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화엄경

화엄경 - 7. 정행품(淨行品)

실론섬 2015. 5. 4. 15:09

해인사 대적광전의 비로자나 삼존불

본존의 왼쪽에는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이, 오른쪽에는 실천을 통한 자비를 상징하는 보현보살이 

위치하고 있다.



7. 정행품

 

[정행품(淨行品)]의 내용은 불교도가 청정한 생활이나 수행을 하는데 필요한 실천 덕목을 설해 놓은 보물창고와도 같은 것이다.

 

[정행품]에서는 지수(智首)보살이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삼업을 순화시켜 청정하게 하는 방법을 묻자, 이에 대해 문수보살이 140개의 서원을 설한다. 번뇌로 더렵혀진 일생생활의 모든 행위를 청정한 행위로 바꾸는 방법을 설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최초의 서원은 보살이 재가에 있을 때의 소원을 밝힌 것이다. 

 

  보살이 가정에 있게 되면

  중생들은 그 집의 어려움을 떠나 공(空)한 법 가운데 들어가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부모를 효성으로 섬기게 되면

  중생들은 모든 것을 잘 보호해 영원히 큰 안락을 누리기를 원해야 합니다


  처자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면

  중생들은 애욕의 지옥을 떠나 연모하는 마음이 없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가정은 중생들에게 행복을 주는 안락한 장소일지는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갖가지 고통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가정이 가족에게 얽혀서 온갖 고통이나 귀챦은 일들을 끊어 버리고 먼저 공(空)의 법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처자는 애정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속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경전에서는 사랑의 지옥을 빠져 나오고 연모하는 마음을 버리라고 설하는 것이다.

 

다음은 출가할 때의 서원을 말한다.

 

  신심을 가지고 가정을 떠나게 되면

  중생들은 세속의 일을 모두 버리고 

  집착하는 마음이 없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출가의 법을 구하게 되면

  중생들은 마음의 장애를 없애 

  다시는 물러나지 않게 되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세속의 옷을 벗어 버리게 되면

  중생들은 도(道)를 깨닫고 그 덕을 닦아 

  다시는 게으르게 되는 일이 없도록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이어서 삼귀의를 설한다.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할 때는

  중생들은 큰 도를 몸소 증득해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내겠다고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스스로 법에 귀의할 때는

  중생들은 경장(經藏)에 깊이 들어가 

  지혜가 바다 같아지기를

  마땅히 원해야 하며

  스스로 승가에 귀의할 때는

  중생들은 대중을 잘 통솔하여

  일체의 모든것에 아무런 장애가 없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불자들이 삼귀예문(三歸禮文)을 독송하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불자라는 증거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삼귀예문이 갖고 있는 서원을 마음깊이 되새기라는 가르침이다.

 

이어서 [정행품]에서는 오계나 십중금계(十重禁戒), 구족계(具足戒)를 받았을 때의 서원도 설한다. 그리고 정행품에서는 선정(禪定)을 닦을 때의 서원으로

 

  결과부좌하고 앉으면

  중생들은 선근(善根)을 견고하게 하여 

  흔들리지 않는 자리를 얻게 되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그 다음의 서원은 행동할 때의 서원이 계속하여 설해 진다. 발을 들어 올릴때나 옷을 입을 때나 언제나 소원을 빌면서 불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되기를 결심할 것을 설하고 있다. 다음은 일생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12가지의 서원을 설하고 있는데 그중 두가지를 보면,

 

손에 양칫대를 잡을 때는 

  중생들은 마음에 바른 법을 얻어 저절로 깨끗하고 맑아 지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물에 손을 씻을 때는

  중생들은 최사의 묘한 손을 얻어 부처님의 법을 받들어 지니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불도를 닦는 다는 것은 길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길에는 여러가지 길이 있으며, 길을 가면 온갖 것을 볼 수 있다. 이때의 서원이 52가지로 설해져 있는데 그 가운데 몇가지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올라가는 높은 길을 보면

  중생들은 위없는 도(無上道)에 올라 삼계(三界)를 벗어 나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먼지가 일어 나는 것을 보면

  중생들은 영원히 더러운 티끌을 떠나 완전히 맑고 깨끗하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무상한 나뭇잎을 볼때면

  중생들은 도(道)로써 스스로 그늘을 만들어 선삼매(禪三昧)에 들어 가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또한 나무의 열매를 보면 보리수 아래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것을 생각해 내어 위없는 불과(佛果)를 완성할 것을 원해야만 한다고 설하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흐르는 물을 보면 바른 법의 흐름을 얻어 부처님의 지혜의 바다로 들어 갈 것을 원하고, 솟아 나는 샘물을 보면 선근이 무한함을 알아 스스로 경계를 높이려고 노력하라고 설한다. 또한 산의 계곡물을 보면 먼지나 더러운 때를 씻고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하기를 원하라고 한다.

 

만일 다리를 보면

  중생들은 법의 다리를 놓아 쉬지 않고 사람들을 제도하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위에서 말한것 처럼, 길을 걸어갈 때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해서도 원행(願行)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하고 있다. [정행품]은 자연의 경치를 보고 서원을 세울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보고도 서원을 세운다. 예를 들면,  

 

괴로워하는 사람을 보면

  중생들은 온갖 고통을 없애 버리고

  부처님의 지혜를 얻으려고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보면

  중생들은 몸의 공적(空寂)함을 알아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여러 부류가 있다. 이 [정행품]에서 설하는 사람 가운데는 아름답게 장식한 사람, 소박한 사람, 퀘락을 추구하는 사람, 건강한 사람, 추한 사람, 은혜를 갚는 사람 등 온갖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스스로 서원을 세워서 자신을 고양시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한다.

 

그 외에도 사문을 보면 번뇌를 제어하고자 반성하고, 바라문을 보면 일체의 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서원을 세우고, 갑옷을 입은 군인을 보면 자신은 갑옷 대신 법의 옷을 입고 최상의 법을 얻으려고 결심해야 한다고 설하고 있다.

 

또한 제왕을 보면 법왕이 될 것을 원하여 자유무애한 법을 굴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왕자를 보면 부처님의 아들이 되어 불도를 닦기를 원해야만 한다고 설하고 있다.

 

만일 대신(大臣)을 보면

  중생들은 항상 바른 생각을 얻어

  갖가지 선(善)을 닦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경전은 또한 여러 직업의 사람들을 보면 비원(悲願)을 일으킬 것을 설하고 있다. 그 비원은 모두 불도를 성취시키는 것이다. 이어서 경전은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의 서원을 설한다.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면

  중생들은 깊은 법계에 들어

  마음에 아무런 걸림이 없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걸식할 때는 마음에 어떠한 걸림도 있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면 무애자재한 경지에서 걸식을 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남의 대문을 들어 갈 때면 다라니(주문) 문에 들어가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 보기를 원해야 하며, 남의 방에 들어갈 때는 일불승에 들어가 삼세를 통달하기를 원해야 하는 것이다.

 

걸식할 때 자기의 바루가 비어 있는 것을 보면 번회가 없어져 마음이 청정하게 되기를 원해야 하며, 반대로 바루가 꽉 차 있을 때는 일체의 모든 선법을 두루 갖추어 원만하기를 원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음식을 얻었을 때는

  중생들은 법을 위해 공양하여 그 뜻이 불도에 있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음식을 얻었을 때는 법을 위해 공양을 하고 불도 수행의 뜻을 한층 더 견고히 할 것을 맹세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맛있는 음식을 얻었을 때는 절제하고, 욕심을 적게 가지려고 원해야 하는 것이다. 식사할 때의 서원에 과내해서도 간절하면서도 정중하게 설하고 있다.

 

이어 식사가 끝났을 때, 목욕할 때, 더울 때, 추울 때는 어떠한 서원을 세워야 하며, 경전을 외울 때, 부처님을 뵈올 때, 탑을 둘러보고 탑을 예배할 때, 부처님을 찬탄할 때는 어떠한 서원을 세워야 하는가를 설하고 있다.

 

[정행품]의 마지막 게송은 잠잘 때와 아침에 잠이 깨었을 때의 서원을 설하고 있다.

 

어두운 밤이 되어 누워 잘 때는

  중생들은 모든 행위를 완전히 쉬고 마음을 깨끗이 하여 더러움이 없어 지기를 마땅히 원해야 

  합니다

 

[정행품]의 최후의 문장은

 

  불자여,

  이것이 보살의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업으로서, 능히 모든 훌륭하고 묘한 공덕을 얻는다면

  일체의 모든 하늘이나 마군이나 범천.사문.바라문.사람. 사람이 아닌것들.성문.연각들로서는

  움쩍하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불도 수행의 공덕을 얻게 되면 악마도 그 사람의 도행(道行)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생활이 곧 불법이라고 하는 것을 이처럼 훌륭하게 설한 경전은 없다. [화엄경]의 [정행품]이야 말로 생활속의 불법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