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I

1074칙 운문답파 雲門踏破

실론섬 2026. 4. 22. 16:46

1074칙 운문답파 雲門踏破

[본칙]

운문이 하루는 학인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왔는가?” “강서(江西)에서 왔습니다.” “짚신을 몇 켤레나 갈아치웠느냐?” 그 학인은 아무 대꾸도 없었다.
雲門, 一日問僧, “從甚處來?” 僧曰, “江西來.” 師曰, “踏破多小草鞋.” 其僧無對.

[설화]

​어디에서 왔는가:종사는 까닭 없이 말을 내뱉지 않는 법이다.
강서에서 왔습니다:사실에 근거해서 대답한 말이다.
짚신을 몇 켤레나 갈아치웠느냐:부질없이 짚신만 갈아치웠다는 뜻인가?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거듭 그에게 일러준 것인가?
甚處來者, 宗師語不虛發也. 江西來者, 據實支對也. 踏破云云者, 虛踏草鞋而已耶? 赤心片片重爲他耶?

황룡조심(黃龍祖心)의 염

“운문대사는 이미 호랑이와 표범의 무늬1)를 펼쳐 보였으나 저 학인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줄은 알아채지 못했다. 지금 운문을 일으켜 세울 사람이 있는가? 결정적인 한마디를 말해 나와 겨루어 보자. 묻겠다. 이 결정적인 한마디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黃龍心拈, “雲門大師, 已是張虎豹之紋, 又不覺落在者僧陷穽. 而今還有扶起雲門底漢? 道取一轉語, 却與黃龍相見. 
敢問, 此語作麽生道?”
1) 호표지문(虎豹之紋). 종사가 그의 면모와 방편을 다 드러냄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설화]2)

호랑이와 표범의 무늬:자비심 때문에 번뇌의 숲에 떨어지는 것을 무릅쓰고서 하는 이야기3)를 뜻한다.
저 학인이 파놓은 함정:그 학인의 의도는 드러난 말이나 침묵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운문을 일으켜 세우는 결정적인 한마디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운문의 입장을 떠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黃龍:虎豹之紋者, 慈悲之故, 有落草之談也. 者僧陷穽者, 這僧意, 直得無限也. 扶起雲門一轉語, 作麽生道? 離雲門底, 
又却不是也.
2) 이<설화>는 학인의 입장과 운문의 입장 중 어느 한편을 다른편 보다 긍정해서도 안되지만, 모두 
   부정해서도 안된다는 배촉관(背觸關)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3) 낙초지담(落草之談). 자세하게 풀어서 들려주는 말. 본서250則 주석10) 참조.

​지해지청(智海智淸)의 상당

​이 공안을 제기하고 말했다. “여러분! 운문대사는 당시에 온 천하를 자유롭게 거닐었으니4) 그 기개가 마치 왕과 같아 호랑이와 표범의 발톱과 이빨을 펼쳐 보일 줄만 알았지 그 학인의 함정에 빠진 줄은 알아채지 못하였다 천 년이 지나도록 마주치는 사람마다 손을 쓰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으니,5) 지금 운문을 구해줄 자 없는가? 대중 속에서 나와 본분의 법도를 한번 간략하게 드러내 보아라. 그렇더라도 나를 만나 점검받아야만 한다.”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 “이(咦)6)! 홍문7)으로 가는 나그네가 없으니 돌아 올 계책은 장량8)만이 안다.”  
智海淸, 上堂, 擧此話云, “諸仁者! 雲門大師, 當時寰海獨步, 直是氣宇如王, 秪知張虎豹爪牙, 不覺落這僧陷穽. 致令千載, 
遭人傍觀, 而今莫有救得雲門底麽? 試出衆來, 略露風規. 也要與智海相見.” 良久乃云, “咦! 鴻門無去客, 歸計是張良.”
4) 독보(獨步).어느 누구의 견해에도 속박되지 않고 자유롭게 운신하는 것.
5) 운문이 일방적으로 학인을 이끌어가는 우월한 입장이라고만 생각하여 함정에 빠진 운문을 구제할 줄 
   몰랐다는 뜻이다. 이 공안에서 호랑이가 먹잇감을 잡을 때 쓰는 이빨과 발톱(학인을 지도하는 종사의 
   수단)뿐만 아니라 호랑이를 잡는 함정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두 가지 중 하나는 운문을 
   치켜세우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깎아내리는 말이라고 이해한다면, 지해지청의 의중을 빗나간다.
6) 본서2則 주석60)참조.
7) 鴻門. 중국 섬서성 임동현(臨潼縣) 동쪽에 있는 지역. 항우와 유방이 만난 홍문회(鴻門會)로 유명하다. 
   항우가 유방을 살해하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하였고, 유방은 장량의 계책으로 홍문을 탈출할 수 
   있었다.
8) 張良(?~B.C.168).한나라의 개국공신. 소하(蕭何)와 함께 책략에 뛰어났다. 홍문회에서 유방을 살려낸 
   일화로 대의를 위해 사지로 뛰어드는 영웅적 인물의 전형이 되었다. 선문헌에서는 목숨을 던질 각오로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는 수행자를 뜻한다. 여기서는 운문을 구하기 위해 결정적인 한마디[一轉語]를 
   제시할 수 있는 학인에 해당한다.

[설화]

호랑이와 표범의 발톱과 이빨을 ~ 지켜보고만 있으니:운문에게 비록 발톱과 이빨은 있었지만 저 학인의 입각처 또한 깊은지 얕은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를 만나 점검받아야만 한다:지해의 입각처가 운문의 편에 있어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이(咦):운문의 의중이 어떤 한계로도 규정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소리이다.
홍문으로 가는 ~ 장량만이 안다:오직 장량만이 안다는 말이니, 산승의 뜻을 아는 자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장량은 지혜가 뛰어나 막사에 들어앉아 작전을 짜면서도 천 리 밖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하니, 지혜롭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 있었겠는가?
智海:只知張虎豹云云者, 雖有爪牙, 這僧立處, 又深淺難知故. 也要與智海云云者, 智海立在雲門邊, 伊麽道也. 咦者, 
雲門意無限也. 鴻門無去云云者, 唯有張良知, 知山僧意者少也. 張良多智, 坐籌帷幄, 決勝千里之外, 非智而何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