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이야기

[각묵스님] 존재란 무엇인가 - 12처와 18계를 중심으로

실론섬 2015. 1. 21. 15:02

12처는 상윳따니까야 육처 상윳따(S35)의 기본주제이다.

육처 상윳따(S35)에는 모두 248개의 경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모두 육내처와 육외처를 주제로하고 있다. 이 안의 감각장소와 밖의 감각장소(대상)를 일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 12가지 외에 다른 일체는 세울 수 없다고 하신다.

 

처(處, 감각장소)로 옮긴 원어 āyatana는 ā(이리로) + √yat(to strech)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고 ā + √yam(to move)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해되는 중성 명사이다. 불교 이전부터 인도 바라문교의 제의서(祭儀書, Brāhmaṇa) 문헌에 많이 나타나는 단어인데 거기서는 주로 제사지내는 장소를 아야따나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동물들의 서식지를 아야따나로 부르기도 하였다. 청정도론 XV.5에 의하면 아야따나에는 ① 머무는 장소(nivāsa-ṭṭhāna) ② 광산(ākara) ③ 만나는 장소(samosaraṇa) ④ 출산지(sañjāti-desa) ⑤ 원인(kāraṇa)의 다섯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쪽으로 온다는 문자적인 의미를 중시하여 입(入)으로 번역하기도 하였고, 이 단어가 장소(base, sphere)의 의미로 쓰이므로 처(處)라고 옮기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12연기의 다섯 번째 구성요소인 saḷ-āyatana는 육입(六入)으로 옮겼으며, 눈의 감각장소[眼處, cakkhu-āyatana] 등과 형색의 감각장소[色處, rūpa-āyatana] 등의 육내/외처(12처)와, 공무변처(空無邊處)부터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까지의 4처는 처(處)로 옮겼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감각작용과 관계된 육입이나 12처는 ‘감각장소’로 옮기고 있으며 4처는 ‘장소’로 옮기고 있다. 

 

12처는 일체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일체인가?

눈과 형색, 귀와 소리, 코와 냄새, 혀와 맛, 몸과 감촉, 마음[意]과 마음의 대상[法] ― 이를 일러 일체라 한다.

 

비구들이여,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나는 이런 일체를 버리고 다른 일체를 천명할 것이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말로만 떠벌리는 것일 뿐이다. 만일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더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비구들이여, 그것은 그들의 영역을 벗어났기 때문이다.”(일체 경(S35:23) §§3~4)

 

“단지 말로만 떠벌리는 것일 뿐이다’라는 것은 말로만 말하게 되는 토대가 될 뿐이라는 말이다. 즉, 이 12가지 감각장소들을 떠나서 또 다른 고유성질을 가진 법(sabhāva-dhamma)이 있다고 설 할 수 없다는 뜻이다.”(SA.ī.358)

 

[12처의 무상/고/무아와 염오-이욕-해탈-해탈지] 

“비구들이여, 눈은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괴로움이요, 괴로움인 것은 무아다. 무아인 것은 내 것이 아니고 그것은 나가 아니고 그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라고 있는 그대로 바른 통찰지로 봐야한다. 귀는 … 코는 … 혀는 … 몸은 … 마음[意]은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괴로움이요, 괴로움인 것은 무아다. 무아인 것은 내 것이 아니고 그것은 나가 아니고 그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라고 있는 그대로 바른 통찰지로 봐야한다.”

 

“비구들이여, 이렇게 보는 잘 배운 성스러운 제자는 눈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귀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코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혀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몸에 대해서도 염오하고 마노에 대해서도 염오한다. 염오하면서 탐욕이 빛바래고, 탐욕이 빛바래므로 해탈한다. 해탈하면 해탈했다는 지혜가 있다. ‘태어남은 다했다. 청정범행(梵行)은 성취되었다. 할 일을 다 해 마쳤으며, 다시는 어떤 존재로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고 꿰뚫어 안다.”(상윳따 니까야 안의 무상 경(S35:1) §§3~4)

 

“비구들이여, 형색은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괴로움이요, 괴로움인 것은 무아다. 무아인 것은 내 것이 아니고 그것은 나가 아니고 그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라고 있는 그대로 바른 통찰지로 봐야한다. 소리는 … 냄새는 … 맛은 … 감촉은 … 마노의 대상[法]은 무상하다. 무상한 것은 괴로움이요, 괴로움인 것은 무아다. 무아인 것은 내 것이 아니고 그것은 나가 아니고 그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라고 있는 그대로 바른 통찰지로 봐야한다.”(상윳따 니까야 밖의 무상 경(S35:4) §§3~4)

 

이처럼 존재를 12가지로 한정짓고 이 열두 가지 각각이 무상/고/무아임을 천명하여 이들 각각에 대해서 염오-이욕-소멸 혹은 염오-이욕-해탈-해탈지를 성취하게 하시려는 것이 12처 가르침의 핵심이다.

 

18계는 마음에 대한 집착을 깨뜨리기 위한 것이다 

12처 가운데서 마노(mano, 意)를 다시 마노와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의 일곱 가지로 세분한 것이 18계의 가르침이다. 그러면 왜 12처를 18계로 더 세분해서 요소들로 말씀하셨을까? 마노 혹은 마음을 자아라고 영혼이라고 거머쥐는 것을 척파하기 위해서이다. 마노는 하나가 아니라 7개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체해서 보여주시는 것이 18계이다. 그래서 청정도론은 이렇게 설명한다.

 

“요소는 영혼이 아닌 것(nijjīva, 非命)의 동의어이다. 세존께서 “비구여, 이 사람은 여섯 가지 요소를 가졌다.(M140/īi.239)”라는 등에서 영혼이라는 산냐(壽者想)를 부수기 위해 요소(界)라는 가르침을 설하셨다.”(Vis.XV.22)

 

영혼이라는 산냐(jīvasaññā)는『금강경』의 수자상(壽者相, jīva-sañjñā)과 꼭 같은 단어이다. 한편『앗타살리니』(Aṭṭhasālinī,『담마상가니』의 주석서, DhsA.38)에서 법(dhamma)을 ‘nissatta-nijjīvatā’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은 ‘중생(satta)도 아니고 영혼(jīva)도 아님’이라는 말이다. 요소(界)로 옮기고 있는 dhātu도 dhamma와 같은 어근인 √dhṛ(to hold)에서 파생된 단어인데 법이나 요소라는 술어가 자아라는 산냐(我相)나 인간이라는 산냐(人相)나 중생이라는 산냐(衆生相)나 영혼이라는 산냐(壽者相) 등을 부수기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처럼 중국에서 계(界)로 옮긴 dhātu는 그것이 드러내고자하는 법들이 중생이라는 실체가 없고 공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고유성질을 가진 법들은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기 때문에 요소들의 다양함이라고 불린다는 말이다. 즉 요소는 중생이니 자아니 인간이니 하는 개념적 존재[施設, paññatti]를 18개의 요소들로 해체해서 보면 무상/고/무아가 드러나고 그래서 개념적 존재의 공성이 드러나게 된다는 의미이다.

 

 

12처와 18계의 특징 몇 가지 

첫째, 존재를 나를 중심으로 해서 안과 밖으로 나누어서 살펴보신다. 안으로는 6내처 밖으로는 육외처뿐이라고 하신다.

 

둘째, 18계는 육내처에서 다시 6식을 독립시킨 것이다. 의처(意處)를 나라고 영원한 마음이라고 자칫 집착할까봐 이를 다시 7가지로 분류해낸 것이다.

 

셋째, 마노의 역할은 두 가지이다. ① 색성향미촉 외의 대상을 인지하는 기관이다. ② 전오식과 의식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안식이 받아들인 대상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의식이 일어나서 이를 판단해야하는데 안식과 의식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마노(의)이다. 아비담마의 인식과정에서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넷째, 이렇게 살펴봄으로 해서 절대적이고 영원한 세상이라든지 절대적이고 영원한 우주라든지 절대적이고 영원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극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라든지 우주라든지 일체라든지 존재라든지 하는 개념에 속게 된다. 이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안과 밖으로 해체해서 보는 것이 12처와 18계이다.

 

다섯째, 이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을 육내외처로 18계로 해체해서 보면 일체 모든 존재의 무상/고/무아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러한 삼특상을 철견하면 염오-이욕-소멸이나 염오-이욕-해탈-해탈지를 성취하게 된다. 이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사실 육처 상윳따의 248개 경들 가운데 반 이상이 무상,고,무아를 설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들도 존재나 육내외처를 실재한다고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