潙山喆拈, 師云,“ 善財大瞞頇,
文殊錯指注, 潙山隨摟摗. 三人惣欠悟.” 驀拈拄杖, 卓一下云,
“莫有向這裏, 悟得底麽?” 又卓一下云,“ 灸瘡槃上著艾炷.”
[설화]
선재는 대단히 애매모호하게 ~ 깨달음이 모자란 것이다:남을 구하기 위해 온몸
에 진흙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주장자를 잡고 높이 세웠다가 내리쳤다 :사람을 죽이는 칼처럼 보임을 나타
낸다.
뜸을 뜨고 남은 종기에 ~ 붙이는구나:자신이 이렇게 한 말도 쓸모없이 남아
도는 법에 불과한 것이니, 공수의 뜻은 결국 어떤 것인지 묻는 말이다.
空叟:善財大顢頇云云者, 似乎拖泥帶水故. 拈拄杖卓一下者,
似殺人刀也. 灸瘡云云者, 某甲伊麽道, 亦是剩法也, 則空叟
意, 落在什麽處.
'한국전통사상 > 공안집 I' 카테고리의 다른 글
98칙 달마성제 達磨聖諦 (0) | 2016.11.24 |
---|---|
74칙 비목집수 毗目執手 (0) | 2016.11.24 |
44칙 열반도독 涅槃塗毒 (0) | 2016.11.23 |
33칙 세존자자 世尊自恣 (0) | 2016.11.23 |
5칙 세존염화 世尊拈花 (0) | 2016.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