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이야기

[각묵스님] 초기불교의 수행 - 네 가지 마음챙기는 공부(사념처)

실론섬 2015. 1. 21. 15:13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어떻게 여인을 대처해야 합니까?” 

“아난다여, 쳐다보지 말라.” 

“세존이시여, 쳐다보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아난다여, 말하지 말라.” 

“세존이시여, 말을 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아난다여, 마음챙김을 확립해야 한다.” (대반열반경(D22) §5.9)

 

부처님의 육성이 생생히 살아있는 초기경들 가운데서 실참(實參) 수행법을 설하신 경을 들라면 『디가 니까야』(장부)의 「대념처경」(大念處經, Mahāsatipaṭṭhāna Sutta, D22)과 『맛지마 니까야(중부)의 「들숨날숨에 마음챙기는 경」(出入息念經, M118)과 「몸에 마음챙기는 경」(念身經, M119)의 셋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서 「대념처경」은 초기불교수행법을 몸(身)·느낌(受)· 마음(心)· 법(法)의 네 가지 주제 하에 집대성한 경으로, 초기수행법에 관한한 가장 중요한 경이며, 그런 만큼 가장 유명한 경이기도 하다. 마음챙김(sati, 念)으로 대표되는 초기불교 수행법은 이 경을 토대로 지금까지 전승되어오고 있으며, 남방의 수행법으로 알려진 위빳사나 수행법은 모두 이 경을 토대로 하여 가르쳐지고 있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마음챙김이란 무엇인가 

마음챙김은 빠알리어 sati(Sk. smṛti, 念, 기억)의 역어인데 이것은 √smṛ(to remember)에서 파생된 추상명사로 사전적인 의미는 기억 혹은 억념(憶念)이다. 그러나 초기경에서 사띠(sati)는 거의 대부분 기억이라는 의미로는 쓰이지 않는다. 기억이라는 의미로 쓰일 때는 주로 접두어 ‘anu-’를 붙여 ‘anussati’라는 술어를 사용하거나 √smṛ에서 파생된 다른 명사인 ‘saraṇa’라는 단어가 쓰인다. 물론 수행과 관계없는 문맥에서 sati는 기억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첫째, 마음챙김은 대상에 깊이 들어가는 것(apilāpana)이다.『청정도론』은 말한다. “마음챙김은 [대상에] 깊이 들어가는 것(apilāpana)을 특징으로 한다. 잊지 않는 것(asammosa)을 역할로 한다. 보호하는 것(ārakkha)으로 나타난다. 혹은 대상과 직면함(visayābhimukha-bhāva)으로 나타난다. 강한 인식이 가까운 원인이다. 혹은 몸 등에 대한 마음챙김의 확립이 가까운 원인이다. 이것은 기둥처럼 대상에 든든하게 서있기 때문에, 혹은 눈 등의 문을 지키기 때문에 문지기처럼 보아야 한다.”

 

둘째, 마음챙김이란 대상을 거머쥐는 것(pariggahaka, 把持, 把握)이다. 그래서 대념처경 주석서에는 “마음챙기는 자(satimā)라는 것은 [몸을] 철저하게 거머쥐는(pariggāhikā, 把持, 把握) 마음챙김을 구족한 자라는 뜻이다. 그는 이 마음챙김으로 대상을 철저하게 거머쥐고 통찰지(반야)로써 관찰한다. 왜냐하면 마음챙김이 없는 자에게 관찰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나타난다.

 

셋째, 마음챙김은 확립(upaṭṭhāna)이다. 

『청정도론』은 말한다. “각각의 대상들에 내려가고 들어가서 확립되기 때문에 확립(paṭṭhāna)이라 한다. 마음챙김 그 자체가 확립이기 때문에(sati yeva paṭṭhānaṁ) 마음챙김의 확립(念處)이라고 한다. 몸과 느낌과 마음과 법에서 그들을 더러움(不淨, asubha), 괴로움, 무상, 무아라고 파악하면서, 또 깨끗함, 행복, 항상함, 자아라는 인식(saññā)을 버리는 역할을 성취하면서 일어나기 때문에 네 가지로 분류된다. 그러므로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四念處)이라 한다.”

 

넷째, 마음챙김은 마음을 보호(ārakkha)한다. 

그래서『청정도론』은 “그의 마음이 수승한 마음챙김으로 보호될 때(saṁrakkhiyamāna)”라고 하였다.

  

왜 마음챙김으로 옮겼나 

“바라문이여, 이처럼 다섯 가지 감각기능은 각각 다른 대상과 각각 다른 영역을 가져서 서로 다른 대상과 영역을 경험하지 않는다. 이들 다섯 가지 감각기능은 마음[意]을 의지한다. 마음이 그들의 대상과 영역을 경험한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면 마음[意]은 무엇을 의지합니까?” 

“바라문이여, 마음[意]은 마음챙김을 의지한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면 마음챙김은 무엇을 의지합니까? 

“바라문이여, 마음챙김은 해탈을 의지한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면 해탈은 무엇을 의지합니까?” 

“바라문이여, 해탈은 열반을 의지한다.” 

“고따마 존자시여, 그러면 열반은 무엇을 의지합니까?” 

“바라문이여, 그대는 질문의 범위를 넘어서버렸다. 그대는 질문의 한계를 잡지 못하였구나. 바라문이여, 청정범행을 닦는 것은 열반으로 귀결되고 열반으로 완성되고 열반으로 완결되기 때문이다.”(상윳따 니까야 운나바 바라문 경(S48:42) §§4~8)

 

이처럼 마음챙김은 마음을 해탈과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래서 마음챙김으로 옮긴다. 그리고 2세기에 안세고(安世高)가 옮긴「불설대안반수의경」(佛說大安般守意經)이라는 경의 제목을 주의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안세고는 아나빠나(ānāpāna, 出入息)를 안반(安般)으로 음사하고 있으며 사띠는 念이 아닌 수의(守意) 즉 마음(意, mano)을 지키고 보호(守)하는 기능으로 의역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중국에 불교가 전래되던 최초기에 마음챙김은 보호로 이해되어 왔다. 이런 것을 참조해서 사띠를 ‘마음챙김’으로 옮긴다. 

 

마음챙김은 대상을 챙기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일견 ‘마음을 챙김’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 구체적인 의미는 “마음이 대상을 챙김”이다. 이처럼 마음챙김은 마음이 대상을 챙기는, 수행에 관계된 유익한 심리현상이다. 그래서 『청정도론』에서는

 

“여기서 마치 송아지 길들이는 자가 

기둥에 묶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마음챙김으로써 

대상에 굳게 묶어야 한다.”

 

라고 옛 스님의 경책의 말씀을 인용하고 있는데 마음챙김에 관한 가장 요긴한 설명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마음챙기는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이다. 주석서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마음챙김은 대상에 깊이 들어가고, 대상을 거머쥐고, 대상에 확립되어 해로운 표상이나 해로운 심리현상들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마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마음챙김이 이처럼 중요하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상응부에서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자기의 고향동네인 비구의 행동의 영역인가? 그것은 바로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이다.(S.v.147-48)”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마음챙김이란 마음이 대상을 챙기는 것이요, 마음챙기는 공부는 마음이 대상을 거듭해서 챙기는 공부요, 마음챙김의 확립은 마음이 정해진 대상에 확립되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챙김은 그 대상이 중요하다. 「대념처경」에서 설명되고 있는 마음챙김의 대상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⑴ 몸(kāya, 身): 14가지 

① 들숨날숨 

② 네 가지 자세 

③ 네 가지 분명하게 알아차림 

④ 32가지 몸의 형태 

⑤ 사대를 분석함 

⑥-⑭ 아홉 가지 공동묘지의 관찰

 

⑵ 느낌(vedanā, 受): 9가지 

① 즐거운 느낌 ② 괴로운 느낌 ③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 ④ 세속적인 즐거운 느낌 

⑤ 세속적인 괴로운 느낌 ⑥ 세속적인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 ⑦ 세속을 여읜 즐거운 느낌 

⑧ 세속을 여읜 괴로운 느낌 ⑨ 세속을 여읜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

 

⑶ 마음(citta, 心): 16가지 

① 탐욕이 있는 마음 ② 탐욕을 여읜 마음 

③ 성냄이 있는 마음 ④ 성냄을 여읜 마음 

⑤ 미혹이 있는 마음 ⑥ 미혹을 여읜 마음 

⑦ 위축된 마음 ⑧ 산란한 마음 

⑨ 고귀한 마음 ⑩ 고귀하지 않은 마음 

⑪ 위가 남아있는 마음 ⑫〔 더 이상〕위가 없는 마음 

⑬ 삼매에 든 마음 ⑭ 삼매에 들지 않은 마음 

⑮ 해탈한 마음 ⑯ 해탈하지 않은 마음

 

⑷ 심리현상(dhamma, 法): 5가지 

① 장애(蓋)를 파악함 

② 무더기(蘊)를 파악함 

③ 감각장소(處)를 파악함 

④ 깨달음의 구성요소(覺支)를 파악함 

⑤ 진리(諦)를 파악함

 

「대념처경」은 이렇게 모두 44가지로 마음챙김의 대상을 구분하여 밝히고 있다.

  

마음챙기는 공부의 요점 

이제 「대념처경」에 나타나는 마음챙기는 공부의 요점 몇 가지를 적어보자.

 

첫째, 마음챙김의 대상은 ‘나’ 자신이다. 내 안에서(ajjhattaṁ) 벌어지는 현상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내 밖은 큰 의미가 없다. 왜? 해탈열반은 내가 성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부 범망경(D1) 등에서도 부처님께서는 ‘바로 내 안에서(paccattaṁ eva) 완전한 평화(nibbuti)를 분명하게 안다’고 하셨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대념처경」에서는 이러한 나 자신을 몸, 느낌, 마음, 심리현상들로 나눈 뒤, 이를 다시 몸은 14가지, 느낌은 9가지, 마음은 16가지, 법은 5가지로 더욱더 구체적으로 세분해서, 모두 44가지 대상으로 나누어서 그 중의 하나를 챙길 것을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런 바탕 하에서 때로는 밖의(bahiddhā) 즉 남의 신·수·심·법에 마음을 챙기라고도 하고 계시며 때로는 나와 남 둘 다의 신·수·심·법에도 마음챙기라고도 설하고 계신다. 그러나 그 출발은 항상 나 자신이다.

 

둘째, 무엇보다도 개념적 존재(paññatti)의 해체가 중요하다. 이것이 「대념처경」에서 마음챙김의 대상을 신·수·심·법으로 해체해서 제시하시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필자는 파악하고 있다. 나니 내 것이니 남이니 산이니 강이니 컴퓨터니 자동차니 우주니 하는 개념적 존재를 해제할 때 무상·고·무아를 그 특징(sāmañña-lakkhaṇa, 共相)으로 하는 법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면 더 이상 개념적 존재를 두고 갈애와 무명을 일으키지 않게 된다. 그래서 해체는 중요하다. 해체의 중심에는 나라는 존재가 있다. 중생들은 무언가 불변하는 참 나를 거머쥐려 한다. 이것이 모든 취착 가운데 가장 큰 취착이다. 「대념처경」이 나라는 존재를 신·수·심·법으로 해체하고 다시 이를 21가지나 44가지로 더 분해해서 마음챙김의 대상으로 제시하신 것은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해체하지 못하면 개념적 존재(paññatti)에 속는다. 해체하면 법(dhamma)을 보고 지금 여기서 해탈·열반을 실현한다.

 

셋째, 거듭 강조하지만 마음챙김은 대상이 중요하다. 이것은 입만 열면 주객을 초월하는 것이 수행이라 얼버무리는 우리 불교가 깊이 새겨봐야 할 점이다. 「대념처경」은 거친 대상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미세한 대상으로 참구의 대상을 나열하여 들어간다. 그러나 「대념처경」에서 나타난 순서대로 21가지 혹은 44가지 대상을 모두 다 챙기고 관찰하는 것은 아니다.

 

넷째, 마음챙김으로 사마타와 위빳사나를 통합하고 있다. 불교수행법은 크게 사마타수행과 위빳사나수행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지(止)로 한역되었고 후자는 관(觀)으로 한역되었으며 지관수행은 중국불교를 지탱해온 수행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마타는 삼매(定)수행과 동의어이고 위빳사나는 통찰지(慧, 반야)수행과 동의어이다.

 

「대념처경」은 마음챙김을 통해서 이러한 사마타와 위빳사나 수행을 하나로 통합하고 있다. 사실, 그것이 집중이던 관찰이던 마음챙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마타는 찰나생·찰나멸하는 법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표상(nimitta)이라는 개념적 존재(paññatti)를 대상으로 하고, 위빳사나는 찰나생·찰나멸하는 법(dhamma)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어떤 것이든 마음챙김이 없이는 표상에 집중하는 사마타도 법의 무상·고·무아를 통찰하는 위빳사나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마음챙김은 이런 두 종류의 수행에 공통적으로 중요한 심리현상이다.

 

다섯째, 「대념처경」은 사성제를 관찰해서 구경의 지혜(aññā)를 증득하는 것으로 결론 맺고 있다. 다시 말하면 무상·고·무아의 삼특상 가운데서 고의 특상과 그 원인과 소멸과 소멸에 이르는 길을 꿰뚫어 아는 것으로 해탈·열반의 실현을 설명하고 있다.

 

『청정도론』에 의하면 해탈에는 세 가지 관문이 있다. 그것은 무상·고·무아이다. 무상을 꿰뚫어 알아서 체득한 해탈을 표상 없는(無相) 해탈이라 하고, 고를 꿰뚫어 알아 증득한 해탈을 원함 없는(無願) 해탈이라 하고, 무아를 꿰뚫어 알아 요달한 해탈을 공한 해탈이라 한다. 「대념처경」은 그러므로 고를 통찰하는 원함 없는 무원의 해탈로 결론짓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사성제를 철견하는 것이야말로 초기경에서 초지일관되게 설명하고 있는 깨달음이요 열반의 실현이다.

 

“비구들이여,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을 닦고 많이 공부지으면 그것은 염오로 인도하고, 욕망이 빛바램으로 인도하고, 소멸로 인도하고, 고요함으로 인도하고, 최상의 지혜로 인도하고, 바른 깨달음으로 인도하고, 열반으로 인도한다.”(욕망의 빛바램 경(S47:3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