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039. 욱가장자경

실론섬 2015. 7. 8. 17:11

039) 욱가장자경 제 8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오래지 않아, 수많은 덕 높은 장로 비구들이 비사리를 유행하면서 미후수(??水) 가의 높은 누대(樓臺)에 있었다. 그 무렵 욱가 장자는 큰 보시를 베풀었다. 즉 멀리서 오는 손님 길 가는 나그네 병든 사람 간병하는 자들에게 밥을 주고, 늘 죽과 밥을 내어 승원(僧園) 관리인에게 먹이며, 늘 20명의 스님을 청하여 공양하게 하고 5일마다 모든 비구를 청하여 공양하게 하는 등 이와 같은 큰 보시를 베풀었다. 그러나 그가 바다에서 큰 배로 재물을 가득 싣고 돌아오다가 침몰하여 백천금의 가치가 있는 재물을 일시에 잃어버린 일이 발생했다.

  

많은 높은 장로 비구들은 욱가 장자가 '멀리서 오는 손님 길 가는 나그네 병든 사람 간병하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늘 죽과 밥을 내어 승원 관리인에게 먹이며, 항상 20명의 스님을 청하여 공양하게 하고, 5일마다 모든 비구를 청하여 공양한다'는 등의 이와 같은 큰 보시를 베푼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은 그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여러분, 누가 저 욱가 장자에게 가서 '장자여, 그만두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시오. 장자여, 뒷날에 틀림없이 스스로 알게 될 것이오'라고 말해 주겠는가?"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시자로서 세존의 가르침을 받고, 부처님과 지혜로운 모든 범행인(梵行人)의 칭찬을 받는 분이다. 존자 아난만이 능히 욱가 장자에게 가서 (장자여, 그만두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시오. 장자여, 뒷날에 틀림없이 스스로 알게 될 것이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현자들이여, 우리 다 같이 존자 아난에게 가서 이런 사정을 말합시다."

  

이에 여러 높은 장로 비구들은 아난에게 가서 서로 문안한 뒤에 한쪽에 앉아 말하였다.

"현자 아난께서는 아십니까? 욱가 장자가 이러한 큰 보시를 베풀고 있습니다. 곧 멀리서 오는 손님과 길 가는 나그네 병든 사람 간병하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늘 죽과 밥을 준비해 승원 관리인에게 먹이며, 늘 20명의 스님을 청하여 공양하게 하고, 5일마다 비구 대중을 모두 청하여 공양을 베푸는 등 이와 같은 큰 보시를 행합니다. 그러나 그는 바다에서 큰 배로 재물을 가득 싣고 돌아오다가 백천금의 가치가 있는 재물을 일시에 잃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함께 이렇게 의논했습니다.

'누가 저 욱가 장자에게 가서 (장자여, 그만두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시오. 장자여, 장자여, 뒷날 틀림없이 스스로 알게 될 것이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시자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부처님과 지혜로운 모든 범행자들의 칭찬을 받는다. 존자 아난만이 능히 욱가 장자에게 가서 (장자여, 그만 두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시오. 장자여, 뒷날 틀림없이 스스로 알게 될 것이오)라고 말을 할 수 있다.'

현자 아난이여, 욱가 장자에게 가서 '장자여, 그만 두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시오. 장자여, 장자여, 뒷날 틀림없이 스스로 알게 될 것이오'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존자 아난은 여러 높은 장로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존자들이여, 욱가 장자는 그 성질이 엄숙하고 반듯합니다. 만일 내가 그런 말을 한다면, 그는 곧 매우 불쾌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여러 존자들이여, 내가 누구의 말이라고 그에게 전하리까?"

여러 덕 높은 장로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현자여, 대중의 말이라고 전하십시오. 대중의 말이라고 전하면, 그는 말이 없을 것입니다."

  

아난은 잠자코 여러 높은 장로 비구들의 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높은 장로 비구들은 아난이 잠자코 받아들인 것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아난의 주위를 돌고 제각기 돌아갔다. 아난은 이튿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욱가 장자의 집으로 갔다. 욱가 장자는 멀리서 존자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는 아난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존자 아난이시여, 아난께서는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자 이 평상에 앉으십시오."

존자 아난은 곧 그 자리에 앉았다. 욱가 장자는 아난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아난이 말하였다.

"장자여, 아십니까? 장자는 큰 보시를 베푸시고 있습니다. 즉 멀리서 오는 손님과 길 가는 나그네 병든 사람 간병하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늘 죽과 밥을 준비하여 승원 관리인에게 먹이며, 늘 20명의 스님을 청하여 공양하게 하고, 5일마다 많은 비구를 청하여 공양하게 하는 등 큰 보시를 베푼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다에서 배로 재물을 가득 싣고 돌아오다가 백천금의 가치가 있는 재물을 일시에 잃었다고 하더이다. 장자여, 그만두십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십시오. 장자여, 뒷날에 틀림없이 스스로 아실 것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존자 아난이시여, 그 말이 누구의 말입니까?"

존자 아난이 말하였다.

"장자여, 나는 비구 대중들의 말을 전한 것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만일 존자 아난께서 다른 비구의 말을 전하셨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만일 존자께서 직접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저는 매우 섭섭했을 것입니다. 존자 아난이시여, 만일 제가 이렇게 주고 이렇게 베풀어, 모든 재물이 다 고갈된다 하더라도 다만 제 소원이 이루어져 전륜왕의 소원과 같이 되었으면 합니다."

존자 아난이 물었다.

"장자여, 어떤 것이 전륜왕의 소원입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존자 아난이시여, 마을의 가난한 사람은 '내가 이 마을[村]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마을의 부자는 '내가 이 고을[邑]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고을의 부자는 또 '내가 이 성(城)안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성 안의 부자는 또 '내가 이 성의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성의 주인은 '내가 이 나라의 정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나라의 정승은 '내가 이 나라의 작은 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작은 왕은 '내가 전륜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전륜왕은 '족성자(族姓子)가 하는 일처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위없는 범행을 닦아 마치고, 현재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성취하여 노닐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참뜻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존자 아난이시여, 만일 내가 이렇게 주고 이렇게 베풀어 모든 재물이 다 마르더라도 다만 제 소원이 이루어져 전륜성왕의 소원과 같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도 특별한 일입니다."

  

"또 존자 아난이시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승원(僧園)에 갈 때 처음 만나는 비구에게 곧 예를 올립니다. 만일 그 비구가 거닐면 저도 따라 거닐고, 그가 앉으면 저도 따라 한쪽에 앉아 법을 듣습니다. 그 스님이 저를 위하여 설법하면 저도 그 스님을 위하여 설법하고, 그 스님이 제 사정을 물으면 나도 그 스님의 사정을 물으며, 그 스님이 제 물음에 대답하면 저도 그 스님의 물음에 대답합니다. 존자 아난이시여, 저는 아직 상 중 하의 장로나 높은 비구를 업신여긴 적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도 특별한 일입니다."

  

"다시 존자 아난이시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비구들에게 보시를 행할 때면 천인(天人)이 허공에서 저에게 말합니다.

'장자여, 이 분은 아라하(阿羅訶 : 아라한)요, 이 분은 향아라하이다. 이 분은 아나함이요, 이 분은 향아나함이다. 이 분은 사다함이요, 이 분은 향사다함이다. 이 분은 수다원이요, 이 분은 향수다원이다. 이 사람은 정진하는 사람이고, 이 사람은 정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존자 아난이시여, 저는 비구들에게 보시할 때에 일찍이 차별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일입니다."

  

"다시 존자 아난이시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비구들에게 보시를 행할 때에 하늘이 허공에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여래 무소착 등정각 세존께서는 설법을 잘 하시고, 여래의 제자들은 잘 닦아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존자 아난이시여, 저는 저 하늘이 믿는 바를 따르지 않고, 그들이 즐기는 바를 따르지 않으며, 그들이 들은 바를 따르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스스로 깨끗한 지혜가 있어, 여래 무소착 등정각 세존께서는 설법을 잘하시고, 여래의 제자들은 잘 닦아 나아가고 있는 줄을 알고 있을 따름입니다.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일입니다."

  

"다시 존자 아난이시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나아가 제4선(禪)을 성취하여 노니는 경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일입니다."

  

욱가 장자가 말하였다.

"존자 아난이시여, 부디 여기서 공양하십시오."

아난은 욱가 장자를 위하여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였다. 욱가 장자는 아난이 잠자코 그 청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손수 손 씻을 물을 내오고, 아주 깨끗하고 맛 좋은 여러 가지 음식을 풍족하게 장만하여 실컷 공양하게 하였다. 공양이 끝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내온 뒤에, 작은 평상을 가지고 와서 따로 앉아 법을 들었다. 


아난은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한량없이 많은 방편을 설하여 마음을 내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쁜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존자 아난이 이렇게 말하자, 욱가 장자는 아난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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