枕肱集 침굉집(懸辯 현변)
呈岑道人 잠(岑) 도인에게 드림
西來一寶燭 서쪽1)에서 온 보배로운 촛불 하나
何必苦推尋 무엇하러 힘들게 찾으려 하나?
夜深山雨後 깊은 밤 산에 비 내린 후
凉月上東岑 서늘한 달이 동쪽 봉우리 위에 떠올랐네.
1) 서쪽은 인도를 지칭한다.
送友人 벗을 보내며
萬水千山路 만 산 천 강의 길을
悽然獨去身 그대 홀로 떠나가는구려.
無論去與住 떠나는 자든 머무는 자든
俱是夢中人 모두가 꿈 속의 사람인 것을.
幽居偶吟 은거하면서 우연히 읊다
莫笑生涯薄 나의 삶이 박복하다고 비웃지 마오
腰懸一小刀 허리에 작은 칼 하나 차고 있다오.
騰騰天地內 천지 사이에 기세등등하여
處處盡吾家 곳곳이 모두 나의 집이라오.
與故人遊仙巖寺 벗과 함께 선암사(仙巖寺)에 갔다가
秋晴孤寺夜 외로운 절 맑게 갠 가을 밤
相對月明時 달빛 밝은 때 서로 마주하네.
此中無限興 이 가운데의 무한한 흥
坐咏古人詩 앉아서 옛사람의 시를 읊어 보네.
淸夜聞磬 맑은 밤에 풍경 소리 듣고서
一聲淸磬夢初醒 맑은 풍경 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
驚起松窓月掛明 놀라 일어나 보니 창 밖 소나무에 달이 밝게 걸렸네.
安得思如陶謝手 어찌하면 도연명이나 사영운과 같은 솜씨를 얻어
令渠寫我此中情 나의 이 기분을 표현해 볼까!
贈行脚僧 행각하는 스님에게
爾也年逾四十籌 그대는 나이가 마흔이 넘도록
飽叅知識遍南州 남쪽으로 수많은 선지식을 찾아뵈었지.
西來妙旨何煩問 서쪽에서 온 묘한 뜻을 무엇하러 번거롭게 묻고 다니나?
雲盡秋空月似鈎 구름 걷힌 가을 하늘에 달이 낫처럼 걸렸거늘.
題鰲山庵 오산암(鰲山庵)3)에서
3) 오산암(鰲山庵) : 전라남도 하동군 구례읍에서 약 2km 남쪽인 죽마리 오산(鰲
山) 꼭대기에 있는 암자. 544년(성왕 22) 연기조사가 처음 건립하였다고 전해지
고 있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 사성암(四聖庵)이라 한다. 오산은 해발 530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사방이 한눈에 들어오는 뛰어난 경승지이다.
山高岩逈接雲端 산 높고 바위 우뚝하여 구름 끝에 닿았는데
世外仙都日月閑 세상 벗어난 신선의 땅 세월이 한가롭구나.
石室蕭然僧入㝎 고요한 석실에서 스님은 선정에 드시어
不關秋色亂層巒 봉우리마다 가을빛이 난만한 것을 상관하지 않으시네.
歸家時途中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家在天涯遠 집은 멀리 하늘 끝에 있어
迢迢七日程 이레나 가야 할 아득한 길.
隨風桐葉落 바람 따라 오동잎 떨어지고
和露菊花明 이슬 맺힌 국화는 화사한데
蕭索三秋晩 쓸쓸한 늦가을에
飄然一錫輕 지팡이질 경쾌하네.
應知故山鶴 내가 살던 옛 산의 학이
待我月中鳴 나를 기다리며 달빛 속에 울고 있으리.
香爐庵吟 향로암(香爐庵)4)의 노래
4) 향로암(香爐庵) : 향로암은 금강산에도 있었고, 전라남도의 조계산에도 있었다.
침굉현변이 전라도에서 활동을 많이 한 것으로 보아 조계산의 향로암일 가능성
이 높다.
萬事平生已墮甑 만사는 이미 다 지나버린 일이니
兀然高臥碧山層 푸른 산 속에서 꼿꼿이 앉았노라.
澄心祖域心猿亂 마음을 맑혀야 할 조사의 땅에서 마음은 원숭이처럼 나부대고
息意宗乘意馬騰 뜻을 쉬어야 할 우리 종단에서 생각은 말처럼 날뛰네.
三尺竹笻挑日月 세 척 지팡이로 해와 달을 건드리고
七斤麻衲抱鵾鵬 일곱 근 삼베 누더기로 곤과 붕5)을 껴안네.
功名富貴浮雲耳 부귀공명이란 뜬구름일 뿐이니
擬作禪林本分僧 선림에서 본분에 충실한 승려가 되고자 하네.
5) 곤(鵾)과 붕(鵬) : 『장자(莊子)』에 나오는 전설상의 물고기와 새. 그 크기가 대단
히 커서 사람의 큰 포부와 기개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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