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화엄경

화엄경 - 33. 이세간품(離世間品)

실론섬 2015. 5. 5. 14:44



33. 이세간품


제7회 설법은 제2회의 설법과 마찬가지로 보광법당(普光法堂)에서 열렸기 때문에, 보광법당중회(普光法堂重會)라고 한다. 이 보광법당중회는 일회(一會) 일품(一品)으로써 [이세간품(離世間品)만 설한다.

 

세존은 마가다국 적멸도량(寂滅道場)의 보광법당에서 연꽃으로 장식된 보배로운 사자좌에 앉아 정각을 이루셨다. 그때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보살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보현보살은 부처님의 화엄삼매(華嚴三昧)에 들어 있었는데, 이 삼매에서 나오자 보혜보살(普慧菩薩)이 보현보살에게 보살의 수행해야 할 방법에 대해 이백 가지 질문을 했다. 보현보살은 한가지 질문에 대해서 열가지 대답을 했기 때문에 모두 이천가지의 수행방법을 밝혔다.

 

이러한 이천 가지 행법(行法)이란, 십신(十信).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廻向).십지(十地).과만구경위(果滿究竟位)에 이르는 수행에 순차적으로 오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보살의 열 가지 의지해야 할 과보(依果.의과). 기특한 생각. 선지식. 근수정진(勤修精進)등은 지면상 생략하고, 다만 주의해야 할 보살의 행법에 대해서만 설명 하기로 한다. 예를 들어 보살의 열 가지 행이란,

 

  1) 일체 주생으로 하여금 오로지 바른 법(正法)을 구하게 하는 행

  2) 선근(善根)을 완전히 성숙하게 하는 행

  3) 일체의 계율을 잘 배우는 행

  4) 일체의 선근을 기르는 행

  5) 산란하지 않은 일심으로 삼매를 닦는 행

  6) 일체 지혜를 분별하는 행

  7) 일체의 닦을 바를 닦아 익히는 행

  8) 일체의 세계를 장엄하는 행

  9) 선지식을 공경하고 공양하는 행

 10)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고 공양하는 행

 

이 열가지 종류의 행을 실천하면 부처님이 닦은 행과 같은 수행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계율을 지키고 선근을 쌓는 것이 처음이며, 마음이 산란하거나 동요함이 없이 일심으로 삼매를 닦는 행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일체의 지혜를 분별하는 행을 닦고(화엄경의 진리와 깊은 뜻을 깨닫는 것), 그리고 삼매와 지혜가 다 구비 되었으므로 일체의 세계를 정토(淨土)로 장엄하는 행이 완성된다. 그리고 선지식과 보살과 부처님에게 공양하게 되는 것이다.

 

보현보살이 보혜보살의 이백 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한 것 가운데는 여러 가지 주제가 있다. 그중의 열 가지 종류의 세계(十種世界)로 들어가는 것이 있다. 열 가지 세계에 들어 간다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더러운(不淨) 세계에 들어가고

  2) 청정(淸淨)한 세계에 들어가고  

  3) 작은 세계(小世界)에 들어가고

  4) 중간 세계(中世界)에 들어가고

  5) 미진(微塵)의 세계에 들어가고

  6) 미세(微細)한 세계에 들어가고

  7) 내려다 보는 세계에 들어가고

  8) 올려다 보는 세계에 들어가고

  9) 부처님이 있는 세계(有佛世界)에 들어가고

 10) 부처님이 없는 세계(無佛世界)에 들어가고

 

우리들은 그대로 범속한 세계에도 들아가고 성스러운 세계에도 들어가며, 부정한 세계에도 들어가고 청정한 세계에도 들어가며, 모든 부처님의 국토에도 들어가고 미륵불의 법당에도 들어가며, 비로자나불의 법계에도 들어 갈 수 있다고 한다. 가는 곳 마다 각각의 국토를 나타내고, 더구나 세계가 생멸(生滅)하고 변화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자재로 모든 국토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보살이다.  

 

또한 [이세간품]에서는 열 가지의 자재(自在)를 설하고 있다. 그것은 다음 열가지이다.

 

  1) 수명(壽命)자재     2) 심(心)자재        3) 장엄(莊嚴)자재

  4) 업(業)자재         5) 수생(受生)자재    6) 해탈(解脫)자재

  7) 원(願)자재         8) 신력(神力)자재    9) 법(法)자재

 10) 지(智)자재

 

1)수명자재란 영원히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반드시 죽지만 보살의 수명은 무한하다.

2)심자재란 무한한 삼매에 의해 깊은 지혜를 얻는 것을 말한다.

3)장엄자재란 일체의 국토를 장엄하는 것이다.

4)업자재란 수시로 과보를 받는 것을 말한다. 즉 우리가 깨닫는것은 수행의 결과로 얻어지는 과보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5)수생자재란 일체의 국토에 태어나 그 모습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중국의 화엄수행자들은 문수보살을 친견한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이와같이 세간의 도처에 보살이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6)해탈자재란 일체의 세계에 모든 부처님이 충만해 있는 것을 보는 것이다.

7)원자재란 때와 장소에 응하여 깨달음을 완성시키는 것을 말한다. 수행자는 일생 동안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건 항상 무엇인가를 하고(行) 있으므로, 수행의 힘에 의해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8)신력자재란 일체의 큰 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수행에 의해 우리는 불가사의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인간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알 수없는 수많은 부처님의 세계를 을 볼 수 있다.

9)법자재란 무량한 법문을 나타내 보이는 것을 말한다. 

10)지자재란 한 생각에 부처님의 열가지 힘과 네가지 두려움 없는 지혜를 깨닫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만이 갖추신 열가지의 힘과 네가지의 두려움 없는 지혜를 한 생각에 깨닫는 것이다.

 

위에서 서술한 열 가지 종류의 자재를 얻으면 일체지(一切智)의 자재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세간품]에서는 유명한 귀절이 많은데 그 중의 몇 가지를 들어보자. 먼저 열가지 인욕 가운데 그 첫번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만일 누가 꾸짖고 욕하더라도 모두 잘 참고 인내 하나니

  그의 마음을 아끼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타인에게 욕설을 듣고 치욕을 당해도 잘 참고 견디지 않으면 안된다고 설한다. 더구나 그와 같이 참고 견디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타인의 마음을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수행임은 물론, 상대의 마음을 아껴 주는 것이다. 욕을 한다고 맞서 대항하면 반드시 다툼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인내 하는 것이다. 또한,

 

  만일 누가 칼이나 막대기로 해치더라도 잘 인내 하나니

  그와 나를 다 아끼기 때문 입니다. 

 

라는 귀절도 있다. 이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보살이 이것을 실행할 수 없으면 보살의 자격을 잃게 된다. 이 두 이야기는 좌우명(座右銘)이 되는 유명한 귀절이다. [이세간품]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귀절도 있다.

 

  번뇌와 어리석음이 중생의 눈을 가려

  모두 장님이 되어 있습니다

  이제 나의 지혜가 자재로워지면 마땅히 널리 중생을 깨우쳐 

  지혜의 눈을 뜨고 청정해 지도록 하겠습니다.

 

눈은 본래 맑은 것이지만 그것을 흐리게 하는 것은 번뇌와 어리석음이라는 것이다. 번뇌의 업의 불에 가리워진 중생의 눈과 반대로, 보살의 마음은 청량(淸凉)의 달에 비유된다.

 

  보살의 청량의 달은 필경공(畢竟空)에 노닐고

  빛을 드리워 삼계를 비추며

  심법을 나타내지 않음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마음도 보살의 청량의 달처럼 아주 맑은 투명한 마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세간을 떠난 [이세간품]의 교설은 세간의 모든 번뇌를 버리고 오로지 청량한 마음이 되게 하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