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벽암록 제091칙 - 제100칙

실론섬 2023. 2. 23. 14:57

[제091칙] 서우유재(犀牛猶在. 무소는 아직 그대로 있다) - 염관(官)화상과 무소뿔 부채
"마음부채 놓고 왈가왈부…바람은 어디에?"

[수시]
미혹도 깨달음도 다 떠나고, 불법과 선에서도 풀려나서 다시는 없는 높은 경지를 가르쳐 
보이며 참된 깨달음의 집을 세워야 한다. 그러면 무슨 일에도 자유자재로 대응할 수 있고
사방팔면 어디서나 밝고 또렷하게 보여서 그런 경지에 곧장 다다르게 된다. 자, 말해 보아라.
어떻게 하면 그러한 인물과 함께 살고 죽는 입장에 설 수 있는지를 ...

[본칙]
염관스님이 하루는 시자를 불러 말하였다.
"무소뿔 부채를 가져오너라."
"부채가 다 부서져버렸습니다."
"부채가 부서졌다면 나에게 무소를 되돌려다오."
시자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투자스님은 말하였다.
"사양치 않고 가져다 드리겠습니다만 뿔이 온전치 못할까 염려스럽니다."
설두스님은 이에 염하였다.
"나는 온전치 못한 뿔을 필요로 한다."
석상스님은 말씀하셨다.
"스님에게 되돌려 줄 것은 없다."
설두스님은 이를 염하셨다.
"무소는 아직 그대로 있다."
자복스님은 일원상을 그리고서 그 가운데 소 우자 한 자를 썼다.
설두스님은 이를 염하셨다.
"조금 전엔 무엇 때문에 가지고 나오지 않았느냐?"
보복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스님께서는 춘추 높으시니 따로 사람에게 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설두스님은 이를 염하셨다.
"고생을 했지만 공로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송]
우주란 하나의 부채 같은 것
그 부채 누구나 다 갖고 있건만
그게 뭐냐 물으면 아무도 몰라
맑은 바라 무소의 뿔 그걸 잡으려 드나
구름 흘러 비 그치니 쫓을 길 없어

수도자들에게 설두가 말하였다.
"맑은 바람 다시 일고 뿔 새로 돋았으니, 놀라운 한 마디 어느 누가 해보겠는가?"
아무런 대꾸가 없자 다시 한 마디 하였다.
"부채가 망가졌으니 무소를 가져오란다. 자, 그것이 있느냐?"
그러자 한 중이 말하였다.
"자, 여러분 이젠 끝났습니다. 어서 돌아가 편히들 쉬십시오."
설두가 그 말에 크게 노하여 말하였다.
"고래를 낚으려고 낚시를 던졌더니 두꺼비만 한 마리 겨우 걸렸구나!"
그리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본칙의 공안은 {전등록} 7권 염관제안(官齊安)전에 보인다. 염관(755~817)화상은 마조의 법을 이은 선승으로 항주 염관의 해창원에 거주하며 선법을 펼쳤다. 그의 전기는 노간구(盧簡求)가 지은 <탑비>를 비롯하여 {조당집} 15권, {송고승전} 11권 등에 전하고 있는데, 속성이 이씨, 당 왕실의 후손으로서 선종(宣宗)이 한때 그의 제자가 되었으며, 신라의 범일(梵日)국사도 그의 법을 계승했다. 황제는 오공(悟空)선사라는 시호를 하사했다.  

 

[第091則]犀牛猶在
〈垂示〉垂示云。超情離見。去縛解粘。提起向上宗乘。扶豎正法眼藏。也須十方齊應八面玲瓏。直到恁麽田地。且道還有同得同證同死同生底麽。試擧看。
〈本則〉擧。鹽官一日喚侍者。與我將犀牛扇子來。侍者云。扇子破也。官云。扇子旣破。還我犀牛兒來。侍者無對。投子云。不辭將出。恐頭角不全。雪竇拈云。我要不全底頭角。石霜云。若還和尙卽無也。雪竇拈云。犀牛兒猶在。資福畫一圓相。於中書一牛字。雪竇拈云。適來爲什麽不將出。保福云。和尙年尊。別請人好。雪竇拈云。可惜勞而無功。
〈頌〉犀牛扇子用多時。問著元來總不知。無限淸風與頭角。盡同雲雨去難追。雪竇復云。若要淸風再復。頭角重生。請禪客各下一轉語。問云。扇子旣破。還我犀牛兒來。時有僧出云。大衆參堂去。雪竇喝云。抛鉤釣鯤鯨。釣得箇蝦蟆。便下座。

 

[제092칙] 세존편하좌(世尊便下座. 부처, 자리에서 내려오다) - 세존의 설법
"문수보살 뒷북이 소용없었을 것을…"

[수시]
거문고 줄만 조금 퉁겨도 무슨 곡인지를 아는 그런 사람이란 천 년에 한 번도 만나기 어렵다.
토끼를 보자 곧 매를 풀어놓듯 어떤 뛰어난 자가 나타나도 일시에 덮칠 수 있어야 한다.
온갖 말과 글을 한 마디 속에 몰아넣고 삼천대천세계를 티끌 하나 속에 포함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과 하나가 되어 자유로운 경지를 얻었음을 입증할 사람이 있겠느냐?

[본칙]
어느날 부처가 법좌가 오르자 문수보살이 백추를 치면서 말하였다.
"법왕이 설하는 법을 잘 보라. 법왕의 법이란 방금 본 그와 같은 것이다."
부처는 그만 자리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세존께서 어느 날 설법하기 위해 법좌에 올랐다. 문수보살이 종을 치면서 말했다. 

"법왕의 설법을 자세히 관찰하라. 법왕의 가르침은 이와 같다" 

세존은 곧 법좌에서 내려 오셨다.)

[송]
그 많은 열성 중에 눈 밝은 이 누구인가
법왕의 법이란 그런 것이 아닐세
영산회상 열성 중 뛰어난 자 있다면
문수인들 그 어찌 백퇴를 두들기랴

 

*본칙의 공안은 {종용록} 제1칙에도 똑같은 내용을 제시하고 있는데, 출처는 {조당집} 제12권 화산(禾山)장이 최초이며, {전등록}에는 보이지 않고, {벽암록}과 똑같은 내용은 {연등회요} 제1권과 {오등회원} 제1권 석가모니불전에 수록되어 있다. 참고로 {조당집} 12권 화산장에는 화산선사의 설법이 다음과 같이 전한다.
"들어보지 못했는가? 석가가 법상에 올라 말없이 침묵(良久)하시니, 대중들은 법문을 설해 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사리불(鷲子)이 나서 나무막대기로 치고 대중에게 알리기(白槌)를 '법왕의 법을 잘 관찰하라!'하고, 또 '법왕의 법은 이와 같다'라고 하니, 부처님이 곧 법좌에서 내려 왔다고 한다. 여러분들은 이 한 구절의 법문을 가지고 얼마나 많이 꿰어 맞추고 있었는가? 또 아자세왕이 가섭에게 설법을 청했는데 가섭이 법석의 자리에 올라 잠시 침묵(良久)했다가 곧바로 법석에서 내려오니, 왕이 '어째서 제자에게 설법해 주지 않습니까?'라고 하자, 가섭이 '지위가 높고 명예가 두텁습니다(位崇名重)'라고 말했다."

[第092則]世尊便下座
〈垂示〉垂示云。動絃別曲。千載難逢。見免放鷹。一時取俊。總一切語言爲一句。攝大千沙界爲一塵。同死同生。七穿八穴。還有證據者麽。試擧看。
〈本則〉擧。世尊一日陞座。文殊白槌云。諦觀法王法。法王法如是。世尊便下座。
〈頌〉列聖叢中作者知。法王法令不如斯。會中若有仙陀客。何必文殊下一槌。

 

[제093칙] 대광작무(大光作舞. 대광이 춤을 추다) - 대광(大光)화상이 춤을 추다.
"분별심 죽이는 지혜의 화살 '백발백중'"

[본칙]
한 스님이 대광스님에게 물었다.
"저 금우화상의 기행에 대해 장경화상이 '끼니에 대한 고마움이지'라고 대답했다는데 그것이
무슨 뜻입니까?"
그러자 대광스님이 잠자코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그 중이 절을 했다.
대광화상이 물었다.
"대체 무엇을 보고 절을 했느냐?"
그러자 이번에는 그 중이 일어나 춤을 추었다.
"이 여우귀신 같은 놈!"
대광스님이 크게 꾸짖었다.

[송]
춤을 춘 것 좋다마는 여우귀신 더 좋아라
그 누가 말했던가, 누런 잎이 돈이라고
조계의 빛나는 선 그런 꼴이 된다면
평지풍파 일어서 모두 저승길이리

 

*본칙의 공안은 {전등록} 제8권 금우(金牛)화상전에 전하고 있는데, {벽암록} 74칙에 수록된 "금우화상이 밥통에 밥을 퍼서 보살들에게 공양 한 뒤에 춤을 추었다"는 일단의 공안을 계승한 선문답이다. 그래서 {설두송고}에서는 76칙에 '금우의 밥통' 77칙에 '대광의 춤'을 연결하여 수록하고 있다. 대광화상은 {조당집} 제15권에는 거양(居讓)선사로 전하고, {전등록} 제16권에는 거회(居誨, 837~903)선사라는 이름으로 약간의 전기를 수록하고 있다. 석상(石霜)선사의 문하에서 20년간 수행했고 북탑에 남몰래 과일나무를 심고 재배하였으며, 베옷과 짚신으로 검소한 생활을 하였다. 뒤에 호공(胡公)이라는 단월이 선사께 귀의하여 담주(潭州) 대광산에 거주하기를 원해서 법당을 열고 종지를 크게 드날렸다. 

[第093則]大光作舞
〈本則〉擧。僧問大光。長慶道。因齋慶讚。意旨如何。大光作舞。僧禮拜。光云。見箇什麽。便禮拜。僧作舞。光云。這野狐精。
〈頌〉前箭猶輕後箭深。誰云黃葉是黃金。曹溪波浪如相似。無限平人被陸沈。

 

[제094칙] 능엄불견처(楞嚴不見處. 능엄경이 보이지 않는 곳) - 능엄경의 법문
"참된 불심이 바로 그대 자신의 본성"

[수시]
절대적인 한마디란 천만의 현성도 전해 줄 수 없고, 눈 낲에 펼쳐지는 사물이란 실오라기 
하나도 영원히 이어져 결코 끊기는 일이 없다. 말갛게 씻긴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경지에
공터의 흰 소와 눈을 치켜뜨고 귀를 쫑긋 세운 금털 사자가 있다. 금털 사자는 잠시 밀어두고
과연 공터의 흰 소란 무엇이냐?

[본칙]
능검경에 이르기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내가 보지 않을 때에 왜 내가 보지 않는 곳을 보지 못하는가? 만일 내가 보지 않는 곳을
본다면 자연 저 보지 않는 모습이 아닐 것이다. 만일 내가 보지 않는 곳을 보지 못한다면
결코 물상이 아닐 것이어늘, 어찌 네가 아니랴.?"

({능엄경}에서 부처님은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무 것도 보지 않을 때, 어째서 그대는 내가 보지 않는 곳(不見處)을 보질 못하는가? 만약 내가 보지 않는 곳을 본다면, 당연히 그것은 (보고 아는 모습이기에) 보지 않았다고 하는 모습(不見相)이 아니다. 만약 내가 보지 않는다고 하는 그 곳(不見地)을 보지 않는다면, 당연히 보지 않는 불견(不見)은 상대적인 대상의 사물이 아니다. 바로 그대 자신의 본성인 것이다.')

[송]
코끼리 다 보이고 소 또한 다 보인들
천하의 잘난 선승 모두가 장님일세
노랑머리 석가를 지금 보고 싶은가
무량무수 불토에 부처님들 많건만
모두들 여기저기 서성이며 맴도네

 

*본칙은 {수능엄경} 제2권에 세존과 아난이 견(見)에 대한 문답의 일부를 인용한 것으로 {종용록} 88칙에도 똑같이 제시하고 있다. {수능엄경}은 강원 교재로 많이 읽는 경전으로, '중인도 나란타 대도량경(大道場經)'이라고 하며, 본래의 제목은 {대불정 여래밀인수증요의 제보살만행 수능엄경(大佛頂 如來密因修證了義 諸菩薩萬行 首楞嚴經)}이라고 한다. 송대 장수자선(長水子璿)의 해석에 의하면 <대불정(大佛頂)>은 이 경의 법체(法體)로 교법, 도리, 수행, 불과를 포용하여 그 기초가 되는 여래장의 교의는 법계에 두루하고 있기 때문에 '대(大)'라고 하고 지극하여 무상한 경지이기에 '정(頂)'이라고 한다. {기신론}의 용어를 빌리면 여기에 체상용(體相用)의 삼대(三大)를 포함하며, 더군다나 그것이 일심(一心)을 여의지 않기 때문에 <대불정>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여래밀인수증요의(如來密因修證了義)>는 불과를 증득하고 스스로 심원한 수행 성과에 의거해 불법을 설하고 중생을 이익하게 하는 것이다. <제보살만행 수능엄경(諸菩薩萬行 首楞嚴經)>은 성불의 원력과 보리심을 일으킨 보살이 수행을 거듭해 자신과 일체 중생들이 구족한 보살행을 나타낸 것이다.  

[第094則]楞嚴不見處
〈垂示〉垂示云。聲前一句。千聖不傳。面前一絲。長時無間。淨裸裸赤灑灑。露地白牛。眼卓朔耳卓朔。金毛獅子。則且置。且道。作麽生是露地白牛。
〈本則〉擧。楞嚴經云。吾不見時。何不見吾不見之處。若見不見。自然非彼不見之相。若不見吾不見之地。自然非物。云何非汝。
〈頌〉全象全牛翳不殊。從來作者共名模。如今要見黃頭老。刹刹塵塵在半途。

 

[제095칙] 끽다거(喫茶去. 차나 마시고 가게) - 장경화상과 여래의 말씀
"'용호상박' 두 도반의 경책과 탁마"

[수시]
부처다, 깨달음이다 하는 데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머물면 머리에 뿔이 생기고 만다.
뷰처도 깨달음도 없다는 경지도 재빨리 지나쳐 버려야 한다. 지나치지 않으면 무성한 망상의
숲에 빠지고 만다. 그렇다고 말갛게 씻어낸 듯한 아무것도 없는 경지에서 물아일여의 세계에
있다는 것도 토끼가 나무 그루에 부딛혀 주기를 기다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자, 말해보라.
이것도 저것도 안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

[본칙]
어느날 장경스님이 말하였다.
"차라리 아라한에게 삼독이 있다 말할지언정 여래에게 두 종류의 말씀이 있었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여래께서 말씀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다. 두 종류의 말씀이 없었을 뿐이다."
보복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여래의 말씀인가?"
"귀먹은 사람이 어떻게 들을 수 있겠는가?"
"그대가 제이의에서 말했다는 것을 참으로 알겠군."
장경스님이 보복스님에게 되물었다.
"어떤 것이 여래의 말씀인가?"
"차나 마시고 정신차려라!"

[송]
여래의 말에 첫째 둘째 어디 있나
썩은 물 속에 용은 없는 법
용 없으면 잔잔한 물결 고요한 달 빛
용 있으나 바람 없이 사나운 파도
불쌍한 해릉이여, 해릉선객이여
꽃 피는 춘삼월에
용문도 못 오른 채 이마만 다쳤구나

 

*본칙의 공안은 {전등록} 제19권 보복전에 전하고 있다. 장경혜릉(長慶慧陵:854~932)과 보복종전(保福從展: ?~928)은 설봉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선승이다. 장경화상에 대한 자료는 {조당집} 10권, {송고승전} 13권, {전등록} 18권에 전하고 있으며, {벽암록} 8칙을 비롯해 운문, 조주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고 있다.
설봉 문하에서 12년간 7개의 방석이 닳도록 수행하여 깨닫고, "만상 가운데 홀로 드러난 몸, 사람들 스스로가 수긍해야 친해진다. 예전에는 잘못하여 길에서 찾았는데, 오늘 보니 불 속의 얼음과 같다"고 게송을 읊고 설봉과 현사의 인가를 받았다. 그로부터 오후(悟後)의 수행을 53살까지 하였고, 천우 3년(906) 천주자사 왕연빈(王延彬) 초청으로 소경원(昭慶院) 주지가 되면서 법당을 열고 출세했다. 뒤에 민왕(悶王) 왕심지의 초청으로 복주 장락부 서원의 주지가 되어 크게 법당을 열었고, 왕은 장경(長慶)이라고 쓴 칙액(勅額)과 초각(超覺)대사라는 호를 하사했다.
*종전화상의 약전은 {조당집} 11권, {전등록} 19권에 전하고 있는데 15살에 설봉 문하에 출가하여 오랫동안 스승을 시봉했으며, 항상 고금의 방편법문을 제시하여 장경선사에게 질문하니 장경이 퍽 기특하게 여겼다고 한다. 장경과 보복, 두 사람이 나눈 선문답은 {벽암록} 8, 23, 76칙 등에도 언급되고 있는 것처럼, 항상 서로가 문제를 제시하여 경각시키며 정법수행의 안목을 체득하도록 탁마했다. 본칙도 장경과 보복이 평상시의 대화로 나눈 것이다.

[第095則]喫茶去
〈垂示〉垂示云。有佛處不得住。住著頭角生。無佛處急走過。不走過。草深一丈。直饒淨裸裸赤灑灑。事外無機機外無事。未免守株待免。且道總不恁麽。作麽生行履。試擧看。
〈本則〉擧。長慶有時云。寧說阿羅漢有三毒。不說如來有二種語。不道如來無語。只是無二種語。保福云。作麽生是如來語。慶云。聾人爭得聞。保福云。情知爾向第二頭道。慶云。作麽生是如來語。保福云。喫茶去。
〈頌〉頭兮第一第二。臥龍不鑒止水。無處有月波澄。有處無風浪起。稜禪客稜禪客。三月禹門遭點額。

 

[제096칙] 니불부도수(泥佛不渡水. 진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않느니) - 조주화상의 삼전어(三轉語) 법문
"형상으로 부처나 마음을 구하지 말라"

[본칙]
어느날 조주스님이 삼전어로 대중에게 설법하셨다.
(조주화상이 대중에게 불법의 대의를 체득하도록 하는 세 가지 획기적인 법문을 하였다.)


[송]
진흙 부처는 물을 건너지 못하니
온 천지 신광이건만 한 밤 꼬박 눈 속일세
아, 누군들 흉내야 못내랴
금부처는 용광로를 못 건너니
자호 찾는 이들 "개조심" 보았으리
아, 어딘들 맑은 바람 없으랴
나무 부처는 불을 넘지 못하니
생각하라 파조타의 번개 같은 그 지팡이
아, 이젠 나를 찾았어라

 

*조주화상이 대중들에게 불법의 대의를 체득하도록 설한 획기적인 세 가지 법문(三轉語)의 내용을 본칙에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원오의 '평창'과 설두의 '게송'에 읊고 있는 것처럼, {조주록} 중권에 다음과 같은 법문이 있다.
"조주선사가 법당에 올라 대중들에게 법문을 제시했다. '쇠 부처(金佛)는 용광로를 거치면 녹아버릴 것이고, 나무부처(木佛)는 불에 타 버릴 것이고, 진흙 부처(泥佛)는 물에 녹아 풀어진다. 참된 부처(眞佛)는 마음 속에 있다. 보리나 열반, 진여 불성이 모두 몸에 걸친 의복과 같고, 역시 번뇌라고 할 수 있다. 의문이 없으면 번뇌도 없다. 궁극적인 실제 이치라도 어디에 둘 수가 있으랴! 망심이 일어나지 않으면 만법은 허물이 없다. 단지 불법의 이치를 구명하기 위해 참선하라. 그렇게 수행하여 만약 불법의 대의를 체득하지 못한다면 노승의 머리를 잘라버려라!'"

[第096則]泥佛不渡水
〈本則〉擧。趙州示衆三轉語。
〈頌〉泥佛不渡水。神光照天地。立雪如未休。何人不雕僞。金佛不渡罏。人來訪紫胡。牌中數箇字。淸風何處無。木佛不渡火。常思破窖墮。杖子忽擊著。方知辜負我。

 

[제097칙] 죄업소멸(罪業消滅. 금강경 읽으면 죄업이 소멸되나) - 금강경의 설법
"망념(妄念)을 자각할 때 돈오견성(頓悟見性)할 수 있다"

[수시]
집어들기도, 내버리기도 하며 자유자재로 활동할 수 있다 해도 아직 솜씨 있는 선자라 할 수
없다. 또 하나를 보면 셋을 아는 영리한 자라 하더라도 아직 선을 터득했다고 할 수가 없다.
천지를 갑자기 뒤엎고 온 세상을 사로잡을 말을 하며, 우뢰같이 달리고 번개처럼 치달으며
구름인양 내닫고 빗발같이 퍼부어서 못을 기울이고 산을 쓰러뜨리며 항아리 물을 쏟아 놓고
동이를 쓰러뜨리는 재주가 있다 해도 그 정도로는 아직 선의 반도 터득했다 할 수 없다.
그럼 과연 하늘의 관문을 돌려 열 줄 알고 지축을 옮겨 놓을 만한 역량을 지닌 자가 있느냐?

[본칙]
금강경에 이르기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사람에게 업신여김과 천대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선세에 지은 죄업으로 응당 악한 세계에
떨어져야 하겠지만 금생에 사람들의 업신여김과 천대를 받았기 때문에 선세의 죄업이 바로
소멸되느니라."

("{금강경}에 말씀하시길 '만약에 사람들에게 업신여김과 천대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사람은 과거세에 지은 죄업으로 응당히 삼악도에 떨어지는 과보를 받아야 하겠지만, 지금 금생에 사람들의 업신여김과 천대를 받았기 때문에, 과거세에 지은 죄업이 곧 소멸된다'고 하였다")

[송]
손바닥에 있다네 금강의 밝은 구슬
누군들 공 있으면 선뜻 내어 주련만
어중이 떠중이들 그런 자 하나 없네
악마인들 어쩌랴 이것 저것 다 없으니
석가여, 석가여 구슬 든 날 아는가
아무렴 알지, 알고말고

 

*{벽암록} 67칙에 양무제가 부대사를 청하여 {금강경}을 강의하도록 하였고, 소명태자는 이 경을 32과목으로 나누면서 본칙을 '능정업장(能淨業障)'이라고 하였고 규봉종밀은 경죄성불(輕罪成佛)의 의미로 보았다. 특히 선문에서는 {신회어록}과 {돈오요문}, {종용록} 58칙에도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중요한 공안으로 주목하고 있으며, {전등록} 29권에 법안문익도 이 일단에 대한 게송을 읊고 있다.
*본칙은 {금강경}에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전을 수지독송하면 만약에 사람들에게 업신여김과 천대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사람은 과거세에 지은 죄업으로 응당히 지옥·아귀·축생의 삼악도에 떨어지는 과보를 받아야 하겠지만, 지금 금생에 사람들의 업신여김과 천대를 받았기 때문에, 과거세에 지은 죄업이 곧 소멸하고 마땅히 아누다라샴막삼보디를 얻으리라"

[第097則]罪業消滅
〈垂示〉垂示云。拈一放一(2?)。未是作家。擧一明三。猶乖宗旨。直得天地[陡-土+止]變四方絶唱。雷奔電馳雲行雨驟。傾湫倒嶽甕瀉盆傾。也未提得一半在。還有解轉天關能移地軸底麽。試擧看。
〈本則〉擧。金剛經云。若爲人輕賤。是人先世罪業。應墮惡道。以今世人輕賤故。先世罪業。則爲消滅。
〈頌〉明珠在掌。有功者賞。胡漢不來。全無技倆。伎倆旣無。波旬失途。瞿曇瞿曇。識我也無。復云。勘破了也。

 

[제098칙] 서원양착(西院兩錯. 틀렸어, 틀렸어) - 천평선사의 행각
“경전이 약방의 처방전과 같다는 편견 자각”

[수시]
요즘 곧잘 하안거 같은 법회 때 시끄럽게 쓸데없는 수작만 늘어놓고 있는데 거의 모든 
수행자들이 그것을 괴롭게 여기고 있다. 금강의 보검으로 닥치는 대로 베어 버려야 비로소
그런 짓들이 아무 소용없음을 깨닫게 된다. 자, 말해 보아라. 그 금강의 보검이란 어떤 것인지를! 
눈들을 치뜨고 그 보검의 빼어 든 날을 한 번 보아라.

[본칙]
천평스님이 행각할 때 서원스님을 참방하여 보통 때처럼 말하였다.
"불법을 안다 말하지 말아라. '그것'을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아도 없구나."
하루는 서원스님이 멀리서 바라보고 그를 부르며 말하였다.
"종의야!"
천평스님이 머리를 들자, 서원스님이 말하였다.
"틀렸어."
천평스님이 두세 걸음을 걸어가자, 서원스님은 또다시 말하였다.
"틀렸어."
천평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자, 서원스님은 말하였다.
"조금 전에 두 번 '틀렸어'라고 말하였는데 서원이 틀렸느냐, 상좌가 틀렸느냐?"
"제가 틀렸습니다."
서원스님이 또다시 말하였다.
"틀렸어."
천평스님이 그만두려 하자, 서원스님이 말하였다.
"우선 여기에 머물며 여름 결제를 지내면서 상좌와 함께 이 두 번 틀렸다는 것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천평스님은 곧바로 떠나버렸다. 그 뒤 사원에 주석하면서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처음 행각할 때 업풍에 끌려 사명장로의 처소에 찾아갔더니, 연이어 두 번이나 
'틀렸어'라고 말한 뒤 나에게 그곳에 머물면서 여름 결제를 보내며 함께 생각해 보자고
하였다. 나는 그때 틀렸다는 것을 몰랐지만 내가 그곳을 떠나 남방으로 떠날 때 비로소
틀려버린 것임을 알았다."

[송]
부끄럽다. 선의 가문
경박한 그 따위짓 골라서 하려드니
자랑스런 그 불법
배 속에 가득한들 무슨 소용 있는가
가련한 녀석일세
우스운 놈이라네 저 늙은 천평화상
애당초 행각한 게 잘못이었다니
그 따위론 안 될 걸세 답답한 천평노인
서원의 그 맑은 바람 시원한 줄 왜 모르나.
한 중이 나서 "안되겠소."한다면 설두는 말하리라. "나의 이 안된다와 천평의 한마디가 과연 뭐가 다른가?"

 

*본칙의 공안은 {전등록} 12권과 {광등록} 14권 서원사명(西院思明)전에 전하며, 서원 화상은 임제의 제자인 보수(寶壽)의 법을 이은 선승이다. 그리고 천평은 {전등록} 26권에 의하면 상주 천평산에서 교화를 펼친 종의(從?)선사로 현사-라한-청계의 법을 계승한 선승인데, {전등록} 24권에 청계산 홍진(洪進) 선사와 선문답을 나누며 불법을 깨닫게 된 인연을 전한다.

[第098則]西院兩錯
〈垂示〉垂示云。一夏嘮嘮打葛藤。幾乎絆倒五湖僧。金剛寶劍當頭截。始覺從來百不能。且道作麽生是金剛寶劍。眨上眉毛。試請露鋒鋩看。
〈本則〉擧。天平和尙行脚時參西院。常云。莫道會佛法。覓箇擧話人也無。一日西院遙見召云。從漪。平擧頭。西院云。錯。平行三兩步。西院又云。錯。平近前。西院云。適來這兩錯。是西院錯。是西院錯。是上座錯。平云。從漪錯。西院云。錯。平休去。西院云。且在這裏過夏。待共上座商量這兩錯。平當時便行。後住院謂衆云。我當初行脚時。被業風吹。到思明長老處。連下兩錯。更留我過夏。待共我商量。我不道恁麽時錯。我發足向南方去時。早知道錯了也。
〈頌〉禪家流。愛輕薄。滿肚參來用不著。堪悲堪笑天平老。卻謂當初悔行脚。錯錯。西院淸風頓銷鑠。復云。忽有箇衲僧出云錯。雪竇錯。何似天平錯。

 

[제099칙] 답비로정상(踏毘盧頂上. 부처의 정수리를 밝고) - 숙종황제의 십신조어(十身調御)
“마음에 자기나 부처라는 흔적도 없어야 정상 초월”

[수시]
용이 읊조리지면 안개가 일고, 호랑이가 울부짖으면 바람이 생겨난다. 뛰어난 선자가 불법을
가르치면 금과 옥이 서로 울리듯 사람들을 완벽한 그 아름다움 속에 취하게 만든다. 그런 선자의
자유로운 활동은 화살과 화살이 맞부딪듯 조금도 빈틈이 없이 훌륭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활기는 온 세계 어디에나 멀고 가까운 곳의 차별 없이 그대로 드러난 채 예나 지금이나 분명하다.
자 말해 보아라. 이러한 경지를 어떤 사람이 지니고 있는지를 ...

[본칙]
숙종황제가 충국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십신조어입니까?"
"단월이여! 비로자나의 정수릴 밝고 초월해가십시오."
"모르겠습니다."
"자기의 청정법신이 있다고 잘못 알지 마십시오."

(숙종 황제가 혜충 국사에게 질문했다. 

'어떤 것이 십신(十身) 조어(調御) 입니까?' 

혜충 국사가 말했다. 

'단월(檀越)이여! 비로자나의 정수리를 밟고 초월해 가시오.' 

숙종 황제가 말했다. 

'과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혜충 국사가 말했다. 

'자기의 청정법신이 있다고 인정하지 마시오.')

[송]
국사란 이름도 군더더기
천하에 그만한 이 또 어디 있었으랴
임금을 부축하여 올바르게 이끌어
부처님 머리 밝고 넘어가게 했다네
소중한 그 황금뼈 단매에 쳐부수니
이제 천지간에 아무것도 없어라
온 누리 고즈너기 밤은 깊고 깊은데
뉘라서 창룡굴에 찾아들 이 있으랴

 

*본칙의 공안은 {조당집} 제3권, {전등록} 제5권 남양혜충국사전에 전하고 있는데, 본래 두 가지 문답을 여기서는 하나의 선문답으로 정리하고 있다. 혜충 국사와 숙종의 대화는 {벽암록} 18칙 무봉탑에도 싣고 있다. 혜충(慧忠, ?~775) 국사는 육조혜능의 선법을 계승하였고, 숙종 황제는 당나라 현종(玄宗)의 제3 왕자로 황태자 때부터 혜충 국사에게 참선을 배워 상당한 식견을 갖추었기에 {조당집}에는 혜충 국사와 나눈 여러 선문답을 수록하고 있다.

[第099則]踏毘盧頂上
〈垂示〉垂示云。龍吟霧起虎嘯風生。出世宗猷金玉相振。通方作略箭鋒相拄。遍界不藏遠近齊彰。古今明辨。且道是什麽人境界。試擧看。
〈本則〉擧。肅宗帝問忠問師。如何是十身調御。國師云。檀越踏毘盧頂上行。帝云。寡人不會。國師云。莫認自己淸淨法身。
〈頌〉一國之師亦强名。南陽獨許振嘉聲。大唐扶得眞天子。曾踏毘盧頂上行。鐵鎚擊碎黃金骨。天地之間更何物。三千刹海夜沈沈。不知誰入蒼龍窟。

 

[제100칙] 지지탱저월( 가지마다 달린 달) - 파릉화상의 취모검
"선승들이 구족해야 할 지혜작용을 '검'으로 비유"

[수시]
이제 이 강론도 처음부터 끝까지 무난히 끝나게 되었다. 지금까지 서로 대면해서 말해 온 것이
모두 아무 사심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아무 말도 안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갑자기 누군가가
나서서 '한 여름 내내 질문을 받고 말을 해 왔으면서도 새삼 아무 말도 안한 거나 같다니 그게
될 말입니까?하고 따진다면, 나는 '네가 그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가르쳐 주지.'하고 말해 줄 
것이다. 자 말해 보아라. 그 부증설은 곧 말하는 것부터 꺼리는지, 아니면 말하는 것을 유익하다
하는지를 ...

[본칙]
어떤 스님이 파릉스님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취모검입니까?"
파릉스님이 말하였다.
"산호 가지마다 달이 달려 있구나."

[송]
취모의 검이여 세상 불평 다스려라
뛰어난 솜씨란 오히려 서투른 법
손바닥 손끝으로 휘두르는 그 검
하늘에 번뜩이며 하얀 눈 위 비추네
뉘라서 그런 검 갈고 닦을 수 있으랴
산호 가지가지 달빛 곱게 걸려있네

 

*본칙 공안의 출처는 잘 알 수가 없는데, {오등회원} 15권 파릉 선사전에 전한다. 파릉 화상은 운문문언(864~949)선사의 선법을 이은 호감(顥鑑)선사로 동정호에 가까운 악주(岳州) 파릉 신개원(新開院)에서 교화를 펼쳤는데, 변론의 대가였다고 한다. 특히 본칙의 공안과 <벽암록> 13칙에 어떤 스님이 제바종(提婆宗)의 종지를 묻는 질문에 파릉 화상은 '하얀 은쟁반위에 하얀 눈을 쌓은 것(銀椀盛雪)'이라고 대답한 말, 그리고 '어떤 것이 도(道)인가'라는 질문에 '눈 밝은 사람이 우물에 떨어졌다'는 파릉의 삼전어(三轉語)라는 유명한 공안이 전한다.

[第100則]枝枝撐著月
〈垂示〉垂示云。收因結果。盡始盡終。對面無私。元不曾說。忽有箇出來道一夏請益爲什麽不曾說。待爾悟來向爾道。且道爲復是當面諱卻。爲復別有長處。試擧看。
〈本則〉擧。僧問巴陵。如何是吹毛劍。陵云。珊瑚枝枝撐著月。
〈頌〉要平不平。大巧若拙。或指或掌。倚天照雪。大冶兮磨礱不下。良工兮拂拭未歇。別別。珊瑚枝枝撐著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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