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핵심사상은 연기(paticcasamuppada)법이다. 그리고 불교는 유위법(조건지워진 법)과 무위법(조건지워지지 않은 법)을 이야기한다. 쉽게 말해서 유위법은 세간사이며 무위법은 열반의 세계이다. 이것은 절대불변의 진리이다. 연기법을 무시하거나 빼버리면 이건 불교가 아니다. 붓다께서 깨달은 법의 핵심은 연기법이다.
연기법은 한마디로 말하면 "조건따라 일어나고 조건따라 소멸하는 것이다. 일체는 생겨나고 소멸한다. 생(生)에는 인(因)이 있고 멸(滅)에도 인(因)이 있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연기의 진리는 일상의 세계속에 깃들어 있다. 세간은 이러한 연기법의 인과관계(因果關係)와 상의관계(相依關係)가 그물처럼 촘촘이 얽혀 있는 세계이다. 원인이 있기에 결과가 있는 것이다. 원인없는 결과는 없다. 그리고 당연히 원인이 소멸되면 결과도 소멸된다. 원인의 소멸없는 결과만의 소멸은 없다. 그 어느 존재도 연기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연기법 입장에서 보면 우연론, 숙명론, 단멸론, 영원론등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러기에 모두다 외도인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많은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되었다. 희생된 목숨은 원인이 있었기 때문이지 결코 우연이나 숙명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다. 몇 년간 문제 없다가 마침 그날 사고가 난 것, 부실한 항로 관리, 부패된 회사, 안전운항을 무시한 선박운항, 맹골수로에 들어간 원인, 세월호로 수학여행을 떠난 것, 선내 깊숙이 자리잡은 위치, 순간적인 판단 부족이나 기타 온갖 원인이 얽히고 설켜있는 것이다. 어느것 하나 죽음의 결과에 우연은 없는 것이다.
상윳따 니까야의 갈대단 경에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이 있다.
"친구 사리뿟다여, 그것은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친구여, 이를테면 여기에 두 묶음의 갈대 단이 있다 하자. 이 갈대단들은 서로 의지하고 있을 때는 서 있을 수가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것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저것이 있는 것이며, 저것이 있음으로 하여 이것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개의 간대 단 중에서 어느 하나를 치워버린다면 다른 갈대 단도 따라서 쓰러질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는 것이며, 저것이 없으면 이것도 있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붓다께서 아난다 존자에게 훈계하였듯이 연기법이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진리가 아니다. 연기법을 올바르게 지혜롭게 본다면 세상은 훨씬 행복하고 평화롭고 보시가 넘쳐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연기를 보질 못하기에 나홀로,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방식등이 중생들을 사로잡고 광풍으로 휘몰아쳐 가는 것이다.
진정한 불자라면 죽음을 죽음으로써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죽음은 마지막도 시작도 아니다. 존재란 생멸을 거듭하며 끝없이 흘러가는 존재일 뿐이다. 우리들 삶에서 업보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단 한가지의 법칙에 따른다 . 그것은 선인선과 악인악과이다. 죽음이 꼭 악한 조건의 결과물이 아니다. 우리들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세월호처럼의 죽음일지 아니면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사고일지 아니면 길을 가다 간판이 떨어져 맞아 죽는 죽음일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런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었기 때문일 뿐이다.
죽음에는 두 가지가 있다. 졸지에 당하는 죽음과 미리 준비하여 맞이하는 죽음이다. 죽음이 우리 곁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에 우리는 늘 준비된 죽음을 맞이할 공부와 수행을 게을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당하는 죽음을 맞이하여 울부짖고 통곡을 해도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죽음을 맞이한 것은 분명히 안타까운 것이지만 그들 죽음이 다른 죽음과 별다르게 특별한 것도 없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고속도로를 가다가 추럭이 와서 받아서 차가 뒤집혀서 죽은 죽음은 억울한 죽음이 아니겠는가? 연기법 입장에서 본다면 중생들의 죽음은 그 원인과 결과에 따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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