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밀린다 팡하

6. 윤회의 주체

실론섬 2015. 3. 13. 17:49

6. 윤회의 주체


왕은 물었다. 

[대왕] 나아가세나 존자여, 무엇이 저 세상에 바꿔 태어납니까. 

[존자] 명칭(名, 즉 인간의 정신 활동)과 형태(色, 즉 물질과 육체)가 바꿔 태어납니다. 

[대왕] 현재의 명칭과 형태가 저 세상에 바꿔 태어납니까. 

[존자]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의 명칭과 형태에 의하여 선이나 악의 행위(業 카르마)가 행해지고, 그 행위에 의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명칭과 형태가 저 세상에서 바꿔 태어납니다. 

[대왕] 존자여, 만일 현재의 명칭과 형태 그대로 저 세상에 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인간은 악업(惡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아가세나 존자는 대답했다. 

[존자] 만일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인간은 악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왕이여,실은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한, 악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대왕] 비유를 하나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남의 망고나무(암바) 과일을 훔쳤다고 합시다. 망고나무 주인이 그를 붙잡아 왕 앞에서 처벌해 달라고 했을 때, 그 도적이 말하기를 `대왕이여, 저는 이 사람의 망고를 따 오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이 심은 망고와 제가 따온 망고와는 다릅니다. 저는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고 한다면 왕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사나이를 처벌하겠습니까. 

[대왕] 존자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사람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존자] 무슨 이유로 그럽니까. 

[대왕]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처음 망고는 현재 보이지 않지만, 마지막 망고에 대해서 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인간은 현재의 명칭과 형태에 의하여 선악의 행위가 행해지고, 그 행위에 의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명칭과 형태로 저 세상에서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태어난 인간은 그의 업(業)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왕] 다시 한 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남의 쌀이나 고구마를 훔쳤다고 하는 경우도 망고 과일의 경우와 똑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이 추울 때 불을 피워 몸을 녹이고 나서 불을 끄지 않고 가 버렸는데, 불이 번져서 남의 밭을 태웠다고 합시다. 밭 주인이 그 사람을 왕 앞에 데리고 와 처벌을 내려 달라고 했을 때, 밭을 태운 사람이 말하기를, `대왕이여, 저는 이 사람의 밭을 태우지 않았습니다. 제가 끄지 않은 불과 이 사람의 밭 태운 불은 다른 불입니다. 저는 죄가 없습니다.'고 한다면 왕은 그 사나이에게 죄가 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대왕] 존자여, 그러할 것입니다. 

[존자] 어째서 그렇습니까. 

[대왕]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처음의 불을 원인으로 해서 일어난 다음의 불에 대하여 죄가 있기 때문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인간은 현재의 명칭과 형태로 인하여 선행 악행을 하게 되고, 그 행위로 인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명칭과 형태로 저 세상에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새로 태어난 인간은 그의 업(業)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왕] 또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등불을 가지고 자기 집 꼭대기 방으로 들어가 식사를 했는데, 등불이 지붕을 태우고 이어서 마을을 태웠다고 합시다. 마을 사람들이 그 사나이를 붙잡아 `당신은 어찌하여 마을을 태웠소'하고 물었습니다. 사나이는 `왜요, 나는 마을을 불태우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하기 위하여 밝힌 불과 마을을 태운 불은 다릅니다' 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이 입씨름을 하다가 왕에게 가서 그렇게 말한다면 왕은 어느 쪽 말이 옳다고 하겠습니까. 

[대왕] 마을 사람들의 말이 옳다고 하겠습니다. 

[존자] 어째서 그렇습니까. 

[대왕]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마을을 태운 불은 그 사람이 식사하기 위하여 사용한 불로부터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사람은 죽음과 함께 끝나는 현재의 명칭 형태와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명칭 형태가 다르기는 하지만, 두 번째 것은 첫 번째로부터 나온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악업(惡業)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대왕] 또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떤 사나이가 한 소녀에게 구혼하여 값을 치르고 갔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소녀가 장성하여 묘령의 처녀가 되었을 때, 딴 사나이가 값을 치르고 결혼했다고 합시다. 먼저 사나이가 와서 `당신은 왜 나의 아내를 데리고 갔소'라고 따졌습니다. 나중 사나이가 `나는 당신의 아내감을 데려간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구혼하여 값을 치른 어린 소녀와 내가 구혼하여 값을 치른 신부는 딴 여성입니다.'고 대답했다고 합시다. 그들이 입씨름을 하다가 왕 앞에서 재판을 요구한다면 왕은 어느 쪽을 옳다고 하겠습니까. 

[대왕] 먼저 사나이가 옳다고 할 것입니다. 

[존자] 어째서 그렇습니까. 

[대왕] 나중 사나이가 무슨 말을 하든 장성한 그 아가씨는 어린 소녀로부터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그와 같습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현재의 명칭 형태와 저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명칭 형태는 딴 것이긴 하지만, 저 세상 것은 이 세상 것에서 생겨납니다. 그러므로 악업(惡業)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왕] 또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존자]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소치는 사람으로부터 우유 한병을 사서 그에게 맡기고 가면서, `내일 가지러 오겠소'라고 했다고 합시다. 다음 날이면 그 우유는 응유(凝乳)로 변할 것입니다. 그 사나이가 와서 우유를 달라고 하므로 소치는 사람은 응유로 변한 그대로 내주었습니다. 사나이는 `내가 산 것은 응유가 아닙니다. 내 우유병을 내 주시오'라고 했습니다. 소치는 사람은 `나에겐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당신의 우유가 응유로 변했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은 입씨름을 하다가 왕 앞에서 재판을 바란다면, 왕은 어느 편이 옳다고 하겠습니까. 

[대왕] 소치는 사람이 옳다고 할 것입니다. 

[존자] 왜 그렇습니까. 

[대왕] 우유를 산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응유는 그가 산 우유가 변해서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존자] 대왕이여, 그와 같습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현재의 명칭 형태는 저 세상에 태어나는 명칭 형태와 다르지만, 응유가 우유로부터 나온 결과이듯이 사람은 악업(惡業)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대왕] 잘 알겠습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