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철학」제23집(2007), 97~115쪽
붓다의 열 가지 호칭의 기원과 전개
황순일(黃淳壹)/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교수. sihwang@dgu.edu
**이 논문은 2005년 정부(교육인적자원부)의 재원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KRF-2005-078-AS0027)
Ⅰ 서언.
Ⅱ 빨리본에 나타난 붓다의 호칭.
Ⅲ 한역본에 나타난 붓다의 호칭.
Ⅳ 붓다의 호칭들의 중국전 전개.
Ⅴ결어.
[요약문]
동아시아 불교 전통에서는 붓다의 다양한 호칭들을 열 가지로 정리하
여 전승하는 경향이 있다. 비록 이러한 호칭들이 여래십호란 이름하에
열 가지로 우리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이들은 모두 열한가지의
호칭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이러한 혼돈의 책임을 중
국 또는 중앙아시아 출신의 초기불경 번역가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본 논문은 여래십호에 해당되는 빨리본 초기율장과 경장들에 대한 검
토를 통해서 붓다의 호칭들이 열한가지로 알려지게 된 배경과 그 문법
적 용례적 배경을 살펴보고, 꾸마라지와(Kumarajīva)에 의해 제시된 산
스끄릿어 또는 쁘라끄릿어의 음사어와 이에 대한 설명들을 검토하여, 이
러한 혼돈이 중국 또는 중앙아시아의 역경가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들에게 주어진 산스끄릿어 또는 쁘라끄릿어의 원본자체에 있었음을 보
여주려고 한다.
Ⅰ. 서언
붓다의 열 가지 호칭은 일반적으로 여래십호(如來十號)란 이름
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붓다의 호칭은 북전과 남전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전자의 경우 전체적으로 열한가지
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후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존귀한 분’
으로 번역되는 bhagavant가 두 번 반복되거나 한역 경전에서 ‘如
來’로 번역되는 Tathāgata와 함께 나타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
다. 기존의 여래십호(如來十號)에 대한 연구들은 북전 한문문헌들
을 중심으로 열한가지로 나타나는 붓다의 호칭들을 어떻게 하면
열 가지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여기
에서는 남전 빨리어 문헌들을 중심으로 이렇게 bhagavant가 두
번 반복되는 붓다의 호칭이 어떤 변화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우리
에게 주어진 모습으로 남게 되었는가를 각각의 음사어들이 가지
고 있는 특징을 검토해 보면서 추적해 보도록 하겠다.
Ⅱ. 빨리본에 나타난 붓다의 호칭
빨리율장 대품은 붓다가 막 깨달음을 얻은 직후부터 오비구를
만나고, 야사(Yasa)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깟사빠(Kassapa) 삼형
제를 제자로 받아들인 후, 라자가하(Rājagaha)에서 빔비사라왕(Bi
mbisāra)을 만나고 사리뿟따(Sāriputta)와 목갈라나(Moggallāna)
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과정들이 에피소드의 형태로 서술되어 있다.
이 부분은 특히 법장부(Dharmaguptaka)의 율장인 사분율과 화
지부(Mahīśāsaka)의 율장인 오분율과 많은 부분에 있어서 겹치고
있다. 따라서 율장대품의 첫 부분에 대한 비교연구는 율장이 초기
형태로부터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붓다의
전기가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적으로 형성되어 왔는지를 살
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붓다의 호칭에 대한 서술은 붓다
가 빔비사라왕을 만나는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나타나고 있다.
실로 마가다의 왕 세니야 빔비사라는 [다음과 같이] 들었다: “실로,
님이시여, 사까(Sakya)족의 아들이고 사까가문에서 출가했으며, 라자
가하에 도착한 유행자 고따마(Gotama)가 랏티와나(Laṭṭhivana)공원의
숫빠띳타(Suppatiṭṭha) 제단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존귀하신
고따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뛰어난 명성이 퍼지고 있습니다: ‘실로
그 존귀한 분은(bhagavā), 존경 받을만한 분(至真),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분(等正覺), 지혜와 행위를 갖춘 분(明行足為), [완전한 열반에]
잘 드실 분(善逝), 세계를 아는 분(世間解), 가장 높으신 분(無上士), 사람
을 잘 이끄는 분(調御丈夫), 신과 인간의 스승(天人師), 깨달은 분(
佛), 그리고 존귀하신 분(世尊, bhagavā)이시다.’ …”.1)
1) Vin I p. 34: assosi kho rājā Māgadho Seniyo Bimbisāro: samaṇo khalu
bho Gotamo Sakyaputto Sakyakulā pabbajito Rājagahaṃ anuppatto
Rājagahe viharati Laṭṭhivanuyyāne Suppatiṭṭhe cetiye. taṃ kho pana
bhagavantaṃ Gotamaṃ evaṃ kalyāṇo kittisaddo abbhuggato iti pi so
bhagavā arahaṃ sammāsambuddho vijjācaraṇasampanno sugato
lokavidū anuttaro purisadammasārathi satthā devamanussānaṃ buddho
bhagavā… ti
위의 번역에서 붓다의 호칭에 대한 인용문2)은 일종의 정형구로
서 빨리 경전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to be동사가
생략된 상태에서 각각이 주격으로 나열된 명사구문(nominal sente
nce)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 정형구에 대한 PTS 영역본의 해석
은 실로 다양하다.
2) iti pi so bhagavā arahaṃ sammāsambuddho vijjācaraṇasampanno
sugato lokavidū anuttaro purisadammasārathi satthā devamanussānaṃ
buddho bhagavā.
동아시아 불교에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여래십호(如來十號)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었던 초기 PTS 번역들에서는 이 호칭들을 열
가지로 맞추어 보려는 노력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음은 1899
년 출판된 디가니까야(DN)에 나타난 T.W. Rhys Davids의 번역
과 1917년 출판된 상유따니까야(SN)에 나타난 그의 부인 C. Rhys
Davids의 번역이다.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은 존귀한 분이고, 지해와 덕으로
충만하며, 행복하고, 세계에 대한 지해가 있으며, 사람들을
잘 이끌 안내자로서 가장 뛰어나고, 신과 인간의 스승이며, 존귀하신
붓다이다.3)
3) Davids(1899) p. 67: An Arahat, fully awakened, is the exalted one,
abounding in wisdom and goodness, happy, with knowledge of the
worlds, unsurpassed as a guide to mortals willing to be led, the teacher
of gods and men, a blessed Buddha, (DN I 49);
이 존귀하신 분은 아라한, 완전히 깨달으신 분, 지식과 덕행에 숙련
된 분, 이 세계를 아는 존귀하신 분, 사람을 이끄는 최고의 안내자,
스승, 신과 인간을 위해 깨달은 사람, 존귀하신 분이다.4)
4) Davids(1917) pp. 48-49: This, that is the Exalted one, Arahant,
supremely enlightened, proficient in knowledge and in conduct, the
Blessed one, who understands the world, peerless tamer and driver of
the hearts of men, the Master, the Buddha for gods and men, exalted
One, (SN I 219);
한편 동아시아 불교의 여래십호(如來十號)가 서구에 알려진 이
후의 번역들에서는 전체를 열 가지로 해석하려는 노력들이 점차
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다음은 1976년 출판된 마지마니까
야(MN)에 나타난 I.B. Horner의 번역이다.
실로 그는 존귀하신 분, 완벽시신 분, 스스로 두루 깨달으신 분,
지식과 덕행을 갖추신 분, 좋게 가실 분, 세계를 아는 분, 사람을 이끌
최고의 마부, 신과 인간의 스승, 깨달으신 분, 존귀하신 분이다 .5)
5) Horner(1976): Thus indeed is he the Lord, perfected, wholly
self-awakened, endowed with knowledge and right conduct, well-farer,
knower of the world, incomparable charioteer of men to be tamed,
teacher of devas and mankind, the Awakened one, the Lord, (MN I 37)
비록 위의 번역에서 오너는 anuttaro와 purisadammasārathi를
하나로 보아 전체적인 붓다의 호칭을 열 가지로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존귀하신 분’으로 번역되는 Bhagavant가 두
번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한편 K.R. Norman
은 1995년 교정 출판된 숫따니빠따(Sn)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보
안하면서 이 정형구를 다음과 같이 열 가지로 맞춰서 해석하고
있다.
그 존귀하신 분은 아라한, 완전히 깨달으신 분, 지식과 덕행을 갖춘
분, 좋게 가실 분, 세계를 아는 분, 가장 높으신 분, 이끌어야
할 사람들을 잘 조절하실 분, 신과 인간의 스승, 깨달으신 분,
존귀하신 분이다 .6)
6) Norman(1995): That Blessed one is an arahat, a fully enlightened one,
endowed with knowledge and (right) conduct, a Well-farer, knowing
the worlds, unsurpassed, controller of those men who have to be
tamed, teacher of devas and men, Buddha, Blessed one, (Sn p. 103)
여기에서 노만은 두 번 반복되는 bhagavā를 처음의 경우에는 3
인칭 지시대명사 so를 수식하는 것으로 보고 마지막의 경우를 붓
다의 호칭들 중의 하나로 하여 열 가지로 맞춘 것이다.
사실 ‘존귀하신 분’이란 의미의 bhagavant는 행운, 복 등을 의미
하는 bhaga에 ‘~으로 풍부하다’는 의미의 접미사 vant가 붙은 형
태로서 한역경전에 薄伽梵, 婆伽婆 등으로 음사되기도 하고, 복이
많다는 의미에서 眾祐로,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다는 의미에서
世尊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Bhagavant는 불교문헌에서 붓다를,
자이나 문헌에서 지나(Jina)를, 힌두 문헌에서 위슈누(Viṣṇu),
끄리쉬나(Kṛṣṇa) 및 쉬와(Śiva)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될 수도 있
고 일종의 극존칭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처음
의 경우를 극존칭으로서 3인칭 지시대명사와 어울리는 것으로 보
고, 마지막의 경우를 독립적인 붓다의 호칭으로 해석하여 전체적
으로 열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다른 두
가지 해석이 또한 가능한 듯하다.
첫째, 두 번 반복되는 bhagavā를 처음의 경우에는 호격(sg. voc.)
으로 마지막의 경우를 붓다의 호칭들 중의 하나로 해석하는 것이
다. 즉, “그는, 존귀한 분이시여, 아라한, 완전히 깨달으신 분…
존귀하신 분이다.”의 형태로 하여 처음의 bhagavā를 이상의 붓다
의 명칭을 소개받는 사람에 대한 극존칭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bhagavā의 용례를 우리는 불의 비유를 통해서 윤회관을 二道五火
說로 설명하는 부분에서 챤도갸우빠니샤드(Chāndogya Upaniṣad)
에서 찾아볼 수 있다.7) 브라만의 아들 스웨따께뚜(śvetaketu)는
빤짤라국(pañcāla)의 쁘라와하나(Pravāhaṇa) 자이왈리(Jaivali)왕
의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해서 ‘존귀하신 분이여, 잘 모릅니다(na bh
agava iti).’라고 반복해서 대답하고 있다. 즉, bhagavaḥ는 여기에
서 호격으로서 인간인 왕에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붓다
의 호칭에 대한 정형구에서 첫 번째 bhagavā는 원래 주격으로서
붓다의 호칭들 중의 하나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지만, 왕이라든지
마을의 지도자 등 지체가 높은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보고하는 사람에 의해 사용된 극존칭의 호격일 가능성도 있는 것
이 된다.
7) Chāndogya Upaniṣad V. 3. 1
둘째, 두 번 반복되는 bhagavā를 마치 괄호와 같이 붓다의 다
양한 호칭들을 앞과 뒤에서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인도전통에서 위슈누(Viṣṇu)와 쉬와(Śiva)와 같
은 신들에게는 다양하고 많은 호칭들이 부과되어 있다. 이때 이러
한 여러 호칭들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하고 여러 호칭들을 강조
하기 위해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호칭을 앞과 뒤에 반복하
여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bhagavā는 주격으로서 앞 뒤 두 번
반복되어 사용되었지만 의미상으로는 한번 사용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전체적으로 붓다의 호칭은 열 가지로 볼 수 있게 된다.
비록 빨리본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범어 및 빨리어
문법과 힌두전통의 용례를 통해서 설명될 수 있지만, 문법과 용례
가 전혀 다른 한역본들의 경우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
으키고 있다.
Ⅲ. 한역본에 나타난 붓다의 호칭
빨리 율장과 가장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법장부(Dharmaguptak
a)의 율장인 四分律에서는 이 첫 번째 bhagavant가 如來(Tathāgat
a)로 바뀌어 나타나고 있다:8)
8) TD22 p. 797.
如來至真等正覺明行足為善逝世間解無上士調御丈夫天人師佛世尊.
비록 중간부분이 생략되어 있지만 유사한 형태가 잡아함 등에
서 나타나고 있으며,9) 하리바르만의 성실론에서도 동일하게 나타
나고 있다.10) 여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빨리본의
존귀하신 분(bhagavant)이란 용어가 如來(Tathāgata)로 대체되어
전체적으로 열한가지가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9) TD2 p. 255: 如來應等正覺乃至佛世尊.
10) TD32 p. 242: 復次經中說如來等十種功德. 謂如來. 應供. 正遍知. 明行足.
善逝. 世間解. 無上. 調御. 天人師. 佛世尊.
이 용어는 한문 경전에서 ‘이와 같이 온 사람’이란 의미에서 如
來로 주로 번역되고 있다. 하지만, PTS 영역본에서는 이와 반대
로 ‘thus gone’ 즉 ‘이와 같이 갈 사람’으로 번역되고 있다. 양자는
tathāgata란 복합어를 해석하기에 따라서 모두 가능하다. 이 복합
어를 ‘이와 같이’란 의미의 불변화사 tathā에 ‘오다’란 의미의 āgata
가 붙은 것으로 보면 전자의 의미가 되고 ‘가다’란 의미의 gata가
붙은 것으로 보면 후자의 의미가 된다. 전자가 진리 그 자체로서
여실하게 왔다는 의미를 지닌다면 후자는 더 이상의 새로운 삶이
없이 그렇게 갈 사람이란 뜻이 되는데, 주로 붓다가 자기 스스로
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호칭이다.
몇몇 학자들은 한역 경전에서 일어난 이러한 변화가 자기 스스
로를 지칭할 때 사용된 따타가따(Tathāgata, 如來)의 용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중국의 역경승들에 의해서 생겨난 것으로 생각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중국 역경승들의 책임이라기보
다는 이들이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쁘라끄리트(Prakṛt)
어 또는 산스끄리뜨(Sanskṛt)어 판본 자체에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사실상 초기경전에는 앞에서 본 정형구와는 조금 다른 형태의
여래십호(如來十號)에 대한 언급들이 나타난다. 위의 정형구가 주
로 다른 사람이 붓다의 명성에 대해서 언급할 때 나타났다면, 다
음의 언급은 주로 붓다가 자기 스스로를 소개하는 형식을 취한다.
상유따니까야(SN)의 사자경(Sīhasutta)에서 붓다는 자기 스스로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 세계에 따타가따(Tathāgata), 존경 받을만한 분(至真), 완전한 깨
닮음을 얻은 분(等正覺), 지혜와 행위를 갖춘 분(明行足為), [완전한 열
반에] 잘 드실 분(善逝), 세계를 아는 분(世間解), 가장 높으신 분(無上
士), 사람을 잘 이끄는 분(調御丈夫), 신과 인간의 스승(天人師), 깨달은
분(佛), 그리고 존귀하신 분(世尊, bhagavā)이 태어났다11).
11) SN III p. 85: idha Tathāgato loke uppajjati arahaṃ sammāsambuddho
vijjācaraṇasampanno sugato lokavidū anuttaro purisadammasārathi
satthā devamanussānṃ buddho Bhagavā. Woodward(1925): a
Tathāgata arises in the world, an Arahant who is a fully enlightened
one, perfect in knowledge and practice, Wellfarer, World-knower,
incomparable Charioteer of men to be tamed, Teacher of devas and
mankind, a Buddha, an Exalted one.
빨리본 사자경(Sīhasutta)에 해당되는 한역 잡아함에서도 이와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으며12), 비록 그 빈도가 앞에서 살펴본 정형
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언급들이 빨리경전의 도
처에서 나타나고 있다.13)
12) TD2 p. 232: 如來 應 等正覺 明行足 善逝 世間解 無上士 調御丈夫 天人師 佛
世尊出興於世.
13) MN I p. 179, 344, 412, 521, SN III 85, IV 320, AN I 168, II 33.
따라서 우리는 다른 사람이 붓다를 소개하느냐 붓다가 자기 스
스로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느냐에 따라서 존귀하신 분(bhagava
nt) 또는 따타가따(Tathāgata)로 시작되는 두 개의 다른 형태가
초기경전에 이미 존재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 두 가지
형태의 붓다의 명칭들은 일정기간 혼용되어 사용되어 오다가 점
차적으로 하나로 통일되는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정형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맥락의 차이는 경전(sūtra) 전
통에서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나타나지만, 개별적인 용어들
을 글자 그대로 정의하고 주석하는 아비달마(abhidharma) 전통에
서는 점차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붓다의 호칭들은 아비달
마 전통에서 위의 존귀하신 분(bhagavant)과 따타가따(Tathāgata)
모두를 독립적으로 주석하게 된다.
이러한 주석적 전통의 초기적 형태를 우리는 꾸마라지와(Kuma
rajīva)가 번역한 대지도론(Mahāprajñāpāramitāśāstra)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이 책은 나가르주나(Nāgārjuna)의 저작이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꾸마라지와(Kumarajīva)가 덧붙이
고 해설한 부분들이 나타나는 일종의 대승불교 백과사전이다. 여
기에서 그는 붓다의 호칭들을 음사어를 제시하면서 자세하게 주
석하고 있는데, 위의 존귀하신 분(bhagavant)과 따타가따(Tathāg
ata)를 모두 포함하여 전체를 열한가지로 나누고 구체적으로 설명
하고 있다.14)
14) TD25 p. 72: 1. 婆伽婆, 2. 多陀阿伽度, 3. 阿犁呵, 4. 三藐三佛陀, 5.
鞞伽遮羅那三般那, 6. 宿伽陀, 7. 路伽憊, 8. 阿耨多羅, 9. 富樓沙曇藐婆羅提,
10. 舍多提婆魔珸舍喃, 11. 佛陀.
비슷한 시기에 꾸마라지와(Kumarajīva)가 번역한 좌선삼매경에
서는 이러한 붓다의 호칭들 전체가 음사되어 나타나고 있다.15) 이
를 바탕으로 라못(Etienne Lamotte)의 대지도론(Le Traité de la
Grande Vertu de Sagesse)16)을 참조하여 범어로 복원하면 다음
과 같다:
15) TD15 p. 277a:
多陀阿伽度(多陀秦言如阿伽度言解亦言實語又言諸餘聖人安隱道來佛如是來復
次更不來後有中也)阿犁(魯迷反)呵(阿犁秦言賊呵言殺佛以忍辱為鎧精進為堅牢
禪定為弓智慧為箭殺憍慢等賊故名殺賊)三藐(無灼反)三佛陀(三藐秦言真實三佛
陀言一切覺覺苦因習涅槃因道正解見四實不可轉了盡無餘故言真實覺一切)鞞伽(
除夜反)遮羅那(鞞伽秦言明遮羅那言善行明三明也行清淨之行以之獨成無師大覺
故言明善行也)三般那(秦言滿成)宿伽陀(秦言善解亦名善自得又言善說無患)路
憊(皮拜反路加秦言智智者知世因知盡道故名世智世智知世也)阿耨多羅(秦言
無上善法聖智示導一切大德無量梵魔眾聖莫有及者何況能過佛尊德大故言無上)
富樓沙曇藐(富樓沙秦言大丈夫曇藐言可言可化丈夫調御師佛以大慈大悲大智故
有時軟美語有時苦切語或以親教以此調御令不失道故名佛為可化丈夫調御師法
也)舍(賒音)多(都餓反)提婆魔珸舍喃(奴甘反秦言天人師盡能解脫一切人煩惱常
住不退上法)佛婆伽婆(過去未來現在行不行知行盡不盡一切諸法菩提樹下一切了
了知故名佛婆伽婆言有大名聲復次婆名女根婆名吐永棄女根故女根吐也).
16) Lamotte(1944) p. 115.
tathāgato ’rhaṃ samyaksaṃbuddho vidyācaraṇasaṃpannaḥ sugato
lokavid anuttaraḥ puruṣadamyasārathiḥ śāstā devamanuṣyāṇāṃ bud
dho bhagavāṃ.
多陀阿伽度 阿犁呵 三藐三佛陀 鞞伽遮羅那三般那 宿伽陀 路伽憊 阿耨
多羅 富樓沙曇藐[婆羅提]17) 舍多提婆魔珸舍喃
佛 婆伽婆.
17) 좌선삼매경에서는 빠져있음.
즉, 초기경전에서 존귀하신 분(bhagavant)과 따타가따(Tathāga
ta)로 시작되는 두 개의 다른 형태가 아비달마 및 주석전통을 거
치면서 자연스럽게 후자 쪽으로 통일되었던 것이다.
Ⅳ. 붓다의 호칭들의 중국적 전개
그렇다면 이렇게 열한가지로 늘어난 붓다의 호칭들은 어떤 과
정을 여래십호(如來十號)란 이름아래 열 가지로 정리되게 되었을
까?
고대 인도인들은 기본적으로 십육진법적인 숫자관을 지녔기 때
문에 10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고 십진법이 널리 사용되면서 10이라는 숫자
에 점차적으로 많은 의미들이 부여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0이란 숫자는 한자리 단위 숫자로서 표현할 수 있는 것
을 넘어선 것이란 점에서 어떤 것으로 가득 찬 것이란 의미를 부
수적으로 지니게 된다. 따라서 어떤 것이 열 가지로 표현되면 그
것은 어떤 것으로 충만하고 가득하고 무량한 것으로 여겨지게 되
었으며, 붓다의 호칭 또한 점차적으로 열 가지로 정리되기 시작했
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북전 한문문헌들에서 이 10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
를 부여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이며, 남전 빨리어 문헌들은 그
러한 경향이 상대적으로 덜 보이고 있다. 특히 테라바다(Theravā
da) 전통에서는 문제가 되는 따타가따(Tathāgata)와 붓다(Buddh
a)를 제외한 아홉 가지를 붓다의 아홉 가지 덕성으로서 헤아리고
있을 정도로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붓다의 호칭을 열 가지로 정리하려는 시도는 북인도, 중
앙아시아, 또는 중국에서 시기적으로도 후대에 시작되었을 가능성
이 높다. 아마도 이때 이들에게 주어진 붓다의 호칭에 대한 정형
구는 위의 법장부(Dharmaguptaka) 율장과 꾸마라지와(Kumarajīv
a)의 좌선삼매경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따타가따(Tathāgata)로
시작하는 형태로 통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약 네 가지
정도의 방법을 통해서 11가지를 10가지로 줄이려는 시도들이 나
타나게 되었을 것이다.
첫째, 중아함과 증일아함에서 주로 나타나는 한역으로 따타가
따(Tathāgata, 如來)로부터 사람을 잘 이끄는 분(道法御, 調御丈夫)
까지 나열한 후 이를 ‘존귀하신 깨달은 분’(佛眾祐, 佛世尊)이라 하
여 전체적으로 열 가지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18) .
18) TD1 623, TD2 615
此是如來至真等正覺明行成為善逝世間解無上士道法御天人師號佛眾祐.
둘째, 마지막의 존귀하신 분(bhagavant)를 제외하는 경우이
다:19)
19) TD26 p. 1020a.
所謂十號. 一如來二應供三正遍知四明行足五善逝六世間解七無上士八調
御丈夫九天人師十佛陀.
셋째, 세계를 아는 분(世間解)와 가장 높으신 분(無上士)를 하나
로 합한 경우이다20) .
20) TD17 p. 719-720
云何應供 … 云何正等覺 … 云何明行足 … 云何善逝 … 云何世間解無
上士 … 云何調御丈夫 … 云何天人師 … 云何名佛 … 云何世尊 …
넷째, 가장 높으신 분(阿耨多羅)과 사람을 잘 이끄는 분(富樓沙
曇藐婆羅提)을 하나로 합한 경우이다.21) 이 마지막 형태는 꾸마라
지와(Kumarajīva)의 대지도론(Mahāprajñāpāramitāśāstra)에서 나
타나고 있다. 이 문헌이 대승불교에서 가지는 중요성 때문에 이와
같은 형태로 붓다의 호칭을 열 가지로 해석하는 방법은 폭넓게
받아들여졌던 듯하다.
21) TD25 p. 219: 此佛亦如是. 是名多陀阿伽度. 如三世十方諸佛身.
放大光明遍照十方破諸黑闇. 心出智慧光明. 破眾生無明闇冥.
功德名聞亦遍滿十方. 去至涅槃中. 此佛亦如是去. 以是故亦名多陀阿伽度.
有如是功德故. 應受一切諸天世人最上供養. 是故名阿羅呵. 若有人言. 何以故.
但佛如實說. 如來如去故. 應受最上供養. 以佛得正遍智慧故.
正名諸法不動不壞相. 遍名不為一法二法. 故以悉知一切法無餘不盡.
是名三藐三佛陀. 是正遍智慧. 不從無因而得. 亦不從無緣得.
是中依智慧持戒具足故. 得正遍智慧.
智慧名菩薩從初發意乃至金剛三昧相應智慧.
持戒名菩薩從初發意乃至金剛三昧身業口業清淨隨意行已.
是故名鞞闍遮羅那三般那若. 行是二行得善去. 如車有兩輪善去者.
如先佛所去處. 佛亦如是去. 故名修伽陀. 若有言. 佛自修其法不知我等事.
以是故知世間知世間因知世間盡知世間盡道. 故名為路迦憊. 知世間已調御眾生.
於種種師中最為無上. 以是故名阿耨多羅富樓沙曇藐婆羅提. 能以三種道滅三毒.
令眾生行三乘道. 以是故名貰多提婆魔珸舍. 若有言. 以何事故能自利益無量.
復能利益他人無量. 佛一切智慧成就故. 過去未來現在. 盡不盡動不動.
一切世間了了悉知. 故名為佛陀. 得是九種名號. 有大名稱遍滿十方.
以是故名為婆伽婆. 經中佛自說.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꾸마라지와(Kumarajīva) 자신이
이러한 해석을 일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동일한 문헌에
서 붓다의 호칭을 존귀하신 분(bhagavant)과 따타가따(Tathāgata)
로부터 시작하여 깨달으신 분(佛陀)까지의 열한가지로 주석하고
있으며,22) 비슷한 시기에 번역한 좌선삼매경에서는 가장 높으신
분(阿耨多羅)과 사람을 잘 이끄는 분(富樓沙曇藐婆羅提)을 구분하
여 번역하고 있기 때문이다.23) 이러한 혼란으로 보았을 때, 꾸마
라지와(Kumarajīva)시대 까지도 여래십호(如來十號)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성립되어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다.
22) TD25 p. 72: 1. 婆伽婆, 2. 多陀阿伽度, 3. 阿犁呵, 4. 三藐三佛陀, 5.
鞞伽遮羅那三般那, 6. 宿伽陀, 7. 路伽憊, 8. 阿耨多羅, 9. 富樓沙曇藐婆羅提,
10. 舍多提婆魔珸舍喃, 11. 佛陀.
23) TD15 p. 277a.
아마도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 우리에게는 열한
가지 호칭들로 구성되었지만, 전체적으로 열 가지로 보여야 할 기
형적인 여래십호(如來十號)가 전해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Ⅴ. 결어
오늘날 남방불교 전통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붓다의 호칭의 정
형구와 그 정형구를 세 가지로 줄인 형태24)가 매일 아침 또는 법
회가 시작될 때 마다 암송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은 오늘
날 선종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불교에서는 점차적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오늘날 조계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예불문에서 붓다
는 무수히 많은 붓다들과 보살들과 선지식들 중의 하나로서 다음
과 같이 간략하게 언급될 따름이다.
24) nāmo tassa bhagavato arahato sammāsambuddhassa.
세 가지 세계를 이끌어주는 스승이고, 네 가지 형태로 태어나는 생
류들의 자애로운 아버지이며, 우리들의 본래 스승인 석가모니 붓다에
게 진심으로 귀의합니다. (至心歸命禮 三界導師 四生慈父 是我本師 釋迦
牟尼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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