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사상 125

207칙 남전참묘 南泉斬猫

207칙 남전참묘 南泉斬猫1) 1) 남전이 고양이를 두 토막 낸 것과 조주였다면 고양이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 는 말을 두고 살(殺)·활(活)을 나눈 것이 이 공안의 관건이다 [본칙] 남전이 어느 날 동당(東堂)과 서당(西堂)의 대중들이 고양이를 놓고 서로 자신들의 것이라고 다투는 것을 보고, 마침내 고양이를 집어 들고 말했다. “대중들이여, 제대로 말을 하면 이 놈의 목숨을 구해줄 것이고,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면 베어서 죽이겠다.” 대중들이 아무 대꾸도 하 지 못하자〈법진수일(法眞守一)이 대중을 대신하여 말했다. “나라면 ‘도둑이 도둑의 물 건을 훔쳤구나’2)라 하고, 곧바로 따귀 한 대를 때려주었으리라.”〉 남전은 두 토막으 로 베어버렸다. 다시 이 일화를 들어 조주에게 묻자 조주는 짚신을 벗어..

204칙 남전매신 南泉賣身

204칙 남전매신 南泉賣身1) 1) 비싸지도 않고 싸지도 않게 값을 불러야 살 수 있다는 남전의 거래조건에 값을 정할 도리가 없다는 점이 이 공안의 관건이다. [본칙] 남전(南泉)이 대중에게 말했다. “내가 몸을 팔려고 하는데, 살 사람이 있는가?” 어떤 학인이 대중 속에서 나와 말했다. “제가 사겠습니다.” 남 전이 말했다. “값을 비싸게 불러도 안 되고, 싸게 불러도 안 된다. 얼마에 사겠느냐?” 그 학인은 말이 없었다. 〈조주(趙州)가 말했다. “내년에 화상께 베적 삼 한 벌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와룡구(臥龍球)가 (그 학인을) 대신하여 말했다. “화상은 이미 저의 것입니다.” 화산무은(禾山無殷)이 (그 학인을) 대신하여 말했다. “이것은 도대 체 어떤 도리입니까?” 명초덕겸(明招德謙)은 (그 학..

184칙 백장야호 百丈野狐

184칙 백장야호 百丈野狐1) 1) ‘떨어지지 않는다’는 불락(不落)과 ‘어둡지 않다’는 불매(不昧)가 이 공안의 관문 을 형성하는 두 가지 요소다. 불락이라고 대답하여 윤회의 굴레에 떨어졌다가 불매라는 말을 듣고 윤회를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불락은 틀린 대답이고 불매가 적절한 대답이라는 생각에 입각하여 분별하면 착각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잘못을 포착하는 것이 이 공안의 관건이다. [본칙] 백장이 상당법문을 하는 날마다 언제나 법문을 듣고 나서 대중을 따 라 물러가는 한 노인이 있었다. 하루는 떠나지 않고 있자 백장이 물었다. “서 있는 사람은 누구요?” “저는 과거 가섭불2) 당시에 이 산에 살았는데, 어떤 학인이 ‘큰 수행을 하는 사람도 인과(因果) 3)에 떨어집니까?’라고 하 는..

181칙 백장재참 百丈再參

181칙 백장재참 百丈再參1) 1) 백장회해(百丈懷海)가 스승인 마조도일(馬祖道一)과 나눈 문답을 기초로 한 공 안. 조사선 초기의 문답방식과 선사상이 잘 나타나는 공안이다. 이것 그대로의 ‘즉(卽)’과 이것을 떠나는 ‘리(離)’ 가운데 그 어느 것인지를 묻는 형식이 이 공안 의 주안점이다. 이것은 후대 간화선에서 화두를 제기하거나 설정하는 전형적인 양식이 되었다. 백장이 사흘 동안 귀가 먹었다는 것은 즉과 리 그 어느 것도 통 하지 않는 은산철벽(銀山鐵壁)의 경계를 나타낸다. [본칙] 백장이 마조에게 법을 물으러 다시 찾아갔을 때 마조가 불자를 꼿꼿이 세우자 백장이 말했다. “이것 그대로의 작용입니까, 이것을 떠난 작용입 니까?” 마조가 불자를 원래 있던 자리에 걸어 놓았다.2) 백장이 말없이 있 자 ..

177칙 백장야압 百丈野鴨

177칙 백장야압 百丈野鴨 [본칙] 백장회해선사가 마조를 따라 걸어가다가 들오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마조가 물었다. “저것은 무엇인가?” 백장이 말했다. “들오리입니 다.” “어디로 가는가?” “날아갔습니다.” 마조가 백장의 코를 잡아 비틀자, 백장이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냈다. 마조가 말했다. “언제 날아간 적이 있느냐?” 百丈懷海禪師, 隨馬祖行次, 見野鴨子飛過. 祖云, “是什 麽?” 師云, “野鴨子.” 祖云, “什麽處去也?” 師云, “飛過去 也.” 祖遂扭師鼻頭, 師作忍痛聲. 祖云,“ 何曾飛過去?” [설화] 1) 1) 이 는『碧巖錄』53則 大48 p.188a11에 나오는 원오(圜悟)의「평창」에 따 른다. ‘들오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 날아간 적이 있느냐?’라고 한 문 답은 하루 24시간 ..

165칙 마조원상 馬祖圓相

165칙 마조원상 馬祖圓相 [본칙] 어떤 학인이 방문하자 마조가 원상(○)1) 하나를 그려 놓고 “들어와도 때리고, 들어오지 않아도 때릴 것이다”라고 했다. 그 학인은 원상 안으로 곧바로 들어왔고 마조도 곧바로 때렸다. 그가 “스님은 저를 때리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자 마조는 주장자에 기대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馬祖因見僧參, 畫一圓相云,“ 入也打, 不入也打.” 僧便入, 師便打. 僧云,“ 和尙打某甲不得.” 師靠却拄杖, 休去. 1) 圓相. 조사선에서 불자·주장자·손가락 등을 이용해 땅이나 허공 등에 원상을 그려 놓고 상대를 시험하고 점검하는 수단으로 쓴다. 상황에 따라 활용하는 틀 일 뿐 일정하게 규정된 의미는 없다. 이것이 진여·법성·실상·불성 등을 상징 한다고 보는 것은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다...

161칙 마조일구 馬祖一口

161칙 마조일구 馬祖一口 [본칙] 마조에게 방거사가 물었다. “만법과 더불어 짝이 되지 않는 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그대가 한입에 서강의 물을 모두 들이켜면 말해 주겠다.” 방거사는 이 말을 듣자마자 그 뜻을 알아차렸다. 馬祖, 因龐居士問, “不與萬法爲侶者, 是什麽人?” 師云, “待汝一口吸盡西江水, 卽向汝道.” 居士言下領解. [설화] 만법과 더불어 짝이 되지 않는 자:『방거사어록』에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처 음에 석두(石頭)에게 법을 물으러 가서 ‘만법과 더불어 짝이 되지 않는 자 는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자 석두가 손으로 거사의 입을 틀어막았는 데, 거사가 여기서 막힘없이 크게 깨달았다. 석두가 하루는 거사에게 ‘그 대는 나를 만난 이래로 일상사가 어떠한가?’라고 물음에 방거사가 ‘만일 저..

華嚴經文義要決問答 화엄경문의요결문답

華嚴經文義要決問答 화엄경문의요결문답 表員 표원 1. 7처와 9회의 의미 2. 육상의 의미 3. 십전을 세는 비유의 의미 4. 연기의 의미 5. 깊은 뜻을 탐구하는 의미 6. 보법의 의미 7. 법계의 의미 8. 일승의 의미 9. 교법을 나누는 의미 10. 십지의 의미 화엄경문의요결문답 華嚴經文義要決問答 황룡사(皇龍寺)1) 석(釋) 표원(表員)2) 지음 1) 황룡사(皇龍寺):경상북도 경주시에 구황동에 있던 절. 신라 진흥왕 때인 553년 에 착공하여 569년에 완공된 신라불교의 중심 사찰로 지금은 탑과 금당 강당지 등 절터만 보존되어 있다. 높이 225척의 장대한 구층탑(九層塔)과 3만 5천근의 장륙존상과 십대제자상, 49만근의 거대한 황룡사종 등을 갖추었던 신라의 국찰 (國刹)이다. 2) 표원(表員):8세..

해인삼매론 海印三昧論

海印三昧論 해인삼매론 明皛 명효 해제 1. 귀경송(歸敬頌) 2. 해인삼매 다라니 3. 도인과 게송 4. 해인삼매의 의의 5. 도인의 모양과 읽기 6. 다라니의 이해 7. 회향송(迴向頌) 해인삼매론海印三昧論1) 『대방광불화엄경』에 의해 명효(明皛) 지음 1) 해인삼매(海印三昧, sāgara-mudrā-samādhi)는『화엄경』의 전체적인 선정을 말 한다.『화엄경』은 7처8회로 구성되어 있고(이는 60화엄에 의함. 80화엄은 7처9회 여서 다소 다르나, 명효가 의거한『화엄경』은 60화엄이므로 7처8회임), 각 회마다 설법에 들어가기에 앞서 부처님은 특별한 선정에 들어간다. 해인은 비유이다. 큰 바다에 바람이 그쳐 파도가 고요해지고 물이 맑아지면 온 세상의 모든 것이 해 면에 비추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이처..

行狀행장

行狀행장 1. 의상스님 행장 1) 의상이 가르침을 전하다 [義湘傳敎] 2) 전후로 가져온 사리 [前後所將舍利] 3) 낙산의 두 성인 관음과 정취, 그리고 조신 [洛山二大聖觀音正趣調信] 4) 당대 신라국 의상스님의 전기 [唐新羅國義湘傳] 2. 균여스님 행장 「대화엄수좌 원통양중대사 균여전 병서 大華嚴首坐圓通兩重大師均如傳序」 1. 의상스님 행장 1) 의상이 가르침을 전하다[義湘傳敎]1) 1) 저본은『한국불교전서』제6책(동국대학교출판부, 1979)에 수록(pp.348b20- 349b22)된『삼국유사(三國遺事)』권4의「의해(義解)」제5「의상전교(義湘傳敎)」 조이다. 이에 대한 교감본으로 갑본(甲本)은『대정신수대장경』제49권에 수록 된『삼국유사』[1921년에 영인한 정덕본(正德本)]의「의상전교(義湘傳敎)」조이고,..

一乘法界圖圓通記 일승법계도원통기

一乘法界圖圓通記 일승법계도원통기 1. 저자[定造者] 2. 제목 해석[釋題] 일승법계도원통기 권상 一乘法界圖圓通記卷上1) 고려국 귀법사 원통수좌 균여 설함 高麗國 歸法寺 圓通首座 均如 說 1) 저본(底本)은『한국불교전서』제4권에 실린『일승법계도원통기』로서, 2권(卷) 1 책(冊)으로 되어 있다. 이『일승법계도원통기』는 그 발문에 의하면 지원(至元) 24년(1287) 정해(丁亥) 5월에 대장도감(大藏都監)에서 개판한 것으로 보인다. 한 국불교전서에서 저본으로 한 것은 동국대학교 소장본으로서, 1900년대에 필사 된 것이다. 이를 규장각소장본[경성(京城) 송석하(宋錫夏) 소장의 간본(刊本) 필 사]으로 교감하였다. 여기에서는『일승법계도원통기』가운데 저자 논란을 결정 짓는 ‘정조자(定造者)’와『일승법계도』의 제..

118칙 도명본래 道明本來

118칙 도명본래 道明本來1) 1) 혜능(慧能)이 행자의 신분으로 5조 홍인(弘忍)으로부터 6조로 인가를 받아 달마 (達磨) 이래로 조사의 징표인 가사와 발우를 지니고 대유령(大庾嶺)을 넘어가다 가 그것을 빼앗으려고 추적하던 도명과 마주친 인연에서 생긴 공안이다. 宗寶 本『壇經』大48 p.349b14에 따르면, 그 당시 도명은 혜능이 바위에 던져 놓은 가사를 집어 들려 하였으나 꼼짝도 하지 않자 겁을 먹고 ‘의발이 욕심이 나서 쫓아 온 것이 아니라 5조로부터 받은 법을 알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혜능이 그 전후의 사정을 모두 간파하고 그에 적절한 문제를 던진 것이 바로 이 공안이다. 곧 의발을 강탈하려 했던 애초의 악한 마음과 그 뒤에 법을 구하겠다고 한 선한 마음을 소재로 삼아 그 현장에 가장 적..

110칙 육조풍번 六祖風幡

110칙 육조풍번 六祖風幡 [본칙] 6조 혜능대사가 인종법사의 회하(會下)에 있을 때1)의 일이다. 두 학인 이 바람과 깃발을 놓고 다투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한 학인은 ‘바람이 움 직인다’ 하고, 다른 한 학인은 ‘깃발이 움직인다’고 했다. 이를 지켜보던 6조가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 닙니다. 당신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두 학인은 놀라 모골이 송 연하였다. 六祖慧能大師, 在印宗法師會下. 見二僧爭風幡, 一僧曰, ‘風動.’ 一僧曰, ‘幡動.’ 祖曰, “不是風動, 不是幡動. 仁者 心動.” 二僧悚然. 1) 宗寶本『壇經』大48 p.349c9에 따르면, 6조는 5조로부터 의발(衣鉢)을 전수받고 16년 동안 숨어 지내다가 법성사(法性寺)에서『涅槃經』을 강의하던..

108칙 사조해탈 四祖解脫

108칙 사조해탈 四祖解脫 [본칙] 4조 도신(道信)대사가 3조 승찬(僧璨)에게 말했다. “스님께서 자비 를 베푸시어 해탈법문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누가 그대를 속박하느 냐?” “아무도 속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다시 해탈을 구하는 가?” 4조는 그 말을 듣자마자 크게 깨달았다. 四祖信大師, 問三祖曰,“ 願和尙慈悲, 乞與解脫法門.” 三 祖曰,“ 誰縛汝?” 四祖曰,“ 無人縛.” 三祖曰,“ 何更求解脫 乎?” 四祖於言下大悟. [설화] 해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번뇌를 벗어나 얻는 해탈[離垢解脫]과 자신의 본성 그대로인 해탈[自性解脫]이다.1) ‘누가 그대를 속박하느냐?’라 고 한 말은 속박은 마음으로부터 속박되는 것이며, 해탈도 마음으로부터 해탈되는 것이어서 해탈과 속박이 모두 마음에서..