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5칙 도상삼결 道常三訣
[본칙]
홍주의 백장도상(百丈道常)선사는 어떤 때는 법좌에 올라앉아 대중이 모이자마자 “차 마셔라!”고 한 뒤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왔고, 어떤 때는 법좌에 올라앉아 대중이 모이자마자 “안녕히!”1)라 하고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왔으며, 어떤 때는 법좌에 올라앉아 대중이 모이자마자 “쉬어라!” 하고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왔다. 나중에 스스로 게송 한 수를 지어 세 차례에 걸쳐 보여준 이 인연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백장에게 세 가지 비결이 있으니, 차 마셔라, 안녕히, 그리고 쉬어라! 지금 당장 그 뜻 알아차리더라도, 그대 아직 깨치지 못했다 하리라.”
洪州, 百丈道常禪師, 有時上堂, 衆纔集云, “喫茶!” 便下座;有時上堂, 衆纔集云, “珎重!” 便下座;有時上堂, 衆纔集云,
“歇!” 便下座. 後來自作一頌, 頌此三轉因緣云, “百丈有三訣, 喫茶珎重歇! 直下便承當, 敢保君未徹.”
1) 진중(珍重).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 만났을 때 하는 인사말은 ‘불심(不審)’이다. 본서677則 주석4) 참조.
[설화]
‘차 마셔라’, ‘안녕히’, ‘쉬어라’:어떤 맛도 없는 말2)이라는 점에서 모두 같다. 또한 세 가지가 각각 가지는 차이점3)도 있다. 차를 마시는 것은 납승의 일상적인 일 중 하나이며, ‘안녕히’라는 말은 만날 때 인사인 불심(不審)과 헤어질 때 인사인 진중을 가리키니 곧 손님과 주인 사이에 나누는 인사4)를 말한다. ‘쉬어라’는 말은 여기서 오랫동안 서 있었으니 이제 그만 쉬라는 뜻이다.5) 무엇으로 좌·우·중간의 구절을 정할 것인가? ‘차 마시라’는 것은 중간 구절이며, ‘안녕히’라는 말은 작용의 구절이고, ‘쉬어라’는 말은 본체의 구절이다.
백장에게 세 가지 비결이 있으니 ~ 깨치지 못했다 하리라:드러난 말에 얽매여 이해하려 하면 백장의 뜻을 알 수 없다.
喫茶珎重歇者, 一般無滋味地言句也. 又有三般. 喫茶者, 衲僧家日用事也. 珎重者, 不審珎重也, 則賓主寒暄也. 歇者,
久立此間, 休去歇去也. 以何定左右中間? 喫茶則中間句, 珎重則用句, 歇則體句也. 百丈有三訣云云者, 隨言生解,
則不會百丈意也.
2) 무자미언구(無滋味言句). 이 세 마디의 말에는 사실로써 가리키는 어떤 지시 사항이나 관념상의 뜻도 없다.
이 말에서 어떤 의미나 지시를 발견한다면 벌써 그 말에 속은 것에 불과하다.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에서
모든 맛을 빼앗아 어떤 총명한 분별이나 기발한 착상으로도 소화할 수 없는 화두로 재구성했다. “나의
문하에서는 말할 선(禪)도 없고 전할 도(道)도 없다. 비록 5백 명의 납자가 모였더라도 오로지 금강으로 두른
울타리와 밤송이·가시나무·생쑥 바로 그것들을 쓸뿐이다. 뛰어서 (금강의 울타리를) 벗어나려는 자는 있는
힘껏 뛰고, (밤송이 등을) 삼키려는 자는 마음먹고 삼키겠지만, 아무 맛도 없고 대단히 험준하다는 점을
이상타 여기지 마라! 만일 불현듯 체득하게 되면 대낮에 비단 옷을 입고 고향에 돌아가리라.”(『圜悟語錄』
권15「示成修造」大47 p.782c25. 蔣山門下, 無禪可說, 無道可傳. 雖聚半千衲子, 唯以箇金剛圈栗棘蓬. 跳者,
著力跳;吞者, 用意吞, 莫怪無滋味太嶮峻! 或若驀地體得, 如晝錦還鄉.)
3) 세마디 말의 일반적 맥락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이 맥락이 일종의 함정이 된다. 일반적 의미 그대로라면
백장이 말한 ‘비결’이 아니다.
4) 한훤(寒暄). 춥거나 더운 날씨를소재로 인사하는 것.
5) 구립진중(久立珍重). 상당(上堂) 법문을 마치고 설법한 당사자가 대중에게 건네는 인사말이다. 구립 또는
진중이라고만 하기도 한다. 대중은 서서 설법을 들으므로 설법이 끝날 때 법문을 한 종사가 오랫동안 서서
들어주어서 고맙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 ‘구립’이며, 대중이 앉아서 설법을 들었다면 오랫동안 앉아서
듣느라 애썼다는 뜻에서 좌구성로(坐久成勞)라 인사한다.
천복승고(遷福承古)의 거
“도상화상은 빈번하게 이 시절인연을 써먹었지만, 대중들은 헤아릴 도리가 없어 망막해하였기에 나중에 다시금 스스로 게송 한 수를 지어 읊었던 것이다. 대중들이여! 그렇다면 도상화상이 지은 이 게송 한 수에 대하여 말해 보라. 그 견해가 어떠한가? 장점과 단점을 알겠는가? 알고 싶은가? 그가 세 차례의 상당법문에서 전했던 시절인연에 근거해 보면 그는 단정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중에 이 게송 한 수를 지은 것은 마치 얼굴에 두 줄의 글자를 새긴 것과 흡사했다. 진리에 통달한 사람이라면 들어 보이는 순간 곧바로 알 것이지만, 늦게 공부했거나 초심자들은 그 뜻을 가려내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그대들에게 처음부터 주석을 내려주겠다.6) ‘백장에게 세 가지 비결이 있으니 「도적의 몸이 벌써 드러났다.」7) 차 마셔라, 안녕히, 그리고 쉬어라.「훔친 물건을 꺼내었다.」8) 지금 당장 그 뜻 알아차리더라도,7) 그대 아직 깨치지 못했다 하리라.「훔친 물건을 품에 안고 재판에 나선 것과 같다.」9)’ 비록 이렇게 풀기는 했지만 여러분이 법을 간택하는 안목을 갖추어야 비로소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잘못된 것과 바른 것을 분간하지 못한다면 불성을 흐리멍덩하게 만들었다고 할 만하니, 다시 현명한 자에게 애타게 물어야 하리라. 애처롭다, 부질없는 일생이여!”
薦福古, 擧此話云, “常和尙, 往往多用此時節因緣, 衆人罔測津涯, 後來又自作一頌云云. 大衆! 只如常和尙, 作此一頌,
且道. 見處如何? 還知得失否? 要會麽? 據他三度上堂時節, 恰似箇好人. 後來作此一頌, 恰如面上雕兩行字.
若是通人達士, 擧起便知;後學初機, 難爲揀辨. 老僧與汝, 從頭註出. 百丈有三訣, 賊身已露. 喫茶珎重歇, 贓物出來.
直下便當敢, 敢保君未徹, 大似抱贓判事. 然雖如此, 諸仁者, 若具擇法眼, 方能證明. 如或邪正不分, 可謂顢頇佛性,
更須慱問賢良. 可惜, 虛生浪死!”
6) 이하는 게송 네구절에 대한 착어(著語) 형식의 해설이다.
7) ‘비결’이라는 말에 도상의 의중이 다 드러났다. 세 종류의 말에 담긴 일상적인 맛을 모두 박탈한 화두라는
‘비결’이 있다는 뜻이다.
8) 모든 사람이 보통 쓰는 말을 훔쳐서 자기 것으로 새롭게 조작했으므로 ‘훔친 물건’이 된다.
9) 도둑질한 증거를 눈앞에 다 드러내어 놓고 자신의 죄를 감추려 하는 꼴이라 이미 늦었다는 말. 일반적으로
‘훔친 물건을 품에 안고 억울하다고 외친다(抱贜叫屈)’는 말이 더많이 쓰이는 착어이다.
[설화]
세 차례의 상당법문을 들었을 때는 헤아릴 도리가 없어 망막하기만 했다. 백장이 세 가지 비결이라 한 말에 그의 입장이 이미 다 드러났다. 그러나 비록 백장의 이 뜻을 알았더라도 증득하기는 어렵다.
薦福:三度上堂時, 罔測津涯也. 百丈三訣, 則立處已露. 雖然知百丈意者, 難得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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