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I

864칙 운거지고 雲居持袴

실론섬 2026. 4. 22. 11:30

864칙 운거지고 雲居持袴1)
1) 본분만 고수하는 암자의 주인[庵主]과 현상의 금시(今時)를 제기하여 그것을 비판한 운거도응
   (雲居道膺 ?~902)의 입장을 대비시켜 설정한 공안이다. 각자의 자리가 뚜렷이 나누어지지만 둘 사이에 
   시비(是非)와 득실(得失)이 있었다고 보면 이 관문의 핵심을 벗어난다.

​[본칙]

​운거도응(雲居道膺) 문하에 있던 어떤 학인이 산 아래에 암자를 짓고 수행한 지 몇 년이 지났다. 운거가 하루는 제자를 시켜 고쟁이 한 벌을 가지고 암자에 가서 그에게 건네주도록 하였다. 그 암주(庵主)가 말했다. “저에게는 어머니로부터 태어났을 때부터 입던 고쟁이가 있습니다.” 제자가 돌아와서 운거에게 그 말을 전하자 운거가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그에게 ‘어머니로부터 태어나기 이전에는 무엇을 입고 있었는가?’라고 물어보지 않았는가?” 그 제자가 다시 가서 묻자 암주는 아무 대꾸도 없었다. 그 뒤에 암주가 입적하였는데, 오색찬란한 사리를 남겼다. 운거가 말했다. “설령 8곡(斛) 4두(斗)2)의 사리를 남겼다고 하더라도 내 질문을 받았던 당시에 앞뒤로 견줄 상대가 없는 한 구절을 제대로 말한 것과 비교하겠는가!”   
雲居會裏, 有一僧, 在山下卓庵, 經于數載. 師一日, 令僧持袴一腰, 往庵中與他. 庵主云, “某甲自有孃生袴在.” 
僧廻擧似師. 師云, “你何不問伊, ‘祗如孃未生時, 着箇什麽?’” 其僧再去問, 庵主無語. 後來庵主遷化, 却有五色舍利. 師云, 
“縱有八斛四斗, 爭如當時, 道得一句, 光前絶後!”
2) 팔곡사두(八斛四斗). 불보살이 열반에 들고 남긴 사리의 수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말이다. “부처님 또한 이와 
   같으셨으니, 열반에 드실 때 중생을 구제할 목적으로 몸을 잘게 부수어 생긴 ‘8곡 4두의 사리’로 중생에게 
   이익을 주셨다. 비록 그 크기는 개자와 같이 미소하였지만 그것을 모신 곳에서 사람들에게 부처님과 다름없는 
   공양을 받아 중생들로 하여금 열반을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大莊嚴論經』 권15 大4 p.347c17. 佛亦如是, 
   入涅槃時, 爲濟衆生故, 碎身舍利, 八斛四斗, 利益衆生. 所碎舍利, 雖復微小, 如芥子等, 所至之處, 人所供養, 
   與佛無異, 能使衆生, 得於涅槃.)

[설화]

​고쟁이 한 벌을 건네주도록 한 것:옛날부터 전해진 것을 주어 봄으로써 그가 받는지 받지 않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저에게는 ~ 고쟁이가 있습니다:단지 본분만 지킬 뿐이라는 뜻이다.  
어머니로부터 태어나기 이전에는 무엇을 입고 있었는가:아무렇게나 따져본 말이다.
아무 대꾸도 없었다:단지 천 길의 겨울 소나무3)만 있을 뿐 새 가지를 틔울 석순은 없었다.4)
내 질문을 받았던 당시에 ~ 비교하겠는가:단지 하나만 알았지 둘은 몰랐다는 뜻이다.
持袴云云者, 從上來相傳相授地, 看他受不受也. 某甲自有云云者, 只守本分也. 孃未生云云者, 亂徵也. 無語者, 
只有千尺寒松, 且無抽條石笋也. 爭如云云者, 只知其一, 不知其二也.
3) 한송(寒松). 추운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 보통 굳은 절개를 나타내는 비유로 쓰인다. 여기서는 
   암주가 오로지 본분을 지키며 흔들리지 않은 입장을 나타낸다.
4) 확고하게 본분만 지킬 뿐 현상에 응하여 활발하게 드러내는 작용이 없다는 뜻. 『景德傳燈錄』권10
   「長沙景岑傳」大51 p.275b9 등에 나오는 구절.

개원자기(開元子琦)의 거

“말해 보라! 암주는 알았을까, 몰랐을까? 만일 알았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인 한 구절은 말할 수 없었을 것이며, 만일 몰랐더라도 또한 오색 사리를 남긴 것에는 중생과 다른 점이 있다. 여러분은 그 뜻을 알고 싶은가? 암주는 당시에 한 손바닥만으로는 소리를 일으키지 못하는 격이었으며,5) 운거도 가난한 사람이 오래 묵은 빚에 시달려 걱정하는 꼴이었다.6) 그 제자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닳아버린 짚신이 적지 않았다.” 말을 마치고 선상을 쳤다. 
開元琦, 擧此話云, “且道! 庵主會不會? 若會去, 又不能道得未後一句;若不會, 又有五色舍利, 與衆有殊. 諸人要知麽?
庵主當時, 獨掌不浪鳴, 雲居也是貧兒思舊債. 這箇師僧, 來來去去, 踏破草鞋也不少.” 擊繩床.
5) 양손이 모두 부딪혀야 소리가 나듯이 본분만 고수하고 활용이 결여되면 바른 면모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6) 관습적으로 이어져온 관념에 매달려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 운거가 본분에 매여 있는 암주가 눈앞의 현실인 
   금시(今時)에 어둡다고 생각한 것은 선가에서 대대로 이어져 온 하나의 관념에 따른다고 비판한 말이다. “문수와 
   보현 두 보살이 부처에 대한 견해와 법에 대한 견해를 일으키자<가난한 사람이 오래 묵은 빚에 시달려 
   걱정하는구나. 집안이 쇠락하면 빈궁한 조짐들이 나타나는 법이다>,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그들을 거두어 두 
   철위산 중간으로 던졌다.”(『希叟廣錄』 권5 卍122 p.264b9. 文殊普賢, 起佛見法見<貧兒思舊債. 家衰窮相現>, 
   世尊, 以神力, 攝向二鐵圍山.)

[설화]

암주는 알았을까 ~ 닳아버린 짚신이 적지 않았다:만일 몰랐다면 비단 암주뿐만 아니라 운거 또한 몰랐을 것이며, 알았다면 비단 운거뿐만 아니라 암주 또한 알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 제자는 한편이 이기고 다른 한편은 진 것으로만 알았을 뿐 득실이 없는 경지는 몰랐다.7)  
開元:庵主會不會云云者, 若也不會, 非但庵主, 雲居亦不會;若也會, 非但雲居, 庵主亦會去. 這僧只知有得失, 
不知無得失也.
7) 암주가 지고[失] 운거가 이겼다[得]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이긴 편도 진 편도 없는 경계에서 운거와 
   암주가 선기(禪機)를 주고받았고 그 제자는 운거가 비판하는 듯이 한 말에 현혹당한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공연히 짚신만 여러 켤레 닳아 버렸을 뿐이라는 말이다.

​정자본의 대어

암주를 대신하여 말했다. “내가 한 말을 되돌려주시오.”8)
淨慈本, 代云, “還我話頭來.”
8) ‘어머니로부터 태어났을 때부터 입던 고쟁이가 있다’라고 한 말을 오해하여 이러니 저러니 잘못 말하지 말고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취지 그대로 놓아두라는 뜻이다.

[설화]

​정자의 대어: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던 암주를 대신하여 한 말이니, 오로지 본분을 지키는 일에만 철저할 뿐이라는 뜻이다.
淨慈:代無語處也, 則只守本分徹底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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