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칙 덕성천척 德誠千尺
[본칙]
화정의 뱃사공 덕성1)선사가 게송을 읊었다. “천 척 낚싯줄 곧게 드리우니, 한 물결 일 때마다 모든 물결 따라 이누나. 밤 고요하고 강물 차가워 고기 물지 않으니, 빈 배 가득 덧없이 달빛만 싣고 돌아오노라.”2)
華亭舡子, 德誠禪師, 偈云, “千尺絲綸直下垂, 一波才動萬波隨. 夜靜水寒魚不食, 滿舩空載月明歸.”
1) 德誠. 약산유엄(藥山惟儼)의 제자. 생몰연대 미상. 운암(雲巖)·도오(道吾) 등과 함께 세상을 피해 수도할 것을
결의하였으나 약산의 종지가 후세에 전하여 지지않을까 염려하여 각자 다른 세상에 흩어져 중생을 제도하기로
하였다. 그 뒤 덕성은 소주(蘇州:浙江省)의 화정현(華亭縣)에서 한 척의 작은 배를 띄우고 오가는 사람들을
태워주며 그들의 인연과 기틀에 따라 법을 설하였으므로 화정선자(華亭船子) 또는 선자화상(船子和尙)이라
불렸다.『祖堂集』권3「華亭和尙章」高45 p.266b23,『景德傳燈錄』권14 大51 p.315b19,『五燈會元』권5 卍138
p.175a10 등에 전한다.
2) 이에 대한 원오극근의 문답이 있다. “학인이 물었다. ‘「천 척 낚싯줄 ~ 달빛만 싣고 돌아 오노라」는 게송의
도리는 어떤 것입니까?’ ‘세 치의 낚싯바늘을 벗어나서 좀더 높이 착안하라!’‘그렇다면,다만 돌아가지 못했을
뿐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오호의 안개 낀 물결을 누가 다투겠냐는 뜻입니까?’ ‘하늘과 땅 그리고 이
세계 전체를 한꺼번에 거두어들인 것이다.’ ‘사해(四海)에 낚싯대 드리운 뜻은 다만 용을 낚아 올리기 위한
것일뿐이요, 격을 벗어나 깊은 도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선지식을 찾기 위한 것인데, 누가 뛰어난
선지식입니까?’ ‘진실한 마음 하나하나이니라.’”(『圜悟語錄』 大47 p.755b2. 僧問, ‘千尺絲綸直下垂,
一波纔動萬波隨. 夜靜水寒魚不食, 滿船空載月明歸. 未審此理如何?’ 師云, ‘離鉤三寸高著眼!’ 進云, ‘恁麽則,
自是不歸, 歸便得, 五湖煙浪有誰爭?’ 師云, ‘乾坤大地一時收.’ 進云, ‘只如垂鉤四海, 只釣獰龍, 格外談玄,
爲尋知識, 誰是知識者?’ 師云, ‘赤心片片.’)
[설화]
전등록3)에 선사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수주 화정의 뱃사공 덕성선사는 절개와 지조가 높고 빼어나며 도량이 남달랐다. 약산에게 인가를 받은 후로 항상 도오·운암과 도반으로서 서로 잘 교섭하고 통하였다. 약산 문하를 떠날 시기가 되자 두 도반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분명 각자 한곳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약산의 종지를 건립할 것이네만, 나는 타고난 성질이 제멋대로이고 속박을 싫어하여 단지 산수를 좋아하고 자연의 정취를 즐길 뿐 부족한 재주는 그대로 버려둘 생각이오. 훗날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을 알게 되고 영리한 좌주를 만나게 되거든 한 사람 보내주시오. 혹 다듬을 가치가 있는 이라면 평생 동안 터득한 일깨움을 주어 선사의 은혜에 보답하리다.’ 마침내 도반들과 따로 헤어진 덕성선사는 수주 화정에 이르러 작은 배 하나를 띄우고 인연 따라 소일하며 사방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대하였으니, 당시 사람들은 선사의 초탈한 면모를 알지 못한 채 다만 선자화상이라 불렀다. 하루는 강가에 배를 대고 한가하게 앉았는데, 어떤 관인이 물었다. ‘당신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오?’ 선사가 노를 꼿꼿이 세우고 ‘알겠소?’라고 하였으나, 관원은 ‘모르겠소’라고 하였다. ‘노를 저어 맑은 파도를 파 뒤집어보아도 비단잉어4)를 만나기는 어려운 법이라’고 하고, 다시 게송을 지어 읊었다. ‘30년을 낚시터에 눌러앉아 있었건만, 낚싯바늘 끝에는 이따금 황능(黃能)5)〈음은 뢰. 작은 물고기〉만 걸려들 뿐이로세. 비단잉어는 잡지도 못하고 헛수고만 하였으니, 낚싯줄 거두어 돌아가리.’”
천 척 낚싯줄 곧게 드리우니 ~ 싣고 돌아오노라:30년 동안 바닷가에 노닐었으나, 맑은 물에 고기 드러나도 낚싯바늘 물지 않노라. 낚싯대 모두 잘라내어 다시 대나무 심은 뒤, 지난 공로 아까워하지 않고 곧바로 쉬노라.6) 이 게송은 장지화상7)의 어부사 10수 중 한 수이다.
천 척 낚싯줄:비단잉어는 깊디깊은 곳에 머물므로 천 척의 낚싯줄을 드리워야 하니, 꼬리 붉은 비단잉어를 잡기 위해선 반드시 천 척의 낚싯줄을 드리워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무위(無爲)의 큰 가르침8)이다.
한 물결 일 때마다 모든 물결 따라 이누나:낚싯대를 드리워 물결이 인 것인가? 바람이 불어 물결이 인 것인가? ‘한 생각이 일어나자마자 5음 3계가 갖추어진다’9)는 말과 같으니, 생사의 파도가 거세게 일며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밤 고요하고 강물 차가워 고기 물지 않으니:제도할 중생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傳燈錄云, “秀州, 華亭船子, 德誠禪師, 節操高邁, 度量不群. 自印心於藥山, 常與道吾雲巖, 爲同道交. 洎離藥山,
乃謂二同志曰, ‘公等應各據一方, 建立藥山宗旨, 予率性踈野, 唯好山水樂情, 自遣無所能也. 他後, 知我所止之處,
若遇 利座主, 指一人來. 或堪雕琢, 將授平生所得, 以報先師之恩.’ 遂分携至秀州華亭, 泛一小舟, 隨緣度日,
以接四方來往之者, 時人莫知其高蹈, 因號船子和尙. 一日, 泊船岸邊閑坐, 有官人問, ‘如何是日用事?’ 師竪起橈子曰,
‘會麽?’ 官人曰, ‘不會.’ 師曰, ‘棹撥淸波, 錦鱗罕遇.’ 師有偈曰, ‘三十年來坐釣臺, 鉤頭往往得黃能.〈音耒, 小獸也.〉
錦鱗不遇空勞力, 收取絲綸歸去來.’” 千尺絲綸直下垂云云, 三十年來海上遊, 水淸魚現不呑鉤. 釣竿斫盡重栽竹,
不計功勞得便休. 此則張志和尙漁父詞十首之一也. 千尺絲綸者, 錦鱗正在深深處, 千尺絲綸也須垂, 則若也釣得錦鱗赬尾,
須是千尺絲綸. 是無爲大化也. 一波才動萬波隨者, 因釣而起波耶? 因風而起波也? 如云一念才生, 便具五陰三界. 生死波瀾,
洶湧不停也. 夜靜水寒云云者, 無一衆生可度也.
3)『祖庭鉗鎚錄』 권하 卍114 p.763b2,『頌古聯珠通集』권17 卍115 p.207b6 『空谷集』6則「夾山船子」卍117 p.538b4
『聯燈會要』 권19 卍136 p.749b11,『五燈會元』권5 卍138 p.175a10,『五燈全書』권9 卍140 p.329b11 등에
실려있다. 이들 전등사서(傳燈史書)를 총칭하여 ‘전등록’이라 한다.
4) 금린(錦鱗).고운비늘의 살진물고기. 아름다운 물고기 또는 물고기를 아름답게 일컫는 말로서 출중한 수행자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 범린(凡鱗)과 상대되는 말이다.
5) 전설상의짐승.『述異記』권상에따르면,‘육지에사는것은웅(熊),물에 사는것은 능(能)’이라 한다.
6)『五燈會元』권5「德誠章」卍138 p.175b4.
7) 張志和尙.‘張志和’의 잘못으로 추정된다.
8) 백운경한(白雲景閑)에게 동일한 취지의 글이 보인다. “무위(無爲)라는 큰 교화의 문을 활짝 열어 둔 것은
금린(金鱗)이 그물을 뚫고 나오기를 바랐던 것이다. 물이 차서 고기가 낚싯밥을 물지 않을 것이라 생각지
말것이니, 이제 낚아 올려 배에 가득 채우고 돌아오노라. 옛날에도 허공을 빈틈없이 채웠고, 지금도 허공을
가득히 채우고 있네. 설령 빈틈없이 허공을 꽉 채웠다고 해도 살펴보면 허공과 같이 보이지 않는다.”
(『白雲語錄』「答鄭偰宰臣詩韻」韓6 p.662b15.無爲大化門大開, 意在金鱗透網來. 莫道水寒魚不食,
如今釣得滿船廻, 古也逼塞虛空, 今也逼塞虛空, 縱然逼塞滿虛空,看時不見如虛空.)
9) “한 찰나 마음이 움직이면 5음이 함께 일어나며, 5음이 일어나는 가운데 50악(惡)이 갖추어져 있다.”
(『金剛三昧經』「本覺利品」大9 p.369a13. 一念心動五陰俱生, 五陰生中具五十惡.)
설두중현(雪竇重顯)의 염
“저 자가 애를 쓰긴 했지만 남은 공이 아무것도 없구나. 만약 운문이라면 ‘한 구절로 딱 들어맞는 말이 영원토록 나귀를 매어두는 말뚝과 같은 속박이 되니, 어떻게 해야 이 허물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10)라고 했을 것이다.”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물이 차서 물고기가 물지 않는다고 하지 마라. 지금 낚아서 한 배 가득 싣고 돌아 오노라.”
雪竇顯拈, “者漢, 勞而無功. 忽若雲門道, ‘一句合頭語, 萬劫繫驢橛, 又作麽生免此過?’” 良久云, “莫謂水寒魚不食,
如今釣得滿舩歸.”
10)『雲門廣錄』권중 大47 p.562a7에 운문 자신의 말이 아니라 옛사람의 말로 나온다.『祖庭事苑』에 옛사람이란
이 공안의 주인공인 덕성선자라고 했다. “한 구절로 딱 들어맞는 말:살펴보면 운문의 대어(代語)에 ‘옛사람이
말하기를「한 구절로 딱 들어맞는 말은 영원토록 나귀를 묶어두는 말뚝과 같은 속박이다」라고 하였는데,
어떻게 밝혀야 이 잘못을 벗어날 수 있을까?’라고 하였다. 여기서 옛사람은 선자화상을 가리킨다. 선자가
협산에게 물었다. ‘그대는 지금껏 어디서 배웠는가?’ ‘귀와 눈으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경계입니다.’ 선자가
웃으며 말했다. ‘한 구절로 딱 들어맞는 말은 영원토록 나귀를 묶어두는 말뚝과 같은 속박이다.’ 여기서
설두가 ‘만약 운문이라면 「한 구절로 딱 들어맞는 말」’이라 운운했지만, 이는 선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며
운문 자신의 말은 아니다.”(『祖庭事苑』권2 卍113 p.41a9. 一句合頭語:按雲門垂代, ‘古人道, 「一句合頭語,
萬劫繫驢橛.」 作麽明得免此過?’ 古人謂船子也. 船子問夾山, ‘你何處學得來?’ 山曰, ‘非耳目之所到.’ 船子笑曰,
‘一句合頭語,萬劫繫驢橛.’今雪竇云,‘忽若雲門道, 「一句合頭語.」’此船子語,非雲門也.)
[설화]
물이 차서 ~ 싣고 돌아오노라:반드시 신훈11)에 의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雪竇:莫謂水寒云云者, 必借新熏也.
11) 新熏. 본분에만 따르지 말고 반드시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新熏]에 의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수회심(慈受懷深)의 소참
이 공안과 더불어 설두가 ‘안타깝구나! 저 자가 애를 쓰긴 했지만 남은 공이 아무것도 없구나’라고 한 말을 제기하고 말했다. “나도 게송 한 수를 지어보이겠노라. ‘삿갓에 도롱이 걸치고 일엽편주 저어가니, 거센 바람 물결치는 파도가 수심에 젖게 하네. 애써 낚싯줄에 맛 좋은 미끼 달아 던져보지만, 남김없이 휩쓸고 지나는 파도는 그칠 줄 모르네.’ 문득 한 납승이 나아와서는 ‘스님께서 이렇게 하신 말씀 또한 애는 쓰셨으되 아무 공이 없습니다’라고 한다면 나는 그에게 ‘지금 이후로는 다른 사람의 뜻을 알아채도 갈대꽃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고개 돌려 보지 마라’고 말해 줄 것이다.”
慈受, 小叅, 擧此話, 連擧雪竇拈, ‘可惜! 者漢, 勞而無功.’ 師云, “慧林, 亦有一頌. ‘雨笠煙蓑一葉舟, 黑風白浪使人愁.
强將絲釣抛香餌, 歷盡波濤未肯休.’ 忽有箇衲僧出來云, ‘和尙恁麽道, 也是勞而無功.’ 山僧, 却向他道, ‘自今已後知人意,
深入蘆花不轉頭.’”
[설화]
삿갓에 도롱이 걸치고 ~ 파도는 그칠 줄 모르네:설두의 평을 표현한 게송이다.
지금 이후로는 ~ 고개 돌려 보지 마라:선자 덕성의 뜻을 표현한 말이다.12) 이 평가는 차별의 세계인 금시(今時)와 평등의 경지인 본분(本分)이 걸림 없이 자유자재함을 뜻한다.
慈受:雨笠至肯休者, 雪竇意也. 自今已後云云者, 舩子意也. 此則今時本分自在也.
12) 화정선자가 마지막에 물속으로 모습을 감춤으로써 이별하며 뒤돌아보는 협산에게 돌아볼 그 무엇도 없는
몰종적의 도리를 철저하게 보여 준 다음 일화에서 비롯한 말이다. “마침내 (화정선자가 협산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그대는 앞으로 마땅히 몸을 숨긴 곳에는 종적을 조금도 남기지 말고, 종적이 없는 곳에는 몸을
숨기지 마라. 내가 약산 문하에서 수행했던 20년 동안 단지 이 일을 밝혔을 뿐이다. 그대는 이제 도리를
알았으니 앞으로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성황과 취락에 머물지 말고 깊은 산속 가운데 수행하는 생활
반경에서 하나 중 나머지 반을 찾아서 잇고 끊어지지 않도록 하라.’협산이 작별인사를 올린뒤 떠나가면서
자주 뒤돌아보자 화정선자가 ‘사리여! 사리여!’ 하고 불렀다. 협산이 고개를 돌리자 화정선자가 노를 꼿꼿이
세우고 ‘그대는 (나에게) 특별한 것이 있는 줄 생각하는구나’라 하고 마침내 배를 뒤집어 엎고 물속으로
들어가 세상을 떠났다.”(『正法眼藏』 권4 卍118 p.84a9. 遂囑曰, ‘汝向去直須藏身處沒蹤跡, 沒蹤跡處莫藏身.
吾二十年在藥山, 只明斯事. 汝今旣得, 他後不得住城隍聚落, 但向深山裏, 钁頭邊, 覓取一箇半箇接續,
無令斷絶.’ 夾山乃辭, 行頻頻回顧, 船子遂喚, ‘闍梨! 闍梨!’ 夾山回首, 船子竪起橈云,‘汝將謂別有.’
乃覆船入水而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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