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037. 첨파경(瞻波經)

실론섬 2015. 7. 8. 15:20

037) 첨파경(瞻波經) 제 6 [초 1일송]

(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서진(西晋)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항수경(恒水經) 』과 『법해경(法海經) 』, 그리고 후진(後秦) 시대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역한 『해팔덕경(海八德經) 』이 있으며, 참고 경전으로는 『오분율(五分律) 』 제28권과 『증일아함경 』 제44권 제48품인 「십불선품(十不善品)」의 두 번째 소경이 있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첨파국을 유행하실 적에 항하못[恒伽池] 가에 계셨다. 그곳에서 세존께서 보름날에 종해탈(從解脫)4)을 설하실 때 비구들 앞에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세존께서는 자리에 앉으시자, 곧 선정에 드셔서 타심지(他心智)로써 대중의 마음을 관찰하신 뒤에 초야(初夜)5)가 끝날 때까지 잠자코 앉아 계셨다.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한 채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초야가 이미 지났고,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두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런 침묵은 중야(中夜)가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그 비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초야가 지났고 중야도 끝나려 합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또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 침묵은 다시 후야(後夜)가 되도록 계속되었다. 


그 비구는 세 번째로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초야는 벌써 지났고, 중야도 또한 끝났으며, 후야도 거의 다하여 곧 날이 밝으려 합니다. 머지않아 해가 뜰 것입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대중들 중에 부정(不淨)한 비구가 있다."


그 대중속에는 존자 대목건련(大目乾連)도 그 대중들 가운데 함께 있었다. 이에 존자 대목건련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어떤 비구 때문에 이 대중 가운데 부정한 비구가 있다고 하시는가? 내가 지금 여기상정(如其像定)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지혜[他心之智]로써 대중의 마음을 관찰해보리라.'

  

존자는 곧 여기상정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지혜로써 대중의 마음을 관찰하였다. 존자 대목건련은 세존께서 어느 비구를 두고 '이 대중 가운데 부정한 비구가 있다'고 말씀하셨는지를 알아냈다. 그리고 존자 대목건련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비구 앞으로 가서 팔을 잡아끌고 문 밖으로 내쫓으면서 '이 미련한 사람아, 멀리 가거라. 여기서 머물지 말라. 다시는 비구들과 만나지 말라. 지금부터 너는 비구가 아니다'라고 말하고는 문을 닫고 문고리를 걸었다. 그리고는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대중 가운데 있던 한 비구가 부정한 일을 저질렀기에 제가 그 비구를 이미 쫓아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초야가 벌써 지났고 중야도 끝났으며 후야도 거의 다하여 곧 날이 밝으려 합니다. 머지않아 해가 떠오를 것입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두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목건련아, 저 미련한 사람은 세존과 비구 스님을 희롱하였기 때문에 반드시 큰 죄를 받을 것이다. 대목건련이여, 만일 여래가 부정한 자가 있는 데서 종해탈을 설하면, 그는 곧 머리가 부서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대목건련아,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너희들이 종해탈을 설하라. 여래는 다시는 종해탈을 설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대목건련아, 마치 저 바다가 밑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둘레가 점점 넓어져 고르고 편편하며, 위는 언덕이 되고 물은 항상 가득 차서 일찍이 흘러나온 적이 없는 것과 같이,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점차로 행하고 점차로 배우며, 점차로 끊고 점차로 가르친다. 만일 나의 바른 법률 가운데서 점차로 행하고 점차로 배우며, 점차로 끊고 점차로 가르친다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未曾有法)이니라.

  

대목건련아, 마치 큰 바다의 조수가 일찍이 때를 어긴 적이 없는 것처럼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비구 비구니 우바새(優婆塞) 우바사(優婆私)를 위하여 금계(禁戒)를 만들고, 또 모든 족성자(族姓子)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계를 범하지 않느니라. 대목건련아, 만일 나의 바른 법률이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를 위하여 금계를 만들고, 모든 족성자가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계를 범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마치 큰 바닷물이 매우 깊어 밑이 없고, 지극히 넓어 가이없는 것과 같이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모든 법이 매우 깊고 깊어 밑이 없고 지극히 넓고 넓어 가이없느니라. 대목건련아, 만일 내 바른 법률의 모든 법이 매우 깊고 깊어 밑이 없고 지극히 넓고 넓어 가이없다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이여, 마치 바닷물은 똑같이 짠맛인 것처럼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욕심이 없는 것으로 맛을 삼나니, 깨침의 맛[覺味]과 쉼의 맛[息味]과 도의 맛[道味]이니라. 대목건련아, 만일 나의 바른 법률이 욕심이 없는 것으로 맛을 삼는데 그것이 깨침의 맛과 쉼의 맛과 도의 맛이라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마치 큰 바다 가운데에는 많은 보배가 있는데 한량없이 많이 있고 신기한 여러 가지 보배 구슬이 그 가운데 충만해 있다. 그 보배 이름은 곧 금 은 수정 유리 마니(摩尼) 진주 벽옥(碧玉) 백가(白珂) 자거(車) 산호 호박 마노(馬瑙) 대모( 瑁) 적석(赤石) 선주(琁珠)인 것처럼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많은 보배가 있어 한량없이 귀하고 신기한 여러 가지 보배 구슬이 그 가운데 충만해 있다. 그 보배 이름은 곧 4념처(念處) 4정근(正勤) 4여의족(如意足) 5근(根) 5력(力) 7각지(覺支) 8지성도(支聖道)이니라. 대목건련아, 만일 나의 바른 법률에 많은 보배가 있어, 한량없이 귀하고 기이한 여러 가지 보배 구슬이 그 가운데 충만해 있는데, 그 보배 이름은 곧 4념처 4정근 4여의족 5근 5력 7각지 8지성도라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마치 바다 가운데에 큰 신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의 이름은 아수라(阿修羅) 건답화(乾沓) 나찰(羅刹) 어마갈(魚摩竭) 거북 악어 바류니 제예(帝?) 제예가라(帝?伽羅) 제제예가라(提帝?伽羅)인 것처럼, 또 큰 바다는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도 특이하여, 중생의 몸이 1백 유연(由延) 2백 유연 3백 유연 7백 유연이나 되는 것도 있는데 그런 몸들이 다 바다 가운데 사는 것처럼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거룩한 대중의 큰 신들이 다 그 가운데 산다. 그 신들의 이름은 곧 아라하 향아라하 아나함 향아나함 사다함 향사다함 수다원 향수다원이니라. 대목건련아, 만일 나의 바른 법률 가운데 거룩한 대중의 큰 신들이 다 그 가운데 살고 있는데, 그 큰 신들의 이름이 아라하 향아라하 아나함 향아나함 사다함 향사다함 수다원 향수다원이라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마치 큰 바다는 맑고 깨끗하여 죽은 시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만일 죽은 시체가 있으면 밤새껏 바람이 불어 곧 언덕 위로 밀어 붙이는 것처럼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거룩한 대중이 맑고 깨끗하여 죽은 시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일 정진하지 않는 사람이 악한 마음이 생겨 범행(梵行)을 행하지 않으면서 범행이라 일컫고, 사문도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으면, 그는 비록 거룩한 대중을 따라 그 가운데 있더라도 그는 거룩한 대중과 거리가 멀고, 거룩한 대중도 또한 그와 거리가 멀다. 대목건련아, 만일 나의 바른 법률 가운데 거룩한 대중이 맑고 깨끗하여 죽은 시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만일 정진하지 않는 사람이 악한 마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으면서 범행이라 일컫고, 사문도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으면, 그는 비록 거룩한 대중을 따라 그 가운데 있더라도 그는 거룩한 대중과 거리가 멀고 거룩한 대중도 또한 그와 거리가 멀다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저 큰 바다의 염부주(閻浮洲) 가운데에는 5대하(大河)가 있으니, 첫째는 항가(恒伽)요, 둘째는 요우나(搖尤那)며, 셋째는 사뢰부(舍牢浮)요, 넷째는 아이라바제(阿夷羅婆提)며, 다섯째는 마기(摩企)이다. 이 큰 강물이 모두 큰 바다로 들어가고, 또 큰 바다 가운데에는 용수(龍水)가 공중에서 수레바퀴처럼 쏟아져 내리지만 이 물이 큰 바다를 늘게 하거나 줄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찰리종(刹利種)의 족성자(族姓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가정을 이루지 않은 채로 도를 배워,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여, 스스로 증득하여 원만히 노닌다. 대목건련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더라도 내 바른 법률에는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다. 이와 같이 범지종(梵志種) 거사종(居士種) 공사종(工師種)의 족성자들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가정을 이루지 않은 채로 도를 배워,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여, 스스로 증득하여 원만하게 노닌다. 대목건련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더라도, 내 바른 법률에는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다.

  

대목건련아, 만일 내 바른 법률에 찰리종의 족성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면,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여, 스스로 증득하여 원만히 노닌다. 대목건련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더라도 내 바른 법률에는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다. 이와 같이 범지종 거사종 공사종의 족성자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워,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여 스스로 증득하여 원만히 노닌다. 대목건련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더라도 나의 바른 법률에는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다면,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대목건련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4)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 별해탈(別解脫) 처처해탈(處處解脫)로 쓰기도 하며, 비구나 비구니가 꼭 지켜야 할 계율을 말한다.

5) 인도 사람들은 밤을 세 때로 구분하는데 초야는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이고 중야(中夜)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이며 후야(後夜)는 새벽 2시부터 아침 6시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