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I

1176칙 동안의경 同安依經

실론섬 2026. 4. 23. 07:16

1176칙 동안의경 同安依經​

[본칙]​

동안에게 어떤 학인이 물었다. “경전의 말에 그대로 의지하여 뜻을 풀면 삼세 부처님의 원수가 되고, 경전의 한 글자라도 떠나면 마구니의 말과 같다고 하는데,1) 이 이치는 무엇입니까?” “우뚝한 봉우리가 까마득히 솟아 있는데,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걸려 있지 않구나. 조각달은 하늘을 가로질러 가고, 흰 구름은 스스로 빼어나게 움직이노라.”  
同安因僧問, “依經解義, 三世佛寃;離經一字, 卽同魔說, 此理如何?” 師云, “孤峯逈秀, 不掛煙蘿. 片月橫空, 白雲自異.”
1) 백장회해(百丈懷海)의 다음 문답에서 나온 말이다. “어떤 학인이 물었다. ‘경전의 말을 그대로 의지하여 
   뜻을 풀면 삼세 부처님의 원수가 되고, 경전의 한 글자라도 떠나면 마구니의 말과 같다고 하신 뜻은 어떤 
   것입니까?’ ‘움직임이나 고요함을 고수하면 삼세 부처님의 원수요, 이것을 벗어나서 별도로 구한다면 
   마구니의 설과 같다.’”(『景德傳燈錄』권6「百丈懷海傳」大51 p.250a8. 問, ‘依經解義, 三世佛冤;離經一字,
   如同魔說,如何?師云,‘固守動靜, 三世佛冤;此外別求, 如同魔說.’)

[설화]

​경전의 말에 그대로 의지하여 ~ 마구니의 말과 같다:배촉관2)이다. 
우뚝 솟은 봉우리와 조각달은 배와 촉을 모두 떠난 경계이고, 풀과 나무 그리고 흰 구름은 배와 촉이다.
依經解義云云者, 背觸關也. 孤峰片月者, 背觸俱離處也. 烟蘿白雲, 背觸也.
2) 背觸關. ‘배(背)’는 등지고 전혀 관계하지 않는 부정적 지향을 가리키며, ‘촉(觸)’은 동일한 대상에 대하여 
   수긍하고 받아 들임으로써 그것에 집착하고 물드는 오촉(汚觸)의 방식이다. 본서639則 주석5), 1331則 
   주석1), 108則 주석2), 165則 주석3), 429則 주석60)참조.

단하자순(丹霞子淳)의 송

​구름은 본디 높이 떠돌고 물은 본래 흐를 뿐,
바다에 비친 하늘 확 트이고 외딴 배 출렁이네.
밤 깊어도 갈대 핀 만에 배 대고 쉬지 않으니,
중간과 양단 그 어디서도 아득히 벗어났다네.
丹霞淳頌, “雲自高飛水自流, 海天空闊漾孤舟. 夜深不向蘆灣宿, 逈出中閒與兩頭.”

​[설화]

​배와 촉을 양단으로 여기고, 오른쪽과 왼쪽 그 어디에도 떨어지지 않는 중간을 높이 솟은 봉우리와 조각달로 보기도 하지만, 틀린 해석이다. 그렇다면 ‘구름은 본디 높이 ~ 배 출렁이네’라는 구절에서 구름과 파도는 손님이고 산과 물은 주인이며, 외딴 배는 나그네의 탈것이고 갈대가 핀 만은 멈추고 쉬는 곳이다. 또한 우뚝한 봉우리는 한 권의 경전을 일컫는다. 중간과 양단 그 어디서도 아득히 벗어난다면, 달과 더불어 하늘을 가로질러 갈 것이니, 한 권의 경전 또한 버리는 경계이다.
丹霞:或有以背觸爲兩頭, 不落左右中間, 爲高峰與片月者, 非也. 然則雲自高飛云云者, 雲波則賓, 山水則主, 
孤舟則行李底, 蘆灣則止宿處. 亦謂孤峰, 所謂一卷經也. 逈出中間及兩頭, 則與月橫空, 一卷經, 亦舍却處也.

낭야혜각(瑯 慧覺)의 상당

​이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다. “생각해 보라! 어떻게 해야 만물의 이치를 해치지 않을 수 있을까? 여러분, 나의 게송 한 수를 들어보라. ‘땅이 얼면 풀이 마르고, 물이 차면 얼음이 언다. 선인(禪人)들에게 묻노니, 이것은 어떤 시절의 인연인가? 임제는 신라를 지나 멀리 달아나버리고, 덕산은 눈썹 찌푸리며 싫어하는구나.'"3)  
瑯琊覺, 上堂, 擧此話云, “且道! 作麽生得不傷物義去? 汝等諸人, 聽取山僧一頌. 地凍草枯, 水寒氷結. 且問禪人, 是何時節?

林際走過新羅, 德山愁眉不悅.”
3) 만물의 자연스러운 이치를 고스란히 드러낸 말에 선기(禪機)가 충천한 덕산과 임제의 방(棒)과 할(喝)도 힘을 
   잃고 쓸모없이 된다는 뜻이다.

​[설화]

만물의 이치를 해치지 않는다:이 법은 법의 위치에 머문다4)는 뜻이며, 또한 대용(大用)을 일컫는다.
‘땅이 얼면 풀이 마른다’라는 구절은 본칙의 ‘우뚝한 봉우리가 까마득히 솟아 있는데,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걸려 있지 않구나’라는 구절에 상응하고, ‘물이 차면 얼음이 언다’라는 구절은 본칙의 ‘조각달은 허공을 가로질러 가고, 흰 구름은 스스로 빼어나게 움직이노라’고 한 구절에 상응한다. 곧 한 수[一著] 둘 때마다 더욱 고상한 한 수[高一著]5)를 두는 방식이다.  
임제는 신라를 지나 멀리 달아나버리고:신라는 임제가 뿌리내린 자리를 말한다. 앞에서 말한 ‘만물의 이치를 해치치 않는다’는 뜻이다.6)
덕산은 눈썹 찌푸리며 싫어하는구나:활발하게 작용할 도리가 없는 경계에서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다.
瑯琊:不傷物義者, 是法住法位也, 亦謂之大用也. 地凍草枯者, 孤峰逈云云也. 水寒氷結者, 片月橫空云云也. 
謂一著高一著也. 臨濟走過新羅者, 新羅是臨濟位也. 前所言, 不傷物義也. 德山云云者, 無活用處, 動誕不得也.
4) 모든 법의 실상을 나타내는 구절.『法華經』권1「方便品」大9 p.9b10. 본서 2則 주석39) 참조.
5) 본칙의말은일착(一著)에,낭야혜각의게송은고일착(高一著)에해당한다.
6) 임제 자신이 뿌리내린 본분의 자리를 아득히 먼 신라에 비유했지만, 만물의 자연스러운 이치가 제시되면 
   그 자리를 고수하지 못한다는 해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