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3칙 파자소암 婆子燒菴 1)
[본칙]
옛날 어느 노파가 한 암주(庵主)를 20년 동안 공양하였는데, 항상 딸을 시켜 밥을 보내어 시중들게 하였다. 하루는 딸에게 그 암주를 껴안고 ‘젊은 여자에게 안긴 기분이 어떠냐’고 묻게 하였다. 그 암주가 ‘마른 고목2)이 차가운 바위에 기대어 있으니, 삼동(三冬)에 따스한 기운이 없는 것3)과 같소’4)라고 하였다. 딸이 돌아와 노파에게 사실대로 전하니, 노파는 ‘내가 20년 동안 저런 속된 놈을 공양하였을 뿐이구나!’라 하고서는 마침내 분연히 일어나 암자를 불태워버렸다.5)
昔有婆子, 供養一庵主, 經二十年, 常令女子, 送飯給侍. 一日, 令女子抱定云, ‘正伊麽如何?’ 庵主云, ‘枯木倚寒嵒,
三冬無暖氣.’ 女子歸擧似婆, 婆云, ‘我二十年, 只供養得箇俗漢!’ 遂發起燒却庵.
1) 노파가 암자를 불사른 것은 암주의 잘못된 수행법에 대한 질책인 듯이 그려진 것이 이 공안의
효와( 訛)이다. 암주의 입장을 긍정하는 평가들은 이 효와를 일깨우려는 친절하고 직접적인 지침이다.
2) 枯木. 번뇌망상을 모두 비워버린 본래의 청정한 마음을 비유한 말로, 이 청정심에서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 단지 빈 마음을 지키기만 하는 선법을 고목선(枯木禪)·고목사회선(枯木死灰禪)·무사선(無事禪)
등이라 하여 폄칭(貶稱)한다. 고목선은 수정(修定)에 경도되어 혜(慧)를 상실한 어리석은 선정[痴禪]이며,
활발한 향하(向下)의 응용이 결여되어 생명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비판된다. 대표적으로 송나라
임제종의 대혜종고(大慧宗杲)는 간화선(看話禪)의 입장에서 묵조선(默照禪)을 비판하였는데, 그 비판의
주요 쟁점은 바로 활발한 작용이 결여된 고목선이라는 점에 있다.
3) 무난기(無暖氣). 따뜻한 기운이 없다는 말. 마음이 고요해져 번뇌망상의 열기가 식었다는 뜻이다. 또는
활기가 없는 선정(禪定)을 비유한다. 여기서는 활발한 선정과 대칭시켜 ‘고목’을 열등한 선법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양자를 모두 관문의 두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4) 이 구절에 대하여 읊은 게송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맞수가 만나서 각각 뛰어난 점을 보이니,
귀신같은 책략을 어찌 다른 사람들이 알도록 허용하리오! 전략을 바꾸며 서로 궁지에 빠뜨려 원한이
그치지 않으니, 가장 독하게 품은 그 마음이 근기 중에 최상의 근기로다.”(『永覺廣錄』권7 卍125 p.481a11.
敵手相逢各有奇, 神謀豈許外人知! 轉相陷害冤難了, 最毒心腸機上機.);“20년이 되도록 안목을 갖추지
못했다하여, 암자를 불태워 버리니 헛수고만한 꼴이구나. 봄날 따스한 기운에 특별한 것 없다 하니, 그
진실한 말은 역시 본보기가 될 만하도다.<횡천행공(橫川行珙)의 게송>”(『頌古聯珠通集』 권40 卍115
p.512b4. 二十年來不具眼, 茅菴燒却是徒爲. 三春暖氣無多子, 眞實之言亦可師.<橫川珙>) 앞의 게송은
노파와 암주가 각각 입각처를 달리 가진 것으로 묘사했고, 뒤의 게송은 주로 암주의 편에서 읊은
것이다.
5) 『密菴語錄』大47 p.959a13에도 실려있다.
[설화]
마른 고목이 차가운 바위에 ~ 기운이 없는 것과 같소:‘가지가지 시끄러운 다툼을 벗어나 고요한 세계가 눈앞에 나타난다’6)라고 한 뜻과 같다.
내가 20년 동안 저런 속된 놈을 공양하였을 뿐이구나:번뇌[習氣]가 제거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枯木倚寒巖云云者, 離諸喧諍, 寂滅現前云云也. 我二十年只供養云云者, 習氣不除也.
6) 80권본『華嚴經』권38 大10 p.199a14에나오는구절.보살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성취한 즉시 제8지인
부동지(不動地)로 들어가지만 성문과 벽지불은 미칠 수 없는 경지로 묘사한 말이다.
개암붕의 게송
3천 조목7)을 다 꿰뚫어 점검해보아도
단죄할 죄목이 하나도 없구나.
오로지 법 밖에서 능지처참할 일일 뿐,
관리를 시켜 점검하게 할 필요 없네.
介庵朋頌, “撿盡三千條貫, 更無情罪可斷. 除非法外凌遲, 不用差官定驗.”
7) 삼천조(三千條). 고대에 제정되었던 형벌 조목. 묵벌(墨罰) 1천, 의벌(劓罰) 1천, 비벌(剕罰) 5백,
궁벌(宮罰) 3백, 대벽(大辟) 2백 등 5형(刑), 합계 3천 조목이다. 『尙書』「呂刑」참조.
[설화]
‘암주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라는 뜻이다.
个菴意, 菴主有什麽過.
밀암함걸(密庵咸傑)의 거
“이 공안은 총림에서 제기하는 자가 거의 없다. 내가 낯가죽을 바꾸어 부끄러움을 없애고 한 번 잘못 말하지 않을 수 없더라도 제방의 점검을 받아보겠다.” 이윽고 대중에게 말했다. “저 노파는 규방 깊숙한 곳에 물 샐틈도 없이 틀어박혀 있다가, 곧장 고목에 꽃을 피우고 차디찬 바위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그 스님은 홀몸으로 고고하게 커다란 파도 속으로 들어가는 것에 익숙하여 하늘 끝까지 닿는 물결을 아무렇지 않게 잠재우고도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다. 자세히 점검해 보면, 형틀을 부수고 쇠사슬을 끊어버린 결과에 두 사람의 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법(佛法)으로 말하자면 꿈속에서조차 보지 못한 것이다. 내가 이와 같이 들어 보인 뜻이 결국엔 어디로 귀착될까?” 잠시 침묵하다가 말하였다. “버들가지 하나도 꺾어 들이지 못하는, 따듯한 봄바람이 옥난간에 솔솔 불어오네.”
密庵傑, 擧此話云, “這箇公案, 叢林中少有拈提者. 傑上座, 裂破面皮, 不免納敗一上, 也要諸方撿點.” 乃召大衆云,
“這婆子, 洞房深遠, 水泄不通, 便向枯木上糝花, 寒嵒中發焰. 箇僧, 孤身逈逈, 慣入洪波, 等閑坐斷潑天潮,
到底身無涓滴水. 子細點撿將來, 敲枷打鏁, 卽不無二人, 若是佛法, 未夢見在. 烏巨伊麽提持意歸何處?” 良久云,
“一把柳條收不得, 和風搭在玉欄干.”
[설화]
노파는 ~ 고목에 꽃을 피우고 차디찬 바위에서 불꽃을 일으켰다:일찍이 규방 깊은 곳에 틀어박혀 떠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차디찬 바위에서 불꽃을 일으켰다[寒嵒中發焰]’는 말에서 바위 암(嵓)은 재 회(灰)자를 써서 ‘다 식어버린 재 속에서 불꽃을 피우려 하였다’라고 하는 것이 옳다.
그 스님은 ~ 하늘 끝까지 닿는 물결을 아무렇지 않게 잠재우고도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다:평소에 커다란 파도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습관처럼 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말이다. 비록 이와 같기는 하나, 두 사람 모두 형틀을 부수고 쇠사슬을 끊어버리는 일에서 벗어나 그 이상을 도모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버들가지 하나도 꺾어 들이지 못하는 ~ 솔솔 불어오네:사오백 가지 꽃과 버들핀 마을8)의 이삼천 곳곳에서 피리와 거문고 소리가 울리는 누각을 표현한 말이다.
密菴:婆子枯木上糝花云云者, 未嘗離洞房深遠云云也. 嵓字, 當作灰字. 菴主坐斷潑天潮云云, 未嘗離慣入洪波處也.
雖然如是, 兩箇俱未免敲枷打鎻也. 一把柳條云云者, 四五百條花柳巷, 二三千處管絃樓也.
8) 창기(娼妓)들이 모여 사는 화류항(花柳巷) 또는 유곽(遊廓)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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