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

165칙 마조원상 馬祖圓相

실론섬 2016. 11. 28. 12:34

165칙 마조원상 馬祖圓相

 

[본칙]

어떤 학인이 방문하자 마조가 원상(○)1) 하나를 그려 놓고 “들어와도

때리고, 들어오지 않아도 때릴 것이다”라고 했다. 그 학인은 원상 안으로

곧바로 들어왔고 마조도 곧바로 때렸다. 그가 “스님은 저를 때리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자 마조는 주장자에 기대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馬祖因見僧參, 畫一圓相云,“ 入也打, 不入也打.” 僧便入,
師便打. 僧云,“ 和尙打某甲不得.” 師靠却拄杖, 休去.
1) 圓相. 조사선에서 불자·주장자·손가락 등을 이용해 땅이나 허공 등에 원상을
   그려 놓고 상대를 시험하고 점검하는 수단으로 쓴다. 상황에 따라 활용하는 틀
   일 뿐 일정하게 규정된 의미는 없다. 이것이 진여·법성·실상·불성 등을 상징
   한다고 보는 것은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다.

 

[설화]

‘원상 하나를 그렸다’는 것은 범부와 성인의 동일한 근원이며 어떤 것

도 없는 미묘한 본체로서의 일원상을 나타낸다. 들어오거나 들어오지 않

는 것에 대하여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면 깨달은 것이며, 들어가지 않으면

미혹된 것’이라 하는 말은 틀린 생각이다. 어떤 사람들은 ‘들어가는 것은

금시(今時)요, 들어가지 않는 것은 본분(本分)2)’이라 말하기도 한다. 한 가

지 한 가지 어느 경우나 모두 때린다는 것은 금시와 본분을 모두 세우지

않는 방식이 바로 법령을 시행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들어감은 원상에 들

어간다는 것이니 원상 그대로[卽] 알아차린다는 것이며, 들어가지 않음은

원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니 원상을 떠나서[離] 알아차린다는 뜻이

다.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않거나 모두 마조의 뜻과 일치하지 않으므로 ‘들

어와도 때리고 들어오지 않아도 때린다’고 말한 것이다.3) 그렇다면 어떻

게 마조의 뜻을 알아차릴까? 그 학인이 원상 안으로 들어온 것 자체로 그

가 안목이 있는지 안목이 없는지 판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마조가 곧

바로 때렸다는 것은 그 학인의 행위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구별하고자

한 것이다. ‘스님은 저를 때리시면 안 됩니다’라 한 말은 예상대로 그가 알

맹이 없는 사람4)임을 나타낸다. 마조가 주장자에 기대어 더 이상 말하지

않은 것은 단지 한쪽에만 의지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畫一圓相者, 凡聖同源, 妙體無物, 一圓相也. 入不入者, 或
云, 入則悟, 不入則迷云者, 非也. 或有云, ‘入則今時, 不入
則本分.’ 一一打者, 今時本分, 皆不立, 是擧令也. 入則入圓
相, 卽圓相而會也;不入則不入圓相, 離圓相而會也. 入不
入, 皆不契師意, 故云,‘ 入也打, 不入也打.’ 然則怎生會馬
祖意? 僧便入者, 具眼不具眼, 難定也. 便打者, 要辨眞假也.
和上打某甲不得者, 果然是虛頭漢也. 靠却拄杖休去者, 只靠
一邊故.
2) 금시는 지금·현재의 상황이라는 뜻으로 그때마다 적절하게 허용되는 방편을
   나타내며, 이와 대칭되는 본분은 어떤 분별과 수단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법
   도를 나타낸다. 이렇게 대비되는 범주를 마조가 설정한 공안의 말에 각각 대응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평가이다.
3) ‘卽’과 ‘離’ 양편을 모두 부정하여 운신할 길을 완전히 차단하는 상황 설정이 공
   안의 전형적인 틀이다. 다만 이렇게 어떤 활로도 없는 그것일 뿐, 여타의 은밀한
   통로가 숨어 있거나 이 난관을 타개하는 별도의 수단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본서 181則「百丈再參」에서 마조가 불자(拂子)를 세우고 “이것 그대로의 작용
   인가? 아니면 이것을 떠난 작용인가?”(卽此用離此用)라고 제시한 것도 즉(卽)과
   리(離)를 모두 부정하여 설정한 동일한 형식의 관문이다.
4) 허두한(虛頭漢). 거짓으로 조작하는 사람 또는 진실한 알맹이가 없는 사람을 말
   한다. 진실은 모르고 선사들의 외형적인 언행을 훔쳐서 흉내만 낼 뿐인 자를 가
   리키는 말이다. 허명(虛名)을 노략질한 자라는 뜻에서 약허두한(掠虛頭漢)이라
   고도 한다.

 

설두중현(雪竇重顯)의 염

 

“마조와 학인 모두 제대로 하지 못했다. ‘스님은 저를 때리시면 안 됩니

다’라 말하자 마조는 주장자에 기대어 가만있었지만, 머뭇거리며 나오지

않으면 등골이 쪼개지도록 바로 때렸어야 했다.”

雪竇顯拈,“ 二俱不了,‘ 和尙打某甲不得.’ 靠却拄杖, 擬議不
來, 劈脊便打.”

 

[설화]

원상을 그린 바로 그 순간에 학인의 등골이 쪼개지도록 때렸어야 했다.

만약 이와 같이 하지 않는다면, 어찌 ‘망아지 한 마리가 세상 사람들을 모

조리 짓밟을 것이다’라 운운한5) 마조의 명성에 걸맞다 하겠는가!

雪竇:畫圓相處, 須是劈脊便打. 若不如是, 何名馬駒踏殺天
下人云云也.
5) 망아지는 마조를 가리킨다. 마조라는 걸출한 선사가 출현하리라고 예언한 반야
   다라(般若多羅)의 말이다. 본서 161則 주석3) 참조.

 

천동정각(天童正覺)의 염

 

“문턱에 걸쳐 선 기틀6)이면서, 방 안 깊숙이 들어선 뜻이기도 하다. 안

목을 갖춘 자는 분명하게 분별해 보라!”

天童覺拈,“ 跨門之機, 室中之意. 具眼者, 分明辨取!”
6) 과문지기(跨門之機). 문턱을 사이에 두고 양다리를 한 쪽씩 걸치고 서 있으면 출
   입 여부를 잘 파악할 수 없듯이, 상반되는 것 중 어느 한편으로 결정하거나 예측
   할 수 없는 관문 또는 기틀의 속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천동정각은 다른 곳에서
   암두와 덕산의 문답에 대하여 평가하면서 이 뜻을 드러내고 있다. “암두가 덕산
   을 방문하여, 방장실 문턱에 걸쳐 선 채 물었다. ‘범속합니까? 성스럽습니까?’
   덕산이 바로 할을 내지르니 암두가 절을 올렸다.”(『從容庵』22則 大8 p.241b16. 
   巖頭到德山, 跨門便問, ‘是凡是聖?’ 山便喝, 頭禮拜.);천동정각의「評唱」. 
   “이러한 질문을 가리켜 여러 선사들은 문에 걸쳐 선 기틀이라고 하는데, 처음
   부터 정말로 문턱에 걸쳐 서서 묻는 것은 아니다. 옛날에 어떤 외도가 손에 살아 
   있는 참새를 움켜쥐고 부처님께 물었다. ‘손 안의 참새가 죽겠습니까, 살겠습니
   까?’ 부처님께서 발을 문턱에 걸치시고 되물으셨다. ‘그대가 대답해 보라. 내가 
   나가려고 하는가, 들어오려고 하는가?’”(『從容庵』22則「評唱」大48 p.241
   b25. 此問, 諸方謂之跨門之機, 未必當初眞跨門問來. 昔有外道, 手中藏活雀兒, 
   問世尊曰, ‘手中雀兒, 爲活爲死?’ 世尊以足跨門云, ‘汝道. 吾欲出欲入?’)

 

[설화]

문턱에 걸쳐 선 기틀:나가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들어오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을 가리킨다.

방 안 깊숙이 들어선 뜻:나가는 것과 들어오는 것을 상관하지 않는 것을

나타낸다.

안목을 갖춘 자는 분명하게 분별해 보라:방 안의 뜻을 분별해 보라는 말이다.

天童:跨門之機者, 似出似入也. 室中之意者, 不干出入者也.
具眼云云者, 辨取室中之意也.

 

법진수일(法眞守一)의 염

 

“설두는 단지 하나만 알았다. 그 스님은 처음부터 목숨을 아끼지 않고

바로 원상 안으로 들어선 것이니 본분을 추구하는 납승7)과 흡사했다고 할

것이다. 마조가 때리기를 기다려 주장자를 빼앗아 거꾸로 되돌려 주기까

지 했었더라면 어찌 작가8)의 경지가 아니었겠는가! 그는 그렇게 할 줄 몰

랐던 것이니 단지 벌거벗고 번득이는 칼날에 무모하게 맞서는 놈에 불과

했던 것이다.”

法眞一拈, “雪竇只知其一. 者僧當初不惜命便入也, 恰似个衲
僧. 待他打時, 接住拄杖, 倒與一送, 豈不是作家! 他旣不知,
只是个赤肉, 挨白刃底漢.”
7) 衲僧. 납자(衲子)라고도 한다. 납의(衲衣)를 입은 스님이라는 말. 납의는 누덕누
   덕 기운 옷으로, 낡은 헝겊을 모아 빨아서 바늘로 기운 옷이다. 조사선에서는 본
   분을 철저하게 추구하는 수행자라는 뜻으로 쓰인다.
8) 作家. 선의 달인인 선장(禪匠)을 나타내는 말이다. 작가종사(作家宗師) 또는 작
   가종장(作家宗匠) 등이라고도 한다. 장인(匠人)이 원하는 대로 물건을 만들어내
   듯이 뛰어난 기량으로 학인을 단련하여 이상적 선사로 만들어낸다는 뜻에서 이
   렇게 말한다.

 

[설화]

그 학인의 입장에 서서 그의 행위에 부족했던 점을 도와주는 말이다.

法眞:立在這僧邊, 讚助這僧行李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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