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스리랑카에 홀로 파견되어 2년을 근무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어서
저녁에 지인들끼리 모여 한잔 했다
40-50년을 살면서 한번도 인연이 없던 사람들이었지만
이곳 해외에서 만나서 마음을 터 놓고 살다보니 어느듯 형제 이상의 우애가 쌓였다.
술잔이 돌아가고
이곳에서 지낸 시간들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삶의 깊이와 이해를 나눈다
그리고 무사히 귀국하여 가족들과 기쁜 해후를 할 사람에게 모두다 축하의 말을 건넨다
떠나는 사람이나 남아 있는 사람이나 이별이 주는 잔잔한 아픔은 모두다 같은것 같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노래방으로 옮겼다.
이곳 한국 노래방은 몇년째 노래들을 업그래이드를 하지 않아서 오래된 노래들 뿐이다
그래도 우리같은 중늙은이들 한테는 그것이 오히려 좋다.
트롯트나 뽕짝은 모두다 있으니까 한두시간 노래 부르며 타향살이 스트레스는데에는 오히려
시간이 부족할 정도이다.
서울 서울 서울을 부르면서
내 젊음을 불살랐던 서울 살던 생각에 젖고
타향살이를 부르면서
타향살이의 고달픔을 새삼 느끼며
부모님 전상서
불효자는 웁니다를 부르면서
고향에 계신 팔순 부모님이 오늘도 이 못난 자식 생각에 걱정하실 것을 생각하면
두눈에 눈물이 절로 나며
머나먼 고향
고향역을 부르면서
지금쯤 고향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향수에 젖으며
나그네 설움을 부르면서
언제나 고국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상념에 가슴이 아프다.
술이 넘치고 가슴에 쌓인 삶의 회한도 고달픔도 어느새 넘친다.
모두들 흘러 나오는 노래에 목청껏 합창을 해 본다
어쩌면 유행가 가사들이 한결같이 우리들 중생들의 삶을 그렇게도 잘 표현 했는지...
모두들 가슴에 눈에 눈물이 맺혀 있다
천개의 원한의 칼을 품고 살기 보다는
한개의 사람을 살리는 칼을 품고 살겠다고 몇번이고 맹세를 하며
마음을 새롭게 먹고
살고 있는 타향살이...
마음 둘 곳 없는 타향살이에도
무심한 세월은 가고 사람도 가고 청춘도 흘러간다.
노래방이 끝나고 밖에 나오니 남국의 밤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 진다
보네는 사람 가는 사람이 서로 굳게 악수를 하며 훗날을 기약한다
잘 살아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성공 해야지...
한국 오면 연락하라고 그래서 소주 한잔 하자고
다음에는 가족들과 느긋하게 휴양차 다시 이곳에 오라고 서로 언약을 주고 받는다
멀리 고국이 있는 동쪽 하늘을 쳐다 본다
아마도 오늘밤은 꿈속에서나마 고향땅을 밝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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