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역 아함경/중아함경

제21권 - 장수왕품 - 084. 무자경(無刺經)

실론섬 2015. 7. 31. 21:12

7. 장수왕품(長壽王品) 제 2 ⑤


084. 무자경(無刺經) 제 13 [제2 소토성송(小土城誦)]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국( 舍離國)을 유행(遊行)하실 적에 미후강(??江) 가의 높은 누각에 계셨다. 


그 당시 그 나라에는 곧 차라(遮羅) 우파차라(優?遮羅) 현선(賢善) 현환(賢患) 무환(無患) 야사(耶舍) 등 상좌로 불리고 명성과 덕망 있는 여러 장로상존(長老上尊)1) 대제자(大弟子)들이 있었다. 이와 같은 명성과 덕망 있는 여러 장로상존 대제자들도 또한 비사리 미후강 가에 있는 높은 누각을 거닐다가 모두 세존께서 계시는 나뭇잎으로 지붕을 이은 집[葉屋] 가까이 머물렀다. 


비사리의 여러 리체(麗)2)들은 세존께서 비사리 미후강가에 있는 높은 누각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이제 대여의족(大如意足)을 행하여 왕의 위덕으로써 큰 소리로 알리고, 비사리를 출발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공양하고 예로써 섬기자.'

  

명성과 덕망 있는 여러 장로 상존 대제자들은 비사리의 모든 리체들이 대여의족을 부려 왕의 위덕으로써 큰 소리로 알리며 비사리를 출발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공양하고 예로써 섬길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선(禪)에는 소리가 가시[刺]3)가 된다. 세존께서도 또한 선에는 소리가 가시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들은 차라리 우각사라림(牛角娑羅林)4)으로 가서 거기서 어지러움 없이 멀리 떠나 혼자 머물며 한가롭고 조용한 곳에 고요히 앉아 생각하자.'

  

이에 명성과 덕망 있는 여러 장로 상존 대제자들은 우각사라림으로 가서, 거기서 어지러움 없이 멀리 떠나 혼자 머물며 한가롭고 조용한 곳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비사리의 리체들은 대여의족을 행하여 왕의 위덕으로써 큰 소리로 알리며 비사리를 출발해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공양하고 예로 섬겼다. 어떤 비사리의 리체들은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기도 하였고, 혹은 세존께 문안을 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기도 하였으며, 혹은 세존을 향하여 합장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기도 하였고, 혹은 멀리서 세존을 보고는 잠자코 앉기도 하였다. 


많은 비사리의 리체들이 각기 자리를 잡고 앉자, 세존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신 다음에 잠자코 계셨다. 이에 많은 비사리의 리체들은 세존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시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돈 다음 물러갔다. 


비사리의 리체들이 물러간 지 오래지 않아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모든 장로 상존 대제자들은 어디 갔는가?"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장로 상존 대제자들은 비사리의 리체들이 대여의족을 행하여 왕의 위덕으로써 큰 소리로 알리며 비사리를 떠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공양하고 예로써 섬기리라는 말을 듣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선(禪)에는 소리가 가시가 된다. 세존께서도 또한 선에는 소리가 가시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들은 차라리 우각사라림으로 가서, 거기서 어지러움 없이 멀리 떠나 혼자 머물며 한가롭고 고요한 곳에 고요히 앉아 생각하자.'

세존이시여, 그래서 모든 장로 상존 대제자들은 다 그리로 갔습니다."

 

세존께서는 그 말을 들으시고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만일 장로 상존 대제자들이라면 마땅히 이와 같이 말했을 것이다.

'선에는 소리가 가시가 된다. 세존께서도 또한 선에는 소리가 가시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무슨 까닭인가? 

나는 진실로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니라. 선에는 가시(刺)가 있다. 계(戒)를 지닌 자에게는 계를 범하는 것이 가시가 되고, 모든 근(根)을 보호하는 자에게는 몸을 치장하는 것이 가시가 되며, 오로(惡露 : 不淨)를 닦아 익히는 자에게는 깨끗하다는 생각이 가시가 되고, 자애로운 마음[慈心]을 닦아 익히는 자에게는 성내는 것[?]이 가시가 되며, 술을 떠난 자에게는 술을 마시는 것이 가시가 되고, 범행(梵行)을 행하는 자에게는 여색(女色)을 보는 것이 가시가 된다.

  

초선(初禪)에 들어간 자에게는 소리가 가시가 되고, 제2선(禪)에 들어간 자에게는 각(覺)과 관(觀)이 가시가 되며, 제3선에 들어간 자에게는 기쁨[喜]이 가시가 되고, 제4선에 들어간 자에게는 들숨[入息] 날숨[出息]이 가시가 되며, 공처(空處)에 들어간 자에게는 색상(色想)이 가시가 되고, 식처(識處)에 들어간 자에게는 공처상(空處想)이 가시가 되며, 무소유처(無所有處)에 들어간 자에게는 식처상(識處想)이 가시가 되고, 무상처(無想處)에 들어간 자에게는 무소유처상(無所有處想)이 가시가 되며, 상지멸정(想知滅定)에 들어간 자에게는 상지(想知)가 가시가 된다.

  

또 세 가지 가시가 있나니, 탐욕의 가시[欲刺] 성냄의 가시[?刺] 어리석음의 가시[愚刺]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가시를 번뇌가 다한 아라하[漏盡阿羅訶]가 이미 끊고 이미 알아, 그 근본을 뽑아 단절했기에 멸하여 다시 나지 않는다. 이것을 아라하의 가시 없음이라 하고 아라하의 가시 여읨이라 하며, 아라하의 가시 없고 가시 여읨이라 하느니라."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주)

1) 팔리어로는 thera라고 한다. 통칭하여 상좌(上座) 상랍(上臘)이라고도 한다. 출가하여 계(戒)를 받은 지 15년이 경과한 비구로서 덕이 높고 나이가 많아 대중들을 통솔할 만한 지위에 있는 이를 말함.

2) 범어로는 Licchav 라고 한다. 또는 리차(離車) 리사(離奢) 율창(栗昌) 율첩비(栗?毘)라고 하며, 발지(跋祗) 비제하(毘提訶)라고도 한다. 찰제리 종족의 명칭으로서 혹은 선족왕종(仙族王種)이라고도 하는데, 비사리성 중심에 거주하였다.

3) 팔리어로는 Kanthaka라고 한다. 물고기 가시[魚骨]를 뜻하며, 의역하면 방애(妨?) 장해(障害) 사마(邪魔) 등이 된다. 이것은 부처님께서 음성(音聲)이 선정에 큰 장애가 된다고 말씀하신 데서 유래된 것이다.

4) 사라쌍수림(娑羅雙樹林)의 별칭으로 우사사원(牛師師園)이라고도 한다. 쌍수(雙樹)가 사방에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쇠뿔[牛角]과 같은 데서 유래된 명칭으로, 부처님께서 최후 열반에 드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