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칙 감지심자 甘贄心字
[본칙]
암자에 주석하는 어떤 스님이 생활용품을 시주1) 받으러 왔을 때 감지행자2)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면 보시하겠습니다”라 말하고, 마음 심(心) 자를 써놓고 물었다. “이것은 무슨 글자입니까?” “심 자입니다.” 감지가 이번에는 자신의 처에게 묻자 처 역시 “심 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감지가 “저의 처[山妻]도 암자에 주석할 만하군요”라고 말했다. 이에 그 스님이 아무 말이 없었고, 감지 또한 보시하지 않았다.
甘贄行者, 因有住庵僧來, 緣化什物曰, “若道得卽施.” 乃書心字問, “是什麽字?” 僧云, “心字.” 贄却問其妻, 妻云,
“心字.” 贄云, “山妻亦合住庵.” 僧無語, 贄亦無施.
1) 연화(緣化).법연권화(法緣勸化)의 줄임말. 법연권화를 준것으로부터 얻는 시주물. 법연은 불법을 듣는 인연,
권화는 권하여 교화함 또는 재물을 희사하여 불교와 인연을 맺을 것을 권하는 것을 뜻한다.
2) 甘贄行者. 생몰연대 미상. 남전보원(南泉普願 748~834)의 제자로 지주(池州)에 살았으며 암두전활(巖頭全豁)과
설봉의존(雪峰義存)을 가르쳤다고 한다.
[설화]
마음 심 자를 써놓고 무슨 글자인지 물은 것:(그 스님이) 마음 심 자를 쓴 까닭이 분명히 있다고 오인할 것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건추를 들거나 불자(拂子)를 꼿꼿이 세우는 행위와 똑같은 의식일까? 비록 말은 다르게 하더라도 지향하는 의도는 동일하다.3)
그 스님이 ‘마음 심 자’라 대답한 말:사실(그 글자가 마음 心이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대답한 말일까? 아니다. 마음 심 자에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 오인한 것이다.
감지가 이번에는 자신의 처에게 ~ 보시하지 않았다:그 스님을 점검하기 위하여 속인 것이다. 그런데 그 스님은 안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속았을 뿐이다. 만일 안목을 갖추고서 그렇게 말했다면 감지는 틀림없이 기쁜 마음4)으로 그를 맞이했을 것이다.
저의 처[山妻]:산(山)이 간직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많은 덕을 가지고 있으므로 산처라 한다. 또는 양홍의 처5)를 가리켜 산처라 하는데, 산중에 살기 때문에 산처라 한다.
書心字問是什麽字者, 認着所以書心字義不無耶? 拈槌竪拂一般耶? 言雖別, 意則同也. 僧云心字者, 據實支對耶? 認著也.
贄却問其妻云云者, 謾這僧也. 但這僧不具眼故謾耳. 若具眼伊麽道, 甘贄必然靑眼相見. 山妻者, 妻有山藏之德, 故云山妻.
又梁鴻妻, 謂之山妻, 謂居山中, 故曰山妻.
3) 감지는 특별한 뜻 없이 아무 글자나 써놓았겠지만, 상대를 시험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에서는 같다는 말이다.
아마도 그 스님은 심(心) 자 자체에 무슨 의미가 틀림없이 있다고 오인할 것이라는 뜻이 은근히 드러난다.
4) 청안(靑眼). 상대를 만나 기뻐하거나 존경하는 마음을 나타낸다. 의미가 확장되어 마음을 알아주는 벗을
비유하기도 한다. 남을 경시하는 백안(白眼)과 상대되는 말이다.
5) 양홍처(梁鴻妻). 동한(東漢) 때 양홍(梁鴻)의 처인 맹광(孟光)을 가리킨다. 외모는 추했으나 어진 마음으로
남편에게 아내의 도리를 다하고, 양홍도 남편으로서의 예의와 도리를 지켰으므로 양홍을 현부(賢夫)라 하고,
양홍처를 현처(賢妻)라 한다.『後漢書』「逸民傳」「梁鴻」참조.
법진수일(法眞守一)의 염
“이러한 견해로 암자에 주석한다면 어찌 남들을 몹시 어리석게 만드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그는 한낱 속한에게 패한 것이다. 감지가 마음 심 자를 써놓고 ‘이것은 무슨 글자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에게 ‘이것은 바로 당신 할아버지의 이름인데 그것도 모르는가?’라고 대답해 주었어야 하리라. 감지가 만약 본분을 깨달은 자라면 반드시 기쁜 마음으로 그를 맞이했을 것이다.”
法眞一拈 “伊麽住庵, 豈不鈍置殺人? 被箇俗漢折倒. 他書心字問, ‘是什麽字?’ 只向道, ‘是汝祖諱也不識?’ 甘贄若是箇漢,
必然靑眼相看.”
[설화]
이것은 바로 당신 할아버지의 이름인데 그것도 모르는가:할아버지 이름으로 안다면 더 이상 물어볼 일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그 스님이 마음 심 자를 오인하였기에 감지가 그렇게 말했던 것일 뿐이다. 만약 이렇게 대답할 줄만 알았다면 반드시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法眞:是汝祖諱云云者, 知是祖諱, 則更無餘事也. 只認著故, 甘贄伊麽道. 若解伊麽道, 必然靑眼相見也.
'한국전통사상 > 공안집 II' 카테고리의 다른 글
| 533칙 덕성천척 德誠千尺 (1) | 2026.04.19 |
|---|---|
| 508칙 비마차각 秘魔杈却 (1) | 2026.04.19 |
| 494칙 장사애처 長沙礙處 (1) | 2026.04.19 |
| 488칙 장사백척 長沙百尺 (1) | 2026.04.19 |
| 471칙 조주이룡 趙州二龍 (0) | 2026.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