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근본불교) 이야기

누구든 거짓을 말한 자, 행한 다음에 "나는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

실론섬 2015. 2. 13. 18:56

누구든 거짓을 말한 자

또 행한 다음에 "나는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는 지옥에 떨어진다.

이 두 사람은 똑 같으며

다음 세상에서 천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된다. (담마파다 206) 


진실을 말하는 것은 어느 시대에 있어서나 중생들에게 참으로 힘든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양심의 움직임과 스스로의 자각은 지혜를 가진 인간의 참다운 모습일 것이다. 


붓다는 언제난 진실을 말했다. 그의 진실된 가르침은 경전 곳곳에 넘쳐 흐르고 있다. 붓다는 상대방이 자기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말을 걸어 왔을 때에도 결코 맞대응을 하거나 다투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 주장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대신 먼저 상대가 말하는 것을 잘 듣고 나서 왜 그런가, 왜 그렇게 생각되는가 하고 차례차례로 그 근거를 따지고 논리를 추구해 가서 상대로 하여금 스스로 자기의 모순을 깨닫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붓다는 다른 사람들의 질문과 토론을 하면서 다음 네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그것을 한자어로 사기답(四記答)이라고 한다.


첫번째는 ekamsavyakarana로써 한역으로는 일향기(一向記) 또는 결정답(決定答)이라고 한다. 상대방의 질문이 이치에 맞을 경우 주저함이 없이 "그렇다"고 인정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둘째는 vibhajva vyakarana으로 한역으로는 분별기(分別記) 또는 해의답(解義答)이라고 한다. 질문 내용이 일부는 이치에 맞고 일부는 바르지 못할 때 그것들을 구별해 가면서 조건적으로 답변을 하는 것이다.


셋째는 pariprccha vyakarana으로 한역으로는 반문기(反問記) 또는 반힐기(反詰記)이라고 한다. 상대방의 질문의 뜻을 되묻는 것 즉 반문에 의해 질문의 뜻을 확인한 다음에 대답하는 것이다.


넷째는 sthapaniya vyakarana으로 한역으로는 사치기(捨置記) 또는 치답(置答)이라고 한다. 이는 상대방의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이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질문이 너무 유치하여 대답할 만한 가치가 없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질문이 이치에 벗어나 있어서 대답할 만한 것이 못되는 것이다. 10무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붓다의 이러한 네 가지 대답 방식은 어느 것이나 질문자의 입장을 중히 여기고 그리고 붓다의 말씀에는 무리가 없고 자기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거나 강요하는 일이 없었다. 붓다는 무의미하게 찌껄이거나 세 치 혀끝의 희론을 철저하게 배격했다. 법구경 100 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무의미한 말로 이우러지는 이야기는 비록 천이 있다 해도 듣고 나서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한마디의 유익한 말이 그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


위에서 인용한 담마파다 이외에도 경전 곳곳에는 잡담이나 희론 그리고 무의미한 찌껄임을 경계하는 가르침이 수시로 등장한다. 붓다에게 있어서 말이란 인격의 표현이어야 하고 진실한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나온 경계의 말씀일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양극화된 사고방식이나 또는 일부 불자들의 자기주장만 앞세우는 극단적이고 편협된 사고방식을 되돌아 보는 가르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