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I

1283칙 지문적각 智門赤脚

실론섬 2026. 4. 23. 11:15

1283칙 지문적각 智門赤脚

​[본칙]

어떤 학인이 지문광조(智門光祚)에게 물었다. “부처란 무엇입니까?” “짚신이 해지면 맨발로 뛴다.” “부처의 경지 이상으로 넘어서는 일이란 어떤 것입니까?” “주장자 끝에서 해와 달이 솟아오른다.” 
智門因僧問, “如何是佛?” 師云, “踏破草鞋赤脚走.” 僧云, “如何是佛向上事?” 師云, “柱杖頭上挑日月.”

[설화]

짚신이 해지면 맨발로 뛴다:어떤 맛도 없는 대답이지만, 또한 분명하게 드러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1)
주장자 끝에서 해와 달이 솟아오른다:이 또한 어떤 맛도 없는 대답이지만, 해와 달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踏破草鞋赤脚走云云者, 無味答得, 亦披露分明也. 柱杖頭上云云者, 亦是無味答得, 日月意不無也.
1) 근본적으로 숨었다거나 드러났다거나 하는 등의 의미로 음미할 수 있는 어떤 맛도 들어 있지 않은 
   대답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신발을 벗으니 맨발이 숨김없이 드러났다’라는 뜻이기도 하다는 취지. 
   선어(禪語)에는 이와 같이 일정한 상황을 묘사하는 구체적인 맛과 의미가 담겨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분별의 맛이 박탈된 경계를 지향한다. 몰자미(沒滋味)와 같은 뜻이며, ‘無味答得’ 또는 無味答話’
   라는 표현 자체는 <설화>에만 보인다. 원오극근(圜悟克勤)이 맛이 없는 이야기[無味之談]이라 한 
   말의 영향으로 보인다. “어떤 학인이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온 뜻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향림(香林)
   은 ‘오래 앉아 있었더니 피로하구나’라고 대답했는데, 말에도 맛이 없고 구절에도 맛이 없다고 할 
   만하다. 이렇게 아무 맛도 없는 이야기로 입을 틀어막아 누구도 숨을 쉴 틈조차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보고자 한다면 곧바로 보면 되지만, 만약 보지 못하더라도 결코 억지로 이해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碧巖錄』 17則 「評唱」 大48 p.157b16. 僧問, ‘如何是祖師西來意?’ 林云, ‘坐久成勞.’ 
   可謂言無味句無味. 無味之談, 塞斷人口, 無爾出氣處.要見便見,若不見,切忌作解會.)

문변의 송2)

신이 해지면 맨발로 뛰라 하니,
타국의 성곽에서 찾으며 언제 쉴꼬?
오랜 세월 기꺼이 풍진객3) 되더니,
고국으로 돌아와 노닐려 하질 않네.
文辨頌, “踏破草鞋赤脚走, 尋他城郭幾時休? 長年愛作風塵客, 不肯歸來故國遊.”
2) ‘맨발로 뛴다’는 말을 오인하여 밖으로 뛰어다니며 구하는 어리석음을 풍자한 게송. 맛이 없는 그 
   말을 진실한 맛으로 수용한 결과이다. 비판의 핵심어는 ‘풍진객’이다.
3) 風塵客. 어지러운 세상을 떠도는 나그네. 본래의 근거를 잃어버리고 다른 곳에서 방황하며 도를 
   추구하는 자를 비유하는 말이다.『證道歌』大48 p.396c8에 “여러해 동안 헛되이 풍진객이 되었다”
   (多年枉作風塵客)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구절에 대해 묘공불해(妙空佛海)는 “깨달음을 등지고 
   대상 경계[塵]와 어울린다.”(『證道歌註』 卍114p.900a17. 背覺合塵.)라고 풀었고, 법혜굉덕(法慧宏德)
   은 “날리는 쑥처럼 떠돌이 나그네가 되어 고향에서 더욱 멀어진다.”(『證道歌註』卍114 p.922a17.
   譬如飄蓬爲客,家鄕轉遠.)라고해설했다.

​유악의 송

​지난해도 올해도 가난한 적이 없었으니,4)
전광석화와 같이 재빨라도 여전히 느리다네.5)
왕정6)에 정해진 기한 있으니 머뭇대지 말고,
짚신이 해졌으면 맨발로 뛰어야 한다네.
惟岳頌, “去年今年未是貧, 電光石火猶遲久. 王程有限莫躊躇, 踏破草鞋赤脚走.”
4) 여전히 버릴 집착이 남아 있다는 뜻. 해진 짚신을 버릴 일이 남아 있다는 것과 연결된다. 향엄지한
   (香嚴智閑)의 게송을 활용한 말이다. “지난해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요, 올해의 가난이 진실로 
   가난이라네. 지난해에는 송곳 꽂을 땅이라도 있었건만, 올해는 송곳조차 없구나.”(『景德傳燈錄』
   권11「仰山慧寂傳」大51 p.283b3. 去年貧未是貧, 今年貧始是貧. 去年無卓錐之地, 今年錐也無.) 이 
   게송에 대해 앙산은 “여래선(如來禪)은 사형이 이해했다고 인정하겠다. 그러나 조사선은 꿈에도
   알지못했다”라고평가했다.본서598則「香嚴去年」참조.
5) 낡은짚신을무엇보다재빠르게벗어버리고맨발로뛰라는취지.
6) 王程. 임금의 명령을 받고 떠나는 길. 정해진 기한 내에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관리로서의 여정
   (旅程)을 말한다. 여기서는 수행자로서 마땅히 본분사를 완수해야 하는 시간적 한계를 나타낸다.

천동정각(天童正覺)의 송

짚신이 해졌으면 맨발로 뛴다 하고,
주장자 끝에 해와 달이 솟는다 하네.
지문에게는 조사의 가풍이 있었기에,
운문의 광장설을 마음껏 내어놓았네.7)
위대한 지혜는 어리석은 듯하고,
탁월한 솜씨는 서투른 듯하도다.8)
갖은 노력9) 다하여 참구해도 뚫지 못하니,
평지에 더 높은 언덕 쌓아 올리지 말고,
허공에 말뚝 박는 짓일랑은 그만두어라.10)
天童覺頌, “踏破草鞋赤脚走, 柱杖頭上挑日月. 智門直得祖家風, 放出雲門廣長舌. 大智如愚, 大巧若拙. 
用盡工夫參不徹, 莫於平地上增堆, 休向虛空裏釘橛.”
7) 지문광조(智門光祚)는 운문문언(雲門文偃)의 법통을 이은 2세이다. 운문의 가풍을 계승한 걸림없는 
   설법[廣長說]을 전개했다는 뜻이다.
8) 대교약졸(大巧若拙). 『老子』45장에 나오는 말. “오직 자신만이 스스로 알 수 있을 뿐이니, 뛰어난 
   말재주는 말더듬이처럼 보이고 탁월한 솜씨는 서투른 듯이 보인다는 말이 바로 이 뜻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일을 다 알고 나서 다만 하루 모든 시각의 행위 반경 전체에서 보거나 듣거나 하며 대상과 
   마주치는 경계 속에서 가볍게 정신의 번잡함을 다 털어 없애고 ‘이것은 무엇인가?’ 하고 궁구하십시오. 
   단지 이렇게 참구하여 시기가 성숙되면 반드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될 것입니다.”
   (『眞覺語錄』「示寶城魏通判」韓6 p.38c18. 唯己自知, 大辯若訥兮, 大巧若拙, 是也. 知是般事了, 
   但向十二時中, 四威儀內, 見聞應緣處, 略抖擻精神,看是个什麽?只伊麽參取,久久,必默默點頭矣.)
9) 공부(工夫). 어떤 일에 들이는‘시간과 노력’을 말한다.
10) 두 가지 모두 일이 없는 곳에다 쓸데없이 일을 만드는 잘못을 가리킨다. 맛이 없는 화두를 인식하기 
    위해 분별의 수단을 설정하는 것은 평탄한 길에 높은 언덕을 쌓아 장애를 만들고 허공에 말뚝을 
    박으려는 부질없는 행위와 같다.

​목암법충(牧庵法忠)의 송

​짚신이 해져 맨발로 뛰고 나서야,
저울추가 무쇠처럼 단단한 줄 알았다네.
주장자 끝에서 해와 달이 솟아나니,
하늘과 땅 비추어 밝고 깨끗하도다.
옛사람의 분명한 의중 알고자 하면,
불타는 화로에 떨어진 한 점의 눈을 보라!
이해했건 못했건 뚫었건 뚫지 못했건,
결코 지금 당장 가볍게 누설하지 마라.
호인은 우유 먹고 나았으면서 양의를 의심하니,11)
끓는 가마가 밑바닥까지 뜨거운 줄은 모른다.
〈참!>
牧庵忠頌, “踏破草鞋赤脚走, 方知秤鎚硬似鐵. 拄杖頭上挑日月, 照破乾坤明皎潔. 要會古人端的意, 看取烘爐一點雪! 
會不會, 徹不徹, 切忌當頭輕漏洩. 胡人飮乳怪良醫, 不信鑊湯通底熱.” 〈參!〉
11) 호인(인도의 국왕)은 유약(乳藥)을 먹고 병이 나았으면서, 도리어 처방해 준 훌륭한 의사를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는 말.『大般涅槃經』권2 大12 p.617c20에 나오는 비유. 어떤 국왕이 병이 걸릴 때마다 의사가 
    어떤 시기에는 유약(乳藥)을 먹여서 병을 다 치료했으나 다른 시기에는 먹지 말라고 금지하여 병이 
    나았다. 이 까닭을 몰랐던 왕은 처음 치료법을 바꾸었을 때 노하였다고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하여 하나의 
    방향으로 결정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한다.

​설두중현(雪竇重顯)의 염
​“천 명의 병사를 얻기는 쉽지만, 장군 하나를 얻기는 어렵다.”
雪竇顯拈, “千兵易得, 一將難求.”

[설화]
지문의 의중을 아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雪竇:知智門意者, 難得也.

​취암문열(翠嵓文悅)의 거

​이 공안을 제기하고 어떤 학인에게 “알겠는가?”라고 질문하자, 그 학인이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여, 게송 한 수로 그 뜻을 보여주었다. “짚신이 떨어지면 맨발로 뛴다 하니, 납승들 그에 대해 크게 떠벌린다네. 해와 달이 주장자에서 솟는다 하니, 남쪽을 향하고서 북두칠성을 보네.” 그 학인이 절을 올리고 나가는데, 취암이 “이리 오라!” 하고 불렀다. 학인이 고개를 돌리자 취암이 말했다. “노주(露柱)에 부딪치지 않도록 하라.”   
翠嵓悅, 擧此話, 問僧, “會麽?” 僧云, “不會.” 師乃以頌示之, “鞋穿赤脚走, 衲僧開大口. 日月挑杖頭, 面南看北斗.” 
僧便禮拜出, 師召云, “來來!” 僧廻首, 師云, “莫敎撞著露柱.”

​[설화]

짚신이 떨어지면 ~ 북두칠성을 보네:죄인의 자백에 따라 판결문을 작성하는 방식이다.12)
노주에 부딪치지 않도록 하라:학인이 절을 올린 것이 바로 이와 같은 꼴이라는 뜻이다.
翠巖:鞋穿赤脚走等, 據款結案. 莫敎撞著露柱者, 僧禮拜決定如此.
12) 지문이 한 말에 따라 똑같은 취지로 착어를 달았다는 말이다.

장로종색(長蘆宗賾)의 거

이 공안과 더불어 취암의 송을 제기하고 말했다. “여러분이여, 이 송이 좋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한 수가 부족하다. 여러분에게 그 핵심을 한번 집어내어[拈] 보리라. ‘짚신이 떨어지면 맨발로 뛴다 하니, 콧구멍 아래 입이 있구나. 해와 달이 주장자에서 솟는다 하니, 남쪽을 향하고서 북두칠성을 보네.’”
長蘆賾, 擧此話, 連擧翠嵓頌, 師云, “諸仁者, 此頌雖好, 猶欠一着在. 試爲諸人拈破. ‘鞋穿赤脚走, 鼻孔下是口. 
杖頭挑日月, 面南看北斗.’”

​[설화]

​취암의 말에는 여전히 불법에 얽매인 몸과 마음이 남아 있지만, 여기에는 불법의 도리13)라고는 전혀 없다는 뜻이다.
長蘆:翠巖底, 猶有佛法身心, 此則都無佛法道理也.
13) 불법의 실마리가 되는 모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