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

284칙 분주망상 汾州妄想

실론섬 2016. 12. 5. 12:16

284칙 분주망상 汾州妄想

 

[본칙]

분주무업선사는 학인들이 질문할 때마다 “망상 피우지 마라!”고 대답

하는 경우가 많았다.

汾州無業禪師, 凡學者致問, 師多答之云,“ 莫妄想.”

 

[설화]

각범(覺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법구경』에 ‘만일 정진하겠다는 마

음을 일으키면 이는 곧 망상이요 정진이 아니다’라 하였고,『원각경』에는

‘말세의 중생일지라도 마음에서 허망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부처

님께서 이와 같은 사람은 현세에 있는 그대로 보살이라고 하셨다’1)라 하

였다. 이러한 말은 본성과 합치하는 말이며, 도에 들어가는 문이다. 그러

나 학인들이 그 말을 경시하여 도리어 깊고 미묘한 도를 구하려 하니 가

소로운 일이다.”

覺範云,“ 法華2)經云,‘ 若起精進心, 是妄非精進.’ 圓覺經云,
‘末世諸衆生, 心不生虛妄, 佛說如是人, 現世卽菩薩.’ 此乃稱
1)『圓覺經』大17 p.917b23.
2) ‘華’는 ‘句’자의 오식.『法句經』大85 p.1435a20(燉煌本 S.2021)에 나오는 말이다.

 

지문광조(智門光祚)의 송

 

마조가 하나의 분주(汾州)를 배출하자,

망상이 천둥 치듯 온 세상[九州]에 퍼졌네.

참선을 하더라도 납자의 안목이 없다면,

많은 경우 바다에서 물거품 찾는 격이리라.

智門祚頌, “馬祖出得一汾州, 妄想如雷播九州. 參禪若無衲子
眼, 多於海上覓浮漚.”

 

[설화]

앞의 두 구절은 분주가 ‘망상 피우지 마라’고 한 것에 상응하니 삼세의

부처님들과 역대의 조사들이 한 말씀도 이것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뜻이

다. 뒤의 두 구절은 이것을 벗어나서 억지로 깊고 오묘한 지견(知見)을 조

작하는 것은 바다에서 물거품을 찾는 격이라는 뜻이다.

智門:上二句, 汾州莫妄想地, 三世諸佛, 歷代祖師地, 無越於
此也. 下二句, 此外强作玄妙知見, 是海上覓浮漚也.

 

숭승원공(崇勝院珙)의 송

 

분주가 망상 피우지 말라고 하니,

배 떠나려면 물이 불어야 한다네.

누구나 자신이 능하다 자랑하지만,

몇 사람이나 가려운 곳 긁어 줄까?

가려운 곳 긁어 주는 것이야말로 망상이니,

함정에 빠지고 구덩이에 떨어지는 소리 울리네.

호랑이 잡는 삼천 근 쇠뇌3)도 모르면서,

큰 공 이루면 상을 받을 수 있다 하네.

崇勝珙頌,“ 汾州莫妄想, 航行須水長.4) 來者盡誇能, 幾人抓
着癢? 抓着癢眞妄想, 墮塹落坑撾地響. 不知射虎弩千鈞, 却
道大功能受賞.”
3) ‘망상 피우지 마라’는 분주의 말.
4) 장(長)은 창(漲)과 통한다.

 

덕소국사(德昭國師)의 시중

 

이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다. “여러분은 모두 ‘망상 부리지 말라는 말은

필요 없다’고 하지만, 망상의 근원을 모른다면 모두 조작이 될 것이다. 그

것을 구별하는 일도 옳지 않고 그것을 가려내는 일도 옳지 않다면 또한

그 무엇을 가려낸단 말인가? 여러분! 수행이란 모름지기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만일 언어에서 찾는다면 전혀 쓸모가 없을 것이다. 헤아리며 생각할

필요 없이 한순간에 몸소 증명하라. 움직이는 것은 고요함만 못하니 재빠

르게 꿰뚫어야 한다.”

昭國師, 示衆, 擧此話云, “諸仁者, 惣云, ‘不消个莫妄想.’ 若
也不識妄想根源, 惣成造作也. 不是判他, 不是斷他, 又斷个什
麽? 諸仁者! 大凡行脚, 也須具眼, 始得. 若更尋言尋語, 並無
用處. 不用卜度思量, 一時驗取! 動不如靜, 快須究取.”

 

[설화]

덕소국사의 뜻은 반드시 망상의 근원을 알아차리라는 것이니, 친밀하게

전한 이 말 이외에 더 친밀한 것은 없다5)는 뜻이다.

昭國師意, 須是識取妄想根源, 此外別無親於親處也.
5) 법안문익(法眼文益)이 6조 혜능(慧能)의 ‘바람과 깃발’의 화두를 평가하면서 쓴
   말이다. 그 이상 진실에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 없다는 뜻이다.『景德傳燈錄』권
   28「大法眼文益禪師語」大51 p.448b17 및 본서 110則「六祖風幡」참조.

 

자수회심(慈受懷深)의 상당

 

“옛날 분양6)화상은 학인들이 찾아오기만 하면 ‘망상 피우지 마라’고 하

였고, 어떤 질문을 받거나 모두 ‘망상 피우지 마라’고 대답했다. 감원(監

院)7)이 ‘화상의 불법에는 단지 한 구절만 있다고 사람들이 전하니, 앞으로

는 그만 그치십시오’라고 말했다. 그 다음부터 분양은 학인들이 찾아오기

만 하면 다만 ‘그쳐라’고 말할 뿐이었다.” 자수가 이어서 말했다. “옛사람

은 학인들의 아는 내용이 깨달은 것보다 뛰어나기를 바라지 않았으므로

말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고 이해한 것 이상으로 조작하지 않은 채 곧바

로 ‘망상 피우지 마라’, ‘그쳐라’ 하고 말해 주었던 것이다. 여러분은 그쳤

는가? 여러분은 매일 눈을 떠서부터 감을 때까지 행하는 모든 것이 망상

아닌 것이 없으며, 꿈을 꿀 때까지도 망상일 뿐이다. 망상이 한번 일어나

면 갖가지 실마리를 다 전도시켜 번뇌의 문을 열어젖히고 청정한 세계를

미혹시킨다. 만일 망상의 근원을 알아차린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망상이

그치게 될 것이니, 위로는 구할 부처가 없고 아래로는 무서워할 마구니가

없으며 중간에는 연연해할 중생도 없고 또한 두려워할 죽음도 없을 것이

다. 이것이 바로 청정한 본원이며 천진하고 묘한 도이다. 만일 망상의 근

원을 모른다면 삼계에 윤회하며 사생(四生)8)에 빠져서 이곳에서 나왔다가

저곳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편히 쉴 날이 없을 것이다. 산승은 타고나

기를 말이 많기도 하지만, 오늘은 피하지 못할 좁은 길에서 만난 격이라9)

여러분에게 두루 권하는 것이다. 분양이 제시한 일단의 인연을 기억하고

나의 보잘것없는 게송 두 수를 외워두면, 인천(人天)의 길에서 조금이나

마 쉴 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니 대대로 태어날 때마다 항상 같은 법회에

서 만나길 바랄 뿐이다. 게송은 이렇다. ‘망상 피우지 말고 자세히 참구하

라! 종일토록 무엇 때문에 바쁜지 모르겠노라. 만일 바쁜 일 속의 진실한

소식을 안다면, 한 송이 연꽃이 펄펄 끓는 물에서 피리라’, ‘그치기는 바로

잘 그쳤으니, 백 년 된 헛것이요 물거품이로다. 자기 집안의 천진한 부처

를 버리고, 결코 구차하게 밖에서 구하지 마라’”

慈受, 上堂云, “昔有汾陽和尙, 凡見僧來, 便云, ‘莫妄想.’ 凡
有所問, 皆云,‘ 莫妄想.’ 監院云,‘ 人傳和尙佛法, 只有一句
子, 今後休得也.’ 自後汾陽, 凡見人來, 只云休得也.” 師云,
“古人不欲學者, 所聞勝如所得故, 言不敢華, 解不敢作, 直截
向你道, 莫妄想休得也. 諸人還休得也未? 諸人每日, 自開眼
至合眼, 所作所爲, 無非妄想, 至於睡夢之中, 亦是妄想. 妄想
一起, 顚倒萬端, 開塵勞門, 迷淸淨界. 若能識得妄想根源, 直
下休歇去, 上無佛求, 下無魔怖, 中無生戀, 亦無死畏, 便是淸
淨本源, 天眞妙道. 若不識妄想根源, 輪廻三界, 汨沒四生, 出
此入彼, 未有休息. 山僧自來多口, 今朝狹路相逢, 普勸諸人.
記取汾陽一段因緣, 誦取慧林兩首拙偈, 可以向人天路上, 做
得箇小歇場, 願世世生生, 常同法會. 偈云,‘ 莫妄想好參詳!
不知終日爲誰忙. 若知忙裏眞消息, 一朶蓮花生沸湯.’‘ 休得
也便好休, 百年浮幻水中漚. 自家屋裏天眞佛, 切忌區區向外
求.’”
6) 분양(汾陽)은 분주무업(汾州無業 760~821)의 법호 중 하나이다. 무업의 주석지
   인 분주 지역을 분양이라고도 하므로 붙여진 법호이다. 『慈受懷深廣錄』 권3에
   도 분양이라고 되어 있다.
7) 절의 사무를 총괄적으로 감독하는 직책. 감사(監寺)와 같은 말이다. “감원이라
   는 직책은 선원(禪院) 내의 모든 일을 총괄적으로 이끈다.”(『禪院淸規』권3 
  「監院」卍111 p.890b12. 監院一職, 總領院門諸事.)
8) 육도(六途)를 윤회하는 중생들이 태어나는 네 가지 방식. 곧 태생(胎生)·난생
   (卵生)·습생(濕生)·화생(化生) 등 네 종류를 말한다. 보통 육도사생이라 한다.
9) 협로상봉(狹路相逢). 좁은 길에서 만나면 피할 도리가 없다는 말. ‘원수는 외나
   무다리에서 만난다’라는 속담과 같은 뜻이다. “좁은 길에서 만나면 길이 좁아
   수레가 지나갈 틈도 없다.”(古樂府「相逢行」. 相逢狹路間, 道隘不容車.)

 

[설화]

위의 글에 드러나 있다.

慈受:上文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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