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공안집 II

1076칙 운문묘희 雲門妙喜

실론섬 2026. 4. 22. 17:06

1076칙 운문묘희 雲門妙喜

​[본칙]

​운문이 백추1)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 “묘희세계2)를 가루가 되도록 부수어 버려라! 여러분, 발우를 들고 호남성에 들어가 밥을 드시오.”
雲門聞白槌聲, 乃云, “妙喜世界, 百雜碎! 汝等諸人, 擎鉢向湖南城裏, 喫飯去.”
1) 白槌. 어떤 일이 있음을 알리기 위하여 건추(犍椎)를 울리는 것. 명추백사(鳴椎白事)라 한다. ‘白’은 고백
   (告白), ‘椎’는 율원(律院)에서 대중에게 정숙을 알리기 위하여 치던 건추에서 비롯한 것이다. 본래 추를 
   울려서 일을 알리는 것은 모두 백추라 하였지만, 후대에는 특히 개당(開堂)이나 축국(祝國)을 할 때 또는 
   상당법문 등에서 울리는 건추를 두고 백추라 한다. “백추:세존의 율의(律儀)이다. 어떤 불사(佛事)를 
   드러내고자 하면 먼저 반드시 백추를 잡고 울리는데, 이것으로 대중을 정숙하게 하는 법으로 삼는다. 
   현재 종문에서 건추를 쳐서 알리는 역할은 반드시 법을 아는 스님에게 명하여 그 소임을 맡도록 한다. 
   장로가 자리를 잡고 앉은 다음에 백추를 잡고 ‘법석에 앉은 훌륭한 대중들[龍象衆]이여, 마땅히 제일의를 
   관찰하시오!’라고 말한다. 장로가 기틀에 적절한 설법을 하고 법회에 참석한 대중의 화답까지 마치면 
   다시 백추를 잡고 ‘법왕의 법을 자세히 관찰하시오! 법왕의 법은 이와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대체로 선덕들의 진실한 법도였으니 그 어느 것도 부처님의 본의를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총림에서 부처님께서 사자좌에 오르시고 문수가 건추를 울렸던 기연을 들어 보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祖庭事苑』권8 卍113 p.253b13. 白椎:世尊律儀. 欲辨佛事, 必先秉白, 爲穆衆之法也. 
   今宗門白椎, 必命知法尊宿, 以當其任. 長老才據座已, 而秉白云, ‘法筵龍象衆, 當觀第一義!’ 長老觀機, 
   法會酬唱旣終, 復秉白曰, ‘諦觀法王法!法王法如是.’ 此蓋先德之眞規, 皆不失佛意. 
   且見叢林多擧世尊升座, 文殊白椎.)
2) 妙喜世界. 시방정토(十方淨土)의 하나. 아촉불(阿閦佛 Aksobhya-buddha)이 머무는 세계이다. 
   아촉불은 부동불(不動佛) 또는 부동여래(不動如來) 등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아촉불은 과거의 
   인지(因地)에 있을 때 대목여래회(大目如來會)에서 육도무극(六度無極:六波羅蜜)의 법을 듣고 
   진에(瞋恚)·각의(覺意)·음욕(淫欲) 등을 모두 없애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오랜 세월 동안 수행하여 
   마침내 7보수(寶樹) 아래서 성도하고, 현재 묘희국에 머물고 계신다고 한다. 밀교에서는 5불(佛) 
   중 동방에 머무는 부처님이다. 과거 유마거사(維摩居士)가 살았던 나라이기도 하다. 묘희는 환희
   (歡喜)·묘락(妙樂) 등이라고도 한역한다. 『勝天王般若波羅蜜經』권6 大8 p.719a10,『維摩經』 권하 
   大14 p.555b5,『觀佛三昧海經』권9 大15 p.689a7 참조.

[설화]

묘희세계:청정하고 미묘한 세계를 가리킨다.
가루가 되도록 부수어 버려라:청정하고 미묘하다는 견해를 세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발우를 들고 ~ 밥을 드시오:호남성은 백성을 먹여 살리기 알맞다. 쌀값은 싸고 땔감도 풍부하여 사방의 백성을 충족시킬 수 있으니 그러한 구체적 현상[聲色] 속에서 몸을 보전하라는 뜻이다.3)  
妙喜世界者, 淨妙世界也. 百雜碎者, 淨妙之見不立也. 擎鉢向云云者, 湖南城下好養民, 米賤柴多足四隣, 則聲色裏全身也.
3) 묘희세계가 이상적이라는 관념을 버리고 눈앞의 호남성에 충족되어 있는 생활조건에서 그 이상을 
   실현하라는 뜻으로 해설했다.

대각회련(大覺懷璉)의 염

​“대단한 운문도 그럴듯한 현상에서 착각을 일으켰구나!4) 나의 이곳에서는 다만 유나가 백추를 울리고5) 수좌가 음식을 베풀며, 나는 발우를 펼치고 행자들은 음식을 분배6)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여러 선문에서 판단하는 그대로 맡겨 두리라.”  
大覺璉拈, “大小雲門, 也似事顚倒! 山僧者裏, 只是維那白搥, 首座施食, 山僧展鉢, 行者行益. 伊麽說話, 一任諸方裁斷.”
4) 사사(似事)는 본질과 흡사한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현상[事]을 나타내며, 전도(顚倒)는 그러한 
   현상을 본질이라고 뒤집어 생각하는 착각을 말한다. 호남성이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운문의 
   견해에 대한 평이다.
5) 백추는보통유나가울린다.
6) 행익(行益). 대중공양을 하면서 음식을 나누어 주는 것을 말한다.“음식을 분배할 때 당돌하게 정해진 
   순서를 뛰어넘어서는 안 된다.”(『誡初心學人文』韓4 p.738a14.行益次,不得搪揬越序.)

​[설화]

​이 법은 법의 위치에 머물기 때문에7) 옛사람이 이러한 진실을 전할 수 있는 순간8)이 되어 ‘앉아서 차나 마시게!’9)라고 한 것이니, 이것이 바로 그 뜻이다.  
大覺:是法住法位故, 古人到伊麽時節云, ‘且坐喫茶!’ 此之義也.
7)『法華經』「方便品」大9 p.9b10에 나오는 말로 <설화>에서 해설의 수단으로 자주 인용한다.
8) 시절(時節). 본분의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맞이하는 순간. 또는 그러한 소식 자체를 
   가리킨다. 마치 어떤 계절의 절기에 그에 가장 알맞은 소식이 갖가지 현상에의 지하여 전해지는 것과 
   같다.
9) 하나하나의 모든 법이 근본의 법을 드러내는 차별된 소식이기 때문에 그것은 앉아서 차를 마시는 
   일상의 평범한 행위 또한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임제가 삼봉에 이르자 평화상이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황벽에서 옵니다.’ ‘황벽선사는 요즘 어떤 말씀을 하셨는가?’ ‘황금소(황벽선사)가 
   어젯밤에 도탄(용광로)에 빠졌는데, 지금껏 자취를 볼 수 없습니다.’ ‘가을바람이 옥피리를 부는데, 
   어느 누가 그 소리를 알아 듣는가?’ ‘곧바로 만겹의 관문을 뚫고, 맑은 하늘 밑에도 머물지 않습니다.’
   ‘그대가 던진 이 하나의 문제는 대단히 어렵구나.’ ‘용이 황금 봉황 새끼를 낳은 뒤, 푸른 하늘을 뚫고 
   솟아올랐습니다.’ ‘앉아서 차나 마시게.’”(『臨濟語錄』大47 p.506a14. 到三峰, 平和尙問曰, ‘什麽處來?’ 
   師云, ‘黃蘗來.’ 平云, ‘黃檗有何言句?’ 師云, ‘金牛昨夜遭塗炭, 直至如今不見蹤.’ 平云, ‘金風吹玉管, 
   那箇是知音?’ 師云, ‘直透萬重關, 不住淸霄內.’ 平云, ‘子這一問, 太高生.’ 師云, ‘龍生金鳳子, 
   衝破碧琉璃.’ 平云, ‘且坐喫茶.’);『楊岐語錄』 「勘辨」 大47 p.648b15 이하 네 곳에서 연이어 이 
   구절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