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입보리행론

제4장 보리심 불방일품(不放逸品 )

실론섬 2015. 6. 6. 16:59






제4장 보리심 불방일품 不放逸品 


선서(善逝)의 아들(보살)들은

보리심을 굳게 지니고

항상 흔들림 없이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네.


경솔하게 시작한 일이나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은 일은

아무리 맹세를 했을지라도

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니


부처님과 보살들께서

큰 지혜로 두루 관찰하셨고,

나 또한 거듭 관찰한

발보리심을 어찌 늦출 수 있겠는가?


만약 이렇게 맹세를 하고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중생을 속이는 것이니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라도

‘베풀겠다’ 결심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베풀지 않았다면

아귀로 태어난다고 하셨네.


위없는 안락의 경지에

진심으로 모든 중생을 손님으로 청해 놓고서

그들을 속인다면

상사도에 어찌 이를 수가 있겠는가?


보리심을 포기하는 사람마저도

해탈케 하시니,

법의 이치를 범부의 생각으로 알 수 없으니

오직 일체지를 증득하신 분만이 아시네.


보리심을 포기한 것이 보살에게는

악도에 떨어지는 것 가운데도 중죄이니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모든 중생의 이익이 줄어드네.


한 순간일지라도

보살의 공덕을 방해하는 것은

중생의 이익에 해가 되니

악도는 끝이 없네.


10 

한 유정의 행복만 무너뜨려도

내 자신이 망하는데

허공처럼 셀 수 없는

중생의 행복을 무너뜨린다면 말해 무엇 하겠는가?


11 

죄업의 힘과

보리심의 힘이

윤회계에서 거듭 반복하면

보살지를 성취하는데 많은 세월이 걸리네.


12 

그러므로 서원한 것처럼

내가 지성으로 이루어야 하리.

이제부터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어둠으로, 어둠으로 빠지네.


13 

모든 유정에게 이로움을 주시는

무량한 부처님께서 오셨지만

나는 내 자신의 허물로 인해

구원의 대상이 되지 못했네.


14 

그런데도 내가 그와 같이

되풀이를 한다면

악도에 태어나거나 병과 속박과

잘리고, 베이는 고초를 겪으리라.


15 

여래께서 오셔서

신심과 인간의 몸을 받아 선업을 짓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드문 일이니

언제 이를 얻을 수 있겠는가?


16 

건강하고, 먹을 것이 많고,

장애가 없다 해도

이 생은 한순간의 속임수와 같으니

이 몸은 그림자와 같네.


17 

나의 이런 행실로는

인간의 몸조차 받을 수 없네.

인간의 몸을 얻지 못한다면

악업만 지을 뿐 선업은 없네.


18 지금, 좋은 인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업을 짓지 않는다면,

삼악도의 고통에서 혼미해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19 

선업은 쌓지 않고

악업만 계속해 쌓는다면

백만 겁의 긴 시간이 지나도

‘삼선취’ 란 말조차도 듣지 못할 것이네.


20 

이런 까닭에 세존께서는

넓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나무토막 구멍에

거북이 목을 끼우고 쉬는 것처럼

사람 몸을 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하셨네.


21 

한순간에 지은 악업만으로도

한 겁씩이나 무간 지옥에 머문다 하셨으니

끝도 시작도 없는 윤회계에서 쌓아온 악업으로는

삼선취에 이를 수 없네.


22 

그만큼의 과보를 겪고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과보를 받는 가운데에도

또 다른 악업을 지었기 때문이네.


23 

인간으로 태어나는 기회를 얻고도

내가 선행을 익히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거짓된 것은 없고

이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없네.


24 

만일 내가 이것을 알고도

어리석은 탓에 나태하다면

죽음의 시간이 다가올 때

큰 아픔이 몰려올 것이네.


25 

견디기 어려운 지옥의 불길이 끈질기게

내 몸을 태울 때,

견딜 수 없는 후회의 불길이 일어

반드시 괴로움을 겪을 것이네.


26 

참으로 얻기 어려운 인간의 몸을

운이 좋아 어떻게 얻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면서

또다시 지옥으로 이끈다면


27 

마치 주술에 걸려

정신을 못 차리는 것과 같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지 못하고

항상 내 안에 ‘그 무엇’이 있다고 착각하네.


28 

분노와 탐욕 같은 나의 원수들은

팔다리가 있는 것도 아니며,

용맹스럽고 지혜롭지도 않은데

마치 나를 하인처럼 부리는구나!


29 

내 마음 안에 버티고 있으면서 희희낙락거리고,

나를 괴롭히는데도

성내지 않고 참는다면

이치에 맞지 않은 인욕이니, 부끄러운 일이네!


30 

신이나 비신(非神) 모두,

내 원수가 된다 해도

그들이 나를 무간지옥의 불 속으로

밀어뜨릴 수는 없으나,


31 

힘센 번뇌인 이 원수는

무엇을 만나건

수미산마저도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태워버리니,

나 자신조차도 한순간에 없애버리네.


32 

나의 번뇌, 이 원수는

긴 세월 동안 끝도 시작도 없이 고통을 주니

그 어떤 적도 이토록

오래 해를 입히지는 않네.


33 

사람들을 존중하고 따뜻하게 대하면

모두를 이롭게 하고 행복하게 하지만

번뇌에 의하면 할수록

나중에 오는 것은 고통으로 인한 피해뿐이네.


34 

원수가 되어 끊임없이 머물며

고통을 키우는 원인이 되어,

이미 내 마음에 버티고 있는데

내 어찌 두려움 없이 윤회계를 즐길 수 있겠는가?


35 

‘윤회’라는 감옥의 간수가

지옥의 망나니로 변하듯이

탐욕의 올가미에 걸려든다면

어찌 나에게 안락이 있을 수 있겠는가?


36 

이런 적을 전멸시킬 수 있을 때까지

온갖 노력을 할 것입니다.

아만이 가득하여, 작은 일에도 화를 내는

분노를 없애기 전에는 잠도 오지 않을 것입니다.


37 

어쩔 수 없는 죽음의 고통은

치열한 전장에서 적을 무찌를 때

창과 활에 입는 상처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승리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듯이


38 

항시 모든 고통의 씨앗이 되는

본래의 적을 필히 없애기 위해

수 백 가지 고통의 근원을 힘겨워 하지 않으며,

나태하지 말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네.


39 

적이 입힌 의미 없는 상처까지도

훈장처럼 뽐내고 다닐진대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나에게

고통의 상처가 어찌 부끄러움이 되겠는가?


40 

어부. 백정. 농부들이

자신의 생업을 꾸려가기 위해

추위와 더위를 참는데

중생의 행복을 위하는 내가 어찌 참지 못하겠는가?


41 

시방에 허공같이 끝없는 중생이

번뇌에서 벗어나기를 서원한

나 역시도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42 

내 주제도 모르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미친 짓이 아닌가?

그러니 번뇌를 쳐부수기 위해

영원히 물러서지 않으리라.


4

이것을 나의 의지로 삼고,

번뇌를 원수로 알아 싸워

여러 모습의 번뇌 앞에서는

정복자가 되어 물러서지 않으리라.


44 

내가 불에 타 죽는다 해도

내 머리가 잘린다 해도

어떤 번뇌의 적이건

결코 굴복하지 않으리라.


45 

하찮은 세간의 원수들을 쫓아내면

다른 곳에서 머물면서 세력을 키워

또다시 쳐들어 올 수도 있지만

‘번뇌’라는 이 적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네.


46 

번뇌여! 너는 지혜의 눈으로 보면 사라지니,

내 마음에서 사라져 어디로 가는가?

어디서 머물다 돌아와 나를 괴롭히는가?

의지가 약한 나는 더 이상 여력이 없네.


47 

번뇌는 감각대상(육경六境)에 있는 것도 아니며

감각기관(육근六根)에 있는 것도 아니며,

그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니

그 어디에 머물면서 중생에게 고통을 주는가?

번뇌는 실체가 없으니, 두려움을 떨치고 정진할 뿐이네.

나는 왜 윤회계를 떠돌며 쓸데없이 고통을 당했던가!


48 

부처님 말씀처럼

행하도록 노력을 해야 하네.

의사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찌 병을 치료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