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칙 귀종기권 歸宗起拳
[본칙]
귀종에게 이발1)이 “대장경 전체의 교설은 어떤 일을 밝힌 것입니까?”
라고 물었다. 귀종이 주먹을 세우고 말했다. “알겠습니까?” “모르겠습니
다.” “수만 권의 책을 읽었다더니 다 헛일이었군요,2) 주먹조차 모르다니.”
歸宗, 因李渤問, “一大藏敎, 明什麽邊事?” 師竪起拳云,
“會麽?” 李云,“ 不會.” 師云,“ 空讀萬卷書, 拳頭也不識.”
1) 李渤(?~831). 당(唐)나라 때 인물. 낙양(洛陽) 출신으로 자는 준지(濬之). 강서성
(江西省) 성자현(星子縣)의 여산오로봉(廬山五老峯) 아래 백록동(白鹿洞)에 은
거하다가 821년(長慶1) 강주자사(江州刺史)가 되었다.
2) 이발이 백록동에서 독서하며 은거한 것을 가리킨다. 백록동은 후대에 중국 4대
서원 중 으뜸인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으로 바뀌었다.
[설화]
주먹을 세운 것:대장경 전체의 교설이 바로 이것을 설한 것이라는 뜻
이다.
수만 권의 책 ~ 주먹조차 모르다니:놓는 동작도 대단히 긴급했지만, 거두어
들인 말도 매우 빨랐다.3)
起拳者, 一大藏敎, 只說這箇也. 空讀云云至不識者, 放去大
危, 收來大速.
3) 놓는 동작[放]은 주먹을 세운 것, 거두어들인 말[收]은 주먹도 모른다고 질책한
것을 가리킨다. 이 공안에서 귀종의 선기(禪機)는 방(放)과 수(收)를 모두 시행
한 것에 있다는 해설이다. 아래에 나오는 장산법천의 방개·파주와 상응한다.
장산법천(蔣山法泉)의 송
마음껏 하도록 놓아두면4) 해와 달이 모두 빛날 것이며,
꼼짝 못하도록 붙들면5) 하늘과 땅이 온통 암흑이 되리.
한번 찔러도 고개 돌려 보지 않으니,
대지 가득히 가시나무가 자라나리라.
용궁의 해장6)도 이것보다 많지 않고,
부싯돌과 번갯불도 이보다 느리다네.
그대는 모르는가?
자소봉7) 아래 있는 묵지8) 주변에서는
용처럼 날렵한 팔준9)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蔣山泉頌,“ 放開日月明, 把定乾坤黑. 一箚不迴頭, 滿地生荊
棘. 龍宮海藏兮非多, 石火電光兮未急. 君不見? 紫霄峰下墨
池邊, 八駿如龍追不及.”
4) 방개(放開). 방행(放行)과 같은 말. 모든 것을 긍정하며 허용하는 입장.
5) 파정(把定). 파주(把住)와 같은 말. 모든 것을 부정하며 가로막는 입장. 방개와
파정은 선사들이 지니고 있다가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부정에서 긍정으로
긍정에서 부정으로 자유롭게 오가면서 적재적소에 발휘하는 수단이다. 귀종의
‘주먹’은 이 두 가지 중 어느 편도 아니면서 두 가지의 효용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빛과 암흑, 긍정과 부정의 양편을 모두 나타낸다.
6) 海藏. 바다의 용궁에 있는 보배 창고. 여기서는 바다와 같이 드넓고 깊게 모든
진리와 방편이 수록되어 있는 대장경을 비유한다.
7) 紫霄峰. 중국 강서성 성자현 여산의 북쪽에 위치한 봉우리. 귀종지상(歸宗智常)
이 주석했던 귀종사(歸宗寺)가 이곳에 있다. 백록동과 가까운 곳에 있었으므로
이발과 교유하게 된 것이다.
8) 墨池. 붓과 벼루를 씻는 못. 귀종사 안에 있다. 귀종 자신을 나타낸다.
9) 八駿. 여덟 필의 준마(駿馬). 주목왕(周穆王)이 타고 다니던 말들이라고 한다. 털
색에 따라 여덟 필의 말에 다른 이름을 붙였다. 일반적으로 준마 또는 황제의 거
마(車馬)를 나타낸다. 용이 나는 것과 같이 날렵하여 팔룡(八龍)이라고도 부른다.
[설화]
주먹을 세운 것은 방행이고, 수만 권의 책을 읽은 것이 다 헛일이었다는
말은 파정이다.
한번 찔러도 고개 돌려 보지 않으니:주먹을 세운 뜻이 없지 않다는 말이다.
대지 가득히 가시나무가 자라나리라:수많은 책을 부질없이 읽었을 뿐, 그 이
상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뜻이다. 그 이하는 모두 파정을 밝힌 구절이다.
蔣山:竪起拳頭, 放行;空讀萬卷書云云, 把定也. 一剳10)不回
頭者, 竪起拳頭處不無也. 滿地生荊棘者, 謂空讀萬卷書也. 又
進前不得意也. 下皆明把定也.
10) ‘剳’은 ‘箚’의 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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