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I

1221칙 파릉계한 巴陵鷄寒

실론섬 2026. 4. 23. 07:28

1221칙 파릉계한 巴陵鷄寒

​[본칙]

​파릉호감(巴陵顥鑑)에게 어떤 학인이 물었다. “조사의 뜻[祖意]과 경전의 뜻[敎意]1)은 같습니까, 다릅니까?” “닭은 추우면 나무로 올라가고, 오리는 추우면 물 밑으로 내려간다.”  
巴陵因僧問, “祖意敎意, 是同是別?” 師云, “雞寒上樹, 鴨寒下水.”
1) 각각 선종의 종지[祖意]와 교학의 근본 교설[敎意]을 나타낸다. 조사의 방식과 부처님의 뜻으로 대칭되기도 
   한다.

[설화]

닭은 추우면 나무로 올라가고, 오리는 추우면 물 밑으로 내려간다:똑같이 날씨가 추워도 나무로 올라가거나 물 밑으로 내려가는 양태는 같지 않다. 『벽암록』에 따르면, 어떤 학인이 ‘도(道)는 어떤 것입니까?’라고 묻자 파릉은 ‘눈 밝은 사람이 우물에 빠진다’라고 대답했다. 이 한 칙은 (스승인 雲門文偃에게 올린 三轉語 중) 첫 번째 전어이다.2)   
鷄寒上樹, 鴨寒下水者, 一般天寒, 上樹下水不同也. 碧巖云, ‘如何是道?’ 云, ‘明眼人落井.’ 一則爲第一轉.
2) 『碧巖錄』 13則 「評唱」大48 p.154a29 참조. 이것은 다음 공안1222則의 본칙이다.

투자의청(投子義靑)의 송

조의와 교의가 같은지 다른지 연유를 묻자,
값을 매길 수 없는 말로 그에게 응답했다네.3)
고요한 밤 낚싯줄 드리우고 고기 잡던 사람,
새벽에 금까마귀4) 낚자 달빛 두르고 거두었네.5)
投子靑頌, “同別祖意問端由, 便將無價與他酬. 絲綸夜靜人垂釣, 曉得金烏帶月收.”
3) 파릉의 화두는 싸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아 값을 매길 수 없다. 분별로 계량할 수 없는 그 화두의 속성을 
   나타낸다. 본래 무가(無價)는 값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것을 나타낸다.
4) 금오(金烏).태양.
5) 새벽에 낚시꾼이 낚은 것은 태양이요, 채 지지 않은 달빛을 온몸에 두르고 낚싯대를 거둔다는 말. 
    물고기가 걸리지 않는 곧은 낚싯바늘[直釣]을 드리운 강태공(姜太公)의 이미지이다. 파릉의 화두에 
    한 치의 관념도 걸려 있지 않은 뜻을 전한다.

​[설화]

마지막 구절에 ‘새벽에 금까마귀 낚자 달빛 두르고 거두었네’라고 한 말은 해와 달이 아울러 허공을 도는 형상이 조의와 교의의 관계와 같다는 뜻이다.  
投子云云, 曉得金烏帶月收者, 日月並輪空, 祖意敎意也.

보령인용(保寧仁勇)의 송

​어젯밤 삼경에 손가락 꼽아 헤아렸으니,
세간에서 특출난 인물6)이라 생각지 마라.
몇 가락 피리소리 따라 정자7)는 저무는데,
임은 소상8)으로 나는 진9)으로 떠나노라.
保寧勇頌, “昨夜三更屈指輪, 世閒休說兩三人. 數聲長笛離亭晩, 君向瀟湘我向秦.”
6) 양삼인(兩三人).두세사람.손가락으로꼽을정도로몇안되는인물.
7) 이정(離亭). 성(城)과 멀리 떨어진 길가의 정자. 쉬어 가는 곳이기도 하고, 헤어질 때 송별하는 장소이기도 
   하므로 ‘이정’이라 한다.
8) 瀟湘. 상강(湘江)과 소수(瀟水)를 아울러 부르는 말. 현재의 중국 호남(湖南) 지역을 가리킨다.
9) 秦. 섬서성(陝西省).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진(秦)나라 국토가 섬서성 일대였으므로 관습적으로 이렇게 
   불렸다. 서로 반대 방향에 위치한 소상과 진을 빌려와 추운 날씨에 달리 대처하는 닭과 오리의 작용을 
   표현한 것이다.

​숭승원공(崇勝院珙)의 송10)

닭은 추우면 나무로 올라가고,
오리는 추우면 물 밑으로 내려가네.
이렇게 차별된 만물의 양태를
사람의 마음으로 어찌 알리오?
조사의 뜻과 경전의 뜻 중에서
무엇을 칭찬하고 무엇을 헐뜯겠는가?
사자는 흙덩이를 던진 사람을 무니,11)
왕도가 평탄하게 펼쳐지고,
어리석은 개는 흙덩이를 쫓아가니,
평원에 겹겹이 장애물이로다.
崇勝珙頌, “雞寒上樹, 鴨寒下水. 物態之差, 人心爭委? 乃祖乃敎, 孰譽孰毁? 師子咬人兮, 王道平平. 狂狗趂塊兮, 
平原壘壘.”
10) 닭과 오리가 추위를 피하는 점은 동일하지만 피하는 장소는 타고난 행태의 차별성에 따라 다르다. 
    이와 같이 조의와 교의 사이에도 동일한 점과 차별된 점이 있다는 유비추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바로 이렇게 연결시켜 분별하는 것은 화두에 대해 일반적으로 일으키는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화두의 이 유도장치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사자’의 기상이며, 그 말의 함정에 그대로 유혹당하는 
    것은 ‘개’의 어리석음이다.
11) 본서184則 주석19) 참조.

설두중현(雪竇重顯)의 거

이 공안과 더불어 어떤 학인이 목주에게 ‘조의와 교의가 같습니까, 다릅니까?’라고 묻자 목주가 ‘청산은 청산일 뿐이요, 백운은 백운일 뿐이다’라고 대답한 문답을 제기하고 말했다. “질문이 똑같은 이상 대답 또한 비슷했다. 그 안에는 타인을 이롭게 하면서 스스로도 이롭게 하는 점도 있고, 남을 속이고 스스로 속는 점도 있다. 만약 점검하여 뚜렷이 차별을 밝힌다면 틀림없이 공(空)을 가장 탁월하게 이해하는 자12)이리라.”
雪竇顯, 擧此話, 連擧僧問睦州, ‘祖意敎意, 是同是別?’ 州云, ‘靑山自靑山, 白雲自白雲.’ 師云, “問旣一般, 答亦相似.
其中有利他自利, 謾人自謾. 若點撿分明, 管取解空第一.”
12) 해공제일(解空第一). 본래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수보리(須菩提 Subhūti:空生)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설화]

타인을 이롭게 하면서 스스로도 이롭게 한다:파릉의 말에 상응하니, 두 번째 근기13)이다.
남을 속이고 스스로도 속는다:목주의 말에 상응하니, 세 번째 근기이다. (목주의) 청산과 백운은 같은 색이 아니기 때문이며, 파릉의 닭과 오리는 그 차별이 동시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점검하여 뚜렷이 차별을 밝힌다:양편의 뜻을 다 아는 것이니, 첫 번째 근기이다. 이것이 공을 가장 탁월하게 이해하는 자이다. 그러므로 ‘그 안에는 타인을 이롭게 하면서 스스로도 이롭게 하는 점도 있고 ~ 스스로 속는 점도 있다’라고 한 말은 근기를 가려내어 차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세 단계의 근기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雪竇:利他自利者, 巴陵底, 第二機也. 謾人自謾者, 睦州地, 第三機也. 靑山白雲非同色故, 巴陵底鷄鴨同時也. 點檢分明者,

知兩箇意, 是第一機也. 此解空第一, 故云其中有利他自利云云者, 非揀別也, 每人具三等機也.
13) 제이기(第二機). 근본에서 한 단계 떨어지는 근기. 이하에서 제삼기(第三機)는 그것보다 또 한 단계 떨어지는 
    근기이며, 근본을 알아차리는 근기는 제일기(第一機)이다.

​오조법연(五祖法演)의 상당

​이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다. “대단한 파릉이여! 겨우 반쪽만 말했을 뿐이시구려. 나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을 두 손에 담으면 달은 손안에 있고, 꽃을 만지작거리면 향기가 옷에 가득 밴다.14)”  
白雲演, 上堂, 擧此話云, “大小大巴陵! 只道得一半. 白雲卽不然. 掬水月在手, 弄花香滿衣.”
14) 간량사(干良史)의 시 「春山夜月」에 나오는 구절. 『全唐詩』 권275 참조. 하늘 저편의 달이 물을 담은 
    손마다에 모두 비추는 상징을 가지고 교의와 조의의 관계를 나타낸다.

[설화]
물을 두 손에 담으면 ~ 가득 밴다:교의는 교의를 벗어나서 조의가 따로 없고, 조의는 조의를 벗어나서 교의가 따로 없다는 취지이다.15)
白雲:掬水月云云者, 敎意則敎意外無祖意, 祖意則祖意外無敎意也.
15) 교의와 조의가 같은가, 다른가? 어느 편이라고 해도 맞지 않고, 이 <설화>의 해설과 같이 교의와 조의가 
    서로를 벗어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낸다는 뜻을 하나의 규정으로 받아들이면 화두로서의 활력은 죽는다. 
    처음에 학인이 ‘같은가, 다른가?’라고 물은 말이나 파릉의 대답 그리고 이곳 법연의 말에 이르기까지 
    그곳에 뿌리를 내리려 해도 안착하지 못하고 미끄러질 수밖에 없는 미끌미끌한 활어(滑語)이다.

송원의 상당

​이 공안과 더불어 오조법연의 염을 제기하고 말했다. “오조법연은 있는 힘을 다해 말했지만 그 말에 조금 모자라는 부분16)이 있다. 누군가 나에게 똑같이 묻는다면, 그에게 ‘인아17)의 무명을 한 꿰미에 꿰었다’라고 말해 주리라.”

松源, 上堂, 擧此話, 連擧白雲演拈, 師云, “白雲盡力道, 只道得八成. 有問靈隱, 只向他道, ‘人我無明一串穿’”
16) 도득팔성(道得八成). 전체의 8할을 말했다는 말.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거의 접근했다는 긍정적인 취지도 
    있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조금 모자라다는 취지도 있다.
17) 人我. 인식 주관[人]이 실체로 존재한다[我]고 집착하는 견해. 인식 객관이 실체로 존재한다고 집착하는 
    법아(法我)와 짝이 되어 두가지 집착[二執]이라 한다.

[설화]

​인아의 무명을 한 꿰미에 꿰었다:어찌 두 구절이 필요하겠는가? 한 구절을 제기함에 따라 이것과 저것의 차별이 없어져 그 하나하나가 궁극의 경지라는 뜻이다.    
松源:人我無明一串穿者, 何用兩句? 隨擧一句無彼此, 一一到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