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공부란 끝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불교의 수행도 끝이 없는 구도의 길이다.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달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이미 도달한 사람들은 그 경지에 무한한 향상만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붓다는 45년을 한결같이 구도자의 길을 걸어갔다.
대승을 표방하는 사람들 중에는 계율같은 것을 대단치 않은 듯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무장도하지 않고 총알도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만큼 말이 안되는 소리일 것이다. 붓다는 진리를 깨달아 불교의 교조가 되었지만 그 자신은 누구보다도 계율을 엄수했다. 경전은 포살과 자자를 행하는 붓다의 모습과 수행승들을 통해서 구도자의 길을 엄숙하게 기록하고 있다.
포살(布薩)이란 인도력으로 반달에 한번씩 열렸다. 그러므로 매달 그믐과 보름에 열렸다는 뜻이다. 해가 넘어가고 등불이 켜진 가운데 수행승들은 승원의 뜰에 모이고 장로가 계본을 소리높여 한조목씩 한조목씩 읽되, 같은 계목을 세 번씩 되풀이 했다. 그리하여 그동안 계율에 대해 과오가 있는 자는 일어나 참회할 것이 요구되었다. 이를테면
"어떤 비구라도 마음이나 숲에서 훔치려는 마음으로 주어지지 않은 물건을 가졌다 하면 바라이 죄목에 해달하며 함께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나는 여러 수행승들에게 묻는다. 이 점에 대해 나는 청정한가.다시 묻는다. 이 점에 대해 나는 청정한가.세 번째로 묻는다. 이 점에 대해 나는 청정한가."
라는 식으로 읽어 갔다. 그래서 대중의 침묵은 청정의 뜻으로 받아 들여졌다.
또 하나의 행사인 자자(自恣)는 우안거가 끝나는 포살일에 행하여졌다. 자자란 스스로 자기의 죄나 과실을 지적해 달라고 동료 수행승들에게 청하는 의식이다.
경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것은 이런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우안거가 끝나는 포살일에 날이 저물고 보름달이 떠오르는 시각에 모든 수행승들이 승원의 뜰에 나와 엄숙한 태도로 원을 만들어 둘러앉는다. 그때 한 비구가 일어서서 외친다.
"승가여, 들어시라. 오늘은 자자의 날입니다. 만약 승가로서 시기가 알맞는다면 승가는 자자를 행할 것입니다."
이리하여 자자법회가 시작되면 먼저 장로의 비구부터 시작해서 순서대로 일어나 합장한 손을 높이 쳐들고 동료 수행승들에게 청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승가에 대해 자자를 행합니다. 나에 대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또는 나에 대해 의심나는 생각을 지닌 이가 있다면 여러 수행승들이시여, 나를 가엾이 여겨 그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죄 있음을 알면 그것을 제거하겠습니다."
이것을 세 번 반복하는 것이다.
상윳따 니까야와 율장 대품에는 어느해 자자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그날 해가 지자 달이 떠오르고 뜰에 둘러앉은 수행승들의 숫자는 대략 500여명쯤 되었다. 그 속에는 붓다도 앉아 계셨다. 자자는 윗사람부터 하는 것이었으므로 제일먼저 붓다가 일어났다.
"수행승들이여, 나는 이제 자자를 행합니다. 수행승들은 내 행동과 언어에서 무엇인가 비난할 만한 것을 보고 듣고 또는 의심을 품지는 않으셨습니까.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나를 가엾이 여겨 부디 지적해 주십시오."
붓다는 합장을 손을 높이 쳐들고 세 번 이 말을 반복했다. 엄숙한 침묵이 뜰안을 휩싼다. 청정을 의민하는 것이다. 그러나 붓다의 자자에 침묵만을 지킬수 없기에 사리뿟타 존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붓다 앞에 엎드렸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아무도 세존의 행위와 언어에서 비난할 만한 점을 발견한 수행승은 없습니다."
그 다음은 사리뿟타 차례였다. 그도 역시 손을 높이 쳐들고 감동에 넘치는 어조로 자자를 행했다. 다시한번 엄숙한 침묵이 뜰안을 가득 채운다. 이번에는 붓다가 일어나 그의 언행을 칭찬했다. 이런 식으로 오백명의 수행승이 자자를 행하였으나 누구 하나 비난의 대상이 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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