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I

776칙 복분작무 覆盆作舞

실론섬 2026. 4. 21. 17:21

776칙 복분작무 覆盆作舞1)
1) 자신의 입장을 견지하며 상대를 점검하는 선기(禪機)를 보여주는 공안.

[본칙]

​복분암주2)가 어느 날 암자 앞에 서 있는데, 어떤 학인이 찾아와 춤을 추다가3) 돌아서 갔다. 복분이 주장자를 잡고서 곧 좇아가 붙드니, 그 학인은 창 겨누는 자세를 취하였고, 복분도 창을 들고 대결하는 흉내를 냈다.4) 학인이 본래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니 복분은 주장자를 내던지고 “나를 몹시 속이는구나!”라고 말한 다음 암자 안으로 돌아갔다.
覆盆庵主, 一日, 在庵前立, 有僧上來, 便作舞而去. 師拈棒便趂捉, 其僧作亞槍勢, 師亦作亞槍立. 僧便歸本位, 師擲下棒云, 

“賺殺人!” 便歸庵內.
2) 覆盆庵主.임제의현(臨濟義玄)의 법을 이은 선사.
3) 작무(作舞). 몸을 움직여 춤을 춤으로써 감정이나 상황 등을 표현하는 선적(禪的) 행위.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자재한 경지 또는 선기(禪機) 등을 나타낼 때 격(格)을 넘어선 행위로서 춤을 추는 동작을 보인 
   선사들의 예가 적지 않게 있다. 공양 때마다 밥통을 들고 승당으로 가 춤을 추며 ‘공양하시오’라고 하였던 
   금우화상(金牛和尙)의 일화(『景德傳燈錄』권8 大51 p.261b17), 또 역시 공양때마다 밥통을 들고 승당 앞에서 
   춤을 추었던 대광거회(大光居誨 837~903)의 일화(『禪門拈頌說話』 281則 韓5, p.255c4)가그 대표적 예이다. 
   “대광이 춤을 춘것은 펼치고 거두는 작용을 자유자재로 한 것이다.”(『禪門拈頌說話』 281則 <설화> 韓5 
   p.256c1. 光作舞者, 舒卷自在也.)라고 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금우와 대광의 춤은 모두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본분을 펼쳐 보인 격외(格外)의 행위에 속한다.
4) 이와 같이 주장자나 몽둥이를 창으로 삼아 들고 대결하는 자세를 취하고서 서로의 기틀을 내보인 예는 
   동봉암주(桐峯庵主)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학인이 동봉암주를 보자마자 할을 하니, 동봉이 ‘사람을 
   몹시도 놀라게 하는구나’라고 하였다. 학인이 ‘호랑이라도 된단 말입니까?’라고 하자 동봉이 곧장 할을 
   하였고 학인은 달아났다. 동봉이 주장자를 들고서 좇아가니 학인이 창을 겨누는 자세를 취했고 동봉은 
   주장자를 잡고서 곧추세웠다. 학인이 ‘제가 졌습니다’라고 하니, ‘스무 방을 맞을 잘못을 하였으나 용서해 
   주리라’라고 하였다.”(『天聖廣燈錄』권13 卍135 p.719a6. 僧見庵主便喝, 師云, ‘驚殺人.’ 僧云, ‘大蟲耶?’ 
   師便喝, 僧便走. 師將棒趁, 僧作亞槍勢, 師拄棒而立. 僧云, ‘敗也.’師云, ‘放儞二十.’)

[설화]

​‘어떤 학인이 찾아와 춤을 추다가’라고 운운한 말은 한편에서는 거두고 다른 한편에서는 펼치는 선기를 발휘하며 서로 마주한 모습을 나타낸다. ‘암자 앞에 서 있다’라는 것은 모든 성인의 경지를 넘어서 어떤 조짐도 드러나기 이전의 경계에 우뚝 홀로 서 있는 것을 묘사한다. ‘복분이 주장자를 잡고서 곧 좇아가 붙들었다’는 것은 ‘이렇게 만났으니 한번 대적해 보겠느냐?’는 뜻이다. ‘그 학인이 창 겨누는 자세를 취했다’는 것은 각자 자신의 근본 입장을 확고하게 지킨다는 뜻이다. 마지막 두 구절은 본래 실(實)한 뜻이 아니었음5)을 나타낸다.
有僧上來云云者, 左卷右舒相見也. 庵前立者, 卓居千聖外, 特立萬機前也. 師拈棒趂捉者, 伊麽相見還當也無. 
僧作亞至槍立者, 各固其宗. 下二節, 本非實意也.
5) ‘나를 몹시 속이는구나!’라고 말한 다음 암자 안으로 돌아간 것을 말한다. 서로 점검하기 위한 시험의 기틀을 
   간파하고 양측 모두 속지 않은 사실을 말한다.

대각회련(大覺懷璉)의 송

악한 마음으로 찾아오니 악하게 맞이했고,
창끝을 들이대니 번득이는 눈빛이 시퍼렇구나.6)
초나라 노랫소리 들려오자 진영을 철수했고,7)
동이 뒤집어쓰고 돌아가는 길이 온통 캄캄하구나.
大覺璉頌, “惡來相訪惡相看, 亞却鋒鋩爍眼寒. 唱起楚歌休陣了, 覆盆歸去黑漫漫.”
6) 상대의 수단을 그대로 사용해서 대응하는 선사들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선가에서는 이를 가리켜 ‘도둑의 말을 
   타고서 도둑을 쫓는다(騎賊馬趁賊)’, ‘모두 놓아주기도 하고 모두 거두어 들이기도 한다(雙放雙收)’, ‘상대의 
   착각을 가지고 착각으로써 대한다(將錯就錯)’고 표현한다.
7) 사면초가(四面楚歌). 적으로 둘러싸인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 즉,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외롭고 
   곤란한 지경에 빠진 형편을 이르는 말. 초(楚)나라 항우(項羽)가 한(漢)나라의 유방(劉邦)에게 패하여 
   해하(垓下)에서 포위되었을 때 사방을 둘러싼 한나라 군사 쪽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랫소리를 듣고 초나라 
   군사들이 이미 패한 줄 알고서 놀라고 슬퍼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史記』「項羽本記」참조.

 

[설화]

앞의 두 구절은 손님과 주인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뜻이다. 세 번째 구절은 학인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선 것을 나타낸다. 네 번째 구절은 ‘주장자를 내던지고’ 이하의 내용에 대하여 읊은 것이다.
大覺:上二句, 賓主皆無優劣也. 三句, 僧歸本位立也. 四句, 擲下棒云云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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