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I

494칙 장사애처 長沙礙處

실론섬 2026. 4. 19. 08:47

494칙 장사애처 長沙礙處1)
1) 색(色)과 공(空)이 상즉(相卽)하는 교설을 소재로 삼았지만, 묻는 자나 대답하는 자나 모두 선사로서의 본분을 
   시현하기 위한 목적을 지향한다.〈설화〉의 해설은 다분히 교학적 내용에 치중하여 본래의 의도가 모호해졌다.

[본칙]

​장사경잠(長沙景岑)에게 어떤 학인이 “색(色)이 곧 공(空)이고, 공이 곧 색이라 하는데, 이 이치는 어떤 것입니까?”라고 묻자 장사가 게송으로 답했다. “막힌 곳이 장벽은 아니요, 통하는 곳이 허공 아니네. 누구나 이렇게 이해한다면, 마음과 색이 본래 같으리.”  
長沙因僧問, “色卽是空, 空卽是色, 此理如何?” 師偈曰, “礙處非牆壁, 通處勿虛空. 若人如是解, 心色本來同.” 

​[설화]​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이에 대하여 4교〈장·통·별·원2)〉보살의 견해가 각각 다르다. 막힌 곳이 장벽은 아니므로 색이 곧 공이고, 통하는 곳이 허공은 아니므로 공이 곧 색이다. 막힌 곳과 통하는 곳이 같은 종류이고 색이 장벽도 아니고 허공도 아니라면,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 된다. 그러므로 ‘누구나 이렇게 이해한다면, 마음과 색이 본래 같다’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원융(圓融)한 다음 항포(行布)를 행한다.3)  
色卽是空, 空卽是色者, 四敎〈藏通別圓〉菩薩, 所見各別. 礙處非墻壁, 則色卽是空;通處勿虛空, 則空卽是色耶. 
礙處通處一般, 是色非墻壁, 勿虛空, 則色卽是空, 空卽是色也. 故若人如是解云云. 此圓融後行布也.
2) 4교로 분류하는 천태종(天台宗)의 교상판석(敎相判釋)에는 화법사교(化法四敎)와 화의사교(化儀四敎)라는 
   두 종류의 4교가 있다. 그중 불법의 내용[化法]으로 분류한 것이 장(藏)·통(通)·별(別)·원(圓) 등 4교이고, 불법의 
   형식[化儀]으로 분류한 것이 돈(頓)·점(漸)·비밀(秘密)·부정(不定) 등의 4교이다.『法華玄義』 권1 大33 p.682c18, 
   권3 大33 p.706b17 등에 따르면, 공(空)에 대한 4교의 견해는 차별된다.첫째, 4교중장·통 2교는 공(空)·가(假)·
   중(中) 3제(諦)를 밝히지 않고 일체법이 모두 허환(虛幻)한 것으로 관(觀)하여 이 공(空)에 따라서 궁극적 도리로 
   이끌기 때문에 오로지 공만 알고 불공(不空)은 모르기 때문에 단공(但空)이라 한다. 반면에 별·원 2교에서 세운 
   공은 3제에 상즉(相卽)하는 공이므로 공을 알 뿐만 아니라 불공도 겸하여 알아서 불공 그대로 중도(中道)가 
   된다. 이것을 가리켜 부단공(不但空)이라 한다. 둘째, 장·통 2교에 대하여 말하자면 장교에서 해석하는 석공관
   (析空觀)이 단공이며, 통교에서 해석하는 체공관(體空觀)은 부단공이다.
3) 화엄종(華嚴宗)에서 수행의 계위(階位)를 두 가지 문으로 나눈 교설. 원융문은 수행의 처음과 마지막이 조금도 
   차이가 없이 정각을 이루는 것이다. 60권본『華嚴經』권8 大9 p.449c14에 “처음으로 불도를 추구하고자 마음을 
   일으키는 순간 곧 정각(正覺)을 이룬다.”(初發心時, 便成正覺)라 한 말이 그것이다. 반면, 처음부터 단계적인 
   과정을 밟아서 궁극의 불과(佛果)에 이르는 것은 항포문이라 한다. “여기에도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차제에 
   따라 수행하는 항포문이다. 곧 10신·10해·10행·10회향·10지 등을 모두 성취한 다음에야 비로소 불지(佛地)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미소한 데서부터 현저하게 큰 것에 이르기까지 수행의 계위가 점차로 높아지는 것이다. 
   둘째는 원융하게 서로 포섭하는 문이다. 곧 하나의 계위에 다른 모든 전후의 계위가 포섭되어 있다. 그러므로 
   하나하나의 계위는 성취된 상태로서 모두 불지에 이른 것이다.”(『華嚴經探玄記』 권1 大35 p.108c4. 此亦二種. 
   一, 次第行布門, 謂十信十解十行十迴向十地滿後, 方至佛地. 從微至著, 階位漸次. 二, 圓融相攝門, 
   謂一位中卽攝一切前後諸位, 是故, 一一位滿, 皆至佛地.) 『華嚴經疏』권1 大35 p.504b18 참조.

장로종색(長蘆宗賾)의 거

​“산승이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옹색하게 막힌 곳이 장벽이고 통하는 곳은 허공이다. 만일 이렇게 이해한다면 해는 바다의 동쪽에서 뜨리라.”4)
長蘆賾, 擧此話云, “山僧卽不然. 壅處是墻壁, 通處是虛空. 若能如是會, 日出海門東.”
4) ‘막힌 곳이 장벽이 아니다’라는 장사의 구절을 역으로 제시하여 ‘막힌 곳이 장벽이다’라고 했지만, 이 두 구절 
   모두 결정된 명제는 아니다. 두 선사 모두 시비(是非)를 판별할 틈이 없는 구절을 다른 형식으로 제기한 것에 
   불과하다. 이 구절들은 장벽이라고 포착하려 하면 잡히지 않고, 반대로 장벽이 아니라고 물리치면 눈앞에 
   나타나는 화두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설화]

공이 곧 색이라는 뜻이다.
長蘆:空卽色也.

회당조심(晦堂祖心)의 상당​

이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다. “불자(拂子)가 곧 색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마음일까? 영리한 사람이라면 내가 제기한 말을 듣자마자 담 너머 뿔을 보고 곧바로 그것이 소라고 아는 것과 같을 것이다. 반대로 분별하며 헤아린다면 흰 구름 너머 천리만리의 거리로 멀어질 것이다.”5)
晦堂心, 上堂, 擧此話云, “拂子是色, 那箇是心? 靈利漢, 才聞擧着, 隔牆見角, 早知是牛. 更若擬議思量, 白雲千里萬里.”
5) 분별의 매개 없이 눈앞에 드러난 것에서 곧바로 본분사(本分事)를 알아차리는 방식을 말한다. “마치 산 너머 
   연기를 보자마자 그곳에 불이 났다는 것을 알고, 담 너머 뿔을 보고 곧바로 그것이 소라고 아는 것과 같다. 
   만약 오로지 범주[數] 따르고 개념[名]에서 찾으며 깊고 미묘한 이치를 구하려고만 한다면, 자기 자신과 가장 
   가까운 주변에 나타난 본분사[大事]를 잃어버릴 것이다.”(『圜悟語錄』권10 大47 p.757a10. 如隔山見煙,
   早知是火;隔牆見角, 早知是牛. 若要只管隨數逐名, 求玄覓妙, 則喪却自己脚跟下大事.)

[설화]

​색을 보는 것이 곧 마음을 보는 것이다.
晦堂:見色便見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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