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벽암록 제061칙 - 제070칙

실론섬 2023. 2. 22. 23:38

[제061칙] 약립일진(若立一塵. 티끌 하나 세우면) - 풍혈(風穴)화상의 한 티끌(一塵)
"마음 한티끌로 지옥도 만들고 천당도 만들어"

[수시]
법당을 세우고 종지를 세우는 일은 본분종사에게 돌려야 하겠지만, 용과 뱀을 판정하고 흑백을
분별함은 작가 선지식의 일이다. 칼날 뒤에서 살리고 죽이는 것을 논하고 몽둥이질 할 때에
그 기연의 마땅함을 분별하는 경지는 그만두고, 홀로 법왕궁에 노니는 일 구는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 말해 보아라.

[본칙]
풍혈스님이 법어를 하였다.
"한 티끌을 세우면 나라가 흥성하고, 한 티끌 세우지 않으면 나라가 멸망한다."
설두스님은 주장자를 들고서 말하였다. "생사를 함께 할 납승이 있느냐?"

[송]
촌로가 구겨진 이맛살을 펴지 않는다 해도
국가의 웅대한 터전 세우고자 하는데
지모있는 신하와 맹장 지금 어디에 있나
만 리에 맑은 바람 부니 자연히 알게 되네

 

*풍혈화상은 임제 문하의 제4세로서 남원혜옹(南院慧)의 법을 계승한 연소(延沼. 896~973)선사인데, 여주 풍혈산에서 교화를 펼쳤기 때문에 풍혈화상이라고 불렀다. 그의 전기는 {전등록} 13권과 {광등록} 15권, {오등회원} 11권 등에 전하고 있고, {벽암록} 제38칙 '풍혈화상의 철우(鐵牛)'에 등장한 바가 있다. 본칙의 공안은 {광등록} 제15권 풍혈전에 다음과 같이 전한다. "풍혈선사가 상당법문했다. '만약 한 티끌을 세우면 나라가 흥성하지만 농부는 눈살을 찌푸리고(蹙), 한 티끌을 세우지 않으면 나라가 멸망하지만 백성은 무심하여 편안(安貼)하다'" 풍혈화상의 상당법문은 역설적인 입장에서 설법한 것인데, 설두중현선사가 취사선택하여 긴요한 문제만을 제시하여 수행자들이 이 공안을 통해 불법의 대의를 체득하도록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第061則]若立一塵
〈垂示〉垂示云。建法幢立宗旨。還他本分宗師。定龍蛇別緇素。須是作家知識。劍刃上論殺活。棒頭上別機宜。則且置。且道獨據寰中事一句作麽生商量。試擧看。
〈本則〉擧。風穴垂語云。若立一塵。家國興盛。不立一塵。家國喪亡。雪竇拈拄杖云。還有同生同死底衲僧麽。
〈頌〉野老從敎不展眉。且圖家國立雄基。謀臣猛將今何在。萬里淸風只自知。

 

[제062칙] 중유일보(中有一寶. 그 가운데 보물 한 가지가 있다) - 운문화상과 하나의 보물(雲門一寶)
“우주 가운데 하나의 보물은 인간의 불성”

[수시]
스승에게 배우지 않고 얻은 지혜로 작위 없는 묘용을 발휘하며, 조건없는 자비로써 청하지
않는 훌륭한 벗이 되며, 한 구절에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며, 한 기연 속에 놓아주고
사로잡기도 한다.

[본칙]
운문스님이 대중에게 설법을 하였다.
"하늘과 땅 사이, 우주의 사이, 그 가운데 하나의 보배가 있어 형산에 감춰져 있다. 등롱을
들고 불전으로 향하고, 삼문을 가지고 등롱 위로 왔노라."

[송]
살펴보고 또 살펴보아라
옛 언덕에 느 누가 낚싯대를 잡고 있나
구름은 뭉게뭉게 물은 넘실넘실
밝은 달 갈대꽃을 스스로 살펴 보아라

 

*본칙의 공안은 {운문광록} 중권의 법문(垂示 代語)에 보이며, {굉지송고} 92칙에도 인용하여 설하고 있다. 운문화상의 법문은 '평창'에도 언급한 것처럼, 승조(僧肇)의 저술로 알려진 {보장론(寶藏論)} '광조공유품(廣照空有品'의 한 절을 인용한 것이다.

[第062則]中有一寶
〈垂示〉垂示云。以無師智。發無作妙用。以無緣慈。作不請勝友。向一句下。有殺有活。於一機中。有縱有擒。且道什麽人曾恁麽來。試擧看。
〈本則〉擧。雲門示衆云。乾坤之內。宇宙之間。中有一寶。祕在形山。拈燈籠向佛殿裏。將三門來燈籠上。
〈頌〉看看。古岸何人把釣竿。雲冉冉。水漫漫。明月蘆花君自看。

 

[제063칙] 남천참묘(南泉斬猫. 남전이 고양이 목을 베다) - 남전화상과 고양이 살해사건
“고양이 절단한건 선승들의 분별망상 절단”

[수시]
생각으로도 이르지 못하니 반드시 끊임이 없어야 하고, 말이나 설명으로도 미치지 못하니
대뜸 깨쳐야 한다. 번개가 치고 별똥이 튀는 듯하며, 폭포를 쏟아붓고 산악을 뒤집는 것 같다.
대중 가운데 이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

[본칙]
하루는 동서 양편 승당에서 고양이를 가지고 다투자, 남전스님이 이를 보고 마침내 고양이를
잡으며 말하였다.
"말할 수 있다면 베지 않겠다."
대중들이 말이 없자,
남전스님이 고양이를 두 동강으로 베어버렸다.

[송]
양 편 승당에는 모두 엉터리 선객들
티끌만 자욱할 뿐 어찌할 줄 모르네
다행히도 남전스님 법령을 거행하여
단칼에 두 동강내어 한 쪽을 택했네

 

*남전보원(南泉普願. 748~834)화상은 마조도일선사의 제자로서 {조당집} 제14권, {전등록} 제6권 등에 자세한 전기를 전하고 있으며, {어록}도 전하고 있다. 남전화상의 속성은 왕씨로 왕노사(王老師)라고 불리며, 안휘성 귀지현의 남전산(南泉山)에서 행화를 펼쳤다. 문하에 조주종심, 장사경잠, 육응대부 등 뛰어난 선승들을 배출했기 때문에 후대에 마조문하의 서당지장, 백장회해와 함께 3대선승(三大禪僧)으로 주목되고 있다.
*{벽암록}에는 63칙, 64칙으로 나누어서 싣고 있는데, {무문관} 14칙, {굉지송고} 9칙에도 수록하고 있는 유명한 공안이다. 본 공안의 출처는 {조주록} 상권, {전등록} 제8권 남전장에도 전하고 있는데, {조당집} 제5권 덕산장에 본 공안의 원형으로 간주되는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남전화상 문하에 제일수좌(第一首座)가 고양이를 길렀는데, 옆에 있는 스님이 고양이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이로 인해 싸움이 일어났다. 이 사건을 남전화상에게 아뢰니 화상이 당장 내려와서 고양이를 번쩍 들고 외쳤다. '누군가 한마디(불법의 대의를 체득한 궁극적인 일구) 말할 수 있으면 이 고양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대중 가운데 대답하는 이가 없자 남전화상은 칼을 들고 고양이를 두 토막으로 잘라 버렸다. 설봉이 이 이야기를 들어서 덕산선사에게 질문했다. '남전화상이 고양이를 벤 뜻이 무엇입니까?' 덕산선사는 설봉을 밀어내면서 때리니 설봉이 달아났다. 이에 덕산선사는 다시 설봉을 불러 세우고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대를 위해서 그토록 애썼는데 그대는 모르는 구나 !' 덕산선사가 암두에게 말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것을 잘 지니는 것이 좋겠다.' '이미 모르거늘 잘 지닐 것이 무엇입니까?' 이에 덕산이 말했다. '그대는 마치 무쇠 말뚝 같구나!'"


[第063則]南泉斬猫
〈垂示〉垂示云。意路不到。正好提撕。言詮不及。宜急著眼。若也電轉星飛。便可傾湫倒嶽。衆中莫有辨得底麽。試擧看。
〈本則〉擧。南泉一日東西兩堂爭貓兒。南泉見遂提起云。道得卽不斬。衆無對。泉斬貓兒爲兩段。
〈頌〉兩堂俱是杜禪和。撥動煙塵不柰何。賴得南泉能擧令。一刀兩段任偏頗。

 

[제064칙] 초혜두대(草鞋頭戴. 짚신을 머리에 이고) - 조주화상이 짚신을 머리위에 올려놓다
“조주의 '머리위 짚신'은 전도몽상 비판 의도”

[본칙]
남전스님이 다시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 조주스님에게 묻자, 조주스님은 문득 짚신을
벗어 머리에 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남전스님은 말하였다.
"그대가 그때 있었더라면 고양이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송]
공안 분명히 하여 조주에게 물으니
장안성 안에서 한가로이 노니네
짚신 머리에 이었으나 아는 사람 없어
고향산천에만 가면 모두가 쉬게 되네

 

*본칙은 {벽암록} 제63칙의 이야기가 연결된 것으로 사건의 후반 부분이다. 남전화상이 조주선사에게 앞의 이야기를 제시하였다고 한 것은 63칙에 제시한 사건을 말한다.

[第064則]草鞋頭戴
〈本則〉擧。南泉復擧前話。問趙州。州便脫草鞋。於頭上戴出。南泉云。子若在。恰救得貓兒。
〈頌〉公案圓來問趙州。長安城裏任閑遊。草鞋頭戴無人會。歸到家山卽便休。

 

[제065칙] 양마견편영(良馬見鞭影. 훌륭한 말은 채찍 그리자만 보아도) - 외도가 부처님께 질문하다
"선기 뛰어난 외도 …이심전심의 깨달음"

[수시]
모양이 없으면서도 형상이 시방허공을 가득 메워 반듯하고 넓으며, 무심하여 온 세계에
두루하면서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 하나를 들면 나머지 셋을 밝히며, 눈대중으로 척 보고 
착 알아차려 비 쏟아지듯 방망이를 때리고, 우레가 치듯 할을 한다 해도 향상인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말해 보아라. 무엇이 향상인의 일인가를 ...

[본칙]
외도가 부처님에게 물었다.
"말이 있는 것도 묻지 않고, 말이 없는 것도 묻지 않겠습니다."
부처님이 말없이 한참 있으니, 외도가 찬탄하며 말하였다.
"세존께서 대자대비하시어 저의 미혹한 구름을 열어주시어 저로 하여금 도에 들어갈 수 있게
하시었습니다."
외도가 떠난 뒤에 아난이 부처님께 물었다.
"외도는 무엇을 얻었기에 도에 들어갔다 말하였습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훌륭한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아도 달리는 것과 같다."

(어떤 외도(外道)가 부처님에게 질문했다.

"말로 대답하는 것(有言)도 묻지 않고, 말없이 침묵으로 대답하는 것(無言)도 묻지 않습니다.

(말과 침묵을 여읜 경지에서 불법의 진수를 설해 주십시오)"

세존이 말없이 계셨다(良久). 외도는 찬탄하며 말했다.

"세존께서 대자대비로 저의 미혹한 구름을 열어 주시고 저를 깨달음을 체득하게 하셨습니다.”

외도가 떠난 뒤에 아난이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외도는 무엇을 증득했기에 깨달음을 체득했다고 합니까?”

부처님은 말씀했다.

“훌륭한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아도 달리는 것과 같다.”)

 

[송]
기틀의 바퀴를 굴리지 않았으니
굴리면 반드시 양쪽으로 달리리
밝은 거울이 경대에 걸려 있으니
당장에 어여쁘고 추함을 분간하네
곱고 추함 분간하여 미혹의 구름 걷히니
자비의 문 어디엔들 티끌먼지가 일어나랴
생각하니 채찍 그림자 엿보는 좋은 말은
천 리를 바람처럼 달리다가도 부르면 곧 되돌아오네
"돌아 왔구나!" 설두스님이 손가락을 세 번 튕겼다.

 

*이 공안은 {조당집} 제1권 석가모니불전에 최초로 등장한다. {전등록} 제27권, {심부주(心賦注)} 제1권 등에도 전하고 있는데, {수능엄경} 제4권의 아난과 세존과의 대화를 근거로 한 것이다. 어떤 외도(外道)가 부처님에게 '언어로 표현하지 않고, 또한 침묵으로 대답하는 것(無言)을 여읜 경지에서 불법의 진수를 설해 주십시오'라고 질문했다. 외도가 부처님을 찾아와서 불법에 대해 질문한 이야기는 {잡아함경}에 많이 보이는데, 본 공안과 같은 내용의 정확한 근거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第065則]良馬見鞭影
〈垂示〉垂示云。無相而形。充十虛而方廣。無心而應。遍刹海而不煩。擧一明三目機銖兩。直得棒如雨點喝似雷奔。也未當得向上人行履在。且道作麽生。是向上人事。試擧看。
〈本則〉擧。外道問佛。不問有言。不問無言。世尊良久。外道讚歎云。世尊大慈大悲。開我迷雲。令我得入。外道去後阿難問佛。外道有何所證。而言得入。佛云。如世良馬見鞭影而行。
〈頌〉機輪曾未轉。轉必兩頭走。明鏡忽臨臺。當下分姸醜。姸醜分兮迷雲開。慈門何處生塵埃。因思良馬窺鞭影。千里追風喚得回。喚得回鳴指三下。

 

[제066칙] 사두낙야(師頭落也. 스님의 머리가 떨어졌습니다) - 암두화상과 어디서 왔는가?
"안목 없는 선객의 '휘두름'에 가소로워 웃다"

[수시]
기틀에 당하여서는 호랑이를 빠뜨리는 덫을 당장에 놓고, 도적을 사로잡는 작전을 이리저리
짠다. 밝음에도 합하고 어둠에도 합하며, 한꺼번에 놓아주기도 하고 한꺼번에 잡아들이기도
한다. 죽은 뱀을 가지고 노는 것은 저들 작자 선지식에게 맡겨라.

[본칙]
암두스님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느 곳에서 왔느냐?"
"서경에서 왔습니다."
"황소가 지나간 뒤에 칼을 주었느냐?"
"주었습니다."
암두스님이 목을 그의 앞으로 쑥 내밀려 소리쳤다.
"얏!"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의 머리가 떨어져버렸습니다."
암두스님이 껄껄대고 크게 웃었다.
스님이 그 뒤 설봉스님에게 이르자, 설봉스님이 물었다.
"어느 곳에서 왔느냐?"
"암두스님에게서 왔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더냐?"
"스님이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자, 설봉스님이 서른 방망이를 쳐서 쫓아내버렸다.

("암두화상이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장안(西京)에서 왔습니다.' 

암두화상이 물었다. 

'황소(黃巢)의 난이 지난 뒤에 칼을 입수했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입수했습니다.' 

암두화상이 목을 그 스님 앞으로 쑥 내밀며 칵! 하고 소리쳤다. 

스님은 말했다. 

'화상의 머리가 떨어졌습니다.' 

암두화상은 하하! 하고 크게 웃었다. 

그 스님이 뒤에 설봉화상의 처소에 이르자, 설봉화상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암두에서 왔습니다.' 

설봉화상이 말했다. 

'암두화상은 무슨 말을 하시던가?' 

스님이 앞의 이야기를 제시하자, 설봉화상은 30방망이를 쳐서 쫓아내 버렸다.")

[송]
황소가 지난 뒤에 칼을 주었다는데
크게 웃는 웃음은 작가만이 알 수 있네
서른 방망이도 또한 가볍게 용서이니
이익 본 것 같으나 결국 손해 본 것이네

 

*본칙의 공안은 {전등록} 16권 암두전에 전하고 있다. 암두전활(巖頭全豁:828~887)은 덕산선감의 제자로서 설봉과 법형제인데, {벽암록} 제5칙 '평창'에 언급한 것처럼, 설봉이 오산에서 도를 이루는 인연을 제시한 선승이다. 암두선원은 호북성 악주(鄂州)에 있었는데, 황소(黃巢)의 난이 일어난 이후에 어떤 스님이 암두화상을 참문하면서 나눈 선문답이다.

[第066則]師頭落也
〈垂示〉垂示云。當機覿面。提陷虎之機。正按傍提。布擒賊之略。明合暗合。雙放雙收解弄死蛇。還他作者。
〈本則〉擧。巖頭問僧什麽處來。僧云。西京來。頭云。黃巢過後。還收得劍麽。僧云。收得。巖頭引頸近前云。[囗+力]。僧云。師頭落也。巖頭呵呵大笑。僧後到雪峰。峰問。什麽處來。僧云。巖頭來。峰云。有何言句。僧擧前話。雪峰打三十棒趕出。
〈頌〉黃巢過後曾收劍。大笑還應作者知。三十山藤且輕恕。得便宜是落便宜。

 

[제067칙] 휘안일하(揮案一下. 상을 한번 후려치고) - 부대사의 금강경강의
“진리를 말로 설명할 수 없어 몸으로 드러내”

[본칙]
양무제가 부대사를 초청하여 금강경을 강의하게 하였다. 부대사가 법좌 위에서 경상을 한번
후려치고 바로 자리에서 내려와 버리자, 무제는 깜짝 놀랐다.
그리하여 지공스님이 물으니 지공스님이 말하였다.
"폐하께서는 일ㄹ 아시겠는지요?"
"모르겠습니다."
"부대사는 금강경 강의를 마쳤습니다."

[송]
쌍림에 이 몸을 의탁하지 않고
양나라 땅에서 티끌 먼지 일으켰네
당시에 지공 노인 만나지 않았던들
황급히 나라를 떠나는 사람이었으리

 

*본공안은 {분양선소어록} 중권에 보이는데, 내용은 약간 차이가 있다. 양무제는 {벽암록} 제1칙에 달마와 함께 등장했었다. 원오는 '평창'에 "양나라의 고조인 무제는 소(蕭)씨이며, 이름은 연(衍), 자는 숙달(叔達)이다. 대업을 일으켜 제(齊)나라에 이어 왕위에 올랐다. 즉위한 뒤에 오경(五經)을 주석하여 강의하였고, 황노(黃老)의 도교를 두텁게 신봉하였고 타고난 성품이 지극히 효성스러웠다. 하루는 출세간의 불법을 얻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도교를 버리고 부처님을 받들며 누약법사에게 귀의하여 보살계를 받고, 몸소 가사를 입고 {방광반야경}을 강의하며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였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본칙에 처음 등장하는 세속의 성자인 부대사 흡(翕:497~569)은 중국의 유마거사로 백장과 임제, 약산유엄선사 등이 한결같이 칭송하고 있는 인물인데, 그의 전기는 {속고승전} 25권과 {전등록} 27권에 선혜(善慧)대사로 전기를 싣고 있으며, {선혜대사어록}도 전한다. 특히 그의 작품인 {심왕명}은 선승들이 많이 인용하고 있다. 원오는 '평창'에 부대사가 양무제의 초청으로 {금강경}을 강의하게 된 연유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무주(州: 浙江省)에 어떤 대사가 운황산에 거처하면서 손수 나무 두 그루를 심고서 쌍림(雙林)이라고 하고, 자칭 미래의 선혜대사라고 하였다. 그가 하루 글을 지어 제자를 시켜 양무제에게 건의하여 황제께 여쭈었다. 그 때 조정에서는 군신의 예의가 없다고 하여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대사는 금릉성에 들어가 물고기를 팔고 살았는데, 당시 가끔 양무제가 지공화상을 초청하여 {금강경}을 강의하도록 하자, 지공화상이 말했다. “빈도는 강의를 못합니다. 시중에 부대사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이 경을 강의할 수 있습니다.” 양무제는 조서를 내려 부대사를 대궐로 초청하였다.  

[第067則]揮案一下
〈本則〉擧。梁武帝請傅大士講金剛經。大士便於座上。揮案一下。便下座。武帝愕然。誌公問。陛下還會麽。帝云。不會。誌公云。大士講經竟。
〈頌〉不向雙林寄此身。卻於梁土惹埃塵。當時不得誌公老。也是栖栖去國人。

 

[제068칙] 여명십마(汝名什麽.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 앙산혜적화상과 삼성혜연화상
“이름은 본래 없는것…허명에 집착말라”

[수시]
하늘로 통하는 관문을 뒤흔들고 지축을 뒤엎으며, 호랑이와 무소를 사로잡고 용과 뱀을 가려내는
팔팔한 놈이어야 구절마다 투합되고 기틀마다 상응할 수 있다. 예로부터 어떤 사람이 이렇게
하였겠느냐.

[본칙]
양산스님이 삼성스님에게 물었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혜적입니다."
양산스님이 말하였다.
"혜적은 바로 나다."
"저의 이름은 혜연입니다."
양산스님이 껄껄대며 크게 웃었다.

[송]
잡아들이기도 놓아주기도 하니, 이 무슨 종지인가
호랑이를 타는 목적 공을 끊는데 있네
실컷 웃어 제키고는 어디로 갔는가
천 년이 지나도록 자비의 바람 진동하리

 

*본칙의 공안은 〈전등록〉 12권 삼성혜연장에 수록되어 있다. 앙산은 위산문하의 수제자로 중국선종에 최초로 위앙종을 창립한 선승이다. 사실 백장이 마조문하의 수제자로 등장하게 된 것도 위산과 앙산의 독창적인 위앙종풍이 활발하게 전개된 이후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벽암록〉 34칙에 등장한 바 있는 앙산에 대한 자료는 육희성이 지은 〈비명〉과 〈조당집〉18권, 〈송고승전〉 12권, 〈전등록〉 11권 등에 전하고 있으며, 〈혜적선사어록〉도 전한다. 〈임제록〉에는 임제가 북쪽지방에서 교화를 펼치며, 임제의 행화를 도운 보화스님이 전신탈거(완전열반)할 것이라고 예언한 앙산을 소석가(小釋迦)라고 평가하고 있다.
안산을 소석가라고 부르게 된 것은 〈종문통요집〉 제5권에 어느 날 신통한 범승(梵僧)이 허공을 날아 나타나서 앙산화상께 예를 올리며 섰다. 앙산화상은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라고 묻자, 범승은 “아침에 서천을 떠나 왔다.”고 대답했다. 앙산은 ‘너무 늦게 온 것 아니냐’라고 말하자, ‘산천 유람하고 왔지요’라고 대답했다. 앙산화상은 “신통묘용은 그대가 뛰어나지만, 불법은 반드시 이 노승에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범승은 “특별히 동쪽에 와서 문수를 예배하고 소석가를 만났다.”고 말하고 드디어 서천의 패엽경전을 앙산화상께 건네주고 구름을 타고 허공으로 치솟아 갔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삼성스님은, 〈임제록〉에 임제화상이 입적하려고 할때 “나의 정법안장을 멸각시키지 말라.”고 말하자 삼성이 나와서 “어찌 감히 화상의 정법안장을 멸각시킬 수 있겠습니까?” 라고 대답하고 고함(할)을 치며, 임제스님의 정법을 계승한 선승이다.
원오도 ‘평창’에 삼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전한다. “삼성스님은 임제문하의 큰스님이다. 어려서 많은 사람 가운데 뛰어난 지략이 있었고, 큰 지혜(大機)의 작용으로 대중 가운데 우뚝 솟아 사방에 명성이 자자하였다. 그 뒤 임제화상을 하직하고 하남성과 강소성(淮海) 등의 지방을 두루 행각 하였는데, 이르는 총림마다 큰 선지식으로 대접 하였다.” 그 후 북쪽 지방을 떠나 남방에 이르러 먼저 설봉화상의 찾아가 “그물을 뚫고 나온 황금 잉어는 무엇을 먹이로 해서 낚아야 합니까?” 설봉화상은 “그대가 그물을 뚫고 나올 때 말해 주리라.”라고 대답한 문답은 〈벽암록〉49칙에 전한다.
뒷날 설봉화상이 장원(莊園)으로 가는 길에 원숭이를 보고 삼성에게 말했다. “이 원숭이가 각자 옛 거울(古鏡 : 본래심)을 차고 있다네.” 삼성은 “오랜 세월을 지내도록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데 어찌 고경(古鏡)이라고 합니까?” 하자, 설봉은 “거울에 흠집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1500명의 대중을 지도하는 선지식이 말귀도 모르는군!”이라고 말하자. 설봉은 “노승은 주지 일이 바빠서.” 라고 대꾸했다.” 옛 거울(古鏡)은 본래 구족하고 있는 불심을 말하는데, 무심한 거울의 작용처럼, 불심은 항상 일체의 대상과 사물을 차별없이 비추는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평창’에는 삼성과 앙산의 선문답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삼성스님은 뒤에 앙산화상의 처소에 이르렀다. 앙산화상은 삼성스님이 준수하고 영리하여 몹시 사랑하여 밝은 창문아래(수좌소임)자리를 배치하였다. 하루는 어떤 관리가 찾아왔기에 앙산화상이 물었다. “어떤 관직에 일하시요?” “감찰관리(推官)의 일을 합니다.” 앙산화상이 불자(拂子)를 들어 보이며 “이것도 감찰 할 수 있소?” 하니, 관리가 대답을 못하자, 여러 대중들에게 물어 보았지만 모두 앙산화상의 뜻에 계합하지 않았다. 이 때 삼성스님은 몸이 아파서 간병실(연수당)에 있었는데, 앙산화상이 시자를 시켜서 물어보도록 하니, 삼성스님은 말했다. “본래 무사한 것인데, 화상은 괜히 일을 만들고 있군!” 앙산화상은 다시 시자를 보내어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하고 다시 묻자, “다시 범(犯)하면 용서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앙산은 이 말을 듣고 그의 안목을 인정하였다.” 다시 범(犯)한다는 말은 본래 청정한 마음(불심)은 번뇌 망념의 일이 없는 무사한 경지인데, 고의로 차별 분별을 일으켜 일을 만들어 질문하는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第068則]汝名什麽
〈垂示〉垂示云。掀天關翻地軸。擒虎兕辨龍蛇。須是箇活鱍鱍漢。始得句句相投機機相應。且從上來什麽人合恁麽。請擧看。
〈本則〉擧。仰山問三聖。汝名什麽。聖云。惠寂。仰山云。惠寂是我。聖云。我名惠然。仰山呵呵大笑。
〈頌〉雙收雙放若爲宗。騎虎由來要絶功。笑罷不知何處去。只應千古動悲風。

 

[제069칙] 화일원상(畫一圓相. 동그라미 하나 그리고) - 남전화상과 일원상(一圓相)
"도식화한 깨달음의 경지… 만법의 본체"

[수시]
말 한마디도 붙일 수 없는 조사의 심인장은 무쇠소처럼 생긴 기봉이다. 가시덤불을 뚫고
나온 납승은 이글거리는 화로 위에 한 점의 눈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평지에서 종횡으로
관통하는 것은 그만두고, 어떠한 수단이나 방편에도 의지하지 않는다면 어떻겠느냐?

[본칙]
남전, 귀종, 마곡스님이 함께 혜충국사를 예방하러 가는 도중에 남전스님이 땅에 일원상을
그려놓고 말하였다.
"말하면 가겠다."
귀종스님이 일원상 가운데 앉자, 마곡스님은 여이너럼 다소곳이 절하는 시늉을 하니, 남전스님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떠나지 않겠네."
귀종스님은 말하였다.
"이 무슨 수작이냐."

[송]
유기가 화살로 원승이를 쏘니
나무 끼고 도는 화살 어찌 그리 곧은지
천 사람 만 사람 가운데서
어느 누가 일찍이 적중시켰을까
돌아갈까 돌아가세
조계로에는 안 가리라
설두스님이 말하였다. "조계로는 평탄한데 무엇 때문에 안 가느냐?"

 

*본칙의 공안은 {전등록} 제8권 남전보원전에 전하고 있다. 중국 조사선을 완성한 마조도일의 문하에는 800여명, 혹은 1000여명의 수행자가 운집하였고, 법을 전한 제자가 139명이나 된다고 하는 것처럼, 마조의 뛰어난 제자들이 전국에서 교화를 펼침으로 조사선의 시대를 개막하게된 것이다.  
{송고승전} 9권 석두희천전에 "강서(江西)의 주인은 대적(大寂: 마조) 호남(湖南)의 주인은 석두(石頭), 서로 왕래가 끊어지지 않았다. 당시 이 두 대사를 친견하지 못한 자를 무지한 사람으로 여겼다."고 하며, 천하의 선승들이 모두 마조와 석두의 할을 참문하여 불법을 연마했다. 마조의 비문에 10대 제자를 언급하고 있지만, 문하에는 개성 있고 뛰어난 수재들이 많이 모였다. 분주무업과 같은 불교학자도 있고, 석공혜장과 같은 사냥꾼 출신도, 방거사도 있다.   
본칙에 등장하는 남전보원과 귀종지상, 마곡보철도 마조문하의 수재들인데, 강서와 호남지방의 총림을 행각하고 당시 제도(帝都)에서 국사로 존경받고, 명성이 천하에 드날리고 있는 장안 광택사 혜충국사를 예방하고 참문하여 가르침을 받고자 출발하여 가는 도중에 일어난 사건이다.  

[第069則]畫一圓相
〈垂示〉垂示云。無啗啄處。祖師心印。狀似鐵牛之機。透荊棘林。衲僧家。如紅爐上一點雪。平地上七穿八穴則且止。不落寅緣。又作麽生。試擧看。
〈本則〉擧。南泉歸宗麻谷。同去禮拜忠國師。至中路。南泉於地上。畫一圓相云。道得卽去。歸宗於圓相中坐。麻谷便作女人拜。泉云。恁麽則不去也。歸宗云。是什麽心行。
〈頌〉由基箭射猿。遶樹何太直。千箇與萬箇。是誰曾中的。相呼相喚歸去來。曹溪路上休登陟。復休登陟。復云。曹溪路坦平。爲什麽休登陟。

 

[제070칙] 병각인후(倂却咽喉. 목구멍과 입술을 닫고 말하라) - 백장화상이 위산에게 입과 목을 막고 말하게 하다
“말보다 언어 이전의 언어를 들을 줄 알아야”

[수시]
사람을 통쾌하게 하는 한마디 말이고, 말을 날쌔게 달리게 하는 하나의 채찍이며, 만 년이
한 생각이요 한 생각이 만 년이다. 단박에 깨치는 길을 알려고 하는가? 말하기 이전에 있다.
말해 보아라. 말하기 이전에는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를 ...

[본칙]
위산, 오봉, 운암스님이 함께 백장스님을 모시고 서 있자, 백장스님이 위산스님에게 물었다.
"목구멍과 입을 닫아버리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느냐?"
"스님께서 말씀해 보십시오."
"나는 사양치 않고 그대에게 말해 주고 싶지만 훗날 나의 자손을 잃을까 염려스럽다."

[송]
스님이 말해 보십시오
뿔 돋힌 호랑이가 풀숲에서 나왔네
열 고을에 봄이 가니 꽃잎은 시들한데
산호 가지 가지마다 햇살이 빛나네

 

*본칙의 공안은 {전등록} 6권 백장전에 전하고 있으며, 원오는 '평창'에 백장과 위산, 오봉, 운암에게 나눈 선문답을 전부 인용하고 있지만, {벽암록} 70칙에는 백장과 위산, 71칙에는 백장과 오봉, 72칙에는 백장과 운암과의 선문답을 나누어서 싣고 있다. 


[第070則]倂却咽喉
〈垂示〉垂示云。快人一言快馬一鞭。萬年一念一念萬年。要知直截。未擧已前。且道未擧已前。作麽生摸索。請擧看。
〈本則〉擧。潙山五峰雲巖。同侍立百丈。百丈問潙山。倂卻咽喉唇吻。作麽生道。潙山云。卻請和尙道。丈云。我不辭向汝道。恐已後喪我兒孫。
〈頌〉卻請和尙道。虎頭生角出荒草。十洲春盡花凋殘。珊瑚樹林日杲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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