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2칙 명초풍두 明招風頭
[본칙]
무주의 명초덕겸선사가 추운 어느 날 법좌에 올랐는데, 대중이 모이자 마자 “바람이 점점 세차지니 그대들이 몸과 마음을 편안히 둘 곳이 못 된다. 따뜻한 방으로 돌아가서 문답을 주고받아 보기로 하자”라 말하고, 곧바로 방장으로 돌아갔다. 대중이 뒤따라 도착하여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데, 명초가 “따뜻한 방에 이르기가 무섭게 졸음이 쏟아지는구나”라 말한 뒤 주장자를 휘둘러 한꺼번에 모두 내쫓았다.
婺州, 明招德謙禪師, 一日天寒, 上堂, 大衆才集, 師云, “風頭稍硬, 不是你安身立命. 且歸暖室商量.” 便歸方丈.
大衆隨至立定, 師云, “才到暖室, 便見瞌睡.” 以拄杖一時趂下.
[설화]
바람이 점점 세차지니 ~ 문답을 주고받아 보기로 하자:물 한 방울 샐 틈이 없이 틀어막고 있어1) 문답을 주고받을 여지도 없다는 뜻이다.
따뜻한 방으로 돌아가서 ~ 주고받아 보기로 하자:오늘 주고받을 문답은 따뜻한 방에서 할 일이라는 뜻이다.
곧바로 방장으로 돌아갔다:걸림 없이 자유로운 경지를 나타낸다.
따뜻한 방에 이르기가 무섭게 ~ 모두 내쫓았다:법령을 남김없이 시행한 것이다.2)
風頭稍硬云云者, 水洩不通, 商量無分也. 且歸暖室云云者, 今日商量, 暖室裏事也. 便歸方丈者, 直得無限也.
才到暖室云云者, 令盡行也.
1) 그 무엇도 허용하지 않는 파주(把住)의 입장을 나타낸다.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행(放行)의 입장과
대칭으로 짝이 된다. 두 가지를 자유자재로 번갈아 활용하는 것이 뛰어난 선사의 기량이다. “방행을
시행하면 바람결 따라 풀잎이 눕고 돌조각마다 빛을 낼 것이니, (걸림 없이 자유롭게 살던) 습득과
한산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며 박수를 칠 것이다. 파주를 시행하면 물 한 방울 샐 틈이 없고 순금도
빛깔을 잃을 것이니, (방과 할을 시행하며 모든 것을 틀어막던) 덕산과 임제일지라도 숨을 멈추고
말을 삼킬 것이다. 바로 이럴 때, 방행이 옳은가 파주가 옳은가?”(『續傳燈錄』권21 「南臺允恭傳」
大51 p.610a16. 放行也, 風行草偃, 瓦礫生光, 拾得寒山, 點頭拊掌;把住也, 水洩不通, 精金失色,
德山臨濟, 飲氣吞聲. 正當恁麽時, 放行卽是, 把住卽是?);“사대선사는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나의
한입에 남김없이 삼켰으니 어디에 또 다시 제도할 중생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는 물 한방울
샐틈도 없이 틀어막는 수법이니, 범부의 길도 성인의길도 모두 끊어진 경계를 나타낸다.”(『從容錄』
73則 「頌 評唱」大48 p.256c5. 思大云,‘三世諸佛, 被我一口吞盡, 何處更有衆生可度!’ 此水洩不通,
凡聖路絶也.)
2) 법령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지를 가리킨다. 이 법문에서는 시종일관 이 입장을 법령으로 삼아
어떤 방편도 통하지 않도록 파주를 고수했다는 해설이다.
대각회련(大覺懷璉)의 송
바람 점점 세차지니 문답을 주고받지 못하고,
따뜻한 곳에선 여전히 자고픈 생각만 생기네.
주장자 집어 들고 일제히 내쫓아 해산시키니,
알고 보면 눈 위에 서리를 더한 것이라네.
大覺璉頌, “風頭稍硬不商量, 暖處依前睡思長. 拄杖拈來齊趕散, 元因雪上更加霜.”
장산법천(蔣山法泉)의 송
법당 안은 대단히 으스스하니,
대중 가운데 버텨낼 자 누구인가?
서쪽 바람3) 땅 깎으며 매섭게 부는 줄 알 뿐,
낙엽 하나가 일깨우는 가을 소식 어찌 알리오?4)
따뜻한 곳 가자는 말로 꼼짝 없이 가두었으나,
어느 누구도 그의 목구멍 틀어막지 못했다네.
고황5)이 이룬 위대한 공적 알아야 할 것이니,
홍구6)의 두 언덕 한꺼번에 점령하였다네.7)
蔣山泉頌, “堂上非常凜冽, 衆人誰敢當頭? 祗見西風刮地, 豈知一葉驚秋? 暖處去極停囚, 無人爲與塞咽喉.
須信高皇功業大, 鴻溝兩岸一時收.”
3) 가을바람.금풍(金風)이라고도한다.봄바람은동풍(東風)이라한다.
4) 법당이 추워 방장으로 가자고 했을 때 이미 ‘언어 이전의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이것이 ‘낙엽 하나를
보고 가을소식을 안다’라는 뜻이다.방장에서 주장자를 휘둘러 내쫓았을 때는 이미 서풍이 세차게
몰아치며 겨울을 앞둔 깊은 가을과 같아서 누구나 그 시절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그 소식을 알았더라도
앞서 전한 뜻과 비교하면 이미 늦은 것이라는 취지이다. “거문고 퉁기는 한 소리에 그 곡조를 가려내고,
떨어지는 잎사귀 한잎에 가을이 깃든 소식을 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빈틈없이 척척 맞아 떨어지니,
새가 날아다니는 자취 없는 까마득한 길과 같다.”(『潙山語錄』 卍119 p.854b12. 動絃別曲, 葉落知秋.
自古自今, 築著磕著, 鳥道玄路.);“하나의 티끌이 일어나면 세상 전체가 그것에 거두어지고,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면 천하에 가을이 깃든다. 가을바람[金風]이 불면 섬돌 가의 귀뚜라미가 놀라서 울고,
맑은 이슬이 떨어지면 숲속의 매미가 운다.”(『五祖法演語錄』권상大47 p.654c6. 一塵起大地收,
一葉落天下秋. 金風動處, 警砌畔之蛩吟;玉露零時, 引林間之蟬噪.) 귀뚜라미와 매미는 계절의 전령
(傳令)으로서 작은 단서에서 소식을 알아차리는 자를 상징한다.
5) 高皇.천하를통일한고조황제(高祖皇帝).곧한(漢)나라고조(高祖)인유방(劉邦).
6) 鴻溝. 운하(運河) 이름. 한(漢)나라 유방(劉邦)과 초(楚)나라 항우(項羽)가 격전을 벌일때 홍구를
경계로 천하를 양분했다. 홍구의 서쪽은 한나라 영토, 동쪽은 초나라 영토이므로 두 언덕이라 한
것이다. 분명히 갈라지는 경계를 상징하는데, 여기서는 법당과 방장을 나타낸다.
7) 유방이 승리하여 분명히 갈라졌던 홍구의 두 언덕을 차지하고 천하를 통일했듯이, 추운 법당과
따뜻한 방장으로 나누는 것처럼 보였으나 본래부터 어디서나 하나의 소식만 전했던 사실을 가리킨다.
대혜종고(大慧宗杲)의 송
한밤의 샛별이 정오에 나타난 것인데,
어리석은 자 여전히 새벽닭 울 때 기다린다.8)
안타깝다, 자기 똥은 냄새 나는 줄도 모르고,
게다가 남에게 거듭 새롭게 집어주려고 하네.9)
雲門杲頌, “夜半明星當午現, 愚夫猶待曉雞鳴. 可怜自屎不知臭, 又欲重新拈似人.”
8) 법당에서 전하지 않은 소식이 방장으로 가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 그러나 방장으로 가기
전에 이미 법당에서 전했기 때문에 착각이다. 선어(禪語) 또는 화두는 그 말에 담긴 일반적 뜻에
따라 분별하도록 착각을 유도한다. 샛별은 새벽에 뜨고 닭이 그 시각에 따라서 운다는 관념을
이용하여 정오에 샛별을 띄워놓고 곧 새벽닭이 울 것이라는 착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대중에게
말했다. ‘모든 봉우리 온갖 산에 내린 눈과 오호와 사해의 얼음을 맑은 광명으로 한 덩어리 만들어
사물 하나하나를 모두 밝힌다.말해보라. 조주의 뜰앞의 잣나무와 운문의 마른 똥막대기와 동산의
마삼근 등의 화두가 궁극적으로 어떤 뜻일까?’라 말한 뒤 한 소리 크게 내지르고 말했다. ‘샛별이
정오에 나타났는데 여전히 새벽을 알리는 닭이 울기를 기다리는구나.’”(『高峰語錄』권상 卍122
p.653b15. 示衆云, ‘千嶺萬山雪, 五湖四海冰, 淸光成一片, 物物盡皆明. 且道. 趙州柏樹子,
雲門乾屎橛, 洞山麻三斤, 畢竟是箇甚麽? ’喝一喝云, ‘明星當午現, 猶待曉雞鳴.’)
9) 처음에 방장으로 가자고 한 말이 언어 이전의 소식을 빗나간 것으로 똥 냄새와 같은 악취를 풍긴
격이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방장에서 또 다시 주장자를 휘둘러 자신의 의중을 전하려 했다는
비판이다.
죽암사규(竹菴士珪)의 송
바람 점점 세차지니 편히 몸 두기 어렵고,
따뜻한 기운 통하자마자 졸음이 밀려오네.
우습다 명초여, 쓸데없이 기력 낭비했구나!
까닭 없이 두 곳을 억지로 갈라놓았도다.
竹庵珪頌, “風頭稍硬難安立, 暖氣才通瞌睡來. 却笑明招閑費力! 無端兩處强差排.”
개선선섬(開先善暹)의 상당
이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다. “감옥에 갇혀서 지혜를 기르는구나.10) 당시에 그가 ‘오늘은 바람이 점점 세차지니 따뜻한 곳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나누자’라고 말하기를 기다렸다가 손뼉을 한 번 치고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면 그 노스님을 한바탕 부끄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명초는 본분을 깨우친 종사였으니 만일 본분에 들어맞는 솜씨가 없다면 호랑이 수염을 뽑아서는 안 된다. 쓸데없이 오래 서 있었다.11)”
開先暹, 上堂, 擧此話云, “停囚長智. 當時待伊道, ‘今日風頭稍硬, 歸暖處說話去來.’ 但撫一掌, 各自歸堂, 敎者老漢一場.
雖然如是, 且明招是本分宗師, 若無者个手脚, 且莫捋虎鬚好. 不用久立.”
10) 명초의 말에 따라 방장으로 가서 또 무엇인가를 기다렸던 것을 비유한다.
11) 구립(久立).법문 마지막에 학인들에게 전하는 인사말. 본서1365則 주석5) 참조.
[설화]
손뼉을 한 번 치고 각자 방으로 돌아간다:명초의 의중을 감파했음을 나타낸다. 이미 그렇게 하지 못하고 명초를 따라간 것이 바로 ‘감옥에 갇혀서 지혜를 기른 것’과 같은 꼴이다.
開先:撫掌歸堂者, 覰破他意也. 旣不能, 明招趂下, 是停囚長智云云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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