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칙 비마차각 秘魔杈却
[본칙]
오대산의 비마암(秘魔嵓)화상은 항상 나무집게 하나를 지니고 있다가 학인들이 찾아와서 절을 하는 순간 바로 목을 집으면서 말했다. “어떤 마구니가 그대를 출가하게 했으며, 어떤 마구니가 그대를 수행하도록 하였는가? 제대로 말해도 집어서 죽일 것이요, 말하지 못해도 집어서 죽일 것이다.1) 빨리 말하라, 빨리 말하라!” 그때 곽산2)이 와서 비마암의 품 안에 뛰어들자 비마암이 그의 등을 세 번 문질러 주었다. 곽산이 품에서 뛰어나가 손을 이마에 긋고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삼천 리 밖에 있던 나를 속였구나.”3)
五臺山, 秘魔嵓和尙, 常持一木杈, 每見僧來禮拜, 卽杈却頸云, “那箇魔魅, 敎汝出家;那个魔魅, 敎汝行脚? 道得也,
杈下死;道不得也, 杈下死. 速道, 速道!” 時有霍山來, 跳入懷中, 秘魔於背上撫三下. 霍山跳出斫手曰, “三千里外賺我來.”
1)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도록 설정한 것이 이 공안에서 비마암의 핵심적 기틀이다.
2) 霍山. 앙산혜적(仰山慧寂)의 제자인 곽산경통(霍山景通). 『景德傳燈錄』 권12 大 51 p.293c18 참조.
3) 삼천리 밖에 있던 자신을 속여 이곳까지 오게 만들었다는 뜻.
[설화]
목을 집으면서 ~ 그대를 수행하도록 하였는가:오늘날 출가하여 수행하고 있는 것이 모두 마구니가 그렇게 하도록 시킨 결과라는 뜻이다.
제대로 말해도 집어서 죽일 것이요 ~ 죽일 것이다:말하거나 말을 못하는 것은 말과 침묵이니, 말해도 착각이요 침묵해도 착각이라는 뜻인가? 제대로 말을 할 줄 알거나 제대로 말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니, 비록 제대로 말을 할 줄 안다고 해도 집어서 죽이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빨리 말하라, 빨리 말하라:정면으로 달려든 것이다.
품 안에 뛰어들었다:비마암이 대응하는 방식을 살핀 것이니, 그 의중이 제대로 말을 하는 것 같거나 그렇지 않거나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는 뜻이다.
등을 세 번 문질러 주었다:하나하나가 모두 안착하는 도리이니, 고정된 태도를 지니지도 말고 반드시 그러하리라고 생각하지도 말라4)는 뜻이다.
품에서 뛰어나가다:이 또한 본래의 의중은 아니다.
손을 이마에 긋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삼천 리 밖을 바라보는 동작이다.
삼천 리 밖에 있던 나를 속였구나:삼천 리 안에 있을 때도 삼천 리 밖에 있는 것과 흡사했으니, 이것이 ‘나를 속였다’는 뜻이다.
杈却頸云那箇魔魅云云者, 今日出家行脚, 皆是魔魅所使也. 道得也杈下死云云者, 道得道不得, 語默, 則語也錯, 默也錯耶? 解道得不解道得也, 雖解道得, 亦未免杈下死也. 速道速道者, 正面而去也. 跳入懷中者, 看他支對, 其意似道得道不得,
有什麽過? 於背上撫三下者, 一一安着, 毋固毋必也. 跳出者, 亦不是本意也. 斫手者, 三千里外望見也. 三千里外云云者,
在三千里內, 似乎在三千里外, 是賺我也.
4) 무고무필(毋固毋必). 절대적 태도를 지니지 말고 상황에 적절하게 변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論語』「子罕」에
나오는 말이다.
대각회련(大覺懷璉)의 송
나무집게를 항상 손바닥 안에 들고 있으니,
오가는 그 누가 이 걸출한 기틀과 대적할까?
곽산이 품 안에 뛰어 들어가 편히 앉았으니,
손 긋고 멀리 바라본들 어떻게 살아서 돌아갈까?
大覺璉頌, “叉子常安掌內持, 往來誰敢觸雄機? 霍山跳入懷中坐, 斫手如何得活歸?”
[설화]
곽산이 비록 그렇게 하긴 했지만 비마암이 설정한 기틀5)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大覺:霍山雖然伊麽, 不出秘魔圈樻.
5) 권궤(圈樻). 상대를 유인하여 시험하기 위하여 일정한 법도와 범위를 정해 놓고 설정하는 책략으로서 일종의
함정이다. 제대로 말해도 죽고 말하지 못해도 죽는 바로 그 기틀을 말한다.‘圈繢’·‘圈圚’·‘棬䙡’등으로도 쓴다.
해인초신(海印超信)의 송
스스로 용 베는 칼 쥐고 있다고 자랑하더니,
진짜 용을 만나서는 어떻게도 하지 못했다네.
마치 장군이 공연히 전투를 모색했지만,
아무 공도 못 세우고 헛되이 병력만 동원한 격이로다.
海印信頌, “自誇獨握誅龍劒, 及遇眞龍不奈何. 也似將軍空索戰, 無功虛枉動干戈.”
[설화]
곽산이 비마암에게 이겼다는 말이니, 곽산과 마주치고서는 비마암이 어떻게도 해 볼 도리가 없었다는 뜻이다.
海印:霍山得勝秘魔, 遇霍山無如之何.
황룡혜남(黃龍慧南)의 송
삼촌과 조카가 만나 서로 의심하지 않더니,
결국 등을 문질러 어리석게 보였다네.
고개 돌려 남들이 비웃지 않을까 염려하며,
천 리 밖에서 나를 속여 오게 했다고 하네.
黃龍南頌, “叔姪相逢兩不猜, 到頭撫背似癡獃. 迴首恐人生怪笑, 報云千里賺余來.”
불타덕손(佛陀德遜)의 송
대단히 큰 간과 심장을 가진 바로 그 비마암,
나무집게를 들고 바위 아래 웅크리고 앉았네.
곽산이 힐끗 보고 그의 진실한 뜻을 알았으니,
마음 아는 벗 아니라면 누가 관문 통과했으랴!
佛陀遜頌, “大膽麤心是秘魔, 擎杈嵓下坐盤陀. 霍山一見知端的, 不是知音孰敢過!”
법진수일(法眞守一)의 송
손안에 집게를 들고 있으니 누가 함께하랴?
행각하던 학인들 왕왕 헛걸음하고 돌아가네.
대선불6)이 그 품에 안겨 쉬면서,
삼천 리 나그네 길 나를 오도록 속였다 하네.
法眞一頌, “手裡擎叉孰可陪? 行僧往往只空迴. 大禪佛向懷
中臥, 客路三千賺我來.”
6) 大禪佛. 일반적으로 탁월한 선수행자를 말하지만, 그런 뜻에서 붙여진 곽산의 호이기도 하다. “대선불:
선종에는 두 명의 대선불이 있다. 하나는 경통으로 앙산의 법을 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통(智通)으로
귀종지상(歸宗智常)의 법을 이었다.”(『祖庭事苑』 권2 卍113 p.40a17. 大禪佛:禪宗有二大禪佛. 一名景通,
嗣仰山; 一名智通,嗣歸宗常.);『景德傳燈錄』권12 「霍山景通傳」大51 p.293c22.
승천회의 송
깊고 깊은 바위굴에 안개 자욱이 깔렸는데,
그 안에서 노선사 나무집게 하나 들고 있네.
찾아오는 납자는 누구든 죽으리라 말하지만,
눈 안에 핀 헛꽃 없애주려는 뜻 누가 알리오?
承天懷頌, “深深嵓穴傍煙霞, 中有禪翁持一叉. 衲子到來俱謂死, 誰知爲去眼中花?”
숭승원공(崇勝院珙)의 송
비마의 집게가 나라 전체를 흔들어 놓으니,
그곳 오가던 선수행자들 죽은 듯 항복하네.
대선불이 칼 하나 들고 곧바로 들어가고서야,
비로소 항우가 오강에 도착한 줄 알리라.7)
崇勝珙頌, “秘魔叉子動家邦, 來往禪流被死降. 禪佛單刀直入處, 始知項羽到烏江.”
7) 항우(項羽)는 한(漢)나라에 패하여 오강(烏江)에서 자결했다. 물러날 곳이 없는 사지(死地)에 이르렀음을
나타낸다. 곽산이 그 속뜻을 간파하여 비마암이 더 이상 기량을 펼칠 수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는
비유로 쓰였다.『史記』「項羽本紀」 참조. “항우가 팽성(彭城)에 도읍지를 정한 지 5년이 되었을 때 한나라가
제후들을 해하에 모아 항우의 군사를 궤멸시키고 오강까지 추격해 오자 스스로 목을 베어 죽었다.”
(『佛祖歷代通載』 권4 大49 p.503c7. 都彭城, 立五年, 漢會諸侯于垓下,大潰破之,追至烏江,自刎而死矣.)
무진거사의 송
주장자 어깨에 걸쳐 메고 행각하면서,
가사를 어깨에 걸치고 집을 나섰다네.
천 리 길을 속아서 왔음을 알았으니,
어찌 손안의 집게 부러뜨리지 못하랴!
無盡居士頌, “橫擔柱杖來行脚, 偏搭袈裟去出家. 知是賺行千里路, 何妨拗折手中叉!”
지비자의 송
비마가 집게 하나를 집어 든 것,
중읍이 ‘명야’ 하고 내지른 소리,8)
키질할 때 주었던 가르침,9)
주장자로 바닥을 내리쳤던 작가,10)
그 당시에는 모두 옳았지만,
후손들의 탄식을 자아내게 할 뿐.
知非子頌, “秘魔一叉, 中邑嗚耶, 米篩接物, 打地作家, 當時卽是, 後嗣咄嗟.”
8) 중읍홍은(中邑洪恩)이 학인들을 볼 때마다 손뼉을 치고 입술을 놀리면서 ‘명야, 명야!’하고 소리지른 것.
이 역시 특별히 분별할 의미가 있는 소리가 아니라 일종의 ‘권궤’이다.『汾陽語錄』권중大47 p.611a9 참조.
9) 위산영우(潙山靈祐)가 석상경저(石霜慶諸)에게 준 가르침. “석상은 위산으로 돌아와 미두(米頭)의 소임을
맡았다. 하루는 쌀을 까부르고 있었는데, 위산이 ‘시주물을 여기저기 버리지 마라’고 함에 석상이 ‘버리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위산이 바닥에서 쌀 한 알을 줍고는 ‘그대는 버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것은
무엇인가?’라고 하자 석상이 대답하지 못했다. 위산이 다시 ‘이 쌀 한 알을 가볍게 여기지 마라. 백천개의
쌀알이 모두 이 하나의 쌀알에서 생기느니라’고 하자 석상이 ‘백천 개의 쌀알은 이 하나의 쌀알에서
생긴다면 이 한 알의 쌀은 어디서 생깁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위산이 껄껄대고 크게 웃고는 방장으로
돌아갔다.”(『五燈會元』 권5「石霜慶諸章」 卍138 p.181b12. 回抵潙山, 爲米頭. 一日篩米次, 潙曰, ‘施主物,
莫抛撒.’ 師曰, ‘不抛撒.’ 潙於地上拾得一粒曰, ‘汝道不抛撒, 這箇是甚麽?’ 師無對, 潙又曰, ‘莫輕這一粒,
百千粒盡從這一粒生.’ 師曰, ‘百千粒從這一粒生, 未審這一粒從甚麽處生?’潙呵呵大笑, 歸方丈.)
10) 흔주타지(忻州打地)의 일화를 가리킨다. 그는 학인들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주장자로 땅바닥을 내리쳤을
뿐이라고 한다.『景德傳燈錄』권8 大51 p.261c2 참조.
열재거사의 송
천 리 밖에서 언제 그대를 속인 적이 있었던가?
속이려고 내가 세 번 문질렀다니 맞지 않노라.
생김새 천한 사람이라고 가까이하지 않으니,
머리를 들이밀어 오줌통 속에 묻어야 하리라.
悅齋居土頌, “千里何曾賺汝來? 賺吾三拊不當才. 賤相好人不肯造, 刺頭須要尿中埋.”
명초덕겸(明招德謙)의 대어11)
“내가 당시에 그를 보았다면 말을 하고자 하지만 아직 말을 토해내지
않은 그 순간에 먼저 집게로 한 번 집어버렸을 것이다.”
明招代, “我當時若見伊, 欲道未道, 先與一杈.”
11) 이하의 대어(代語)는 비마암이 “빨리 말하라”고 하였으나 대부분의 학인들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으므로
그들을 대신하여 한마디 하는 형식으로 각자의 견해를 보인 것이다.『敎外別傳』권6「五臺祕魔巖和尚章」
卍144 p.128a14 참조. 본서559 則 주석 7)참조.
[설화]
비마암을 사로잡겠다는 뜻이다.
明招:捉敗秘魔.
법안의 대어
“살려 주시오. 살려 주시오.”
法眼代, “乞命, 乞命!”
법등의 대어
“목을 내밀어 보여주기만 하십시오.”
法燈代, “但引頸示之.”
[설화]
법안과 법등의 대어는 비마암을 희롱한 것이다.
法眼法燈代, 賣弄秘魔.
현각의 대어
“노인이시여, 집게를 놓으셔야 됩니다.”
玄覺代, “老兒家, 放却叉子, 得也.”
[설화]
비마암의 수단을 수긍하지 않은 것이다.
玄覺:不肯秘魔
개선선섬(開先善暹)의 대어
“당시에 다만 ‘아이고!’ 하고 탄식하며 곧바로 나왔어야 했다.”
開先暹代, “當時但云, ‘蒼天!’ 便出.”
[설화]
비마암이 그렇게 한 까닭은 죽은 사람의 꼴이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開先:秘魔伊麽, 是死漢故也.
오조사계(五祖師戒)의 평
“산승이 당시에 그 광경을 보았다면 집게를 빼앗아 재빨리 그의 목을 집어 넘어뜨리고, 횃불을 붙여 들고 그의 낯가죽 두께가 얼마나 되는지 살폈을 것이다.”
五祖戒云, “山僧, 當時若見, 奪取叉來, 驀項叉倒, 點把火看伊面皮厚多少.”
[설화]
비마암을 간파했다는 뜻이다.
五祖:覰破秘魔.
취암수지(翠嵓守芝)의 염
“속인 부분이 있는가? 비마암이 저 대선불〈곽산은 스스로를 대선불이라 칭했다〉을 속였을 뿐만 아니라 나도 오늘 대중을 속이고 있다.”
翠嵓芝拈, “還有賺處也無? 非但賺他大禪佛〈霍山, 自稱大禪佛.〉 大愚今日, 也賺大衆上來.”
[설화]
일단 속였다면, 모두 도둑질한 사람의 마음이 불안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翠巖:旣是賺, 皆是作賊人心虛.
해인초신의 염
“활을 당길 줄만 알았지, 화살을 쏘아 보내지는 못했다.”
海印信拈, “只解張弓, 不能放箭.”
[설화]
비마암이 처음과 끝을 일관되게 들이맞추지 못했다는 말이다.12)
海印:謂秘魔無折合也.
12) 어떻게 해도 죽는다고 설정한 처음의 ‘권궤’를 마지막까지 밀고 나가지 못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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