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

108칙 사조해탈 四祖解脫

실론섬 2016. 11. 25. 12:01

108칙 사조해탈 四祖解脫

 

[본칙]

4조 도신(道信)대사가 3조 승찬(僧璨)에게 말했다. “스님께서 자비

를 베푸시어 해탈법문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누가 그대를 속박하느

냐?” “아무도 속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다시 해탈을 구하는

가?” 4조는 그 말을 듣자마자 크게 깨달았다.

四祖信大師, 問三祖曰,“ 願和尙慈悲, 乞與解脫法門.” 三
祖曰,“ 誰縛汝?” 四祖曰,“ 無人縛.” 三祖曰,“ 何更求解脫
乎?” 四祖於言下大悟.

 

[설화]

해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번뇌를 벗어나 얻는 해탈[離垢解脫]과

자신의 본성 그대로인 해탈[自性解脫]이다.1) ‘누가 그대를 속박하느냐?’라

고 한 말은 속박은 마음으로부터 속박되는 것이며, 해탈도 마음으로부터

해탈되는 것이어서 해탈과 속박이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고 그 밖의 다른

것과는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아무도 속박하지 않습니다’라고 한 말은

원래 청정하고 본래 해탈한 상태 곧 자성해탈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어째

서 다시 해탈을 구하는가?’라고 반문한 것이다. ‘말을 듣자마자 크게 깨달

았다’라고 한 것은 해탈이라는 말에서 그대로[卽] 알아차렸다는 것일까,

아니면 해탈이라는 말을 벗어나서[離] 알아차렸다는 것일까?2) 변진법사

(辨眞法師)는 ‘세속에 있으면 속박이라 하고, 승도(僧道)에 있으면 해탈이

라 한다’3)라고 하였으며, 무의자 혜심(慧諶)은 ‘바람도 매달 수 있고 허공

도 잡을 수 있지만, 이 일물4)은 누가 묶어 둘 수 있겠는가?’5)라고 읊었다.

『경덕전등록』「승찬전」에 ‘수나라 개황 12년 임자년(592년)에 사미(沙彌)

도신은 열네 살이었는데, (승찬을) 찾아와 절을 올리고 물었다’6)라고 되

어 있다. 운거의 게송에 ‘설령 문황의 명령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변

함없이 기주 광제 사람이었을 것이네’라고 읊은 것에 대한 구체적인 사정

은『경덕전등록』7)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정관 계묘년(643)에 태종 문

황제가 도신이 터득한 불도의 깊은 이치를 흠모하고 그 풍채를 우러러 뵙

고자 서울로 오라는 조칙을 내렸으나 스님은 임금에게 글을 올려 겸손하

게 사양하였다. 그러기를 전후로 세 번 반복하였지만 끝내 질병을 이유로

사양하였다. 네 번째는 사신에게 「이번에도 일어나 왕명을 따르지 않으면

머리를 베어 오라」고 명령하였다. 사신이 절에 도착하여 임금의 뜻을 일

깨워주자 스님은 목을 길게 빼어 칼에 갖다 대면서도 얼굴빛에 변함이 없

었다. 사신이 남다른 인물이라 여기고 돌아와서 편지를 통하여 저간의 사

정을 황제에게 고하니 황제가 더욱 찬탄하였다.’ 스님의 속성은 사마씨이

며, 대대로 하내(河內)8)에 살다가 나중에 기주의 광제현으로 이사하였다.

解脫有二種, 離垢自性. 誰縛者, 縛從心縛, 解從心解, 解縛由
心, 不管餘處. 無仁縛者, 元淸淨本解脫, 卽自性解脫. 故云何
更求解脫. 言下大悟者, 卽解脫而會耶? 離解脫而會耶? 辨眞
法師云, ‘在俗謂之縛, 在道謂之脫也.’ 無衣子頌云, ‘風可繫
空可捉, 此一物誰能縛?’ 僧璨篇云,‘ 隋開皇十二年壬子歲,
沙彌道信, 年始十四, 來禮’ 云云. 雲居頌云, ‘直饒不受文皇
詔, 也是蘄州廣濟人.’ 傳燈云, ‘貞觀癸卯歲, 太宗文皇帝, 嚮
師法味, 欲瞻風彩, 詔赴京師, 師上表遜謝. 前後三返, 竟以疾
辭. 第四度命使曰, 「果然不起, 卽取首來.」 使至山諭旨, 師乃
引頸就刃, 神色儼然. 使異之回, 以狀聞, 帝云云.’ 師姓司馬
氏, 世居河內, 後徙蘄州廣濟縣.
1) 이구해탈은 60권본『華嚴經』권4 大9 p.414b7,『正法華經』권1 大9 p.68a16 등에
   나오며, 자성해탈은『佛母出生般若經』 권12 大8 p.630c15,『大乘入楞伽經』권7
   大16 p.635a5,『寶性論』권4 大31 p.841b17 등에 나온다.
2) 각운(覺雲)은 ‘卽’과 ‘離’로써 이 문답의 마지막 구절을 관문으로 조정하고 있다.
   마조(馬祖)가 즐겨 썼던 방법이다. 본서 165則 주석3) 참조.
3)『廣弘明集』권27 大52 p.317a29의 ‘在俗則謂之爲縛, 在道則謂之爲解’라는 구절
   과 거의 동일하며, 경전의 문구를 인용한 것으로 제시되었지만 어떤 경인지는
   알 수 없다.
4) 一物. 근원적인 ‘하나의 그 무엇’을 가리킨다. 이것은『壇經』에서 쓰기 시작한
   선종 특유의 용어이다. 돈황본 『壇經』에서 혜능(慧能)의 게송 중 ‘불성은 항상
   청정하다(佛性常淸淨)’ 또는 ‘밝은 거울은 본래 청정하다(明鏡本淸淨)’라는 구절
   이 돈황본 이후의 『壇經』에서는 ‘본래 하나의 그 무엇조차 없다(本來無一物)’라
   는 말로 바뀌면서 ‘일물’의 개념이 등장한다. 불성이 일물로 전환되면서, 불성·
   진여 등 어떤 교학 개념으로도 대체하지 못하는 선종 특유의 용어로 쓰이기 시
   작한다. 또한 혜능과 회양(懷讓)의 다음 문답에도 나온다. “‘어떤 것이 이렇게
   왔는가?’ ‘하나의 그 무엇이라 말해도 맞지 않습니다.’ ‘닦아서 깨달을 수 있는
   가?’ ‘닦아서 깨닫는 일이 없지는 않지만 오염되어서는 안 됩니다.’”(宗寶本『壇
   經』大48 p.357b21. 師曰, ‘什麽物恁麽來?’ 曰, ‘說似一物卽不中.’ 師曰, ‘還可修
   證否?’ 曰, ‘修證卽不無, 汚染卽不得.’)
5)『眞覺語錄』「補遺」 韓6 p.49a15에 실려 있다.
6) 『景德傳燈錄』권3「僧璨傳」大51 p.221c18.
7) 위의 책 권3「道信傳」大51 p.222b23.
8) 하남성(河南省) 황하 이북 땅의 총칭이다.

 

운거요원(雲居了元)의 송

 

속박 없이 명백하게 해탈한 몸이여!

서산 언덕에 핀 한 송이 꽃이 봄소식을 전하네.

설령 문황(文皇)9)의 명령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변함없이 기주(蘄州)10) 광제(廣濟)11) 사람이었으리라.

雲居元頌,“ 無縛明明解脫身! 西山堆裏一花春. 直饒不受文皇
詔, 也是蘄州廣濟人.”
9) 당나라 태종(太宗) 이세민(李世民 598~649)의 시호.
10) 옛 주명(州名)으로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기춘현(蘄春縣)의 남쪽이다.
11)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무혈시(武穴市)이다.

 

[설화]

속박 없이 명백하게 ~ 봄소식을 전하네:‘꽃 한 송이가 무한한 봄소식을 전하

고, 한 방울의 물에도 거대한 바닷물의 짠맛이 느껴진다’는 말이니, 속박

이 없는 해탈 이외에 더 이상 어떤 존재가 있겠느냐는 뜻이다.

설령 문황의 명령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비록 ‘비로자나불을 넘어서고

법신도 넘어섰다’고 하더라도 또한 이 소식을 벗어난 경지는 아니라는

뜻이다.

雲居:無縛明明至一花春者, 一花無邊春, 一滴大海水, 則無
縛解脫外, 更有什麽? 直饒不受文皇詔云云者, 雖曰超毘盧越
法身也, 不離這箇消息.

 

천령허조(天寧虛照)의 송

 

해탈을 구할 생각이라 말하자,

누가 속박하느냐고 반문했다네.

바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행자들은 이렇게 착각하노라.12)
天寧照頌,“ 志求解脫, 阿誰縛汝. 直至如今, 諸方錯擧.”
12) 문답 그대로 받아들여 착각하지 않는 자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 말 자체로 앞
    의 두 구절을 관문으로 설정한 것이다. 곧 해탈과 속박의 동일성과 차이성 등으
    로 분별하는 모든 시도를 막으려는 의도가 나타난다.

 

[설화]
착각하지 않는 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天寧:不錯擧者, 也難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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